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의 생애 에버그린북스 10
로맹 롤랑 지음, 이휘영 옮김 / 문예출판사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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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 역경을 딛고 일어난 사람들의 이야기는 항상 우리에게 감동을 준다. 분명 베토벤은 역경을 딛고 일어난 사람인데, 겉으로 보기에는 항상 자기는 불행하다며 신세한탄을 하여 그가 과연 역경을 이겨낸 건지 역경에 빠져서 허우적댄 건지 헷갈릴 때가 있다. 글쎄, 내가 봤을 때는 허우적대다가 승화시키기도 하고 그러다가 또 허우적대고 그런 것 같다(?). 그만큼 베토벤은 감정의 굴곡이 많은 사람이었던 것 같다.
 질풍노도 베토벤의 인생에 전제로 깔려 있는 것은 '불행'이었다. 

「"그의...소리를 내어 웃는 웃음은 듣기 싫고 괄괄하고 얼굴까지 찡그리는 웃음이었으며, 더구나 늘 짧게 끊어져 버리는 웃음이었다" - 그것은 기쁨을 자주 가져 보지 못한 사람의 웃음이었다. 그가 습관적으로 띠던 표정은 멜랑콜리였다. "사라질 수 없는 슬픔"이었다.」 

 그가 불행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어릴 적부터 아버지의 돈벌이를 위하여 혹사 당하였으며, 모친을 일찍 여의었고, 연애를 하는 족족 실패하였던 것만 봐도 충분히 이해가 간다. 거기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귀까지 멀어버렸다. 명색이 작곡가인데 귀머거리가 된 그의 심정은 오죽했을까? 이는 마치 사격선수가 맹인이 된 경우와 마찬가지이다. 베토벤은 많은 사람들과 친하게 지내고 싶어 하였는데, 귀가 안 들리기 시작하자 그 사실을 들키기 싫어서 사람들 만나는 것을 회피하였다. 스트레스가 엄청났을 것이다.
 사람과 사교를 하지 못하게 된 베토벤은 자연과 친하게 지내게 되었으며, 자연에서 영감을 많이 얻었다고 한다. 또한 그는 천성적으로 남을 돕는 일을 좋아했다. 

「"타인을 위해서 일할 수 있다는 것은 어릴 때부터 나의 최대의 행복이며 즐거움이었다"(1824년)」 

 나는 베토벤의 이미지 - 괴테와의 일화, 영웅교향곡의 일화 등 - 를 고려했을 때 그가 남에게 베푸는 것을 좋아하는 선량한 사람이라기 보다는 고집불통이고 자존심이 센 난봉꾼인 줄로만 알고 있었는데, 완전히 잘못 짚은 것이었다. 알고 보면 베토벤은 항상 남에게 무언가를 베푸는 입장이었다. 어려서는 가족에게 그랬고, 젊어서는 애인에게 그랬고, 늙어서는 조카(양아들)에게 그랬다. 그는 또한 가난한 사람들에게 힘을 주기 위하여 작곡을 한다고 분명하게 밝히기도 하였다. 대단한 사람이다. 이런 사람은 다음과 같은 말을 할 자격이 있다. 

「"괴로움을 뛰어넘어 기쁨으로!"(Durch Leiden Freude)」 

 오탈자가 좀 있었고 원서가 워낙 문장이 난해했던 것으로 보이는데, 그래도 번역을 일부러 그렇게 했는지 아무튼 읽기가 좀 어려웠다. 원래부터 베토벤은 내가 유일하게 좋아하는 고전 음악가였는데, 이제 그 위치는 확고부동해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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