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의 경영학 - 리더가 알아야 할 모든 것
김영수 지음 / 원앤원북스 / 2009년 7월
평점 :
절판


 


오랜만에 세븐툴즈에서 리뷰도서로 신청한 책. 바로 이 녀석이다 <사기의 경영학>


요즘은 워낙 다양한 부분에서 경영에 대한 힌트를 얻고, 특히 그 출처가 이전에는 백해무익한 사회악적인 분야에서조차 많이 도출되는 만큼 내 주변인들에게는 ‘사기꾼’ 할 때의 사기로 오해를 받았던 매우 난해한 제목의 명작. 하지만 오해는 금물! 이 책은 진짜 고전중의 고전 사마천의 <사기>를 통해 알아보는 인문경영 해설서의 한 갈래다.

 


 

이 책은 나라를 훌륭하게 경영(or 경영자를 보좌)함으로써 천하제패를 꿈꾸던 영웅들의 시대를 다룬 역사서가 <사기>인 만큼 ‘경영학’이라는 제목 타이틀을 붙인 도서임에도 불구하고 본의 아니게 자꾸 정치적인 멘트로 유도되는 것, 그것이 조금 아쉬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찌 보면 제목에 편안하게 흡수시킬 수 있는 사례를 제대로 택하지 못한 탓일지도 모르겠다. 한 시대를 풍미했고, 그것이 혈통을 통해 전수된 장사꾼 여불위와 같은 캐릭터를 많이 소개해주었더라면 참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간절해졌다.

 


 


책을 읽는 동안 그 어떤 인물들보다 나의 흥미를 자극했던 여불위 그리고 그의 저서 <여씨춘추>
 

지난 주 강남 ‘성공을 도와주는 가게’에서 세븐툴즈 오프모임이 있었는데, 요즘 어떤 책을 리뷰중이냐는 물음에 읽은 지는 꽤 됐으나 서평을 미적거리고 있다며 수줍게 소개한 이 책이 꽤 많은 분들의 관심을 모았다. 그리고 이번에도 마찬가지였지만 어떤 책에 대해 화두가 떠오를 때 항상 받는 “그 책 어떤가요, 추천할만해요?”란 질문을 받았을 때, 나는 이 책을 이렇게 설명했다. (현장에서는 전달하는 내용이라 존칭으로 설명을 붙였지만 아래는 위와 같은 블로그 서평의 문체로 통일함)

 

이런 책을 읽는 사람은 비단 그 내용이 아무리 훌륭하고 꼭 접해봐야 할 주옥같은 명작이라고 해도 총 130권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의(게다가 매우 어려운) 사기를 모두 통달할 자신도 시간도 없는 사람일 것이다. 그렇기에 가급적 중요하고 농밀한 지혜가 응축된 덩어리들을 만나보며 대리만족을 느끼기 위한 방책으로 이런 대안들을 선택하게 되는데, 이 책의 전반에서는 같은 사례를 여러 번 반복해 소개하는 것으로 부푼 기대를 안고 한 장, 한 장, 책을 넘기는 독자에게 많은 아쉬움을 주었다.

 

반면 중국사와 중국의 고전을 통달한 석학이라고는 하나, 이쪽 분야에는 아직 생소할 수 있는 저자가 어쭙잖게 현대의 경영이론에 대해 감 나라~ 배 나라~ 하지 않은 것은 정말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전에 이와 비슷한 맥락으로 일반 로맨스 소설에서 ‘마케팅적 관점’이라는 단어를 남발하는 작가에게 매우 분노했던 경험이 있다.)

 

무릇 여행지나 책은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라고, 진정한 지식인이자 경영론자라면 사기에 대한 해설이 주를 이룬 이 책을 통해서도 분명 큰 고찰과 깨달음을 얻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 날의 기억을 더듬으며 이렇게 서평에 대한 내용을 정리하다보니 문득 책에서 접한 명언 한 구절이 떠올랐다.

 

외거불피구 내거불피친外擧不避仇 內擧不避親
인재를 선발하는 데 있어 원수라고 해서 꺼리지 않고 아들이라고 해서 피하지 않는다.

 

최근에 읽은 <정성>도 그러했거니와 언제나 느끼는 내용이지만 이러한 인문 경영에 관한 책들이나 자기계발서는 늘 핵심 주제로 사람을 내세운다. 방금 전 나의 트위터(@hwimun)에도 트위트 한 내용이지만 ‘인생사 통틀어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대인관계이며 가장 어려운 것 또한 그것과 같다.’고 주절거린 내용이 다시금 절실해지는 새벽이다.

 

타산지석他山之石과 온고지신溫故知新의 교훈을 깨우치는 적절한 실용서 <사기의 경영학>. 이 책의 저자인 김영수 박사는 EBS를 통해 ‘사기와 21세기’라는 강의(☞링크)를 한 이력도 있는 명실상부 국내 최고 수준의 <사기> 전문가이다. 어쨌거나 나는 이 책을 통해 잠시 재워뒀던 중국사와 삼국지에 대한 흥미가 마구 샘솟기 시작했다. 조만간 영화 <공자: 춘추전국시대>를 보러 극장을 찾을 예정인데, 아마 이것까지 점령하고 나면 EBS 결제 쿠폰이나 삼국지 전권 셋트를 지르고 있는 내 모습을 전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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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 140문자가 세상을 바꾼다 - 세상과 소통하는 가장 빠르고 쉬운 채널, 전 세계가 한 눈에 반해버린 140자의 마법
코구레 마사토 외 지음, 손진성 옮김 / 김영사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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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블로그를 처음 시작(네이버)한 것은 2007년 여름이다. 남들처럼 정보 교류의 장에 뛰어들고 싶었다거나 파워블로거를 지향하는 거창한 목적의식이 있었던 것은 아니고, 생에 첫 해외여행을 다녀온 후기를 올리고 싶은데 기존에 사용하고 있던 미니홈피는 너무 작고 여러모로 불편하다는 것. 단지 그 이유에서였다.

그렇게 시작한 블로그가 의외로 내 취향에 딱 맞는다는 걸 느끼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나는 평소에 여러 가지 내용들을 보고 듣고 생각하는 것을 즐기며, 그 중에서 감명 깊었던 것을 타인에게 전달하기 좋아한다. 누군가를 만나 수다를 떠는 것만으로는 생산성의 한계가 분명한데, 그것을 메워줄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수단이 블로그였던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열정은 그다지 오래 지속되지는 못했다. 그것은 이번에 읽은 책 <트위터, 140문자가 세상을 바꾼다>에서 저자가 밝힌 내용에 심각하게 공감했던 부분인데, 하나의 포스팅을 작성하는데 너무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는 것. 그리고 쟁쟁한 블로거들 사이에서 초라해 보이는 내 블로그를 절대 용납할 수 없을만큼 스스로 욕심이 많다는 것 등이 문제였다. 이런 사소하지만 결코 외면할 수 없는 문제들은 지구력 결핍증의 나를 너무 빠른 속도로 지치게 했다.

이러한 계기로 다시 돌아온 미니홈피와 카페 커뮤니티를 전전하던 내게 새로운 서비스가 다가왔다. 이름하야 ‘모바일 기반 마이크로 블로그 토씨Tossi’. 당시 커뮤니티 활동을 하다 여러모로 큰 도움을 받은 지인분의 요청으로 가입해 달인 이벤트에 참여한 것을 계기로 지금까지 약 2년째 아주 즐거이 사용하고 있는 국내 기반형 SNS(Social Network Service)다.
 




이 사이트는 오픈 후 반년동안은 비회원이라면 아예 댓글도 작성할 수 없는 체제로 운영되었다. 또한, SK 텔레콤에서 출시한 덕분에 SKT 유저라면 저렴한 가격에 토씨 내 무선인터넷은 무제한 무료 이용이 가능했던 터라 주로 20대 중반 이상의 직장인들이 많이 참여해 전반적으로 성숙하고 수준 높은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으로 나를 잡아끌었다.

이후에 사이트 홍보를 위해 합류한 유명인사, 과도한 초기 이벤트 남발 및 비회원 덧글 작성 제한 해제로 물이 많이 흐려지기는(?) 했지만, 블로그임에도 불구하고 주기적이고도 장기적인 Social Network가 가능하다는 것. 이 공간을 통해 그 어느 것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인연과 많은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는 사실 등을 통해 아직까지는 내 온라인 커뮤니티 활동 경력에서 최고의 기억이자 선택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리고 바로 이 토씨 때문에 트위터에 대한 흥미도 딱히 일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 <트위터, 140문자가 세상을 바꾼다>를 읽던 중 결국 참지 못하고 새로운 계정을 만들었다.(@hwimun)




일본의 두 파워블로거가 전하는 트위터라에 대한 개괄적인 설명과 일본 사회 내에서 이 서비스가 지니는 역사 그리고 파급력. 나아가 블로그와 트위터의 차이를 비교·분석함으로써, 우리는 왜 트위터를 선택하지 않을 수 없는가에 대한 강력한 동기부여를 제공하는 것이 바로 이번에 읽은 <트위터, 140문자가 세상을 바꾼다>이다. 

지금까지 온 매체에서 그토록 떠들썩하게 트위터를 외쳐도 난 그저 시큰둥했다. 현재 이용하고 있는 토씨에서 아주 편안하게 적응하고 있기에 이동할 맘이 없으며, 두 곳을 모두 관리할 여력은 없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는 순간 왠지 트위터를 하지 않는다면 세상과 동떨어진 삶을 살아가게 될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이미 기존에 트위터에 대한 책들이 여러권 출시된 바 있다는 사실도 이 책을 읽던 중 알게 된 내용이다. 

이제 트위터를 이용한지 3일째. 보통 어떤 서비스에 뛰어들었을 때 또래보다 인터페이스를 훨씬 빠르게 익히고 능숙하게 다루는 편임에도 불구하고 트위터는 꽤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영어@_@) 게다가 나는 아이폰도 없고, 설상가상으로 주말 직전에 핸드폰 액정이 고장 났기에 실시간으로 즐기는 묘미를 채 10%도 느끼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역시 난 대인관계 운이 좋은 걸까? 고작 50명을 넘는 팔로워즈들 중 이 허접하고 아무것도 모르는 초짜에게 주기적으로 관심을 가져주고 계속 리플라이 해주는 사람들이 하나 둘씩 늘어나고 있다.(절대 기존에 알고 있던 지인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리고 방금 트위터에 접속했을 땐, 그토록 보고싶었던 트위터의 오류 경고창 페일 웨일(Fail Whale)도 직접 목격했다. 








어쨌거나 기존에 별다른 흥미도 없었고 게다가 어려우며! 주변에 제대로 즐길 도구도 갖추지 않은 상태에서 바로 이 트위터를 선택하게 것은 결과적으로 단 하나의 문장 때문이었다. 책의 앞날개에도 발췌된 저자의 멘트 ‘인터넷을 만들고,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움직이게 하는 것은 바로 ‘사람’이라는 사실입니다. (중략) 트위터는 그런 인터넷 너머 수많은 사람들과의 인연을 가장 심플한 형식으로 ‘시각화’한 온라인 서비스입니다.’ …… 사람을 좋아하고 인연을 소중히 하는 내가 결국 졌다.

에라 모르겠다,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다. 나에게 새로운 즐거움과 흥분을 안겨다오 트위터야~ 나도 최선을 다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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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 - 본죽 대표 김철호의 기본이 만들어낸 성공 레시피
김철호 지음 / 비전비엔피(비전코리아,애플북스)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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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내가 본죽의 존재를 처음 알게 된 것은 대입 수학 능력시험이 끝날 무렵, 그러니까 2005년 겨울에 이르러서였다. 이번에 알게 됐지만 그 시기는 이미 본 프랜차이즈가 전국규모로 일정 수준 이상의 자리를 잡고 난 후였다. 하지만 나는 그때 내가 살던 지역에서 본죽이라는 브랜드를 통해 죽 전문점을 처음으로 마주했기에 아직도 그 당시의 느낌을 잊지 못한다. 놀라움과 감탄 그리고 확신할 수 없는 미묘한 심정이 뒤섞인 기분. 하지만 분명했던 것은 누군지 몰라도 이런 아이템을 생각해 낸 사람, 정말 대단하다! 라고 느꼈다는 것이다.
 
나는 편도선염으로 인한 심한 몸살을 해마다 앓는다. 갑자기 이 무슨 뜬금없는 소린가 하면, 내가 본죽을 처음 접한 바로 그 달에 이 연례행사를 맞이하여 운 좋게도(?!) 그 맛을 누리는 호사를 경험해보았기 때문이다. 유년기부터 앓아온 이 병은 또래에 비해 남다른 식탐을 지닌 나조차 일주일에서 열흘은 식음을 전폐하게 만들 만큼 무서운 위력을 지니고 있었는데, 그 해만은 조금 다른 기억을 남겼다. 친척집에서 유학생활을 하는 내게 멀리서 한걸음에 달려오신 엄마가 집 근처에 오픈한 본죽에 들러 전복죽을 포장해 왔기 때문이었다. 이 날 먹었던 죽 맛은 그야말로 감동이었다.
 
이보다 더 오래 전이라 기억도 흐릿한 어린 시절 엄마가 아파 몸져 누워있던 어느 날. 아빠는 나와 동생에게 닭죽을 끓여 주셨던 날이 있다. 당시 아빠가 유일하게 자신하던 요리. 뜨거운 손을 호호 불어가며 잘게 찢은 닭 가슴살을 넣고 끓여줬던 닭죽, 그 아련한 추억에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맛이었다.



생각해보니 이 때부터 시작되었나보다. 본本 브랜드에 대한 나의 애정은. 이후 대학에 진학해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내가 번 돈으로 맛있는 음식점을 찾아다니는 것을 새로운 취미로 가지게 된 날부터 본죽에 대한 사랑은 식을 줄을 몰랐다. 맛이 있는 것은 기본. 사소하지만 다양한 부분에서 손님을 배려하고 정성을 다한다는 느낌이 묻어나는 이곳의 매장들이 좋았고, 무엇보다 우리의 전통 한식을 세계화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는 점은 그야말로 100점 만점에 120점을 주어도 아깝지 않았다.
 
그래서 이번 <정성>의 출간 소식을 접했을 때도 말 그대로 한 치의 주저함도 없이 예약 주문을 결정했다. 물론 운이 좋게도 개인적으로 활동하는 북 커뮤니티에서 다양하게 제공하는 혜택들 또한 나의 관심을 유발시키는데 한 몫 했지만, 이제까지 수많은 책을 구매하면서 단 한 번도 이벤트 상품이나 덤으로 제공되는 무언가에 의해 결정해본 바 없었던 과거의 이력처럼 이번에도 역시 본本 브랜드이기에, 그 경영 이념이 궁금했기에 책을 선택할 수 있었다.



 

<정성>을 동안 전반적으로 많은 유사점을 가지고 있다고 느꼈던 김성오씨의 저서 <육일약국 갑시다>.
이 책은 학과 세미나를 통해 접하게 되었는데, 위 사진은 발표 자료에서 책을 통해 얻은 결론을 제시한 화면이다.

 
사실 처음에 이 책의 존재를 알았을 때는, 경제/경영 분류의 자기계발 서라고 생각했다. 혹은 사업을 어느 정도 성공 궤도에 올려놓은 한 CEO가 이제까지 험난했던 여정을 되짚어보는 회고록 정도…? 하지만 책을 읽는 동안 단순한 소개말만 접하고 판단했던 것과는 엄청난 괴리감을 느꼈다. 그리고 에필로그에 접어들어서야 ‘이 책은 본의 고객과 가맹점 사장님들에 대한 감사의 마음 그리고 앞으로 본을 어떻게 운영하겠다는 비전을 담은 고백이다.’라는 문장을 통해 240 페이지에 이르는 약간은 두루뭉술한 감이 없지 않은 이 책을 그나마 쉽게 정리할 수 있었다.



 

온라인서점에서 <정성>을 예약구매 한 덕분에 획득한 본 식사 상품권. 일요일에 과 선배랑 비빔밥 먹으러 갈 예정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번 독서가 책을 처음 펼쳐들기에 앞서 기대했던 내용을 모두 충족시켜줬던 것은 아니다.(ex. 경영 교양서로 참고할 수준의 깊이 있는 해설 등) 하지만 정부도 선뜻 해내지 못했던 한국음식의 알리미 역할을 대기업도 아니며 시작단계에서는 그 누구도 미래를 낙관하지 못했던 사업체가 근면 성실하게 꾸준히 실천하고 있다는 것에 대한 사실인지. 그리고 아무것도 모르는 시절 우연히 맛 본 음식 하나로 인해 내가 긍정적으로 지켜본 한 기업의 이미지를 더욱 돈독하게 다져준 것에 대해서는 충분히 고마워하고 있다.

나는 이 책을 한 권의 에세이집으로 분류하고 싶다. 지친 일상 속 이따금씩 주어지는 며칠의 휴가는 때론 생각지도 못한 가치발견을 가져다준다. 이 책은 그런 의미에서 미래를 위해 답습해 온 경영·인문·철학·역사서들로 숨통이 조여들 쯤 한번 씩 펼쳐들면 그 어떤 가치있다는 교양서들보다 큰 의미를 발견하게 해 주는 그런 편안함을 느꼈기 때문이다.

본本 브랜드의 음식은 정말 맛있다. 하지만 이제 이 책을 읽었으니 한 그릇의 음식이 내 앞에 차려지기까지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정성이 담뿍 들어갔다는 사실을 잊지 않고, 거듭 감사하고 행복해하며 그 맛을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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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의 독서 - 세상을 바꾼 위험하고 위대한 생각들
유시민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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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유시민은 도입부에서 이 책을 딸에게 주기 위해서 저술했다고 밝혔다. 세상에, 유시민이 아버지라니! 물론 나는 이 세상 그 어떤 대단한 인물을 내세운다고 해도 내 아버지를 바꾸고픈 맘은 없으며, 누구보다 사랑하지만 단지 ‘유시민이라는 아버지’ 이것만 두고 봤을 때의 감탄이 참 묘하게 일렁이는 순간이었다.
 
처음 이 책을 읽게 된 계기는 업무 담당 팀장님의 권유 때문이었다. 우리 팀장님은 이 책을 읽으며 솟구치는 눈물을 참기 어려웠다고 말씀하시며, 이 책을 강력하게 추천해 주셨다. 부푼 기대감으로 첫 장부터 차근히 살펴본 나는 저자가 20여 년 전이 책에서 다뤄진 고전들을 시간가는 줄 모르고 숨죽여 읽었던 것처럼 그가 저술한 이 책 <청춘의 독서>를 독서에 걸신들린 사람처럼 읽어치웠다.





그런데 이상했다. 도대체 어디서 눈시울을 붉혀야 하는 거지? 나는 이 책을 읽는 동안 오히려 입가에서 비집고 나오는 웃음을 감당하지 못해 줄곧 머금고 있었다. 과도한 앞서나감일지는 모르나 지금 언론 매체에서 자주 만날 수 있는 누군가들을 하나씩 떠올리게 하는 문단들이 너무나 신랄하게 와 닿았고, 전 장관이나 유명한 토론 프로그램의 중재자가 아닌 평범한 인간 유시민이 그려지는 모습에서 애정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나마 안타깝고 맘이 쎄~ 하다고 느꼈던 것은 이 책을 통해 우리나라의 갈 길이 아직도 참 멀구나.. 라는 한탄은 멈출 줄 몰랐다는 것이다. 우리 현대사에서 국민의 권리와 자유가 유신 이래 피 흘리고 신음하던 때, 미국 정부에서는 민간언론을 통해 보도된 국방부의 기밀문서 보도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지만 대법원에 의해 기각됐었다. 비록 정부의 이해타산에 의해 국가안보라는 허울 좋은 명목으로 포장된 얼토당토않은 사안이기는 했으나, 국가의 위신을 좌우할 수 있는 문건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고 그 행보에 대해 대법원이 정부가 아닌 보도매체의 손을 들어줬다는 것이 실로 충격적인 사실이었다. 그리고 이것은 대한민국의 대법원이 “법통과 과정은 불법인데 법안은 유효하다.”라는 구차하고 속보이는 판결이 내린 시점에서 정확히 38년 전의 일이다. 나는 이러한 사실들도 이 책을 통해 알게 됐다.



 

2003년, 그는 의회에 캐주얼과 개량한복을 입은 채 등장해 한나라당 의원들의 대단한 질타를 받기도 했었다.
 
이 책의 유형에 대해 굳이 분류하자면, 지식인이 펼쳐낸 고전 도서 서평 모음집이라고 볼 수 있겠다. 나는 개인적으로 당장 사고 싶은 책이라도, 아직 읽지 않은 것의 서평은 보지 않는다. 스포일러도 문제만 그 글을 쓴 이의 가치관이 내 머릿속에 주입되어 선입관으로 변하는 과정이 싫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열 네 편이나, 그것도 모음집으로 읽어버렸다. 그나마 책을 덮은 후에는 그 잔상이 오래 가지 않는 나쁜 기억력을 다행으로 삼아야 할 지경이다.
 
이제까지 수많은 저술활동을 한 유시민이라는 사람에게 다가가는 첫 걸음이 <청춘의 독서>이었다는 것에 대해서 어떤 가치평가를 내려야 할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하지만 이 책보다 먼저 구매해놓고 나중을 기약한 것들 중 하나인 <거꾸로 읽는 세계사>를 본인이 직접 짝퉁 역사서다! 라고 평가한 것은 나를 매우 슬프게 했다. 아직 표지만 살펴본 게 전부인데, 이미 구매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나로 하여금 남은 책들에 강한 애정을 품게 만든다. 정말 실로 오랜만에 강력한 마성의 작가를 만난 것 같아 무척 두렵다. 아마도 2010년의 10번째쯤으로 예상중인 다음 책은 <후불제 민주주의>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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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나에게 쉼표 - 정영 여행산문
정영 지음 / 달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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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 시인의 여행 산문집 <때로는 나에게 쉼표>

좋은 구절을 발췌해서 공유하고 싶어도 각 챕터별 모든 내용이 전부다 주옥같아서 선뜻 일부를 택할 수 없던 나의 2010년 두 번째 책. 역시 문학동네의 임프린트인 출판사 달은 내 소울메이트야.. 라고 또 한 번 느끼게 된 계기. 이제껏 읽은 수많은 산문집·에세이·여행기 중 단연 최고라고 꼽고 싶은 책이었다.

이런 장르는 숱하게 읽어봤지만 장소와 상황만 달라질 뿐 늘 비슷비슷한 내용들이다. 인관관계에 대한 되새김, 삶과 사랑에 대한 반성, 그리고 자아성찰 등 단지 우리가 익히 알고 있으나 쉽게 실천할 수 없는 것. 그리고 이런 책들을 접함으로써 새삼스럽고도 강렬하게 반성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이 그들이 하는 가장 큰 역할일 것이다.




그렇기에 내가 이 책을 단연 최고라고 꼽는 이유는 조금 다른 부분으로의 해석이 따른다. 유럽 미국 등 누구나 인생을 통틀어 꼭 가고 싶어 하는 세계의 멋지고 아름다운 장소들이 아닌 산골 오지의 그 어떤 언어로도 말이 통하지 않는 소수민족들을 만나러 떠난 저자. 이런 책들에게서 우리가 얻고자하는 일상 속 잊고 지낸 가치라는 맥락, 그것과 통하게 국내의 보석 같은 장소들 향수어린 구석지를 찾아다니는 과정들이 너무나 아름답고 소중하게 와 닿았기 때문이다. (물론 런던이나 파리 등 동경의 여행지들도 빠지지는 않는다.)
 

그중에서도 기차, 버스 배 등을 타고 굽이굽이 한참은 찾아들어가야 만날 수 있는 우리나라의 고즈넉한 시골마을, 그리고 그곳에서 만나본 우리의 할머니·할아버지를 만나게 해 준 것이 너무나 고마웠다. 우리는 산소가 없으면 단 1분도 버티기 힘겹지만, 평소에는 그 가치를 전혀 느끼지 못하는 것. 그 무지함이 가져다주는 뼈아픈 반성을 나는 이 책에서 너무나 짙게 깨우쳤다. 실제로 나는 이 책을 완독하자마자 우리 할머니가 너무 보고 싶고, 할머니가 지어주는 밥이 먹고 싶어 그 주 주말에 당장 외할머니를 뵈러갔다.
 
이렇게 이 소중한 책을 읽다보니, 문득 지난 가을 부산 여행 때 차 시간을 기다리며 서점에서 힐끗 살펴본 배용준의 여행 에세이가 떠올랐다. 그리고 몇 주 후 운이 좋게도 올해 첫 번째로 읽은 책 서평(☞가장 보통의 날들 서평 보기)이 Yes24 주간 리뷰에 뽑혀 상품권을 받아 망설임 없이 구매할 수 있었다.




저자가 시인이라서 일까, 또래들보다 제법 뛰어난 어휘력을 갖췄다고 자부하는 나도 처음 보는 아름다운 우리말들이 가득 들어있는 이 책은 나에게는 정말 말로 표현 못할 감동으로 다가왔다. 어쩜 이렇게 인생을 하나의 문학작품처럼, 시처럼 살 수 있을까. 표현 구절 하나하나가 그림과 영상으로 연상되어 머릿속에 그려질 수 있을까.. 라는 감탄이 반복되었다.
 

막연하지만 분명하게 간직하고 있는 나의 꿈. 이렇게 셀 수 없이 많은 책들을 접하며 느끼고 배운 가치관, 그리고 감성을 불어넣은 책을 쓰는 일. 언젠가 그것을 실천할 수 있는 날이 오면, 나도 꼭 이와 같은 책을 쓰리라. 그리고 그 첫 번째 책은 바로 여기, 출판사 달에서 발행된다면 좋겠다..는 마음을 가득 품은 채 마지막 장을 덮었다. 나는 이 책이 첫 번째도, 중간도, 그렇다고 연말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피날레도 아닌 2010년의 두 번째라는 사실이 사실이 너무나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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