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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의 즐거운 인생 비법 - 실수 9단, 행복 만들기 10단
황안나 지음 / 샨티 / 2008년 7월
평점 :
요즘 출판계의 화두는 아마도 ‘산문집·에세이의 대란’일 것이다. 평범하게 일상을 살고 있는 어린 학생들부터 가정주부, 연예인이나 정치인 등 유명인사까지 너 나 할 것 없이 각자의 가치관과 인생을 담은 다양한 이야기들을 출시하고 있으며, 그런 책들이 베스트셀러 서가 곳곳을 채우고 있으니 말이다. 이러한 행보의 주축에는 Web 2.0의 상징인 블로그가 자리 잡고 있는데, 오늘은 바로 그 블로그를 통해 수많은 이들에게 귀감을 주고 ‘도보여행가’라는 신개념 직업까지 창출해 낸 한 선생님에 대한 이야기를 쓰려고 한다.
2010년 올해로 드디어 일흔을 맞이하신 황안나 선생님은 24살의 대학생인 내가 심히 부끄러울 정도로 열정적이고 건강한 삶을 살고 계신다. 이런 선생님을 처음 뵙게 된 것은 벌써 반년이나 훌쩍 지나버린 지난해 여름의 2009년 Yes24 문학캠프(☞링크). 나는 그 날 운이 좋게도 선생님과 같은 차량에 탑승하고 ‘아마도 최고령 참석자’라는 멘트와 함께 자기소개를 시작하시는 모습에 너무나 깊은 인상을 받았다. 심지어 봉평에 위치한 이효석 문학관에 도착해서는 메밀뻥튀기를 급구매 한 뒤, 하나 드셔보시라는 명분으로 접근하기까지 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선생님은 2박 3일간 주어진 일정 내내 ‘최고령 참가자’라는 수식어가 무색할 만큼 다양한 분야에서 종횡무진 활약하셨다. 첫 날 조별 연극제에서는 70세의 점순이(김유정, <봄봄>의 여주인공)를 맡아 공지영 작가님이 뽑은 여우주연상의 영예까지 누리셨을 정도로 말이다. 같은 차량이기는 하나 3조와 4조로 나뉘어 더 가깝게 다가가지 못한 점이 너무 아쉬울 만큼 반짝반짝 빛나는 그런 분이셨다.

흘러가는 시간을 부여잡고 싶을 만큼 즐겁고 행복했던 캠프의 일정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짐도 풀기전에 가장 먼저 한 일은 Yes24 사이트에 접속해 안나 선생님의 저서 두 권을 비롯해 여러 책들을 구매하는 것 이었다. 그리고 그 두 권 중 먼저 출간되었던 <안나의 즐거운 인생비법> 바로 이 책을 2010년 새해를 맞이하는 기념으로 펼쳐들게 되었다.
앞서 말 한 바와 같이 요즘은 에세이·산문집이 대란을 일으킬 정도로 호황을 누리고 있다. 그리고 나 또한 애독가의 길을 동화와 소설로 시작한 만큼 어려운 책 보다는 이런 장르를 선호하고 또 그 트렌드에 편승해 남부럽지 않게 많이 읽어보았다. 그런데 참 아이러니 한 것은 결과적으로 이런 장르의 책들이 역설하는 내용이 대부분 한결같다는 것이다. ‘인연을 소중히 할 것’,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열정적으로 도전할 것’, ‘내가 가진 것을 나보다 아쉬운 이들과 함께 나눌 것’ 등등…….
그런데 배경만 각기 상이할 뿐 결과적으로는 늘 똑같은 말 만 되풀이하는 이 쪽 장르들이 대체 왜 이렇게 식을 줄 모르는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것일까? 이 책을 통해 고민의 시간을 가져보았고, 그를 통해 결론으로는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기 때문이란 것 이었다. 이런 가치들이 중요하다는 것과 그것의 실천을 통해 우리는 보다 궁극적인 행복에 이를 수 있다는 사실은 모두가 어렴풋이 알고 있다. 하지만 보다 설득력 있는 위치의 누군가가 직접 제시해주는 텍스트 혹은 조언이 주는 결심과 감명, 그리고 선명하지 않은 개인적인 인지는 분명히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요즘 같이 출판물이 범람하는 시대에는 아무리 좋은 내용을 담고 있었다한들 한 번 읽은 책을 일정 주기마다 거듭 찾기보다는 같은 내용의 또 다른 신간을 향해 손을 뻗기가 더 쉽고도 현명한 선택이니 말이다.
과거에 공자(孔子)는 일찍이<논어(論語)> 위정(爲政)편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나는 열다섯에 학문에 뜻을 두었고, 서른 살에 섰으며, 마흔 살에 미혹되지 않았고, 쉰 살에 천명을 알았으며, 예순 살에 귀가 순했고, 일흔 살에 마음이 하고자 하는 바를 따랐지만 법도에 넘지 않았다.”
이 글은 공자가 자신의 일생을 돌아보고 학문의 심화된 과정을 술회한 것으로, 사람들은 공자의 이 말로부터, 15세를 지학(志學), 30세를 이립(而立), 40세를 불혹(不惑), 50세를 지천명(知天命), 60세를 이순(耳順), 70세를 종심(從心)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그 중 특히 이순(耳順)은 논어의 육십이이순(六十而耳順)에서 나온 말로 나이 ‘예순 살’을 이르는 말인데, 인생에 경륜이 쌓이고 사려와 판단이 성숙하여 남의 말을 받아들이는 나이를 일컫는다. 더불어, 종심소욕 불유구(從心所欲 不踰矩: 마음이 하고자 하는 바를 좇았으되 법도에 어긋나지 않다)에서 유래하여 ‘일흔 살’을 이르는 말 또한 먼저先 나서生 하루라도 더 긴 시간을 보내온 우리 어르신들이 ‘왜 존중받아 마땅한가’에 대해 깊은 생각을 하게 해 주는 문구다.
게다가 황안나 평생 직업으로 교단에서 어린 친구들을 가르치셨던 분이다. 베스트셀러를 쓴 문인이나 파워블로거, 많은 사람들의 호감을 얻는 정치인……. 혹은 이보다 더 대단하고 유명한 사람이라 한들 전직 선생님이자 이순(耳順)을 넘기고 종심(從心)을 앞 둔 이 분의 진솔한 멘트보다 더 큰 교감을 끌어낼 수 있을까?
* 황안나 선생님이 직접 운영중이신 야후 블로그 바로가기 ☞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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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문장 하나하나가 가슴을 울렸고, 큰 웃음 터지는 에피소드를 통해 수많은 즐거운 웃음을 선사해 준 이 책은 그 무엇보다 남편 되시는 사부님과 선생님의 애틋한 사랑이 참 보기 좋았던 아주 소중한 경험이었다.
딱히 부족한 것은 없는데 모든 일이 다 꼬여버린 것만 같고 힘들기만 할 때, 이 책을 읽어보자. 주옥같은 책들이 매일매일 쏟아지는 ‘요즘 같은’ 시기에도 가끔은 일정한 주기마다 다시 꺼내어 찾아줄 책들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하고 기쁜 일인가에 대해 가슴 떨리도록 깨우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