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켜보면 한번도 젊은 적이 없었던 것도같고 또 한편으론 늘 젊었던 것 같다. 온전한 젊음을 누린 적이 없기에 제대로 늙을 수도 없는 것일까?
마흔을 코 앞에 둔 지금, 가끔씩 난 내가 아직도 서른 살이라고 느낀다. 서른 살처럼 옷을 입고 서른 살처럼 비틀거리고 서른 살처럼 생각하고 행동한다. 그 흔한, 그 잘난 희망이 아니라 차라리 내 곁을 떠나지 않는 질긴 절망을 벗삼아 다시 일어설 수 있을까?
아무것도 붙잡을 것이 없어 오로지 정든 한숨과 환멸의 힘으로 건거가야 했던 서른 살의 강. 그 강물의 도도한 물살에 맞서 시퍼런 오리고 버텼던 그때 그 시절이 오늘밤 사무치게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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