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기원: 화석 인류를 찾아서 시공 디스커버리 총서 44
에르베르 토마 지음 / 시공사 / 199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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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를 직접 발굴한 석학이 쓴 책이라 알차긴 했다. 물론 90년대에 쓰여진 책이라 미토콘드리아니 뭐니 그런 연구도 이뤄지지 않았던 시절이고, 이에 따라 지역적 연속 이론 따위의 논쟁거리를 소개해놓기도 했다. 지금은 - 모든 현생인류가 단 한 명의 아프리칸 할머니를 공통조상으로 두고 있다는 - 이주교체설이 정설이다.

또한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도 등장한 지 고작 10만 년 정도 밖에 안 됐다고 써 있었다. 현재 우리는 아프리칸 할머니가 최소 30만 년 전에 강림하셨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게다가 토종 중남부 아프리카 사람들 외에 모든 인종은 순수한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가 아닌 잡종이라는 사실도 최근에 밝혀졌다. 당장 내 몸 속에도 네안데르탈렌시스의 피가 흐르고 있다는 거다.

읽다보니 몇몇 특이사항들이 있긴 했다. 화석인류들을 살펴보면 신석기 이전에는 사람들끼리 서로 공격한 흔적이 없다고 하더라. 유사 이래의 유적들을 보면 온통 살해 당한 유골들 천지인데 불과 1만 년 전만 해도 그런 일이 극히 드물었다는 얘기다. 아아 그들은 미개한 원시인이 아닌 평화로운 대인배이셨던 것이다.

그리고 중국의 자랑인 '베이징 원인' 화석들이 40년대 전쟁통에 안전한 미국으로 보내지려다 왜구들에게 격침되어 황해 바닥에 수장되었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하여간 도움이 안 되는 놈들이다.

마지막으로 선각자 찰스 다윈의 찰진 멘트를 옮겨본다.

「인류는 비록 자신의 노력에 의한 것은 아니지만, 생물계에서 정상의 자리에 올랐다는 것에 자부심을 가져도 될 것이다. 또한, 원래 그 위치에 있었던 것이 아니라 그곳에 올랐다는 사실은 인류에게 먼 훗날 더 높은 곳에 자리할 수 있다는 희망을 줄 수도 있다...(중략)...다른 사람뿐 아니라 보잘것없는 생물에게까지 관용을 베풀고, 태양계의 운동과 구조를 꿰뚫어 보는 신과 같은 지성을 지니고 있는 등, 이런 모든 대단한 능력을 지닌 인류가 아직도 여전히 그 육체의 틀 안에 지울 수 없는 열등한 기원에 대한 낙인이 찍혀 있음을 우리 모두 인정해야만 한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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