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 살림지식총서 62
문현선 지음 / 살림 / 200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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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무협소설에 대하여 잘 알지 못한다. 접해본 적도 거의 없고, 그 내용의 허황됨이 지나쳐서 - 판타지소설과 함께 - 격이 낮은 소설이므로 굳이 접할 가치도 없다고 생각해왔다. 그러한 심지가 상당히 굳기 때문에 이 책 또한 단순한 지적 호기심으로 -『조폭의 계보』처럼 무협 분파들의 계보같은 게 실려 있겠거니 하는 생각으로 - 가벼운 마음으로 구매를 하였다(2500원).

 하지만 책을 펴본 나는 실망을 금할 수가 없었다. 저자는 무당파니 소림사니 하는 무술인들의 조직에 대하여는 일체 설명을 하지 않고 오로지 '협(俠)'의 개념에 대한 원론적인 이야기들만 늘어놓고 있다. 자연히 그 과정에서는 내가 여하한 책들에서 수도 없이 봐 온 -『사기』「자객열전」의 내용이 계속해서 인용되고 번복되었다. 그런식의 개념 설명에만 책의 사분지삼 이상을 할애하고 있으니 내가 실망을 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리고 저자가 좀 젊은 사람이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이러한 류의 책에서는 도저히 용납될 수가 없는 해괴한 비속어들을 (인용문이 아닌)본문에서 여러 번 사용해서 책의 수준을 스스로 떨어뜨려 놓았다.

 아무튼 그래도 나는 '선비는 자기를 알아주는 이를 위해 죽는다(士爲知己者死)'라는 말을 참 좋아하고, 그럼에도 스스로는 그대로 행할 용기가 없는 터라 이미 그렇게 행한 사람들을 동경하는 바, 이 책을 읽음으로써 그러한 협객들에 대하여 좀더 구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게 되어 나름 의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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