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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문화유산답사기 : 산사 순례 ㅣ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유홍준 지음 / 창비 / 2018년 8월
평점 :
서울편이 여러 권 나온지 얼마 아닌데, 금방 새 책이 나와서 냉큼 손에 넣었다.
그런데, 새 책이 아니었다.
책의 서문에 보니 2018년 6월 세게 유산위원회에서 양산 통도사, 영주 부석사, 안동 봉정사, 보은 법주사, 공주 마곡사, 순천 선암사, 해남 대흥사의 7개 사찰이 ‘산사, 한국의 산지승원’을 세계유산목록에 등재하기로 결정했고, 우리나라의 13번째 세계유산에 등재된 기념으로 출판된 책에서 '산사' 부분을 묶어 나오게 된 것이다.
문화유산이 된 산사 외에도 여러 산사들이 함께 묶여나왔다.
살짝 실망했지만 웬걸 읽다보니 읽었던 게 맞은가? 싶을만큼 새롭게 읽힌다. ㅎㅎ
특히, 초반부에 나오는 영주 부석사, 안동 봉정사, 고창 선운사, 부안 내소사 등은 책을 들고 사찰을 돌았던 기억이 있는데도 낯설다. 그 덕분에 실망감은 잠시 재미나게 읽힌다. ^^

- 내소사 창살
하회마을을 갔다가 봉정사를 오르며 길이 참 힘들었다 싶었는데, 훨씬 전에 비포장 도로로 답사를 오르며 버스 기사님과 있었던 실갱이 이야기도처음 읽은 것 처럼 재미나다.
책에서 읽은 ㅎ 부안 내소사 갈 때마다 창살을 찍고 오는데 다른 이야기는 잘 모르겠다.
하긴 유럽도 돌아다니다 보면 여기 저기 성당을 다니다 보면 어디였더라? 하던 거와 같을 테지....ㅎㅎ
우리나라 산사 건축은 진입로로부터 시작된다. 산사의 진입로는 그 자체가 건축적·조경적 의미를 지닌 산사의 얼굴이다. 약 반 시간 걸리는 이 5릿길 진입로는 공간적으로 시간적으로 속세와 성역을 가르는 분할 공간이자 완충 지역이다. 그래서 우리나라 산사에는 반드시 저마다의 특징을 가진 진입로가 있다.
그 진입로는 산의 형상에 따라, 그 지방의 식생(植生) 환경에 따라 다르다. 오대산 월정사의 전나무 숲길, 하동 쌍계사의 10리 벚꽃길, 합천 해인사의 홍유동계곡길, 장성 백양사의 굴참나무길, 영흥 법흥사의 준수한 소나무숲길, 부안 내소사의 곧게 뻗은 전나무 가로수길, 영주 부석사의 은행나무 비탈길, 조계산 송광사의 활엽수와 침엽수가 어우러진 길·····
어느 절의 진입로가 더 아름다운지 따지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중에서도 선암사 진입로는 평범하고 친숙한 우리 야산의 전형으로, 줄곧 계곡을 두고 물소리를 들으며 걷게 된다. 그러나 어느만큼 가다보면 만나게 되는 그때그때의 인공 설치물이 이 길의 단조로움을 날려준다.
순천 선암사 中 73p
- 부안 내소사 전나무가로수길

- 영주 부석사 진입로

- 오대산 월정사 전나무숲길
그랬구나. 이 진입로들이 이렇게 달랐구나 싶다. 이젠 여러 사찰들이 큰 길을 만들어 이 길들을 일부러 걸어들어가려면 선택을 해야 하는 곳이 많다. 선암사 길도 그렇고 지난해 오랜만에 다시 갔던 월정사 전나무숲길도 많은 이들과 들어가다 보니 안 보여서 나오면서 일부러 전나무 숲길을 찾아 걸어나오기도 했다.
선암사는 절집의 배치가 매우 독특한 경우다. 우리나라의 산사는 그 위치와 건물 구조에 따라 대략 네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째는 강진 무위사처럼 소박한 절집이다. 둘째는 부안 내소사처럼 규모를 갖춘 화려한 절이다. 셋째는 구례 화엄사처럼 궁궐 같은 장엄한 절이다. 넷째는 영주 부석사처럼 장대한 파노라마의 전망을 가진 절이다. 그러나 선암사는 이도저도 아니고 크고 작은 당우들이 길 따라 옹기종기 모여 있어 묵은 동네 같은 절이다. 그래서 선암사는 어느 절보다 친숙한 느낌, 편안한 기분이 드는 것이다. 순천 선암사 中 83p
이 책이 묶음본이긴 하나 이렇게 여러 절집을 한 번에 이야기 해준 곳들이 많다.
절집의 배치에 대한 이 글귀도 새삼 읽힌다.
산사의 여러 나무들의 소소한 이야기도 재미나고 사찰의 역사도 조곤조곤 재미나게 읽힌다.
나더러 가장 사랑스러운 절집을 꼽으라고 한다면 나는 무조건 영주 부석사(浮石寺), 청도 운문사(雲門寺) 그리고 서산 개심사(開心寺)부터 생각할 것 같다.
예산 수덕사와 개심사 中 193p
이 3곳의 산사를 모두 가보았다. 물론 좋다고 생각했지만 '가장'이라니 다시금 되새기게 된다. 북한의 절 2곳을 제외하고 가본 곳들이 많긴 하지만 다시 한 번 둘러보고 싶다.
종교와는 상관없이 멀리 여행을 나가게 되면 이름난 성당과 교회, 이슬람 사원까지 두루 둘러본다.
우리나라에도 이렇게 예쁜 산사들이 많으니 이 책을 교과서 삼아 들고서 다녀보면 좋을 것 같다.

그 진입로는 산의 형상에 따라, 그 지방의 식생(植生) 환경에 따라 다르다. 오대산 월정사의 전나무 숲길, 하동 쌍계사의 10리 벚꽃길, 합천 해인사의 홍유동계곡길, 장성 백양사의 굴참나무길, 영흥 법흥사의 준수한 소나무숲길, 부안 내소사의 곧게 뻗은 전나무 가로수길, 영주 부석사의 은행나무 비탈길, 조계산 송광사의 활엽수와 침엽수가 어우러진 길·····
어느 절의 진입로가 더 아름다운지 따지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중에서도 선암사 진입로는 평범하고 친숙한 우리 야산의 전형으로, 줄곧 계곡을 두고 물소리를 들으며 걷게 된다. 그러나 어느만큼 가다보면 만나게 되는 그때그때의 인공 설치물이 이 길의 단조로움을 날려준다. - 순천 선암사 中 73p
선암사는 절집의 배치가 매우 독특한 경우다. 우리나라의 산사는 그 위치와 건물 구조에 따라 대략 네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째는 강진 무위사처럼 소박한 절집이다. 둘째는 부안 내소사처럼 규모를 갖춘 화려한 절이다. 셋째는 구례 화엄사처럼 궁궐 같은 장엄한 절이다. 넷째는 영주 부석사처럼 장대한 파노라마의 전망을 가진 절이다. 그러나 선암사는 이도저도 아니고 크고 작은 당우들이 길 따라 옹기종기 모여 있어 묵은 동네 같은 절이다. 그래서 선암사는 어느 절보다 친숙한 느낌, 편안한 기분이 드는 것이다. - 순천 선암사 中 83p
나더러 가장 사랑스러운 절집을 꼽으라고 한다면 나는 무조건 영주 부석사(浮石寺), 청도 운문사(雲門寺) 그리고 서산 개심사(開心寺)부터 생각할 것 같다. - 예산 수덕사와 개심사 中 19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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