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나에게 쉼표 - 정영 여행산문
정영 지음 / 달 / 2009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정영 시인의 여행 산문집 <때로는 나에게 쉼표>

좋은 구절을 발췌해서 공유하고 싶어도 각 챕터별 모든 내용이 전부다 주옥같아서 선뜻 일부를 택할 수 없던 나의 2010년 두 번째 책. 역시 문학동네의 임프린트인 출판사 달은 내 소울메이트야.. 라고 또 한 번 느끼게 된 계기. 이제껏 읽은 수많은 산문집·에세이·여행기 중 단연 최고라고 꼽고 싶은 책이었다.

이런 장르는 숱하게 읽어봤지만 장소와 상황만 달라질 뿐 늘 비슷비슷한 내용들이다. 인관관계에 대한 되새김, 삶과 사랑에 대한 반성, 그리고 자아성찰 등 단지 우리가 익히 알고 있으나 쉽게 실천할 수 없는 것. 그리고 이런 책들을 접함으로써 새삼스럽고도 강렬하게 반성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이 그들이 하는 가장 큰 역할일 것이다.




그렇기에 내가 이 책을 단연 최고라고 꼽는 이유는 조금 다른 부분으로의 해석이 따른다. 유럽 미국 등 누구나 인생을 통틀어 꼭 가고 싶어 하는 세계의 멋지고 아름다운 장소들이 아닌 산골 오지의 그 어떤 언어로도 말이 통하지 않는 소수민족들을 만나러 떠난 저자. 이런 책들에게서 우리가 얻고자하는 일상 속 잊고 지낸 가치라는 맥락, 그것과 통하게 국내의 보석 같은 장소들 향수어린 구석지를 찾아다니는 과정들이 너무나 아름답고 소중하게 와 닿았기 때문이다. (물론 런던이나 파리 등 동경의 여행지들도 빠지지는 않는다.)
 

그중에서도 기차, 버스 배 등을 타고 굽이굽이 한참은 찾아들어가야 만날 수 있는 우리나라의 고즈넉한 시골마을, 그리고 그곳에서 만나본 우리의 할머니·할아버지를 만나게 해 준 것이 너무나 고마웠다. 우리는 산소가 없으면 단 1분도 버티기 힘겹지만, 평소에는 그 가치를 전혀 느끼지 못하는 것. 그 무지함이 가져다주는 뼈아픈 반성을 나는 이 책에서 너무나 짙게 깨우쳤다. 실제로 나는 이 책을 완독하자마자 우리 할머니가 너무 보고 싶고, 할머니가 지어주는 밥이 먹고 싶어 그 주 주말에 당장 외할머니를 뵈러갔다.
 
이렇게 이 소중한 책을 읽다보니, 문득 지난 가을 부산 여행 때 차 시간을 기다리며 서점에서 힐끗 살펴본 배용준의 여행 에세이가 떠올랐다. 그리고 몇 주 후 운이 좋게도 올해 첫 번째로 읽은 책 서평(☞가장 보통의 날들 서평 보기)이 Yes24 주간 리뷰에 뽑혀 상품권을 받아 망설임 없이 구매할 수 있었다.




저자가 시인이라서 일까, 또래들보다 제법 뛰어난 어휘력을 갖췄다고 자부하는 나도 처음 보는 아름다운 우리말들이 가득 들어있는 이 책은 나에게는 정말 말로 표현 못할 감동으로 다가왔다. 어쩜 이렇게 인생을 하나의 문학작품처럼, 시처럼 살 수 있을까. 표현 구절 하나하나가 그림과 영상으로 연상되어 머릿속에 그려질 수 있을까.. 라는 감탄이 반복되었다.
 

막연하지만 분명하게 간직하고 있는 나의 꿈. 이렇게 셀 수 없이 많은 책들을 접하며 느끼고 배운 가치관, 그리고 감성을 불어넣은 책을 쓰는 일. 언젠가 그것을 실천할 수 있는 날이 오면, 나도 꼭 이와 같은 책을 쓰리라. 그리고 그 첫 번째 책은 바로 여기, 출판사 달에서 발행된다면 좋겠다..는 마음을 가득 품은 채 마지막 장을 덮었다. 나는 이 책이 첫 번째도, 중간도, 그렇다고 연말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피날레도 아닌 2010년의 두 번째라는 사실이 사실이 너무나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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