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여기가 아니면 어디라도
이다혜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8월
평점 :
나는 여행을 떠나면 진정한 자아를 발견할 수 있다는 말을 싫어한다.
우리는 여행에 무엇을 가지고 가는가? 나 자신을 가지고 간다. 속옷 한 장 없이 떠날 수 있지만 나 자신이 없이는 아무 곳에도 가지 못한다.
-떠나는 찰나의 중독성에 대하여 中 013p
눈에 띄는 문장 중 하나이다.
여러 말랑말랑하기만 한 여느 여행기와는 다르다.
고수가 던질 수 있는 이야기. 내공이 웬만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이야기들이다 싶은 여행기라고 할 수 있다.
각 이야기별로 길지 않은 이야기지만, 읽는 내내 공감 가는 부분이 많아 고개를 끄덕이며 읽게 된 여행 책이다. ‘여행도 나이를 먹는다.’의 이야기는 십 오년 전 쯤의 미국 동부 여행 때가 생각났다. 새해를 맞이하고 떠나는 여행이었는데, 연말의 업무 마무리와 뒤늦은 학업으로 인한 시험에 파김치가 되어 친구를 만나러 간다는 기쁨을 느낄 새도 없이 도착해서 이동할 때마다 졸던 기억이 난다. ‘여행이 뭐라고.‘ 싶은 ㅎㅎ 그 덕에 이렇게 이야기할 거리도 생기긴 했다. ^^
'여행하지 않을 자유'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여행을 가보니 생각의 깊이란 내 집 침실에서도 얻을 수 있더라 하는 깨달음을 얻는 것과, 애초에 여행 가도 별것 없으니 안 가도 괜찮다고 스스로를 설득하는 것은 다르다. 사랑할 자유를 누린 뒤에 사랑하지 않을 자유를 만끽할 수 있고, 일하고 싶은 자유를 충족시킨 뒤에야 일하지 않을 자유가 우리를 자유롭게 한다. '할 자유'가 충분히 보장되지 않는 사회에서 '하지 않을 자유'를 가르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해보니 별것 없더라"와 "해도 별것 없대"는 다르다. 여건이 된다면, 결론을 내기 위해 직접 경험할 수 있다면, 하기를 권한다. 여행을 다녀오지 않고도 여행을 다녀온 기분을 느낄 수 있는‘내 안으로 여행하기'를 잘 하려면, 여행을 다녀온 기분이 뭔지 부터 알아야 할 것 아닌가. 하다못해 여행을 싫어한다는 사실도, 여행을 해봐야 알 수 있다. 인내와 금기는 엉뚱한 판타지만 키우더라. 할지 말지는 해봐야 안다. 156
책에 나오는 곡들은 찾아서 많이 들어보는 편이다.
여행의 사운드 트랙 만들기에 나오는 작가님의 음악들은..아주 다르다.
여행 갈 때 어떨 책을 가져갈 건인가? 에 대한 고민은 참 비슷하다.
전부터 궁금했지만 에든버러 가고 싶어진다.
나는 여행을 떠나면 진정한 자아를 발견할 수 있다는 말을 싫어한다. 우리는 여행에 무엇을 가지고 가는가? 나 자신을 가지고 간다. 속옷 한 장 없이 떠날 수 있지만 나 자신이 없이는 아무 곳에도 가지 못한다. -떠나는 찰나의 중독성에 대하여 中 - P0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