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로 배우는 공룡의 생태 한빛비즈 교양툰 3
갈로아 지음 / 한빛비즈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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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인터넷에서 '세뿔돼지' 시리즈 만화를 본 적이 있다. 세뿔돼지란 트리케라톱스를 일컫는 말이었는데, 병맛 넘치는 약 빤 만화였다. 그 후 혹시나 해당 만화의 후속회차가 연재되지는 않았나 하고 찾아보던 와중에 세뿔돼지 시리즈가 책으로 나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게 웬 걸 하고 알아보니 세뿔돼지 책은 한정판 부록이고, 메인은 이 책이라고 하는 거다. 저자의 만화를 디시인사이드 공룡갤러리에서 얼핏 본 적이 있는데 의외로 고퀄이었던 기억이 있어서 결국 '세뿔돼지'를 질렀다. 그러자 이 책이 부록으로 딸려왔다(?).

받아보니 이건 뭐 그냥 고퀄이 아니라 역대급 명작이다. 90년대 중반 김수정 화백의 퀴즈탐험 신비의 세계 시리즈 공룡편을 능가하는 - 최고의 공룡책이 나왔다. 퀴즈탐험도 당시에는 최신의 연구결과들을 반영하여 혁신적인 공룡서적으로 내 나름 인정한 바 있는데, 이 책은 그냥 典範이다. 저자의 전문성부터 차이가 난다. 김수정 화백이 못났다는 게 아니라, 이 사람은 아예 직업이 곤충학자다. 그리고 고생물 덕후다. 저자 소개 부분을 보면 어렸을 적 공룡 화석 찾겠다고 놀이터 흙을 파다가 실망했다는 내용이 나오는데 마치 내 얘기를 듣는 듯 했다.

지질학, 생물학, 진화학 등등 다방면에 조예가 깊은 저자가 최대한 알기 쉽게, 병맛을 섞어가며 이야기를 엮어 가는데 가히 청산유수에다 뇌리에 정보가 팍팍 들어왔다. 게다가 2019년 현재 최신 연구결과들을 반영하여 고증에 굉장히 충실한 그림들을 그려놓았다. 그러면서도 다음과 같은 멘트를 통해 본인의 책을 진리라고 생각할지도 모르는 독자들을 경계하고 있다.

「특히 공룡 연구에서는 정말 많은 공룡책이 쓰레기통에 던져질 만한 정도의 과학혁명이 자주 일어나며 해석과 양태가 빈번히 바뀐다. 그래서 공룡을 소개하는 내용을 볼 때, '저것이 사실이다'라고 받아들이지 말고 실제 공룡이 아니라 (언제 깨질 지 모르는) 정교한 '모델링'을 보고 있다고 생각하면 좋다.」

저자는 이런 '모델링'을 완벽하게 구현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내가 모르고 있던 사실들도 많이 알 수 있었다. 특히 티렉스는 성대가 없어 포효 따위는 못하고 그르렁대기 밖에 못했다는 사실과, 이른바 '포유류형 파충류'라고 알고 있던 포유류 조상들이 지금은 '단궁류'로 재분류되었다는 사실, 그리고 공룡의 체온에 대한 골디락스 가설 등등 새로운 학설들을 많이 접할 수 있었다.

비슷한 예로 옛날 공룡책들 보면 대부분 공룡의 수명이 200년은 됐을 거란 내용이 실려 있는데, 이는 신진대사가 느린 파충류를 보고 유추한 것일 뿐이다. 현재는 화석을 통해서도 공룡의 사망 당시 연령을 알 수 있는데, 50년 이상 살았던 공룡이 거의 없는 걸로 알고 있다. 게다가 옛날 책에는 공룡이 죽을 때까지 성장했을 거라는 둥, 사자랑 티렉스랑 싸우면 티렉스가 진다는 둥 하는 이야기들이 많았는데 역시나 이 책은 그러한 낡은 학설은 반영하지 않고 있다.

일요일 오후 단 몇 시간 동안 앉거나 누워서 순식간에 읽어버렸다. 그만큼 몰입도가 높은 책이었으며 읽은 시간은 반나절이지만 감동은 반평생을 갈 만한 책이다. 저자에게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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