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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리 - 2010 제34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ㅣ 청춘 3부작
김혜나 지음 / 민음사 / 2010년 6월
평점 :
절판
책을 구입하게 되는 경우는 주로 3가지로 나뉜다.
1. 책을 많이 보는 지인(or 트위터 팔로잉 멤버)들의 소개와 추천
2. 온라인 서점 홍보 배너와 베스트셀러, 특가 기획전 메뉴
3. 무슨무슨 여러가지 복잡한 수상작들 그리고 전작이 흥미로웠던 작가의 신간
이 세가지 경우의 예시 중 이번 <제리>는 2번+3번 항목에 속한다. 이전에 읽었던 어떤 책의 리뷰등록을 위해 방문한 온라인 서점 페이지, 그것도 로그인 박스 옆으로 뜬 광고배너에서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이라는 테마가 눈에 확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그 이후에는 제법 몽환적인듯 하며 예쁘다고 말할 수 있는 표지가 맘에 들었다.) 결단코 맹세하건대, 책에 대한 설명은 단 한줄도 미리 읽어본바가 없었다. 그래서 20대가 말하는 20대의 이야기인지도, 파격적인 성애 묘사로 화두가 되고 있는지도 전혀 몰랐다. 물론 그래서 더 충격적이고 당황스러웠다는 것은 더 말 할 것도 없겠다.

나는 이 책에 대해서 특별히 좋았다거나 나빴다거나 하는 호불호 판단을 내리기가 힘들어졌다. 그런데 참 우습게도 올해들어 읽은 책 중 유일하게 책을 펼친 순간부터 완전히 덮을 때까지 단 한번도 쉬거나 딴짓을 하지 않은 채, 하루 안에 읽어내려간 책으로 기억하고 있다. 내가 그동안 이렇게까지 자극에 목말라했었던가? 스스로 참 민망스러웠다.
책을 읽고 나서 며칠간 "나 이번에 이 책 읽었어요~"라는 내색을 했더니, 비슷한 시기에 이 책을 따로 접했던 한 지인이 "20대인 니가 본 이 책은 어떠하냐"고 물어왔다. 더불어서 "요즘 20대는 정말 그렇냐"는 참 곤란한 질문과도 함께....
뭐랄까, 거기다 "아마도 일부는 그럴것이다. 나쁘지 않았다. 조금은 혼란스럽고 어딘가에 실제로 존재할 그런 이들이기에 그들이 보는 배부른 내가 함부로 말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닌것 같다."라고 답했지만, 그 뒤에 이어 "사실 요즘이 아니라 어느 세대나 이러지 않았을까요? 우리 부모세대에도, 그보다 더 이전에도... 더불어 20대가 아닌 그 어느 연령대에서도.. 왜냐면 이런건 연령이나 시기의 문제가 아니니까 상황과 조건의 문제니까"라고 말하고 싶었던거 같다. 알려지지 않았을 뿐, 대놓고 말하지 못했을 뿐, 사실은 어디에서나 언제나 있어왔던 어둠이라고.
지인을 통해 읽게 된 프레시안의 서평 <제리>, 상처 입은 20대의 '킨제이 보고서'? 아니, '로망포르노'! ☞ 링크
그러니까 내가 이 책을 통해 하고싶은 말은 '이게 대체 왜 20대의 이야기'라는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굳이 결론이라면..

책을 읽고나서 딱히 할 말도 못찾겠고 언제나 심심풀이로 하는 영화화-상상 놀이를 해보았다. 여자주인공은 문근영, 제리는 장근석, 강은 최다니엘로 점찍었는데 각각 <신데렐라 언니>와 <클로저>, <미남이시네요>, <그들이 사는 세상>에서 맡았던 역할들(비주얼) 때문에 자연스레 연상이 되었다. 믿기 힘들지만 세 배우가 같은 또래라는 것도 크게 한 몫 했다. -_-;
나는 소설 속 주인공들을 한심스럽게 생각했지만 비난 할 수는 없었다. 실제로 내 앞에 그들이 존재한다면, "내 인생도 그리 호락호락하지는 않았다. 너보다 더 힘든 사람은 어디에나 있으니 좀 더 능동적으로 살아라"고 말하고 싶겠지만, 그들이 보기에 나는 배가 부르고 더 나은 세상에서 더 큰 희망을 발견하며 살아갈 수 있는 존재이듯 누가 누구의 힘듦이나 인생의 무게를 다 알수는 없다고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정말 슬픈것은 이 세상에 수많은 '나'와 '제리', '강'이 우리 주변에 실존하고, 어쩌면 나 자신의 일부가 투사되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어떤 면에서는 그들이 스스로 자기를 지칭했던 '루저'가 우리 모두에게 해당되는 말일지도....
이 책에 대해 무슨말을 써야할까 참 많은 고민을 했다. 결국엔 예상했던 것과 같이 뜬구름 잡는 소리로만 가득 채워버렸다. 이제까지와는 조금 다른 느낌으로 차기작이 기대되는 작가라는 생각도 들었다. 논외지만 서평을 위해 여러가지를 검색하던 중 '제리'라는 가수가 셋이나 있다는 사실에 놀라고 재밌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내가 느낀 제리는 간결한 정리가 절실하지만 참 여러모로 정리하기 힘든 책이라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