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남자를 믿지 말라 스펠만 가족 시리즈
리저 러츠 지음, 김이선 옮김 / 김영사 / 2009년 8월
평점 :
품절


리저 러츠는 천재다!
이 책을 읽고 내가 느낀 가장 간단한 소감이다.

아아, 어쩜 이런 플롯을 짤 수가 있는건지.. 감탄 그 자체였다.
 
어느날 이웃집으로 이사 온 훈남.
사설수사관(탐정)이라는 직업을 지닌 여자 주인공.

직업병에 의해 새로운(그리고 흥미로운) 사람을 접할 때면,
늘 그 사람에 대한 뒷조사를 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여자.

그리고 왠일인지 자신의 신분을 철저하게 숨기려고만 하는 남자.

이상이 이 이야기 속 메인 스토리이다.

그리고 그러한 여자 주인공의 가족(가족들이 공동의 사무실을 운영함)들과
본의아니게 엮인 주변 인물들이 만들어가는 에피소드, 이것이 <네 남자를 믿지 말라>이다.
 
상황이 상황인지라 주인공의 수사욕구는 날이 갈 수록 불타오른다.
중대한 범죄자임에 자신의 신분을 숨기려고 할 것이라는 확고한 촉에 의지한 채 온갖 사건을 만들어낸다.

그런데 사실 이야기를 읽다 보면 그 옆집의 훈남은 주인공의 남자가 아니다.
주인공의 남자가 되기도 앞서 그런 성정을 이겨내지 못하고 끝내 갈등과 마찰을 빚어낸다.

이야기를 조금만 읽다 보면,
이 작가의 전작 <네 가족을 믿지 말라>라는 책에 대한 언급이 나오는데
(특정 사건에 대한 약술과 함께 자세한 내용은 전편을 참조하라고 함)

책을 읽는 내내 느낀 점은
나라도 이 가족이 내 가족이라면 절대 못믿겠다는 생각이었다.

고로 전작의 제목은 그 무엇보다 탁월한 작명센스라고 볼 수 있다. 정말 세상에 이런 가족에 어디 또 있을까?
 
이 엉뚱한 가족은 모든 것이 뒤죽박죽이다.
게다가 참... 병신같다.(이것은 정말 내 언어능력 안에서 최대로 순화한 표현이다.)

저자에 대한 정보를 찾기 위해 웹서치를 하던 도중
전작을 읽은 한 블로거가 각 인물들에 대한 가상캐스팅을 선정한 글을 찾았다.

<네 남자를 믿지 말라>를 먼저 읽은 나로선, 여주인공의 오빠 데이비드에 대한 캐스트와
어머니 역할의 올리비아 역할이 썩 탐탁치는 않지만,

이 포스팅을 통해서 나만의 공상만으로 그려보던 이야기가
각 실존 인물들과의 매칭으로 보다 현실적인 느낌으로 다가온 것은 사실이다.
(여주인공 이자벨과 여동생 레이의 싱크로는 단연 압권이다!)

아.. 요즘 개인적으로 좀 바쁘고 힘든 날들을 보내고 있는데, 또 책을 지를것 같다.

요즘 드라마 <선덕여왕>의 열풍과 함께 드라마 속 ‘비담’이라는 역할의 인기가 치솟고있다.
그런데 이 인물이 인기몰이를 하는 이유가 ‘잘생겼다’거나 ‘카리스마 있다’는 기존의 사극 인물 인기몰이 이유와 다르게
‘익살스럽고 유쾌하며..... 병신같다!’라는 것이 바로 그 이유다. 세상에 사극인데, 병신같다니...

그런 그를 드라마 팬들은 ‘치명적인 병신 비담’이라고 부른다.(나 또한 마찬가지다.;;;)

아마 이런 캐릭터의 인물을 다른 매체에서 찾아보자고 한다면,
나는 주저없이 리저 러츠 소설 속 주인공 이자벨 스펠만을 꼽을 것 이다.
(쓰고보니 위의 포스팅 속 이자벨 역할의 가상캐스트가 선덕여왕의 천명공주 박예진이다. 아아 공주님~!)

네 가족을 못 믿겠다고 하기 전에
니가 먼저 믿을만한 인물이 좀 되어봐라! 라고 윽박지르고픈 우리의 주인공 이자벨...

나잇값도 못하고,
매사엔 의심 투성이에,
그런 의심으로 시도한 일들은 사고로만 끝맺고,
게다가 자신의 잘못 따위 추호도 인정하지 않는.

진짜 병신 중 병신이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철부지 캐릭터를 참 비호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여주인공
정말 치명적인 흡입력을 지녔다.
(이 부분에서 비담이 거듭 떠올랐다.)

책을 읽는 내내, 과연 다음엔 어떤 사고를 칠까?
이번엔 어떤 이야기들이 그려질까?
이 주인공 대체 어떤 비범한 사고관념을 펼쳐놓을까?
하는 등등의 호기심과 관심을 억누르기 힘들었던 것 이다.

결국 이 책을 펼쳐든 날 나는 밤을 꼴딱 지새워 완독하고 말았다.

이 책을 뭐라고 정리해야 할까,
인간이란 누구나 자신의 일에만 관대하며 타인에게는 필요 이상으로 냉정하다.
그런 인간의 이기심이 가장 적나라하게 적용되는 상황이 바로 이 책이지 싶다.

망나니의 대명사
그런 극단적인 캐릭터를 보면서

‘적어도 난 얘보단 낫다’라는 자기 만족을 얻을 수 있었달까...
(게다가 책을 보는 동안 몇번의 폭소도 터뜨릴만한 재미까지 갖추었으니 금상첨화이지 싶다.)

긴말이 필요없다.
요즘 잠도 못자고 바쁜 일상 속에서 골이 딩딩거리는 몸 상태가 수일째 지속되는데
그런 와중에서도 하루빨리 <네 가족을 믿지 말라>를 읽어야겠다는 마음 뿐이다.

어서, 서점으로 달려가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신뢰의 속도
스티븐 M. R. 코비 지음, 김경섭.정병창 옮김 / 김영사 / 2009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실 이런 책은 언제나 내게 힘들다.

기본적으로 동화(조금 더 성장해서는 소설)라는 장르로 독서에 흥미를 붙여온 나같은 사람들은,
보다 재미있는 이야기 그리고 가급적이면 하나의 일관된 스토리가 있는 이야기에 익숙하기 때문이다.

이번에 접한 <신뢰의 속도>라는 책은 단지 제목 하나 때문에 엄청난 용기를 내어 선택한 책이다.
내가 인생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가치라고 생각하는 덕목 ‘신뢰’에 대해 ‘가치’혹은 ‘위대함’등의 식상한
키워드가 아닌, 과연 그 내용이 무엇일까..?라는 의문을 품게 만드는 ‘속도’라는 단어가 제시되었기 때문이다.


책을 읽다 알게 된 사실인데,
이 <신뢰의 속도> 저자는 이 책을 출간한 김영사의 효자 아이템(스테디셀러)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의 저자 스티븐 코비의 아들이었다.

자기계발서 꽤나 읽었다고 하는 사람이라면 아마 이 책을 모를리 없을 것이다.
그만큼 이 책 자체가 지니는 명성이나 책에서 소개되는 부자간의 모습은 무척이나 닮고싶고 배우고싶은 모습이다.

이 책에서 특히 좋았던 부분은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이야기에 대한 사례 제시였다.
그 사례 하나하나가 그 어떤 계발서보다 디테일하고 선명해서, 실제 그 현장을 직접 지켜보고 있는 기분이었다.
 
사람의 동기를 의심하는 순간, 그의 모든 행동은 순수하지 않게 보인다.
-마하트마 간디
 
본문에 삽입된 인용 구절이다.
저자는 책에서 소개되는 여러 상황들 속에서 매 순간 신뢰(쌓기)라는 부분에 최선을 다했다.

때로는 그것이 실험적 목표에 의한 관찰자적 입장이기도 했고
혹은 자신이 그것을 위해 노력을 하고 있다는 것 조차 눈치채지 못하는 본능적 행위이기도 했다.

중요한 것은 그러한 과정을 통해
세상의 수 많은 사람들이 부러워하고 경탄할만한 사업적 성과를 이룩했다는 것과,
그 결과 그러한 부분들을 불특정 다수에게 전달하고자 책을 집필하는 과정에까지 이르렀다는 사실이다.

우리 속담에 ‘형보다 나은 아우 없다’라는 말이 있다.
그런데 이번 <신뢰의 속도>를 저술한 스티븐 M. R. 코비는 형도 아닌 아버지보다 나은 아들이다.
그는 만인이 우러러보고 가르침을 받고자 하는 그의 아버지에게서 인정받은, 청출어람(靑出於藍)의 본보기인 셈이다.

우리가 이 책을 통해 주목해야 할 것은 본문에서 제시되는 글귀가 아닌
이 두 사람의 실제 관계와 그러한 결과가 도출되기까지 지속적으로 상호 협력한 과정이지 않을까 싶다.

부모가 자식을 키운다는 것,
그리고 그러한 부모는 자식이 그 누구보다 잘난 사람으로 성공하길 바란다는 것.


우리는 그러한 단순하고도 결코 식지 않을 만고불변의 진리를 이 책에서 배울 수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행복한 출근길
법륜스님 지음 / 김영사 / 2009년 4월
평점 :
품절



최근에 <행복한 출근길>이라는 책을 읽었다.
이 책을 읽기까지는 두개의 핵심적인 이유가 있었는데,

 

1. 근래에 불학에 대한 관심 및 애정이 지속적인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2. 법정스님의 <일기일회>를 감명깊게 읽었다.


 

그 중 두번째 항목에 적힌 <일기일회>의 경우는 책을 구매할 때 까지,
이번에 읽은 <행복한 출근길>과 같은 편안한 수필집의 느낌이라고 알고 있었던 것 또한 하나의 이유가 된다.

<일기일회>는 분명 내 독서 역사에 있어서 길이남을 주옥같은 책이었지만,
법문집이라는 특성상 편안하고 빠르게 읽기엔 어려운감이 큰(특히나 나는 비신도이기에) 책이었다.

반면에 이 <행복한 출근길>은 ‘모든 것은 오로지 마음이 지어내는 것‘을 의미하는
‘일체유심조’(불교용어)를 가장 현실적으로 반영하여, 아주 쉽고 편안하게 접할 수 있는 수필집이었다.



이번 <행복한 출근길>은 근래에 업무 수행에서 느껴지는 내 한계와 개인생활 사이의 번뇌를
적당히 해결해주고, 적당히 다독여 준 그런 책이었다.

나는 요즘 여러 방면에서 스스로를 괴롭히는 스트레스에 사로잡혀있는데,

내가 할 수 있다고 자부했던 분야에서 극명하게 느껴지는 나의 한계와
그런 부분들을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고 차일피일 미루는 나의 나태함(한두살 먹은 어린애도 아닌데 말이다)
더불어 그런 내용들에 대한 하소연을 뜬구름 잡는 수박 겉핥기 식의 위로로 일관하는 주변인들과의 관계까지.. 

도대체 ‘나는 무엇이며, 왜 이렇게 시간을 흘려보내야만 하는가’라는
다소 철학적이고도 스스로 구할 수 없는 질문에 대한 답을 제시해줬다.

작년 이맘때쯤인가.. 아주 정신을 못차리고 탐닉했던 드라마 <그들이 사는 세상>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서로를 너무나 사랑했지만, 본인들의 의사와 관계없이 여러 현실적 장벽에 의하여 강제이별해야만 했던 한 커플.
그들은 이별의 순간을 보다 담담하게 맞아들이기 위해 한적한 사찰에서 닷새간의 묵언수행을 통해 서로를 정리한다.

그리고 어떻게 저런 상황 설정을 할 수 있었을까 싶어
아주 오래전부터 존경해 온 작가님이었지만 새삼 그 마음이 더 각별해졌다.
이제까지 봐왔던 드라마 속 그 어떤 이별보다도 숭고해보이고 안타까웠던 장면이었다.

그런데 그런 상황들이 모두 법륜스님과 노희경 작가님의 인연에 의한 영향이었다니..!
내가 손에 들고 읽는 내내 연신 감탄을 놓지 못했던 그 책의 저자를 통해 나의 롤모델이 완성되었다니!

이 책은 이와같이 여러 부분들에 있어서 참으로 의미있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이제는 주변에 나와 같은 고민과 해결할 수 없는 번뇌에 사로잡힌 지인들에게 읽기를 권하고 있다.

사실 모든 것이 해결됐다고 확언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보다 편안하게 마음먹고, 그래봤자 앞서가는 이와 나의 차이는 크게 다름이 없다는 것을 얻었다.

주변에 자신이 해결해 줄 수 없는 고민과 어려움을 안고 있는 지인들에게 이 책을 선물해봄이 어떨까.. 하는 마음이다.
때로는 그 어떤 화려한 말과 대단한 위로치레보다, 가슴을 따뜻하게 하는 진심어린 포옹이 더 큰 위안이 되듯이
‘정말 힘들때면, 굳이 애써서 힘내려고 하지 않아도 괜찮단다’라고 말해주고픈 우리의 지인들에게
당신이 겪고 있는 어려움 또한 우리도 느끼는 것이며, 결코 그것 때문에 그동안 최선을 다해온 그대의 노력이
한 순간에 사라진다거나 하지는 않을거라고.. 그런 따뜻한 진심을 보다 분명하게 대신 해 줄 그런 책이라는 생각이다.

문득, 이래서 사람들이 명상을 하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언젠가 당장 내가 해야만 하는 일들이 어느정도 정리되는 순간
드라마 속 주인공처럼 인적이 드문 사찰에 묵언수행을 떠나고픈 마음이 강렬해졌다.

내가.. 이제껏 해 온 노력들이, 결코 아무것도 아닌것이 아니라는 확신과 위로를 얻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미실 - 2005년 제1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김별아 지음 / 문이당 / 2005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우연히 고3때 같은반 친구가 들고있는걸 보고 재밌으면 빌려달라고 했는데, 무척 야하다고(..*) 해서 첫 장을 펼쳐들었다가 주인공 미실 그리고 작가 김별아님의 문체에 푹 빠져들었다. 실제로 존재했었다고 전해지는 신라의 색공지신, 그 중 가장 유명했던 미실의 일대기에 대해 소설로 쓴 책이다. 요즘 드라마 선덕여왕의 붐으로 국내 서점 베스트셀러 코너에 연일 장식되고 있는 그녀의 이야기. 나는 이 이야기가 책으로 출간된 2005년 이래, 적어도 매년 1번씩은 그녀와 마주하기 위해 노력한다.


 신라 왕족들의 밤을 책임지고 원기를 북돋아주는 역할의 임무를 맡았던 색공지신들. 오히려 21세기의 현재보다도 개방화 된 성 도덕 체계 속에서 그들이 살아나가는 법과 그들만의 사랑, 애증, 번뇌 갈등을 그려 낸 한편의 장황하고도 화려한 이야기이다. (나는 이 책 이후로 김별아님께 푹 빠져서 이후에 출간된 <논개> 상하편과 <김구>, <영영이별 영이별> 그리고 신간 <열애>를 소장하고 있다.)




 드라마 선덕여왕이 방영되기 이전에도 미실은 배우 서갑숙씨에 의해 드라마(연개소문)와 연극무대에서 연기된 바 있었다. 개인적 추측이기는 하지만, 한때 그녀가 출간해 엄청난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던 <나도 때론 포르노그라피의 주인공이고 싶다>라는 저서에서 오는 이미지와 관계된 것이 아닐까싶다.


 나는 대체로 수수하고 온유한 문체를 좋아하는데, 그런 의미에서 내가 김별아씨의 책들을 사랑하고 모두 소장하기 위해 애쓰는것은 매우 이례적이고 예외적인 현상이다. 그녀의 문체는 매우 화려하다. 때로는 사전을 한 권 펼쳐들고 책을 읽어야 할 만큼 어렵고 심오하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그녀의 이야기를 사랑하는 이유가 있다. 그녀는 내가 사랑하는, 그래서 꼭 만나고픈 역사 속 인물들을 그 누구보다 생기발랄하고 아름답게 살려낸다. 마치 내 마음 깊은 곳을 들춰보기라도 한 듯.


 개인적으로는 미실이란 인물과 그녀의 배경적 여러 요소들을 통해 볼 때, 전혀 예상범주에 들지 못했던 배우 고현정이 그녀를 새롭게 재 탄생시켰다는 사실에 매우 만족하고 있다. 더불어 내가 김별아 작가님의 책에서 접하지 못한 미실의 모습들이 많이 표현되는 것 또한 하나의 생소함이고 흥미로움이다. 앞으로 선덕여왕에서 진행될 무수하게 남은 이야기 속에서 보다 더 매력적이고 활기넘치는 미실을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내 심장을 쏴라 - 2009년 제5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09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언제부터 이렇게 합리적이고 계산적인 인간이 되어버렸던가.. 라는 물음이 반복되는 책이었다. 이제껏 리뷰를 쓸 때, 이렇게 머뭇거린 적이 없는데 실로 오랜만에 어렵다는 느낌을 받았다. 차라리 수준 높은 인문/철학서를 접했다면, 무슨말인지 하나도 모르겠다는 내용으로 리뷰를 대체했을 것이다. 이 책은 그런 범주를 벗어난다. 무언가 쓰기 위해 펜을 집어들거나 키보드 위에 가지런히 손을 얹었지만 결코 그 운을 뗄 수가 없었다. 현실과 이상의 괴리라는 말도 참 오랜만에 느껴보게 한 책이었다.

국내에는 참 여러가지 종류의 문예전에 존재한다. 그 중 김별아의 <미실>로 1회부터 그 존재를 눈여겨 본 <세계문학상> 같은 경우는 특히 그 가치가 대단한 것 같다. 이 문예전을 통해 수상한 작가들의 작품은 대부분 치밀한 연구와 자료조사를 바탕으로 한 작품임이 한눈에 봐도 강하게 와닿는다. 책으로까지 출간되는 자신의 작품 중 어느 작가가 과연 연구나 조사에 소홀하겠냐만은 <세계문학상>을 통해 세상의 빛을 보는 작품들은 그러한 특징이 유독 더 강렬한 것 같다. 내가 일상에서 다독을 실천하려는 가장 큰 이유는 ‘새로운 것을 배우는 즐거움’ 때문인데, 그러한 욕구를 가장 원초적이면서도 강력하게 실현시켜주는 작품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바로 <세계문학상> 수상작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는데 어려움이나 불편함이 컸던 이유는 단 하나다. 현실을 모르는 철딱서니없는 주인공 남자. 아직 많지도 않은 나이에 누군가의 생활력이나 현실감에 대해 뭐라고 비평할 처지는 아니지만, 이 남자는 정말 소설 속 그의 나이보다 어린 내가 봐도 정말 한심하다. 특히 본문 초반에서 언급되는 「아버지는 왜 내가 내 방에 박혀 평온하게 지내는 꼴을 눈 뜨고 못 봐주는 건지. 하나밖에 없는 아들을 비바람 몰아치는 거리로 내몰면 책장수 인생이 좀 덜 따분해진다던가?」 이 단락에서는 정말 무시무시한 분노가 치밀어올랐다. 무신경하고 무기력한것까진 봐주겠다, 그런데 그 속에서 빚어지는 마찰에 대해 자신이 아닌 타인과 세상에 대해 책임전가까지 하는 무책임함까지!! 난 정말 책을 읽는 도입부에선 그를 찾아가 “정신차리라”며 한대 쥐어박고 싶은 마음이었다.

문학은 그저 문학일 뿐인데, 나는 언제부터 이렇게 염세적이고 시니컬한 인간이 되어버린걸까. 책을 다 읽고나니 이런 물음이 떠올랐다. 나도 섬세한 표현력과 비범한 스케일이 엿보이는 정보에 감탄하고 설레이던 시절이 불과 얼마전까지 고수하던 여대생이었는데.. 대체 무엇이 날 이토록 자극적이고 날카롭게 만든 것일까..?라는 물음말이다. 조금 슬프지만 주인공처럼 허공에 부유하는 먼지같은 삶을 살 바에야, 신경과민의 날카로운 이 태도가 이 각박한 세상을 헤쳐나가는데는 비교우위라는 합리화로 결론을 맺어야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을 통해 알게 된 또 하나의 세상(정신병원이라는 배경과 그 요소들간의 괴리들)에 대해 여러가지 정보를 습득하고 긴장했던 것은 정말 큰 즐거움이었다. 그 어떤것도 아닌 문학이 줄 수 있는 가장 큰 특혜를 새삼 맛 본 것이다. 작가는 이 작품을 쓰기 위해 수많은 작품청탁을 마다하고 수년의 시간을 투자했다고 한다. 그 고행을 통해 이런 훌륭한 작품을 낳았으니, 이젠 보다 왕성한 집필 활동으로 우리 문학계에 더 많은 가능성을 심어주었으면 한다.

결말로 갈 수록 주인공 남자 또한 시대적 모순과 격랑 속에서 희생된 피해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보다 불쌍한 이는 주인공 남자의 아버지였다. 모진 인생 속에서 청춘을 바치고 얻을 수 있는 노년의 평온조차 허락받지 못했던 우리네 부모들의 대변적 모델. 나는 그 딱하고 슬픈 인물에 더 없는 애도를 보내며 이 서평을 마무리지으려고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