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두교 : 왜곡된 아프리카의 정신 시공 디스커버리 총서 41
라에네크 위르봉 지음 / 시공사 / 1997년 5월
평점 :
품절


 책의 제목은 '부두교; 왜곡된 아프리카의 정신'이다. 제목만 봐서는 부두교 자체가 왜곡되어 있는 - 부정적인 종교라는 것인지 사실 별 문제가 없는데도 왜곡된 모습으로 알려져 있는 종교라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읽어보면 알겠지만, 답은 후자이다. 나는 사실 처음에 책 제목을 보고 전자쪽으로 생각을 했었다. 나 역시도 이분법적이고 닫힌 사고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 중 하나였나보다.

 저자는 프랑스 사람인데, 그래서인지 한때 프랑스의 식민지였던 아이티의 부두교를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다. 원래 나는 아프리카의 원조 부두교를 알고 싶어서 책을 읽은 건데 그 점에는 다소 실망을 했다.

 아무튼 아이티의 부두교를 설명하려다 보니 그 섬의 역사에 대한 서술이 선행되었는데, 정말 안타까운 것은 아이티 원주민들에 대한 이야기였다. 16세기 초, 아이티에는 130만 명의 원주민들이 살고 있었으나 강제노동, 학대, 질병 등으로 인하여 15년만에 인구가 6만 명 미만으로 격감하였다고 한다. 비유를 해보자면, 135만 명이 사는 대전광역시에서 중구 대흥동 주민들만 빼고 죄다 몰살 당한 것과 마찬가지다. 정말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그 자리에 흑인 노예들이 들어오게 되었다. 여기는 내가 얼마 전에 읽은 흑인 노예에 관한 책과 겹치는 부분이 많았다. 아프리카에서 흑인들이 흑인들을 잡아다 팔았다는 내용이 나올 때 유독 나의 눈길을 끈 문장은 다음과 같다. "데피 란 기넨, 네그 라이 네그(기니에서 이미 검둥이들은 검둥이들을 중오했다)." - 크레올語로 된 격언

 부두교는 기괴한 흑마술(이를테면 좀비 만들기)을 사용하고 우상을 숭배하며 사람을 제물로 바친다는 등의 왜곡된 이미지로 알려져 있다. 저자는 이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비판한다.

 

「그러나 부두교도에게 부두교는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처럼 마술이나 주술과 동일시되지 않는다. 둘을 혼동하는 사람은 주로 외부 관찰자이다. 그들은 언뜻 듣기에는 '현실적인' 부두교도의 말에 현혹되고 종교체계의 위계질서 개념에 몰두해 자신들의 종교가 억압하는 것을 부두교에 투영하고자 했던 것이다.」

 

 가톨릭 교도들이 자기들 내면에 억눌려 있던 욕구를 부두교에게 뒤집어 씌웠다는 것이다.

 사실 부두교는 우리의 무속 신앙과 다른 점이 거의 없었다. 그들은 죽은 조상들을 숭배하고 그들에게 기원을 올리는데, 이 점은 우리랑 다를 게 하나도 없다. 우리에게 샤먼(무당)이 있는 것처럼 부두교에도 '운강'이 있다. 둘의 개념은 완전히 똑같다. 그러니까, 그 자신이 매개체가 되어 신과 소통하고 일반인들에게 신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다. 부두교도들은 정령(르와)들을 신봉하는데, 우리나라도 터줏대감이니 제석님이니 서낭신이니 하는 수많은 신들이 있다. 그들과 정령들은 전혀 다른 점이 없다. 책에는 부두교의 의례 절차가 대강 나와 있었는데, 이도 내가 구전문학 수업 때 배운 무당의 굿놀이 절차와 유사한 점이 많았다. 한마디로 부두교와 우리 무속 신앙은 거의 완전히 일치했다. 다만 한가지 다른 점은 부두교의 경우 일반 신도들도 신이 들릴 때가 많으며 좀 더 깊은 신앙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뭐 일반인이야 신 들릴 일은 극히 드무니까 말이다. 또한 무속을 그렇게 심하게 믿는 사람도 별로 없다.

 부두교는 그동안 무수히 탄압을 받아왔는데, 그때마다 가톨릭의 등 뒤에 숨어서 명맥을 유지하였다. 탄압의 주체가 가톨릭인데 그 뒤에 숨었다는 것이 일견 아이러니컬하기도 하다. 부두교도들은 가톨릭을 믿는 척 하면서 마음 속으로는 르와들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마리아 그림을 앞에 두고 기도하면서 여자 르와를 떠올리는 식이다.

 

 서두에 이야기했지만 아프리카 본토의 부두교를 별로 다루지 않아 썩 마음에 들지는 않았다. 하지만 아프리칸들의 부두교가 동아시아의 무속신앙과 거의 일치한다는 점은 참으로 신기하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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