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공책
폴 오스터 지음, 김석희 옮김 / 열린책들 / 2004년 10월
평점 :
절판


폴 오스터 식의 '우연의 미학'을 만끽하는 2005년이 되길 기원합니다~

 

세상이 얼마나 심오한 미스테리로 가득 차 있는지, 나를 둘러싸고 있는 우주안에 얼마나

감동적인 서프라이즈가 소용돌이 치는지

새삼 눈물이 나고 겸허해 지는 한 해가 됐으면 합니다...

(혹시 로또 대박...그러면 정말 머리 숙여 감사하겠는데요 흠흠)

 

책 '빨간공책'은 에, 폴 오스터의...뭐라 해야 할까...에세이?

 

'빨간 공책'이 재미있는 건...

폴 오스터의 소설에 담긴 기묘한 사실주의와 신비주의의 버무림을...

작가가 일상에서도 진짜 겪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책을 본지 몇 달 돼서 하나하나 기억은 안 나는데...

(그렇다고 이 글을 쓰기 위해 한번 본 책을 다시 넘긴다면...그건 별루

쿨하지 않은 것 같아 통과합니다~)

 

폴 오스터 자신이 경험한 우연과 지인들의 전해주는 우연들을

빨간 줄 쳐진 노트에 뾰족한 연필로 사각사각 옮겨 적은

듯한 작은 책입니다(실제로 책 활자가 뭔진 모르겠지만

에...기계가 아니라 손으로 쓴 '필기체'거든요)

 

예를 들어..

아주 희귀한 책을 애타게 찾고 있던 사람이...

여기저기 수소문하며 책을 찾아다녀도 절대로

구할 수가 없어 거의 포기할 지경에 이르렀는데...

어느날...길을 가다...우연히 거리에서 어떤 여자가 그 책을 읽고

있는 걸 봅니다...원래 붙임성이 없는 사람이지만...

그냥 용기를 내어 "그 책을 사방팔방 찾고 있었다'라고 합니다...

그랬더니 그 여자가 "방금 이 책을 다 읽었다, 정말 대단한 책이다"라며

"이 책을 당신에게 주겠다"는 겁니다..."나는 오늘 이책을 당신에게 주기 위해

여기 있었던 것 같다"면서요...

뭐 진부한 우연일 수도 있는데...

암튼 책에는 이런 '리얼' 케이스들이 줄줄이 등장합니다...

 

그리구 오스터의 글보다 더 재미있었던 것은

책을 번역한 분이 쓴 '옮긴이의 글'입니다.

 

이 분이 '빵 굽는 타자기'를 번역했는데...실수로 그만

policeman을 정치인으로 옮겼답니다...politician으루 잘못 봤나 봅니다.

자기도 모르고 있다가 독자의 지적을 받고 정말 너무 창피했다고 하네요.

너무 쉬운 단어니까...정말 100% 실수지요.

그런데 한 참 후 일본에 갔다가...

서점에서 일본어판 '빵 굽는 타자기'를 발견하고는 한번 넘겨봤는데...

세상에 세상에 세상에 일본 번역자도 똑같이

policeman을 정치인으로 옮기는 실수로 했다네요...

폴 오스터를 번역하면서 폴 오스터식 우연을 경험했으니...

소 베리베리 오스터네요~

 

 

제 앞에도 어느날 환상 터널이 짠 하구 입을 벌려주면 얼마나 좋을까요...

 

 

우연의 미학까지는 아니지만...제 버전의 우연을

하나 말씀드리자면...

 

얼마 전, 아주아주 추운 토요일에

양식을 준비하러 집을 나섰습니다...

원래 계산을 잘 못하는 머리라...

수퍼 가서 바나나 맛 아이스크림 한통, 다이어트 콜라 한병

동네에 새로 생긴 크라제 버거에 가족 손님들이 버글대기에...

따라 들어가 이름 잘 기억 안나는 버거 하나랑, 칠리 핫도그를 사고...

요즘 대박난 김밥천국에 가서 늘 먹는 2000원짜리 참치 김밥을 주문했는데...

앗, 김밥 살 돈이 한 1000원 정도 모자란 겁니다. 그래서 1000원짜리 기본 김밥으로

바꿔달랬는데 종업원이 참치 김밥 다 싸놨다고 툴툴대길래

집에까지 가서 돈을 가져와야 하나 고민 하는데...

김밥집 사장님이 나오시더나 그냥 참치김밥 가져가라고 하는 겁니다...

그리고 나서

이삼일 후 이번에는 편의점에 가서리

그때 비타 500하구, 다이어트 콜라 작은 거 하나하구, 녹차하구 또 음료수와 간식꺼리를 샀는데

가진 돈 보다 총 금액 초과 사태...이것 저것 뺐거든요...

마지막에 콜라랑 비타 500만 남았는데두 딱 100원이 모자란 겁니다...

두 사람이 갔으니까..콜라랑 비타 500 은 먹고 싶은데....

돈은 없구...편의점에서야 깎아줄 수도 없구요...

그런데 아르바이트 학생이 자기가 100원을 내주겠다네요???

세상에...이 사람이 착한 걸까(요기서 경제가 어려운데 100원을 너무 하찮게 본다고

이 젊은이를 욕하시면 얘기 자체가 성립이 안 되므로 너그럽게 넘어가시길...)

암튼 잠깐 어안 벙벙한 상황에서도 주머니를 미친 듯이 뒤지다 보니

네, 100원이 나왔습니다~

 

뭐라고요??? 이걸 에피소드라고 썼냐고요???

오스터식 우연의 미학은 커녕 그 발가락에도 못 미친다구요?

맞습니다...그래서 2005년에는 눈에 불이 나도록 한번 찾아보려구요...

'세상에 이런 일이' 싶은 재미있고 기쁘고 즐거운 우연을요...

 

그래서...음...사무실 책상에 일종의 부적을 장치해 놨습니다...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 나오는 하울의 방처럼요...라고 하면 거짓말이구요...

 

 

 

 

짠, 이것은 '승리의 여신'입니다. 브론즈로 만든 니케입니다~

미모의 여성분이 '승리하는 한해가 되라'며 만들어 주신 겁니다...

적극적으로 날개짓 하고, 결국에는 훨훨 날아오르고야

말리라는 다짐을 매일 상기하기 위해 책상 한쪽

구석에 세워놓았습니다...

 

 

 

책상 오른쪽에는 여행 책들을 탑처럼 쌓아놓았습니다...

산행길에 돌멩이를 하나씩 올려 소원을 빌듯 말이죠...

 

건 그렇고 사진에서 보이는 론리 플래닛 '인도'편 바로

아래 있는 '아내의 여자친구'는 고이케 마리코라는

일본 여자가 쓴 책인데...

우연히 읽었거든요...

세상을 굳이

남자 대 여자로 나눈다면

갖가지 상황이 여성의 손을 들어주는 갖가지 우연들이

등장하는 재미있는 책입니다(잠깐, 그걸 그냥 우연이라고 해두

되나...필연일지도 모릅니다만...그러면 이 블로그 얘기

자체가 성립이 안 되므로 그냥 넘어가기로 하겠습니다)

 

암튼 두고두고 생각해도 웃음이 나오고 가슴이 설레는

각종 우연의 미학을 만끽하는 2005년이 되길 기원합니다...

(어쩌다 보니 블로그 첫 문장과 비슷하네요...오홋, 우연입니다요!)

 

http://blog.chosun.com/blog.screen?blogId=230&menuId=641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