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의 삶과 죽음 시공 디스커버리 총서 3
이브 코아 지음 / 시공사 / 199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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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나는 크고 강한 생물을 동경한다. 고래는 크고 강한 생물의 극단에 있는 녀석이다. 따라서 나는 고래를 좋아할 수밖에 없다. 

 학교 서점 앞에서 40프로 세일인가 하길래 바로 사뒀던 책이다. 이 책은 고래의 프로필에 대해서 그리 자세하게 다루고 있지는 않다. 그보다는 포경의 역사를 더 비중 있게 다루고 있다(그러다 보니 돌고래 류는 거의 언급되지도 않는다). 그래도 크게 상관은 없었다. 내가 좋아하는 고래는 흰긴수염고래와 향유고래인데, 그들이 바로 - 안타깝긴 하지만 - 지구상에서 가장 포경을 많이 당한 고래들이기 때문이다.
 이 책에 따르면 포경산업이 발달하기 시작할 당시 - 수백만 마리의 개체가 존재하였을 때 - 에는 향유고래의 덩치가 상당히 컸다고 한다. 1841년에는 태평양에서 27.5 미터 짜리 향유고래가 잡힌 기록도 있단다. 그러나 고래사냥이 본격화되고 개체 수가 급격히 줄어들자 고래 스스로가 생식 가능 연령을 앞당기게 되었고, 따라서 덩치도 줄어들게 되었다고 한다. 사람들도 참 왜 그렇게 고래를 많이 죽여서 애들 체질까지 바꾸게 하는지... 환경파괴는 안 좋은 것이다.
 아무튼 책 중간에는 내가 고등학교 때 2년인가 3년간에 걸쳐서 독파하였던 <백경>의 주인공 '모비 딕'의 실제 모델에 대한 이야기가 실려 있어 눈길을 끌었다. 

「모샤 딕이라는 이름은 1810년경, 칠레 근해의 모샤라는 섬에서 이 고래와 인간이 처절한 싸움을 전개했던 데서 유래했다.
 1840년 7월, 영국 포경선의 승무원은 혼자서 헤엄치고 있는 거대한 향고래를 발견했다. 수면에 나타난 그 고래의 길이는 22m나 되었다.
 모샤 딕이었던 것이다. 두 척의 포경정이 바다에 띄워지고, 곧이어 향고래를 추격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고래가 정면으로 공격하여 포경정 한 척을 물어서 박살냈다. 고래가 잠수를 하자마자 다른 포경정의 선원이 서둘러 생존자를 건져 내려고 했다. 그 순간, 바닷속에서 모샤 딕이 솟구쳐 올라와 포경정을 덮쳤다. 포경정에서 선원들이 튕겨 나갔다. 이때 살아 남은 선원은 그 괴물고래의 이마에 백색 칼 자국이 나 있었다고 증언했다.
 한 달 후, 두 척의 포경정이 외따로 있던 고래 한 마리를 잡았다. 잡은 고래를 본선 쪽으로 끌고 가는데 갑자기 모샤 딕이 나타났다. 모샤 딕이 포경정 한 척을 부수는 동안, 다른 포경정은 간신히 그들이 잡은 고래 뒤에 숨었다. 본선이 다가와서 선원을 구조하고 떠날 때까지, 모샤 딕은 마치 죽은 고래를 보호하려는 듯이 그 곁에 머물러 있었다.
 모샤 딕에 관한 이처럼 놀라운 사실들은 그가 죽을 때까지 일어났다. 이 고래는 1859년 스웨덴 포경정에 의해 마침내 피살되었다. 모샤 딕은 만신창이가 되어 있었는데, 그 당시 19개나 되는 작살이 꽂혀 있었다. 이 고래의 이야기는 전설이 되어 버렸다. 살아 있는 동안의 모샤 딕은 바다를 누비던 모든 포경선원을 공포에 떨게 했다...」 

 가끔 한 무리의 고래떼가 바닷가로 밀려와 죽었다는 기사를 보게 된다. 책은 이러한 현상의 원인을 고래의 귀에 생긴 기생충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니까, 고래 무리의 대장이 귀에 기생충이 생겨 버리면 방향 감각을 상실하게 되고 이를 무작정 따라가던 다른 고래들까지도 바닷가로 돌진하게 된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고래의 물뿜기는 진짜로 물을 뿜는 게 아니라 숨을 내쉬는 것일 뿐인데 거기 포함된 수증기가 물처럼 보이는 것이라고 한다. 

 세상 모든 동식물들은 - 가축, 농작물 빼고 - 인류에 의해 멸종 위기까지 다 가 본 것 같다. 고래도 예외는 아니다. 요즘 고래를 보호하는 움직임이 활발하다고 하는데 모든 포경업자들은 이러한 대세에 따르는 것이 지당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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