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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수업
아니샤 라카니 지음, 이원경 옮김 / 김영사 / 2010년 6월
평점 :
절판
이번 주말은 그야말로 잉력충만한 나만의 시간이었다. 책장 한켠에 고이 꽂아둔 칙릿 소설 하나와 충분한 잠, 위장이 식을 줄 모르는 여러 간식거리로 그야말로 진짜 take a rest 했던 나의 지난 이틀. 그 이틀간 간간히 양심은 차린다며 읽어내려간 책이 바로 이 <화려한 수업>이다. 그동안 내 머리를 지끈지끈하게 했던 <정의란 무엇인가>를 완독한 것에 대한 보상으로!
우선 책은 그 어느때보다 흥미진진하게 술술 읽혀내려갔다. 무엇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칙릿 장르라는 것과 그것도 제일 동경해 마지 않는 맨하탄 이야기를 그린 내용이라는 것 때문(그래 난 이정도 수준의 여자-,-). 개인적으로 영화 섹스앤더시티를 접한 이후 미드 세계에-물론 드라마도 섹스앤더시티로 시작-에 푹 빠져, 지금까지 정주행 해 온 것들이 다 이런 장르다.
1. 섹스앤더시티 -> 2. 가십걸 -> 3. 어글리베티 -> 4. 90210(구 비버리힐즈의 아이들 리메이크 버전 드라마)
칙릿 소설이 좋은 이유는 첫째도 생각없이 볼 수 있다는 것. 둘째도 셋째도 마찬가지다. 그러니 책을 시작해서 완주하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는 것, 생각보다 술술 넘어간다는 것 모두 다 비슷한 부연설명이 따른다. 일부는 현실의 각박함이나 여자 혼자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값진 일인지에 대해 벅차오른다고 하지만 사실 다 개소리지 싶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드라마나 소설일 뿐. 보통의 우리에게는 이정도의 상황이 주어지지도 직면될 일도 거의 없다. 비슷한 상황에의 '투영'을 통해 내 일상을 되짚어 보는 수준이라면 모를까.

이번에 읽은 <화려한 수업>과 조건적 배경이 아주 흡사한 미드 가십걸(위, 맨하탄)과 90210(아래, 비버리힐즈).
이 책은 곧 영화로 제작될 예정이라고 한다. <가십걸>과 <내니 다이어리>에 이어 기대작으로 손꼽힌다는데, 두 작품과 비교할 때 <가십걸>은 맨하탄이 배경이고 고급 사립학교 학생들과 선생님 사이에서 일어나는 에피소드가 내용의 중심이라는데서 비슷한 반면(다만 가십걸은 학생 중심, 화려한 수업은 선생님 중심이다.) <내니 다이어리>는 맨하탄 상류층과는 조금 먼 계층의 평범한 집 딸이 그들과 얽히고 섥히며 고민과 방황을 겪다가 끝내 자신의 소신을 지키고 그들에게도 진짜 '인간다운 삶'이 뭔지 조금이나마 느끼게 해 주는 역할을 맡는다는 점에서 이 책과 흡사하다. 이런 면에서 보면 영화 자체는 <가십걸>보단 <내니 다이어리>와 비슷한 느낌으로 만들어지지 않을까 싶다. 적절한 재미와 감동을 주는 킬링타임용으로…….
어쨌거나 책은 재밌게 읽었다. 그런데 이야기의 메인 소재가 너무 많은 분량을 차지해 '대체 마무리를 어떻게 지으려고 이렇게 오래끄나..' 싶은 의구심을 갖게 만들었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후다닥 해치우는 결말이라니, 왠지 원작보다 나은 영화가 나오겠구나 싶은 구성이었다. 한가롭고 여유로웠던 주말, 마치 꿈 많고 설레던 여고생 시절로 돌아가게 해 준것만 같았던 책 <화려한 수업>. 가십걸이나 90210에 비하면 아이들이 지극히 순수하고 착했던(^^;) 이 책을 깊은 밤 가벼운 웃음과 함께 마무리지으며 덮으려고 한다. 영화가 나오면 오늘처럼 또 한가로운 어느 주말을 택해 꼭 보러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