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에게 보내는 편지
마야 안젤루 지음, 이은선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연히 온라인 서점 메일링 서비스를 통해 문학동네 에세이 서평 공모전이 진행된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런데 후보작이었던 책들 중 단 한권도 소장하지 않았던 터라, 그 중에서 가장 제목이 끌리는 이 책을 주저없이 주문했다. <딸에게 보내는 편지> 언제나 눈물 쥐어짜내는 신파로 흘러갈 지언정 결코 식상하지 않은 소재 '모녀' 이야기. 그래서 책이 배송되기 까지 얼마나 설레는 맘으로 기다렸는지 모르겠다. 비록 그 마음은 딱 거기까지 였지만…….



책의 표지에서부터 그 기대감은 계속해서 커져만 갔다. 오바마, 오프라 윈프리의 멘토. 미국 여성사회에서는 누구나 대모로 삼기를 꿈꾼다는 마야 안젤루의 이야기. 더구나 책을 집어들었던 그 당시엔 하루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조차 스스로 자각하지 못 할 만큼 정신없던 일상. 이런 와중에 누군가 날카롭지만 애정가득한 그런 충고를 해 주기를, 그것이 책을 통해서라면 더더욱 좋을 것이라는 것을 굳게 믿었기 때문이다.

아.. 뿔.. 사... 그런데.....

난생 처음으로 책을 읽다말고 온라인 서점 리뷰를 훑기 시작했다. 대부분이 평점 8점 이상의 호평들이지만 마치 영화 리뷰칸에서 "10점 준 쟤네는 알바다"라고 아우성치며 평균을 깎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처럼 4점 이하의 평가도 적잖이 눈에 띄었다. 보통 책에 대한 평점은 거의 책을 직접 본 사람들이기에 평이 양극화되기 어려운 분야인데, 아이러니 그 자체였다. 내가 이 책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했던 것 만큼 또 다른 누군가들도 같은 마음이었을까? 어쩌면 서평단을 통해 책을 접하고 차마 악평을 남기기는 힘들어 선심을 썼거나, 나처럼 공모전을 염두해둔 경우일지도.. 무튼 이 책은 내게 혼란만을 안겨주었다.




사진의 구도 때문인가, 두 사람이 참 많이도 닮아 보인다. (좌) 책의 저자인 마야 안젤루 / (우) 오프라 윈프리.
책은 어렵지 않기에 순식간에 읽었지만 결국 공모전이 마감되는 2주동안 머리만 감싸쥔 채 긍긍하다 끝내 공모전용 서평을 포기하고 말았다. 기존 출판사들 중 문학동네를 워낙 좋아했던 탓에 다른 책으로 재도전(!!) 하고픈 의욕마저 사라졌다면, 이 책에 대한 나의 아쉬움을 좀 더 신랄하게 전달 할 수 있을까?

책을 덮은지 몇 달이 지난 후에야 책임감에 의해(작년부터 내가 읽기 시작한 책은 무조건 끝을 맺고 감상을 남기기로 마음 먹었다.) 이런 말들을 적으면서도, 도대체 이 책과 나의 관계에서 무엇이 문제였는지 감을 잡지 못하고 있다. 미국 사회에서는 그토록 대단하다는 마야 안젤루의 책이 도대체 뭘 말하려는 건지, 결과적으로 딸에게 하고픈 말은 어디에 있는지,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뜬구름 잡는 듯 한 충고로 가득찬 이 책은 무엇인지 등등 모든 것이 아리송하다면 아직 책을 읽고 받아들이는 내 수준이 '고작 그정도인' 상태라고 느껴야 할 지도 모르겠다. 많은 의심과 혼란속에 '책이라면 너무나 관대한' 내가 갸우뚱 하고 푸념을 쏟아내게 되었던 알싸한 기억. 이 책은 결국 그렇게 남아버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