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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의 경영학 - 리더가 알아야 할 모든 것
김영수 지음 / 원앤원북스 / 2009년 7월
평점 :
절판
오랜만에 세븐툴즈에서 리뷰도서로 신청한 책. 바로 이 녀석이다 <사기의 경영학>
요즘은 워낙 다양한 부분에서 경영에 대한 힌트를 얻고, 특히 그 출처가 이전에는 백해무익한 사회악적인 분야에서조차 많이 도출되는 만큼 내 주변인들에게는 ‘사기꾼’ 할 때의 사기로 오해를 받았던 매우 난해한 제목의 명작. 하지만 오해는 금물! 이 책은 진짜 고전중의 고전 사마천의 <사기>를 통해 알아보는 인문경영 해설서의 한 갈래다.
이 책은 나라를 훌륭하게 경영(or 경영자를 보좌)함으로써 천하제패를 꿈꾸던 영웅들의 시대를 다룬 역사서가 <사기>인 만큼 ‘경영학’이라는 제목 타이틀을 붙인 도서임에도 불구하고 본의 아니게 자꾸 정치적인 멘트로 유도되는 것, 그것이 조금 아쉬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찌 보면 제목에 편안하게 흡수시킬 수 있는 사례를 제대로 택하지 못한 탓일지도 모르겠다. 한 시대를 풍미했고, 그것이 혈통을 통해 전수된 장사꾼 여불위와 같은 캐릭터를 많이 소개해주었더라면 참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간절해졌다.
책을 읽는 동안 그 어떤 인물들보다 나의 흥미를 자극했던 여불위 그리고 그의 저서 <여씨춘추>
지난 주 강남 ‘성공을 도와주는 가게’에서 세븐툴즈 오프모임이 있었는데, 요즘 어떤 책을 리뷰중이냐는 물음에 읽은 지는 꽤 됐으나 서평을 미적거리고 있다며 수줍게 소개한 이 책이 꽤 많은 분들의 관심을 모았다. 그리고 이번에도 마찬가지였지만 어떤 책에 대해 화두가 떠오를 때 항상 받는 “그 책 어떤가요, 추천할만해요?”란 질문을 받았을 때, 나는 이 책을 이렇게 설명했다. (현장에서는 전달하는 내용이라 존칭으로 설명을 붙였지만 아래는 위와 같은 블로그 서평의 문체로 통일함)
이런 책을 읽는 사람은 비단 그 내용이 아무리 훌륭하고 꼭 접해봐야 할 주옥같은 명작이라고 해도 총 130권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의(게다가 매우 어려운) 사기를 모두 통달할 자신도 시간도 없는 사람일 것이다. 그렇기에 가급적 중요하고 농밀한 지혜가 응축된 덩어리들을 만나보며 대리만족을 느끼기 위한 방책으로 이런 대안들을 선택하게 되는데, 이 책의 전반에서는 같은 사례를 여러 번 반복해 소개하는 것으로 부푼 기대를 안고 한 장, 한 장, 책을 넘기는 독자에게 많은 아쉬움을 주었다.
반면 중국사와 중국의 고전을 통달한 석학이라고는 하나, 이쪽 분야에는 아직 생소할 수 있는 저자가 어쭙잖게 현대의 경영이론에 대해 감 나라~ 배 나라~ 하지 않은 것은 정말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전에 이와 비슷한 맥락으로 일반 로맨스 소설에서 ‘마케팅적 관점’이라는 단어를 남발하는 작가에게 매우 분노했던 경험이 있다.)
무릇 여행지나 책은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라고, 진정한 지식인이자 경영론자라면 사기에 대한 해설이 주를 이룬 이 책을 통해서도 분명 큰 고찰과 깨달음을 얻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 날의 기억을 더듬으며 이렇게 서평에 대한 내용을 정리하다보니 문득 책에서 접한 명언 한 구절이 떠올랐다.
외거불피구 내거불피친外擧不避仇 內擧不避親
인재를 선발하는 데 있어 원수라고 해서 꺼리지 않고 아들이라고 해서 피하지 않는다.
최근에 읽은 <정성>도 그러했거니와 언제나 느끼는 내용이지만 이러한 인문 경영에 관한 책들이나 자기계발서는 늘 핵심 주제로 사람을 내세운다. 방금 전 나의 트위터(@hwimun)에도 트위트 한 내용이지만 ‘인생사 통틀어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대인관계이며 가장 어려운 것 또한 그것과 같다.’고 주절거린 내용이 다시금 절실해지는 새벽이다.
타산지석他山之石과 온고지신溫故知新의 교훈을 깨우치는 적절한 실용서 <사기의 경영학>. 이 책의 저자인 김영수 박사는 EBS를 통해 ‘사기와 21세기’라는 강의(☞링크)를 한 이력도 있는 명실상부 국내 최고 수준의 <사기> 전문가이다. 어쨌거나 나는 이 책을 통해 잠시 재워뒀던 중국사와 삼국지에 대한 흥미가 마구 샘솟기 시작했다. 조만간 영화 <공자: 춘추전국시대>를 보러 극장을 찾을 예정인데, 아마 이것까지 점령하고 나면 EBS 결제 쿠폰이나 삼국지 전권 셋트를 지르고 있는 내 모습을 전하게 될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