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영박물관 한국전] '신들의 명품' 박스20개 서울서 첫밤
‘1500억 보물선’ 4월12일 개막준비 돌입
‘마법사의 돌’ 등은 “너무 소중해” 손에 들고 와
타이태닉 침몰시킨 ‘불행한 미라’도 탈없이 안착
정재연기자 whauden@chosun.com
이위재기자 wjlee@chosun.com
입력 : 2005.03.29 18:34 26' / 수정 : 2005.03.30 06:33 32'


▲ 서기전 10세기 중엽에 만든 이집트의‘불행한 미라’. 관만 남았을뿐, 정작 관 안에는 미라가 없다.

[화보] 대영박물관 사이버투어

4월 12일 막을 올리는 ‘세계문명, 살아있는 신화―대영박물관 한국전’에 모습을 드러낼 보물 335점 중 223점이다. 아시리아 정복 군주 아슈르나시르팔 2세(재위 서기전 883~859)상 등 나머지 112점은 30일 도착한다. 335점의 보험평가 총액은 1500억원. 사고 위험 때문에 전시품은 반드시 몇 차례로 나눠 운반한다.

오후 4시39분. 비행기 연결통로로 질 맥스 유물 대여 담당관 등 대영박물관 관계자 6명이 걸어 나왔다. 이들 중 3명은 각각 손에 수화물 박스를 하나씩 들고 있었다. 직접 손에 들고 온 유물 7점의 보험평가액은 340만파운드(약 65억원). 영화 ‘해리포터―마법사의 돌’에 영감을 줬다는 스코틀랜드 상아 체스말 3점, 역시 상아로 만든 15~16세기 소금 그릇, 향이나 보석을 넣었던 서기 5~6세기 이집트의 상아 성체(聖體) 용기 2점 등은 다른 짐과 섞이면 행여 다칠세라, 비즈니스석 두 자리를 따로 내서 앉아 왔다. 박스 안에는 항온 항습 장치가 돼 있고 폴리우레탄폼에 유물이 겹겹이 싸여 있다. 상아 소금 그릇의 포장과 운반을 담당한 스튜어트 마스덴씨는 “조금만 충격을 받아도 바스러질 정도로 유물이 약하다”고 설명했다.

같은 시각, 화물칸에서는 대형 박스 20개가 내려졌다. 두께 5~6㎝ 소나무 합판으로 짠 상자마다 서기전 645년 아시리아 왕의 사냥 장면을 담은 ‘죽어가는 사자’ 부조, 뒤러와 렘브란트의 판화 등 유물이 폴리우레탄폼, 산성기를 없앤 종이, 부드러운 특수천 등으로 5겹 이상 꼼꼼하게 포장돼 있었다.

“‘불행한 미라(The Unlucky Mummy)’와 함께 비행기를 탔지만 무사히 왔습니다.” 질 맥스씨가 웃으며 말했다. 서기전 945년에 만들어진 ‘불행한 미라’는 대영박물관에서 가장 큰 인기를 누리는 유물 중 하나. 이를 이집트에서 운반해 나오던 일꾼들이 화를 입었고, 이어 미국인 수집가가 ‘불행한 미라’를 구입한 뒤 1912년 타이태닉호에 탔다가 배가 빙산에 충돌해 침몰했다는 소문이 있다는 유물이다.

유물은 5t과 3.5t 트럭 2대에 나눠 실린 뒤 서울·인천경찰청의 호송으로 방화대교~신공항 고속도로~올림픽도로를 거쳐 오후 8시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 미술관에 도착했다. 갑자기 포장을 뜯으면 수천년 세월을 견딘 유물에 탈이 날지도 몰라 48시간 동안 상자 속에서 ‘현지 적응 기간’을 거쳐야 한다. 유물이 개봉되는 것은 4월 2일 오전. 영국에서 날아온 보물들은 그때까지 섭씨 20도, 습도 50%가 유지되는 수장고(收藏庫)에서 휴식을 취한다. 전시 문의 (02)518-3638, 홈페이지 www.bmkore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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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4-02 14:2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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