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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쪽 계단을 보라
윤대녕 지음 / 세계사 / 2003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어딘지 모르게 그대의 조임쇠가 풀려있다는 생각이 들면서 나는 아까부터 눈길을 이리저리 피하고 있었다. 혹은 내가 그렇게 함부로 생각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어느 쪽이 먼저든 그런 느낌이 들면 나는 본능적으로 뒷걸음질을 치는 사람이다. 그러니까 사람과 사람 사이엔 일정한 거리가 있어야 한다고 나는 믿고 있는 편이다. 좀 억지스런 말이지만 사람 사이에 적당한 거리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누군가를 그리워하고 또 사랑하며 살 수 있을 것인가,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전에 누군가를 지독히 가까이했다가 그만큼 지독한 꼴을 당한 일이 있어서겠지
[사막의 거리, 바다의 거리 ] 中 – 206쪽
나는 너무 지친 사람들만 만나며 살아왔다. 이제는 몸과 마음이 모두 정갈하고 혼자 있어도 추해지지 않는 그런 사람 곁에 있고 싶다. 나는 너무 상처받은 사람들만 만나왔다. 아니 상처받지 않으면 못 배기는 사람들하고만 술을 마셔왔다. 하지만 상처란 눈에 보이는 그런 게 아닐 것이다. 그건 상처라고 기억되는 것이라기보다는 마음 저 깊은 곳에 숨어 살며 소리 없이 영혼을 갉아대고 있는 어떤 짐승의 그림자 같은 것일 게다. 이를테면 저 망루에서 서성이는 그림자 같은 거. 그러니까 어쨌든 술안주 따위는 될 수 없다는 얘기다
[사막의 거리, 바다의 거리 ] 中 – 215쪽
[피아노와 백합의 사막]은 예전 미니북으로 읽었는데, 이 책에 실려 있어 다시 읽게 되었고, 읽으면서 나미브 사막을 화면을 통해 보게됐다. 그 뜨거우면서 황량한 사막...다들 맘에 그런 사막을 가지고 있을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