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마 2층 전시장에서 내다본 야외 조각 공원 전경>

미국 뉴욕 맨해튼은 요즘 뉴욕현대미술관(Museum of Modern Art=모마)때문에 난리입니다.
"맨해튼이 모던(Modern)해졌다"라는 광고판이 곳곳이 널려 있고, 맨해튼 거리마다 모마 재개장을 알리는 깃발이 사방에 꽂혀 있습니다.
모마가 일반인에게 다시 공개된 지난 20일(토요일) 뉴욕은 많은 비가 내렸으나, 수천명의 인파가 몰려 입장하는데 보통 2시간이상을 기다렸습니다. 오전 10시 문을 여는데 수시간전부터 기다린 사람들도 부지기수입니다.
뉴저지주 애틀란틱 하이랜즈에서 온 태드 데이비스와 수잔 커플은 결혼 1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아침 일찍 모마를 찾았는데, 첫번째 입장객의 영광을 안아 종신 회원권을 선물로 받았습니다.
모마는 지난 2002년 5월 재건축을 위해 문을 닫고, 퀸즈로 미술관을 옮긴 지 2년반만에 다시 맨해튼으로 돌아온 것입니다.
모마는 지난 15일 하루동안 전세계 언론에게 새롭게 단장한 모습을 개방한 뒤, 재개장일 전날 저녁 새벽1시까지 매일 밤마다 파티를 개최했습니다. 저는 15일 취재를 위해 모마를 찾았으며, 17일 저녁 파티에 초대되어 다녀 왔습니다. 저녁 7시부터 시작된 파티는 1층과 2층 중앙홀, 6층 특별 전시실, 야외 조각 공원에 와인 및 음료수 바(Bar)가 마련되어 있었고, 맛난 요리들을 끊임없이 웨이터와 웨이트리스들이 날라 왔습니다. 밤 10시부터 곳곳에서 열린 공연은 축제 분위기를 한껏 돋구었습니다.
이번 모마의 관전 포인트는 미술관 리모델링을 위해 1조원을 쏟아 부었다는 점과 일본인 건축가가 모마 재건축을 디자인했다는 점입니다.
일본인 건축가 다니구치 요시오(67.아래 사진)씨는 7년전만해도 미국에서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무명이었습니다. 하지만 1997년12월 세계 현대미술의 상징인 모마 재건축 디자인을 맡아 세상을 놀라게 했습니다. 다니구치씨는 일본에서는 미술관, 도서관등 많은 건축물을 디자인했지만, 해외 프로젝트는 모마가 처음입니다. 다니구치씨는 일본 게이오 대학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한 뒤, 미국 하버드대학에서 건축학 석사를 받았고, 하버드대와 UCLA대, 일본 동경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다니구치의 아버지는 일본 현대 건축사에서 유명 인물인 다니구치 요시로라고 합니다.

그는 지난 15일 모마 6층 특별전시관에서 기자 회견을 가졌습니다. 다니구치씨는 “도시를 디자인하듯 이번 프로젝트를 접근했으며, 도시속의 도시, 도시속의 미술관을 디자인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40여년전 모마를 처음 방문했으며, 당시 정말 많은 사람들이 미술관을 즐기고 있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습니다.
다니구치씨는 당시 자만에 차서 이야기했는 지 여부는 모르겠지만, “모마 건축물을 놓고 사방에서 격찬을 하는데 특별한 것이 없다. 특별한 소재를 사용하지도 않았다. 왜 사람들이 극찬을 하는 지 이해가 안간다. 진짜 놀라서 그러는 것인지, 외교적 수사에 불과한 지 잘 모르겠다. 다만 개인적으로 모마 건축물은 편안하게 느껴지므로 완벽하다고 본다”고 말하더군요.
그는 재건축 건축가로 선정된 뒤 미술관 재단이사회에 “돈을 충분히 들이면 미술관 건축물을 사라지게 만들겠다”고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기자들이 그 의미를 묻자 “건축물을 눈에 띠지 않도록 하고, 단지 마시듯이 느낄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미다. 많은 건축가들은 디테일에 신경을 쓰지만, 나는 디테일을 숨기려고 한다. 예를들어 당신이 좋은 집을 원한다면 집에서 편안하면 되는 것이다. 건축물은 잊어 버려야 한다”고 설명을 했습니다.
다니구치씨는 이번 모마 재건축에서 가장 신경을 쓴 부분이 야외 조각공원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그는 건축물을 완성하기 전에 1964년 모마 동관과 야외 공원을 설계했던 건축가 필립 존슨씨를 코넥티컷주의 존슨씨 집에서 만났다고 했습니다.
당시 에피소드 한가지를 공개했는데, 함께 멋진 이탈리아 식당으로 점심을 먹으러 가려고 하는데 존슨씨가 다니구치 양복 상의를 입었다고 합니다. 다니구치씨가 내 양복이라고 했지만, 존슨씨는 자기 옷이라고 우기더라고 합니다. 실강이를 벌이다가 옷장에 가서 확인하니까 우연히도 똑같은 양복 상의 한 벌이 걸려 있어서 둘 다 웃고 말았다고 합니다. 우연치고는 묘한 인연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제 글은 여기서 그치고, 제가 모마를 방문했을 때 찍어온 사진을 공개하도록 하겠습니다.
아직 사진 정리가 안돼서 야외 조각 공원과 일부 중요 사진들을 먼저 실고, 나중에 기회가 되면 다른 작품 사진들도 여러분께 보여 드리겠습니다. 참고로 지난 17일자 조선일보 문화면에 실린 모마 기사를 사진 뒤에 첨부합니다.

<맨해튼 53 street 에서 바라본 모마 건물 입구>

<4층에서 내려다본 2층 중앙홀 전시장. 미국 추상표현주의 대가 바넷 뉴먼의 조각 ‘쪼개진 오벨리스크’와 프랑스 인상파 화가 클로드 모네의 ‘수련’이 조각 우측에 걸려 있습니다.>

<5층에서 4층으로 내려오는 계단에 걸려 있는 마티즈의 댄스II 작품. 건축가 다니구치씨는 건물 한복판의 계단에서 야외 조각공원이 보이도록 설계한 이 곳이 포인트라고 설명을 하더군요.>

<야외 조각 공원에서 6층짜리 모마 전시장을 바라본 전경. 사진이 작아서 안보이는데 전시장 유리창안으로 전시된 작품들이 보입니다.>
<다음은 야외 조각 공원에 전시된 작품들 사진입니다.>













<조선일보 17일 문화면 기사>
1조원!
20일 재개관하는 뉴욕현대미술관(Museum of Modern Art=모마)을 초현대식으로 증축ㆍ리모델링하는 데 1조원(8억5000만달러)이 들었다.
개관 75년을 맞는 모마는 64년에 동관(東館)을 증축한 것을 포함 그동안 일곱차례 증축ㆍ개축을 거쳤다. 이번 리모델링 작업은 12만점이 넘는 모마의 회화, 조각, 디자인, 비디오 등 미디어 아트 소장 작품을 보다 현대적인 공간에서 보여주기 위한 야심만만한 프로젝트로 진행됐다.
일반공개를 앞두고 15일 미리 이곳을 찾았다. 언론 공개일인 이날 미술관은 미국 전역 뿐 아니라 세계에서 몰려온 기자들로 북적거렸다. 맨해튼 한 복판, 하늘을 찌르는 초고층 건물들 사이에 어깨를 움츠리고 있던 옛 모마와 달리, 일본 건축가 다니구치 요시오씨가 디자인한 모마는 현대적이면서도 기품있는 공간으로 변신해있었다. 유리와 알미늄, 화강암을 주재료로 한 모마의 새로운 면모는 전시장 곳곳에 설치된 커다란 유리창을 통해 들어오는 햇빛으로 풍부하고 자연스럽게 빛났다.
모마에 들어서면 348평의 드넓은 로비가 기다리고 있다. 예전 모마의 협소함과 달리, 일단 툭트인 느낌이다. 천정 높이 34m의 시원한 중앙홀 유리창 밖으로 모마의 명물인 애비 알드리치 록펠러 조각 공원이 내다보인다. ‘미술관의 심장’이라고 불리는 이 조각 공원은 건축가 다니구치가 이번 리모델링 작업에서 어느 곳보다 심혈을 기울여 복원했다. 뉴요커들이 망중한을 즐기는 이 야외 공간에는 마욜의 ‘강’을 비롯, 로댕, 헨리 무어, 피카소 등 거장들의 조각들이 제자리를 잡았고, 미국·유럽·중국산 나무들이 자연의 숨결을 전해주고 있다.
건축가 다니구치씨는 유별나게 튀지 않으면서 우아하게 주변에 녹아든 모마 작업에 대해 “도시 속의 도시, 도시 속의 미술관을 디자인했다”고 말했다. 설계공모 때 “미술관이 보이지 않게 하겠다”고 제안했던 그는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건축물이 눈에 띄지 않고, 단지 마시듯이 느낄 수 있도록 했다”며 “당신이 좋은 집을 원한다면 집에서 편안하면 되는 것이다. 건축물은 잊어 버려야 한다”고 자신의 건축관을 드러냈다.
본격적으로 전시장이 펼쳐지는 2층 중앙홀에서 처음 눈길을 잡아끄는 것은 미국 추상표현주의 대가 바넷 뉴먼의 조각 ‘쪼개진 오벨리스크’와 프랑스 인상파 화가 클로드 모네의 ‘수련’이다. 3층에는 19세기 중반부터 현재에 이르는 건축·산업 디자인 작품들을 전시하는 건축·디자인 갤러리, 드로잉 갤러리, 사진 갤러리가 자리 잡았다. 4~5층은 피카소, 마티스 등의 회화·조각 전시장으로 사용된다. 4층과 5층을 연결하는 계단 중간에는 헨리 마티스의 그 유명한 ‘댄스(I)’이 난간 사이로 보이는 조각 공원과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모마 증축과 리모델링은 천문학적 비용으로 악명높았지만, 이중 82%인 8억 달러가 이미 모금을 끝냈을 정도로 성공적으로 진행됐다. 모마 재단 이사회 멤버들이 약 5억 달러(5500억원)를 기부했고, 채권 발행으로 2억5900만 달러를 조달했다. 뉴욕시도 6500만 달러를 지원했다. 이 돈으로 기존 건물보다 두 배 이상 넓은 1만7703평의 미술관이 재탄생했다.
그러나 모마는 이번 재개관에 맞춰 입장료를 미국내 미술관 중 (그리고 아마도 세계 미술관 가운데서도) 가장 비싼 20달러(2만2200원)로 올려 상당한 비난을 받고 있다. ‘프리 모마’라는 시민단체는 1주일째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뉴욕=김재호특파원 jaeh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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