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들이 의사의 부당의료에 속고있다 - 어느 의사의 고백
로버트 S. 멘델존 지음, 김세미 옮김 / 문예출판사 / 2003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제목은 일리노이 주 오크 파크의 전 공중보건국장 허버트 래트너 박사라는 사람이 한 말이다(64~65).

‘나는 현대의학을 믿지 않는다’라는 저자의 책을 읽고 이 저자의 다른 책도 읽어보고 싶었는데 마침 대구에 놀러갔다가 도서관에서 이 책을 보게 되었다.


25년이라는 세월과 미국이라는 공간의 갭이 있지만, 가까이는 내 가족부터 주변의 친구들에게서 접하는 현실이나 여기저기 글과 뉴스를 통해 접하는 한국의 현실은 이 책에 많은 공감을 하게 만들었다. 꼭 2년 전 ‘인물과 사상’이라는 잡지에서 ‘야만적인 한국의 출산문화’라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양돈업자가 우량돼지를 많이 얻는 이유를 설명하는 TV 프로그램을 보다가 자신이 11년 전 병원에서 아이 낳을 때 모습을 기억하며 사람의 출산이 돼지의 출산보다 못하다고까지 출산문화를 비판한 글이었는데, 이 책도 그 연장선에서 의사의 입으로 수많은 문제점을 다발로 풀어내고 있다.

이 책에 의하면, 산부인과가 생겨난 역사 자체가 여성에 대한 남성의 무지와 지배의식, 그리고 수입을 늘리려는 동기에서 출발했다고 볼 수 있다. 원래 아이를 낳는 일은 집안의 축제로 산파의 도움을 받아 산모가 가족들의 정서적 지원을 받는 분위기에서 이루어졌던 일이었는데, 의사가 개입하게 되면서 출산을 ‘병’으로 인식하게 만들었다. 역사는 출산을 의사 자신들의 ‘수입’ 문제로 생각해서 산파들을 몰아내고 병원에서 아이를 낳도록 만들었다. 의사들은 경제적 동기에서 산모(환자?)들을 병원으로 끌어들이려면 자신들의 말에 따르게 할 필요가 있었고, 그 필요에 의해 아이와 산모에게 해가 되는 각종 약물투약과 쓸데없는 여러 검사가 실시되었다. 저자는 각종 약물투여와 검사는 아이와 산모를 위해 이루어지는 치료(?)가 아니라 의사 자신을 위해 하는 치료이고, 그런 치료들이 오히려 산모의 몸을 악화시켜 산모를 병원으로 오게 만든다고 지적한다. 의사들의 그런 치료에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지적되자 집에서 아기를 낳는 것처럼 집안 분위기로 꾸미는 트릭을 써서 산부인과 병실을 바꿔놓았고, 산모나 그 가족들은 거기 속아넘어가고 있다.

무대를 우리나라로 돌려보자. 우리나라 역시 우리가 태어날 당시만 해도 병원에 가서 아기를 낳는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 내 엄마는 주사 한 대 맞지 않고 우리 네 명을 낳았다. 물론, 내 엄마 뿐이겠는가. 그런데, 지금은 당연히 병원에서 낳아야 되는 일이 되어버렸다. 아기를 낳는 건 여자인데, 산부인과 의사는 왜 대부분 남자일까? 이 문제를 풀어가다 보면 우리나라도 산부인과의 정체가 드러나지 않을까? 

아기가 빨리 나오도록 의사가 손을 질속으로 집어넣고 막 돌리더라는 친구 동생의 얘기, 음모를 밀어내더라는 친구의 얘기, 회음부를 절개한다는 책속의 수많은 얘기, 자기들 점심시간이니까 빨리 (애가 나오게)하자는 잡지에 나온 경험담, 옆구리를 얼마나 눌러대던지 아이를 낳고 나서 갈비뼈가 우드득 나간 얼마전 애를 낳은 내 먼친척의 최근 얘기까지 듣자면 애낳는 일이 야만적이라는 생각마저 든다. 아니나 다를까 동생의 아내(올케?) 역시 병원에서 애를 낳으며 여자로서 상당히 굴욕적인 기분이 들었다고 한다. 난 산모의 남편에게 자신의 아내가 병원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의사의 행동을 지켜보게 한다면 아기 낳고 싶어하는 남편이 있을까 그런 생각마저 든다. 

저자의 책 두 권을 읽고 나니까 병원이 병을 치료하는 곳이 아니라 병을 만드는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제약회사와 의사의 담합이 멀쩡한 사람들도 환자로 만들고 그런 환자들을 의사의 실험도구로 삼는 곳이 병원이다. 이 책을 읽은 이상 난 그 치욕과 의사의 횡포를 감당하며 도저히 애를 못 낳을 것 같다. 임신은 미친 짓이다. 적어도, 병원에서 아이를 낳는 거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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