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다보면 늘 강박증에 시달리게 된다. 기본적으로 읽는 것에 애정을 느끼게 된 것도, 결국 내가 그 길을 걷게 결심하게 된 것도 모두 문학 장르인데, 그 덕분에 취향으로는 소설과 시를 읽는 것이 가장 행복하지만 아직은 학생 신분이니 인문서나 철학 등 뭔가 남는것도 좀 봐야 한다는 생각이 끊임없이 나를 괴롭힌다. 그리고 그런 압박이 최고조에 이를 때, 이렇게 생각없이 훌훌~ 읽을 수 있는 책을 종종 뽑아든다. 학창시절 선생님 몰래 아래로 숨겨가며 읽던 만화책을 떠올리면서 말이다. 이번 로맨스 소설은 짧지 않은 시간동안 오빠-동생으로 알고 지내던 한 여대생과 사진작가의 이야기다. 물론, 언제나처럼 남자 주인공은 자신이 좋아하는 여자 외에 모두에게 냉정한 타입인 것 외에 흠잡을 데 하나 없는 완벽남이다.(이 조차도 여주인공에겐 장점이겠지만) 그리고 여주인공은 아직 자신이 얼마나 예쁘고 사랑스러운지 전혀 모르는 뭐 그런 청순가련녀.. 그냥 심드렁했다. 이제는 이런 장르도 뭔가는 읽었다. 하지만 머리는 아프지 않고 그냥 묵직하게 남는것도 없다라는 휴식을 위해 한번씩 거쳐가는 간이역이니 말이다. 근데 참 우습게도 그 와중에서 주인공 둘 사이에 조금씩 위기가 생기거나 방해자가 깽판을 부릴땐 혼자 또 찔끔하기도 했지만 말이다. 아아, 나는야 어쩔 수 없는 낭만 몽상가(..... ) TV가 없는 탓에 광고를 자주 접하지 않지만 그나마 최근에 보아 인상깊었던 것이 소간지님이라 책을 보는 내내 남주인공에게 소지섭을 투사했다. 그러니 여주인공이 더 미워졌다-_-; 나의 전매특허 욕지기 "복터진년"을 쉴 새 없이 내뱉을 만큼.. 가장 아쉬웠던건 뭐랄까.. 장르가 장르다보니 너무 인물간의 감정이나 사건에만 치중해서 글이 쓰여있다는 것. 그래도 소설이고, 글을 쓰는 사람이 자기 스스로 작품이나 자신의 활동에 대한 프라이드가 있다면 내용 안에서 제시되는 분야에 대해 좀 더 전문성을 가지고 그에 대한 이해와 묘사를 바탕으로 글을 좀 풀었을 때, 만족도나 수준이 훨씬 높아질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야 국내에서 이런 분야도 하나의 장르로 당당하게 자리매김 할 수 있을테고. 무튼 오랜만에 가볍게 펼친 순간부터 덮기까지 쉬지 않고 그것도 아주 빠르게 읽었다는 것으로 만족하려한다. 조금 더 외로워지긴 했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