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문학동네 시인선 32
박준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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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한철

미인은 통영에 가자마자
새로 머리를 했다

귀밑을 타고 내려온 머리가
미인의 입술에 붙었다가 떨이 졌다.

내색은 안 했지만
나는 오랜만에 동백을 보았고
미인은 처음 동백을 보는 것 같았다.

˝우리 여기서 한 일 년 살다 갈까?˝
절벽에서 바다를 보던 미인의 말을

나는 ˝여기가 동양의 나폴리래˝ 하는
싱거운 말로 받아냈다.

불어오는 바람이
미인의 맑은 눈을 시리게 했다.

통영의 절벽은
산의 영성(影幀)과
많이 닮아 있었다.

미인이 절벽 쪽으로
한 발 더 나아가며
내 손을 꼭 잡았고

나는 한 발 뒤로 물러서며
미인의 손을 꼭 잡았다.

한철 머무는 마음에게
서로의 전부를 쥐여주던 때가
우리에게도 있었다.

068-0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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