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 - 본죽 대표 김철호의 기본이 만들어낸 성공 레시피
김철호 지음 / 비전비엔피(비전코리아,애플북스) / 2010년 1월
평점 :
절판




내가 본죽의 존재를 처음 알게 된 것은 대입 수학 능력시험이 끝날 무렵, 그러니까 2005년 겨울에 이르러서였다. 이번에 알게 됐지만 그 시기는 이미 본 프랜차이즈가 전국규모로 일정 수준 이상의 자리를 잡고 난 후였다. 하지만 나는 그때 내가 살던 지역에서 본죽이라는 브랜드를 통해 죽 전문점을 처음으로 마주했기에 아직도 그 당시의 느낌을 잊지 못한다. 놀라움과 감탄 그리고 확신할 수 없는 미묘한 심정이 뒤섞인 기분. 하지만 분명했던 것은 누군지 몰라도 이런 아이템을 생각해 낸 사람, 정말 대단하다! 라고 느꼈다는 것이다.
 
나는 편도선염으로 인한 심한 몸살을 해마다 앓는다. 갑자기 이 무슨 뜬금없는 소린가 하면, 내가 본죽을 처음 접한 바로 그 달에 이 연례행사를 맞이하여 운 좋게도(?!) 그 맛을 누리는 호사를 경험해보았기 때문이다. 유년기부터 앓아온 이 병은 또래에 비해 남다른 식탐을 지닌 나조차 일주일에서 열흘은 식음을 전폐하게 만들 만큼 무서운 위력을 지니고 있었는데, 그 해만은 조금 다른 기억을 남겼다. 친척집에서 유학생활을 하는 내게 멀리서 한걸음에 달려오신 엄마가 집 근처에 오픈한 본죽에 들러 전복죽을 포장해 왔기 때문이었다. 이 날 먹었던 죽 맛은 그야말로 감동이었다.
 
이보다 더 오래 전이라 기억도 흐릿한 어린 시절 엄마가 아파 몸져 누워있던 어느 날. 아빠는 나와 동생에게 닭죽을 끓여 주셨던 날이 있다. 당시 아빠가 유일하게 자신하던 요리. 뜨거운 손을 호호 불어가며 잘게 찢은 닭 가슴살을 넣고 끓여줬던 닭죽, 그 아련한 추억에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맛이었다.



생각해보니 이 때부터 시작되었나보다. 본本 브랜드에 대한 나의 애정은. 이후 대학에 진학해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내가 번 돈으로 맛있는 음식점을 찾아다니는 것을 새로운 취미로 가지게 된 날부터 본죽에 대한 사랑은 식을 줄을 몰랐다. 맛이 있는 것은 기본. 사소하지만 다양한 부분에서 손님을 배려하고 정성을 다한다는 느낌이 묻어나는 이곳의 매장들이 좋았고, 무엇보다 우리의 전통 한식을 세계화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는 점은 그야말로 100점 만점에 120점을 주어도 아깝지 않았다.
 
그래서 이번 <정성>의 출간 소식을 접했을 때도 말 그대로 한 치의 주저함도 없이 예약 주문을 결정했다. 물론 운이 좋게도 개인적으로 활동하는 북 커뮤니티에서 다양하게 제공하는 혜택들 또한 나의 관심을 유발시키는데 한 몫 했지만, 이제까지 수많은 책을 구매하면서 단 한 번도 이벤트 상품이나 덤으로 제공되는 무언가에 의해 결정해본 바 없었던 과거의 이력처럼 이번에도 역시 본本 브랜드이기에, 그 경영 이념이 궁금했기에 책을 선택할 수 있었다.



 

<정성>을 동안 전반적으로 많은 유사점을 가지고 있다고 느꼈던 김성오씨의 저서 <육일약국 갑시다>.
이 책은 학과 세미나를 통해 접하게 되었는데, 위 사진은 발표 자료에서 책을 통해 얻은 결론을 제시한 화면이다.

 
사실 처음에 이 책의 존재를 알았을 때는, 경제/경영 분류의 자기계발 서라고 생각했다. 혹은 사업을 어느 정도 성공 궤도에 올려놓은 한 CEO가 이제까지 험난했던 여정을 되짚어보는 회고록 정도…? 하지만 책을 읽는 동안 단순한 소개말만 접하고 판단했던 것과는 엄청난 괴리감을 느꼈다. 그리고 에필로그에 접어들어서야 ‘이 책은 본의 고객과 가맹점 사장님들에 대한 감사의 마음 그리고 앞으로 본을 어떻게 운영하겠다는 비전을 담은 고백이다.’라는 문장을 통해 240 페이지에 이르는 약간은 두루뭉술한 감이 없지 않은 이 책을 그나마 쉽게 정리할 수 있었다.



 

온라인서점에서 <정성>을 예약구매 한 덕분에 획득한 본 식사 상품권. 일요일에 과 선배랑 비빔밥 먹으러 갈 예정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번 독서가 책을 처음 펼쳐들기에 앞서 기대했던 내용을 모두 충족시켜줬던 것은 아니다.(ex. 경영 교양서로 참고할 수준의 깊이 있는 해설 등) 하지만 정부도 선뜻 해내지 못했던 한국음식의 알리미 역할을 대기업도 아니며 시작단계에서는 그 누구도 미래를 낙관하지 못했던 사업체가 근면 성실하게 꾸준히 실천하고 있다는 것에 대한 사실인지. 그리고 아무것도 모르는 시절 우연히 맛 본 음식 하나로 인해 내가 긍정적으로 지켜본 한 기업의 이미지를 더욱 돈독하게 다져준 것에 대해서는 충분히 고마워하고 있다.

나는 이 책을 한 권의 에세이집으로 분류하고 싶다. 지친 일상 속 이따금씩 주어지는 며칠의 휴가는 때론 생각지도 못한 가치발견을 가져다준다. 이 책은 그런 의미에서 미래를 위해 답습해 온 경영·인문·철학·역사서들로 숨통이 조여들 쯤 한번 씩 펼쳐들면 그 어떤 가치있다는 교양서들보다 큰 의미를 발견하게 해 주는 그런 편안함을 느꼈기 때문이다.

본本 브랜드의 음식은 정말 맛있다. 하지만 이제 이 책을 읽었으니 한 그릇의 음식이 내 앞에 차려지기까지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정성이 담뿍 들어갔다는 사실을 잊지 않고, 거듭 감사하고 행복해하며 그 맛을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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