시대의 우울 - 최영미의 유럽 일기
최영미 지음 / 창비 / 199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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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때로 힘들 때 이 곳, 이 공간에서 벗어나길 꿈꾼다. 하지만 여전히 발은 여기에 묶여 있을 때, 여행기를 읽으며 때론 그 곳에 그 작가와 함께 있는 듯이 느끼며 조금은 해방을 맛본다. 물론 그 가증을 모두 채울 수는 없지만...

97년에 사서 읽고는 한참을 그냥 뒀었는데, 우연히 다시 손이 가게 되어 읽게 되었다. 최영미씨는 렘브란트를 만나기 위해서 였다고 하지만... 단지 쉼표를 찾아보려고. 발음과 다른 표기법이 항상 이상했었는데, 제대로 나와있는 외국거 발음 표기가 더 어색한- 습관이란 원래 그런법이니까- 여러 지면들조차도 새삼 낯설었다. 특히 뒤에 편지비 끝난 후 고쳐진 듯한 따로 노는 '미껠란젤로' 글씨란 ~~~~ Hu hu ^^ 씨니컬한 일기체의 작가 어투도 당연히- 왜? 삶에 진절머리치고 있던 상황이니- 더 친근감 있게 느껴졌고 문장들도 새삼 와닿았다.

'세상의 모든 노래, 모든 몸짓에 싫증이 난 어느 날 아침 나는 불현듯 여행을 꿈꾸었다. 어서 어딘가에 날 집어넣어야 살 것 같았다. 새롭고 싱싱한 삶의 실감을 얻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서둘러 이 땅을 떠났다.(10p)' - 그럴 수 있는 작가가 부러버^^;

'이 여행이 끝나면 나 또한 저 시끌한 일상으로 돌아가야 하리라. 그러나 지저분한 건 오히려 삶인지도 모른다...... 삶이 하나의 긴 여행이라면 일상은 아무리 귀찮아도 버릴 수 없는 여행 가방과 같은 것. 여행을 계속하려면 가방을 버려선 안 되듯, 삶은 소소한 생활의 품목들로 나날이 새로 채워져야 한다.(14P)' - 그런 것조차도 싫을 때,여행을 떠나자. 것도 아니면 여행기를 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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