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미술관이나 박물관, 특히 루브르에 가기 전에 꼭 읽어야 할 책이 두 권 있다. 그리스 로마 신화와 성경이다. 그 두 가지가 유럽 문화의 뿌리라는 것, 말만 그런 게 아니다. 생각보다 훨씬 더. 문화의 뿌리는 거대하게 제 몸을 드러내고 있다. 최소한 루브르에서는 말이다.
도움 받았던 책을 하나 소개하고 싶다. 소설가이며 신화학자인 이윤기 님이 쓰신 『길에서 듣는 그리스 로마 신화』라는 책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잘된 예술품은 그 자체로 말을 건다."로 말한다. 나는 루브르에 와서 이 말이 진실임을 알았다.
굳이 신화적인 이야기에 한정된 것이 아니다. 오랜 역사를 살아왔거나 거장의 손길을 거친 예술 작품들은 모두 나름의 이야기가 있더라. 그리고 그 앞에 선 자에게 그가 들을 수 있는 목소리로, 조근조근 이야기를 들려주더라. 역사를 사랑하는 자에게는 역사의 이야기를, 사람을 사랑하는 자에게는 인생의 이야기를, 색채를 사랑하는 자에게는 눈부신 빛깔의 이야기를. 나는 오랜 시간 루브르를 돌아다니며 수많은 유물과 작품들에게서 수많은 이야기를 들었다. 진심으로, 진심으로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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