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야 : 잃어버린 도시들 시공 디스커버리 총서 6
클로드 보데 지음 / 시공사 / 1995년 2월
평점 :
품절


 책을 읽어 보고 조금 어이가 없었다. 명색이 마야에 관한 책이면 마야의 역사나 유물, 신화 등에 대해 집중 조명을 하는 게 당연한 일일진대, 저자는 순전히 서양인의 관점에서 미개 내지는 신비한 문명 - 마야의 유적을 발견해 나가는 과정들을 이야기하는 데에 지면의 대부분을 할애하고 있다. 이는 마치 『한국; 동방의 횃불』 식으로 제목을 단 책이 정작 한국의 역사나 풍습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만(?) 하고 대부분의 내용을 19세기 말에 조선에 가서 생활했던 서양인들의 수기에서 인용해 채우는 것과 마찬가지다. 마야에 대해 알고 싶어서 사 본 책이었는데, 아무래도 다시 다른 책을 구해봐야 될 것 같다. 

 서두부터 험담만 늘어놓았지만, 사실 책을 읽어보니 마야에 대해서 그렇게 자세하게 쓸만한 내용도 충분치는 않아 보였다. 왜냐하면 마야는 남긴 문헌이 극히 적으며, 그 후손들조차 저 유적은 신들이 살다가 버리고 떠난 것이라는 등의 전설 같은 이야기나 하고 앉았으니 영 단서가 없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니까, 비교적 최근까지 집적된 연구 성과도 마야 문명의 정체에 대해 썩 만족할만한 해답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아무튼 책 내용의 대부분이 서양 정복자, 고고학자, 여행가의 모험담으로 점철되어 있어서 정작 마야의 풍습에 대해서는 단편적인 정보 밖에 얻지 못했는데, 그나마 내가 캐치한 바로 - 마야인들은 잔인한 성향을 지니고 있었으며, 자해 의식도 있었고, 생각보다 대단한 문명은 아니었다는 판단이 섰다. 유명한 계단식 피라미드는 그렇게 거대한 규모도 아니고(이집트랑은 비교 자체가 불가할 듯) 문자 체계는 - 보고 있자니 웃음 밖에 안나오는 수준이었다.
 말 나온 김에 여기서 마야의 문자를 보고 내가 느낀 바를 좀 적어보겠다. 마야의 문자는 상형문자다. 책을 보아하니 뜻글자인 것 같은데, 그 문자는 문자가 아니다. 그러니까, 문자가 널리 통용될 수 있는 형태를 갖추지 못하고 한 글자 한 글자가 대단히 복잡한(한마디로 그림) 구조로 되어 있다. 오늘날 우리가 쓰고 있는 문자는 대부분이 선으로 이루어져 있다(이를테면 한글이 그렇다). 글쎄, 아직도 그림으로 된 문자가 존재할는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메이저의 위치에 있는 문자들은 전부 다 선으로 되어 있다. 하지만 마야 문자는 점, 선, 획이 아니라 그 자체가 매우 복잡한 그림이다. 만약 획으로 따진다면 간단한 글자라도 30획은 족히 넘을 것 같았다(복잡한 건 100획에 육박할 듯). 그걸 어느 천년에 쓰고 앉았나? 일견 신비로워 보이긴 하지만 실용성은 전혀 없는 문자였다.
 사실 내가 이 책에서 얻고자 한 바는 다음과 같은 류의 정보였다. 

「재미있는 것은 우리들이 거들떠보지도 않는 호박씨나 호박을 마야인은 기가 막히게 맛있다고 여긴다는 점이다.
 마야인은 사랑의 슬픔에 대해서도 잘 간파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야일(yail)이라는 단어는 사랑과 고통을 동시에 의미하는 말이기 때문이다.」 

 나는 여기서 역으로 서양인들은 호박씨나 호박을 먹지 않는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번역도 그리 충실한 편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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