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타 석가모니 - 그 생애와 가르침
와타나베 쇼코 지음, 법정(法頂) 옮김 / 동쪽나라(=한민사) / 2002년 3월
평점 :
절판


 불교는 특정한 신을 믿으라고 강요하지 않는다. 석가여래 부처님은 자신을 숭배하라고 강요한 적이 없다. 신자는 단지 부처님의 가르침 - 수행에 관한 최고수(부처님)의 수행방법 노하우 - 에 따라 자기가 잘하면 아라한이 되는 것이고 안 하면 윤회나 계속하게 되는 것이다. 부처님은 입적 직전에도 누구에게 의지하려고 하지 말고 수행자 스스로에게 의지하라고 설법하셨다. 

「"아난다야, 교단이 내게 아직도 무엇을 기대한단 말이냐. 나는 지금까지 안팎을 가리지 않고 진리를 설해 왔다. 법을 가르치는 데 힘을 아껴 본 일이 없다. 만일 내가 교단을 통솔한다든지 교단이 내게 의지한다고 생각했다면, 교단에 대해 지시를 내렸을 것이지만 그런 일은 없었다.
 ...아난다야, 그러므로 자기 자신을 등불 삼고 또 의지할 곳으로 삼으라. 다른 사람에게 의지해서는 안 된다. 법(진리)을 등불 삼고 법을 의지할 곳으로 삼으라. 다른 것에 의지해서는 안 된다."」 

 내가 봤을 때 이러한 부처님의 그릇과 자신을 믿지 않는 이교도는 모조리 섬멸해 버리겠다고 수시로 공갈 협박을 일삼는 야훼의 그릇은 - 비교 자체가 모욕이 되는 것 같다. 물론 여기서 타종교를 비방할 필요는 없겠지만, 내가 어렸을 적 불교를 접하면서 느끼게 되었던 생각이 그렇다는 이야기다(물론 나 역시 불교의 독실한, 그리고 정통한 신자는 아니다. 하다 못해 의지할 곳을 찾아 부처님과 천지신명 아무에게나 마음 속으로 비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아무튼 이렇듯 불교 신자 경력 15년 이상인 내가 부처님의 전기를 찾은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이 책은 와타나베 쇼코라는 일본인이 1965년도에 완성한 책을 최근에 법정 스님이 번역하여 내놓은 책이다. 현대에 나온 부처님 전기만 해도 그 수가 상당한데 그 중 엄선한 책이라고 법정 스님이 밝히고 있다. 부처님에 대하여 공부를 많이 했을 사람이 엄선하였으니 믿을만 하겠다 싶어 선뜻 책을 사게 되었다.
 책을 읽어보니 썩 새로운 이야기는 찾기 힘들었다. 나 스스로가 불교를 믿고 불교 고등학교를 나와서 불교를 따로 수업 받기도 하였으니 부처님의 생애에 대하여 시나브로 여러 부분 알게 되었던 모양이다. 따라서 여기서는 책 중간중간에서 발견한 특기할 만한 사실이나 훌륭한 가르침의 내용 같은 것을 옮겨 놓을까 한다.

 일단은 "원한은 원한에 의해 풀리지 않는다. 원한은 그것을 버림으로써만 풀어진다."는 말씀이 있었다. 이에 관해서는 부처님이 성불하기 전, 보살이었던 시절부터 같은 입장을 견지하고 있었던 사실이 있다. 다음은 부처님이 보리수 아래서 득도를 위한 마지막 섭정에 들어갔을 때 마왕이 건 싸움에 대한 기술 이후에 나오는 말이다. 

「보살과 마라의 싸움이라고는 하지만, 결국은 마라 혼자 설치는 데 불과하다. 보살은 상대편에게 조금도 적의를 가지고 있지 않다. 뿐만 아니라 항상 자비의 눈으로 바라본다. 보살이 승리한 원인은 바로 여기에 있다.」 

 참, 그리고 계족산에 관한 이야기가 있었다. 계족산은 한마디로 닭발 모양의 산을 뜻하는데, 내가 대전 살 때 우리집 뒷산이 계족산이었다. 대전의 5대산인지 6대산인지 중에 하나이다. 그런데 이 계족산은 원래 불교에서 나온 명칭이었나보다. 다음은 그에 관한 이야기이다. 

「부처님이 입적한 뒤 마하가섭은 율과 경의 결집을 끝내고 뒷일을 아난다에게 부탁한 다음, 드디어 입적할 때가 되자 라자그리하 교외에 있는 계족산鷄足山으로 간다. 산이 둘로 갈라진 사이로 들어가니 산은 다시 전처럼 합쳐진다. 마하가섭은 이렇게 해서 미륵불이 출현할 날을 지금도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부처님의 사람을 끄는 매력은 정말 엄청났었나 보다. 부처님이 성도했다는 소식을 듣고 부왕인 슛도다나왕은 아들을 보고 싶어서 귀향을 종용하려고 사자들을 보냈는데, 보내는 사자마다 부처님을 만나면 출가를 해버려서 돌아오지 않았다고 한다. 이는 마치 함흥차사 고사와 비슷하다. 물론 경우와 그 성격은 정반대지만 말이다.
 그리고 나는 부처님이 출가를 하고 성불하면서 가족과의 연을 끊은 것은 아닌가 하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전혀 그렇지가 않았다. 이는 다음 이야기를 보면 확실하게 알 수 있다. 

「아버지가 위독하다는 말을 전해 들은 부처님은 급히 카필라로 갔다...
 ...늙은 왕은 손을 내밀어 부처님의 손을 잡고, 그 손을 가슴에 대고 반듯이 누운 채로 합장해 만족하다는 뜻을 보이더니, 이윽고 숨을 거두었다.
 ...부처님과 난다는 머리맡에 서고, 아난다와 라훌라는 발 아래 서 있었다. 난다 등은 관을 메게 해 달라고 부처님께 청했다. 하지만 부처님은 뒷세상에 인심이 어지러워져 부모의 은혜를 저버리는 불효자식이 나올 것을 염려하여 모범을 보이려고 몸소 관을 멨다.」 

 부처님이 부왕의 임종을 지켰고, 그 상여를 직접 멨다는 건 지금껏 모르고 있던 사실이었다. 그밖에도 미래불인 미륵이 실존했던 부처님의 제자였다는 점, 어떤 비구가 고뇌 때문에 자신의 남근을 잘랐다는 이야기를 듣고 부처님이 "잘라 버릴 것이 따로 있었는데, 그는 잘라 버릴 것을 잘못 골랐구나."라고 말씀했다는 사실, 부처님에게 침묵으로 승낙하는 습관이 있었다는 사실 등 여러 흥미로운 기록들을 찾아볼 수 있었다. 거기다 다음과 같은 사실은 나에게 더욱 놀라운 것이었다. 

「부처님은 이것을 계율로 정해 모든 출가 수행자에게 지키도록 강요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생선이나 고기만 하더라도, 특히 스스로를 위해 잡은 것이 아닌 이상은 대접을 받으면 먹어도 좋다고 했다.」 

 부처님도 육식을 하셨던 것이다!!! 

 모든 번뇌를 끊어버린 부처님도 입적이 가까워지자 제자들의 뒷일을 걱정하였다. 

「부처님은 비구들을 둘레에 모이게 한 다음 말씀했다.
 "비구들이여, 누구든지 부처건 법이건 교단이건 도건 수행방법이건, 의문이 있는 사람은 서슴지 말고 물어라. 뒷날에 가서, 여래가 세상에 있을 때 물어보았더라면 좋았을 것을 하고 후회하지 않도록 지금 물어라."
 부처님은 몇 번이고 말씀했지만 누구 하나 질문하는 이가 없어 거기 있는 5백 명의 비구들은 적어도 흔들리지 않는 확신에까지 이르고 있었다는 것이 밝혀졌다.
 그때 부처님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그럼 비구들이여, 너희들에게 할 말은 이렇다. 모든 현상은 변천한다. 게으름 없이 정진하라."
 실로 이것이 여래의 마지막 말씀이었다고 경전은 기록하고 있다.」 

 괜찮은 책이라는 생각은 들었는데, 저자가 했던 이야기를 반복하는 경우가 너무 많았던 점이 흠이었다. 마치 독자에게 계속 복습을 시키려고 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부처님의 신비화에 관한 이야기나 약점처럼 보이는 부분에 대해서는 예수와 비교하는 경우가 몇 번 있었는데, 이는 예수도 이랬으니 부처님이라고 그러지 말라는 법 있느냐는 식으로 - 정당성을 보충하기 위한 수단으로 행해졌다. 나는 굳이 그럴 필요까지는 없었다고 본다. 오히려 예수는 단명하였으므로 더욱 영웅시되고 신비화 될 여지가 많은 사람이었고, 부처님은 예수가 죽은 연배 즈음에 해탈하여 우리나라 나이로 여든한 살이나 살았는데도 이렇다 할 허물조차 잡히지 않았으니 그 관리가 얼마나 철저하였을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저자는 부처님이 서양 계통의 아리아 인종이 아닌 티베트인과 비슷한 몽고족 계통의 사람이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또한 부처님 이전부터 불교는 존재하였으며, 그 불교에서 거명되던 부처님이 실제로 등장하게 되어 이를 발전시킨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이는 상당히 타당한 이론인 것 같다.

 나는 일개 중생인데, 적어도 이생에서는 깨달음을 얻기 힘들 것 같다. 솔직히 끊어버리기에는 욕망과 미련이 너무 강하다. 내가 그것들을 끊지 못하기 때문에 부처님을 존경하고 고승들을 존경하는 것이다. 요즘 들어 출가 문제도 가끔 생각해 보고는 있지만, 그때마다 욕심과 미련이 이를 가로막는다. 둘은 서로 모순되는 관계인데, 나에게는 후자의 힘이 너무 강한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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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심일체 2007-12-22 1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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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ibc 2008-02-03 0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솜씨가 좋으시네용~ 리뷰 잘보고 갑니다~ 성불하세요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