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타니파타 (미니북) - 불교 최초의 경전
법정(法頂) 지음 / 이레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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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최대한 날 것으로서의 부처님 설법을 들어볼 수 있는 책이다. 아무리 최초의 경전이라고 해도 부처님이 직접 저술하신 게 아닌지라 - 아라한들의 사견이나 구전 상의 누락 내지는 변형이 있을 수 있고, 이런 일부 오류들은 성경도 지적되는 바이다. 일례로 부처님의 일관된 가르침 중 하나가 본인이 남들보다 잘났네 못났네 이런 걸 자평하지 말라는 건데, 다음 구절은 이에 반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우리는 친구를 얻는 행복을 바란다. 자기보다 뛰어나거나 대등한 친구는 가까이 친해야 한다. 그러나 이런 친구를 만나지 못할 때는 허물을 짓지 말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좋은 말씀이긴 한데, 부처님이 하셨을 법한 말씀은 아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구절들이 금과옥조였다. 옮겨본다.

「날 때부터 천한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오. 태어나면서부터 바라문이 되는 것도 아니오. 그 행위에 의해서 천한 사람도 되고 바라문도 되는 것이오.」

「만일 이 세상에 성실과 자제와 인내와 베풂보다 더 나은 것이 있다면, 그것을 널리 사문이나 바라문에게 물어 보라.」

「맛있게 잘 지어진 밥을 남한테 얻어서 입맛을 다시며 먹는 사람은 비린 것을 먹는 것입니다. 캇사파여.」

위 구절 뒤로는 '이러저러한 안 좋은 행위를 하는 것이 비린 것이지 고기를 먹는 것이 비린 것은 아니다'라는 말씀들이 반복된다. 육식 허용 말고도 흥미로운 사실은, 부처님은 설법에 대한 대가로는 절대 공양을 받지 않으셨다는 거다. 차라리 공양 받은 음식을 버리라고 하실지언정 설법이라는 서비스를 매매한다는 건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던 것이다.

「첫째, 살아 있는 것을 해치지 말라. 둘째, 주지 않는 것을 가지지 말라. 셋째, 거짓말을 하지 말라. 넷째, 술을 마시지 말라. 다섯째, 부정한 짓을 하지 말라. 여섯째, 밤에는 음식을 먹지 말라.

일곱째, 화려하게 치장하지 말고 향수를 쓰지 말라. 여덟째, 땅 위에 마련된 자리에서만 자라...」

아브라함계 종교 등을 포함하여 대부분의 종교는 운영비 충당 및 제사장 등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신자의 의무에 십일조 같은 재화의 기부를 종용하는 항목을 넣곤 하는데, 부처님은 그러질 않으셨다. 책에 공양 및 보시에 대한 내용도 일부 있었으나 그저 여유 있을 때 수행자가 연명할 수준만 갖다 주라는 식이다. 그럼에도 저 일부 기름진 스님들의 얼굴을 보면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그들은 어디 가서 불제자라고 참칭하면 안 된다. 예수도 십일조 걷으면 구휼에 태반을 쓰고 극히 일부만 성당이나 교회 건축, 운영비 등으로 쓰라고 했다던데, 한국의 일부 목사들 또한 죽어서 그네들이 일컫는 지옥에 떨어질 지어다.

「출생을 묻지 말고 행위를 물으시오. 불은 온갖 섶에서 일어나는 것. 천한 집에 태어난 사람이라도 믿음이 깊고 부끄러워할 줄 알고 뉘우치는 마음으로 행동을 삼가면 고귀한 사람이 되는 것이오.」

「태어난 것은 죽음을 피할 길이 없다. 늙으면 죽음이 찾아온다. 생이 있는 자의 운명은 실로 이런 것이다.」

「슬피 우는 것으로는 마음의 평안을 얻을 수 없다. 다만 괴로움만 깊어지고 몸만 여윌 따름이다.」

「몸을 가지고 태어난 생물 사이에는 각기 구별이 있지만, 인간에게는 그런 구별이 없다. 인간 사이에서 구별이 있는 것은 다만 그 이름뿐이다.」

「행위에 의해 농부가 되고, 행위에 의해 기술자가 되며, 행위에 의해 상인이 되고, 또한 행위에 의해 고용인이 된다.

행위에 의해 도둑이 되고, 행위에 의해 무사가 되며, 행위에 의해 제관이 되고, 행위에 의해 왕이 된다.

...(중략)...

세상은 행위에 의해 존재하며, 사람들도 행위에 의해서 존재한다. 살아 있는 모든 것은 행위에 매여 있다. 마치 달리는 수레바퀴가 축에 매여 있듯이.」

「...파수라여, 오랫동안 '으뜸가는 것'이었다 해서 변하지 않는 것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내 제자는 꿈을 해몽하거나 관상을 보거나 점을 쳐서는 안 된다. 그리고 임신술이나 의술을 행해서도 안 된다.」

마지막으로 부처님의 귀여운(?) 모습도 나와 있어서 옮겨본다.

「...그때 알라바카 야차가 밖에서 돌아와 스승에게 말했다.

"사문이여, 나가 주시오."

"좋다, 친구여."

스승은 나가셨다.

또 야차는 말했다.

"사문이여, 들어오시오."

"좋다, 친구여."

...(중략)...

네번째 또 알라바카 야차가 말했다.

"사문이여, 나가 주시오."

그러자 스승은 대답하셨다.

"나는 더 나가지 않겠다. 네 할 일이나 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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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군 전쟁 : 성전 탈환의 시나리오 시공 디스커버리 총서 88
조르주 타트 지음 / 시공사 / 199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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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보니 본문은 아주 별로였다. 뒤에 '기록과 증언' 부분을 보면 아주 별로까진 아니던데 그렇다면 역자보단 원작자가 문제였던 거 같다. 본문에는 배경 설명도 거의 없이 굉장히 빠른 호흡으로 십자군 전쟁의 전황이 서술되어 있었다. 불친절하기 짝이 없어 나중엔 속독을 하게 됐다.

어쨌든 개괄적으로 십자군 전쟁의 실태에 대해 살펴보고 나니 한마디로 광기 어린 침략전쟁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랍인들은 야만인이라 생각했던 프랑크족에게 불의의 일격을 당했고 지중해 연안과 예루살렘을 점령 당한다. 나는 그러고 나서 이슬람 세력이 곧바로 그 땅을 수복한 줄 알았는데, 거의 200년간 끈질긴 프랑크 식민지들이 여기저기 존속하고 있었더라.

시작부터가 교황이 기사들에게 면죄부 남발하면서 사지로 몰아세운 전쟁이었으며 거기엔 피에르라는 선동꾼이자 사기꾼도 한몫했다고 한다. 예루살렘 처음 정복했을 때 이 야만인들은 무고한 회교도와 유대교도들을 - 일설에 따르면 30만 명 이상 - '예수를 기쁘게 하기 위해' 학살하고는 주변 이교도들이 발도 못들이게 했다고 한다. 예루살렘에 종교 불문 아무나 들어갈 수 있게 된 건 위대한 술탄 살라딘이 수복한 이후부터라고 한다. 이런 천하의 배타적이고 잔인한 인간들이 주 예수의 종들이란 말인가. 이런 작자들이야말로 중세판 IS나 마찬가지다. 특히 아래 기록을 보면 소름이 끼칠 정도다.

「그들은 적들을 분산시켜 궤주시켰으며 해가 질 때까지 그들을 죽였다. 이는 기독교도들에게는 엄청난 기쁨이었으며, 낙원의 사마리아와도 같이 그곳에는 많은 재물이 있었다. 그리하여 그들은 예언의 찬송가에 열중했다.

"나 주 예수 그를 찬양하네, 그가 나를 책임지기에, 그가 나를 위해 내 적에게 기쁨을 주지 않기에."」

예수는 저런 적 없다. 빠가 까를 만든다.

한편 살라딘의 대인배적인 면모들이 꽤 인상 깊었다. 그의 부관이 쓴 글을 보면, 그는 백성들이 무례하게 굴거나 부하의 실수로 본인이 다치거나 해도 권위를 내세우지 않고 인의로 그들을 대했다고 한다.

반면 살라딘을 꽤 괴롭힌 걸로 알고 있는 '사자심왕' 리처드에 대해서는 자세한 내용이 나와 있지 않았다. 내가 알기로 리처드는 가히 서양의 항우라 불릴 만한 인물인데, 그가 선보인 초인적이고 절륜한 무공은 적국의 기록에도 명백하게 나와 있을 정도라고 하더라. 그걸 좀 보고 싶었는데 아쉬웠다.

십자군 입장에선 장거리 원정으로 인해 수송 및 보급이 원활하지 못했을 텐데도 상당한 전과를 올린 점은 대단하긴 하다. 그렇게 십자군과 아랍인들이 200년간 소꿉장난하는 와중에 흑사병(몽골)이 등장했으니, 그즈음해서 십자군 전쟁은 막을 내리게 된다.

여담이지만 프랑크족의 끔찍한 의술에 대한 내용도 흥미로웠다. 한 아랍인 의사가 다리에 종기가 난 기사와 두통 있는 그의 와이프에게 왕진을 갔는데, 고약 발라주고 두통 가라앉히는 음식 처방해주는 와중에 프랑크족 의사가 오더니 뭐하는 짓이냐며 된통 혼내고 쫓아보내더란다. 그래 어떻게 치료하는고 하고 봤더니, 기사는 다리를 도끼로 잘라 쇼크사했고, 기사 부인은 구마한답시고 머리에 십자가 모양 흉터를 낸 후 소금을 문대서 역시 쇼크사했다고 한다. 부부가 한날한시에 죽었으니 축복이라고 봐야할까? 저 시대에 프랑크족으로 태어나지 않아 천만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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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기원: 화석 인류를 찾아서 시공 디스커버리 총서 44
에르베르 토마 지음 / 시공사 / 199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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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를 직접 발굴한 석학이 쓴 책이라 알차긴 했다. 물론 90년대에 쓰여진 책이라 미토콘드리아니 뭐니 그런 연구도 이뤄지지 않았던 시절이고, 이에 따라 지역적 연속 이론 따위의 논쟁거리를 소개해놓기도 했다. 지금은 - 모든 현생인류가 단 한 명의 아프리칸 할머니를 공통조상으로 두고 있다는 - 이주교체설이 정설이다.

또한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도 등장한 지 고작 10만 년 정도 밖에 안 됐다고 써 있었다. 현재 우리는 아프리칸 할머니가 최소 30만 년 전에 강림하셨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게다가 토종 중남부 아프리카 사람들 외에 모든 인종은 순수한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가 아닌 잡종이라는 사실도 최근에 밝혀졌다. 당장 내 몸 속에도 네안데르탈렌시스의 피가 흐르고 있다는 거다.

읽다보니 몇몇 특이사항들이 있긴 했다. 화석인류들을 살펴보면 신석기 이전에는 사람들끼리 서로 공격한 흔적이 없다고 하더라. 유사 이래의 유적들을 보면 온통 살해 당한 유골들 천지인데 불과 1만 년 전만 해도 그런 일이 극히 드물었다는 얘기다. 아아 그들은 미개한 원시인이 아닌 평화로운 대인배이셨던 것이다.

그리고 중국의 자랑인 '베이징 원인' 화석들이 40년대 전쟁통에 안전한 미국으로 보내지려다 왜구들에게 격침되어 황해 바닥에 수장되었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하여간 도움이 안 되는 놈들이다.

마지막으로 선각자 찰스 다윈의 찰진 멘트를 옮겨본다.

「인류는 비록 자신의 노력에 의한 것은 아니지만, 생물계에서 정상의 자리에 올랐다는 것에 자부심을 가져도 될 것이다. 또한, 원래 그 위치에 있었던 것이 아니라 그곳에 올랐다는 사실은 인류에게 먼 훗날 더 높은 곳에 자리할 수 있다는 희망을 줄 수도 있다...(중략)...다른 사람뿐 아니라 보잘것없는 생물에게까지 관용을 베풀고, 태양계의 운동과 구조를 꿰뚫어 보는 신과 같은 지성을 지니고 있는 등, 이런 모든 대단한 능력을 지닌 인류가 아직도 여전히 그 육체의 틀 안에 지울 수 없는 열등한 기원에 대한 낙인이 찍혀 있음을 우리 모두 인정해야만 한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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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없는 원숭이 - 동물학적 인간론
데즈먼드 모리스 지음, 김석희 옮김 / 문예춘추(네모북)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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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7년도에 나온 고전이다. 예전부터 읽어보고 싶었던 책인데, 과연 허명이 아니었다. 철저한 진화론자인 저자는 동물로서의 인간의 양태를 메스로 가르고 핀셋으로 집어내어 보여주고 있다. 최근 고인류학이 크게 발전하면서 반론이 제기될 수도 있는 내용들이 드문드문 눈에 띄었지만 이 대작에 흠결이 날 정도는 아니었다.

저자가 이 책을 쓴 동기와 의의만으로도 반은 먹고 들어간다. 딱 1967년이면, 이런 시도가 한 번쯤은 있어야만 했다. 저자는 동물학자들조차 인간을 연구할 때 주관을 개입시키는 현실을 개탄하며 털 없는 원숭이 연구를 시작하고 있다.

 

일단 흥미로운 점은 인류가 나무에서 내려온 이후의 적응과정이다. 삶의 터전이 바뀌자 이는 어마어마한 변화를 불러왔다. 인류는 육식을 즐기게 되었고 전문적인 사냥꾼이 되었다. 신체능력은 형편 없었기에 협동을 하며 인공 무기를 개발하게 되었다. 호모 사피엔스가 그 어떤 육상동물보다도 장거리 달리기에 특화되었다는 얘기를 어떤 다큐에서 본 적이 있다. 이 또한 협동하여 몰이사냥을 하는 인류의 습성에 따라 진화한 결과일 것이다. 그런데 저자에 따르면 이때 커다란 문제가 발생했다. 육식을 하기 전에는 힘 센 놈이 여러 암컷을 거느리고 냅다 싸지르기만 하면 됐다. 약한 놈은 도태되고 죽든 말든 상관 없었다. 하지만 협동 사냥을 하게 되다보니 적당히 약한 놈들과도 협력을 해야하고, 인공 무기가 생기다보니 어린애도 기습만 잘하면 가장 힘 센 어른을 죽일 수가 있게 됐다. 시쳇말로 '같이의 가치'가 매우 커진 것이다. 저자는 이에 따라 일부일처제란 풍습이 생겨나게 된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게다가 뇌가 커지다보니 미숙아로 태어나는 새끼를 부모가 매우 오랜 시간 돌봐야했기에 이런 계약관계는 생존에 유리한, 당연한 관계였다. 이후 경제적으로 여유가 생긴 일부 호모 사피엔스가 일부다처제를 시행한 것은 논외로 한다. 저자는 이러한 일부일체제의 약점에 대해서도 다음과 같이 지적하고 있다.

「이 체계는 여자가 줄줄이 많은 아이를 낳고, 남자가 다른 남자들과 함께 사냥하러 나가는 상황에서 효과를 발휘하도록 고안된 게 분명하다. 근본적으로는 지금도 변함이 없지만, 두 가지 상황이 바뀌었다. 하나는 자녀수를 인위적으로 제한하는 경향이 나타났다는 점이다. 이것은 짝을 이룬 여자가 어느 정도 부모의 의무에서 해방되었으며, 남편이 없을 때 다른 상대와 성행위를 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많은 여자들이 사냥 집단(직장)에 가담하는 경향도 나타났다...(중략)...이것은 한 쌍의 남녀관계가 양쪽에서 위협받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저자는 이에 대한 보완책으로 포르노, 매춘을 들고 있다. 요즘 이런 얘기했다간 여기저기서 큰 사달난다. 저자는 철저한 동물학적 관점에서 논지를 이어가고 있으며, 이건 1967년도 책이다.

그밖에 호모 사피엔스의 짝짓기에 관한 적나라한 내용, 그들이 그런 괴이한 방식으로 짝짓기를 하게 된 연유 등에 대하여 장황한 썰을 풀어놓고 있다. 대부분의 내용이 익히 들어본 것이거나 수긍이 가는 이야기들이었다.

양육과 모험심, 그리고 싸움에 대해서도 나와있었다. 여기서는 인사나 매너에 대한 흥미로운 내용들도 나와있었다.

「우리는...상대편의 적개심을 가라앉히는 신호도 유난히 다양하게 갖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신호는 우세한 사람보다 몸의 위치를 낮추는 것이다. ...우리는 되는 대로 아무렇게나 몸을 낮추지 않고, 수많은 단계를 두어 제각기 특수한 의미를 가진 독특한 양식을 개발했다.」

이게 각종 인사법으로 발전했다. 또한 한 존재를 계속 노려보는 것은 매우 공격적인 행동이므로, 대부분의 사람들은 상대를 뚫어지게 쳐다보지 않는 매너를 가지고 있다. 이 불문율이 깨지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우리는 뉴스 사회면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군대에서도 선임과 눈을 3초 이상 마주치면 관등성명을 대도록 되어있다.

일반적인 동물들은 상대가 사냥감이 아닌 이상 살상이 아닌 굴복만을 취한 후 싸움이 끝나는데, 인류는 전쟁과 학살 등을 통해 무수히 살상을 자행한다. 저자는 이런 일이 벌어지는 이유에 대해 몇 가지 가설을 제시하고 있는데, 결론은 우리도 살생을 원하지 않는 일반적인 동물 중 하나라는 것이다. 하지만 원한관계 등에 의한 살인 또한 얼마든지 일어나고 있으니 이건 좀 동의하기 어려웠다. 인간의 공격성은 타고난 면이 있는 것 같다.

 

인간의 생태에 관한 놀라운 탐험이었다. 저자는 저술의도를 완벽하게 관철시켰다. 그리고 아래 멘트는 우리가 두고두고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우리 인간은 생물학적 통제를 초월해 있다는 기묘한 자기 만족에 빠지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천만의 말씀이다...

...나는 인간을 높이 찬양할 수도 있었고, 눈부신 업적을 묘사할 수도 있었다. 그것들을 생략했기 때문에, 나는 불가피하게 일방적인 그림만 제시했다. 우리는 정말 비범한 동물이다. 나는 그 사실을 부인하거나 우리를 과소평가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인간에 대한 찬사는 너무나 자주 되풀이되었다. 동전을 던졌을 때 항상 앞면만 나오는 것은 아니다. 나는 지금이야말로 동전을 뒤집어 뒷면을 봐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불행히도 우리는 다른 동물들에 비해 너무 강력하고 성공적인 동물이기 때문에, 우리의 비천한 기원을 생각하면 불쾌감을 느끼게 된다. 그래서 나는 고맙다는 인사를 들으리라고는 애당초 기대하지도 않는다. 우리가 꼭대기까지 올라간 것은 일확천금을 얻는 거나 마찬가지였고, '벼락부자'들이 대개 그렇듯이 우리는 우리의 내력에 매우 민감하다. 게다가 우리는 그 내력이 언제 폭로될 지 몰라 끊임없이 전전긍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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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코르 : 장엄한 성벽도시 시공 디스커버리 총서 46
브뤼노 다강 지음 / 시공사 / 199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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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실 앙코르는 숨겨져 있거나 알려지지 않은 유적이 아니었다고 한다. 근현대 들어서도 태국인, 캄보디아인들이 멀쩡하게 이용하던 종교시설 내지는 행사장이었으며, 타국 사람으로서는 주달관이라는 원나라 사람, 몇몇 유럽인 선교사들, 17세기 왜인 순례자 등등 앙코르를 방문하고 기록한 사람들은 지속적으로 있어 왔다. 하지만 글로 설명되지 않는 그 규모와 아름다움, 예술적 가치 등이 사람들에게 와닿지 않아 타국의 관심을 끌지 못했을 뿐이다. 그 관심을 끄는 작업을 19세기 초중반에 몇몇 사람이 성공적으로 해냈고, 앙코르의 실체를 알게 된 유럽인들은 그 유적의 수준이 지나치게(?) 높아 어안이 벙벙해졌을 것이다.

어떻게 보면 해당 유적群이 19세기 들어서야 주목 받게 된 일이 다행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적게나마 인류문화유산에 대한 보호 내지는 보존에 대한 개념이 자리잡히기 시작한 시절이었으니까. 게다가 워낙에 고급진 유적이다보니 유럽인들도 해당 유적을 상서롭게 여겨 함부로 다루지 않았다. 물론 유적을 복원하고 보존처리하는 과정에서 도난사고나 찐빠가 없지는 않았다. 몇 년 전에 봤던 다큐에서 나오길 앙코르 유적이 자연배수가 되도록 기가 막히게 설계를 해놓은 것인데 거기다 공구리 땜빵을 해놔서 삭아버리기도 했다고 하더라. 이건 나름 프랑스 놈들도 애쓰긴 한 거다. 예를 들어 미륵사지 석탑 같은 경우도 왜놈들이 노력한답시고 당시로선 최신 공법인 공구리를 쳐놨었으니 말이다.

시공디스커버리 시리즈를 볼 때마다 느끼는 건데 옛 문명이나 유적지에 관한 책들을 보면 해당 문명, 유적지의 역사나 현지의 문화를 소개하기보다는 유럽 놈들의 발견사나 고고학 발굴 일지 같은 느낌이 많이 든다. 특히나 저자가 네덜란드인이긴 한데 캄보디아에 대한 프랑스의 식민통치에 대해 되려 미화하는 듯이 보였다. 물론 프랑스가 식민지배를 하지 않았다면 앙코르 유적이 지금도 폐허 같은 모습이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남의 나라 유적을 마음대로 파헤치고 도적질해 갈 권리는 그 누구에게도 없다. 심지어 앙코르 복원 작업 와중에 현지인들이 수백 년에 걸쳐 유적에 덧대놓은 구조물 등을 '본래 모습이 아니'라는 이유로 죄다 철거했다고 한다. 현역으로 활동하는(?) 유적의 본 모습을 대관절 누가 정한다는 건지 모르겠다.

결론은, 앙코르 유적에 대한 유럽인 입장에서의 발굴사를 잘 기술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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