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씨-일본 미술교과서에 실리게 된 의 ‘과일나무’(2000). 플라스틱·싸구려·가짜·짬뽕·유치찬란, 또 경쾌함·즐거움·허찌르기·비틀기의 선수인 설치작가 씨의 작품이 일본 미술 교과서에 실린다. 일본의 교육 서적 전문 출판사 가이류도(開隆堂)사는 최근 ‘씨의 작품 사진을 2006~2009년도 중학교 미술 교과서에 게재하고 싶다’며 허락을 구하는 편지를 최씨에게 보냈다. 출판사측이 “수많은 일본 중학생들에게 소개하고 싶다”고 밝힌 작품은 ‘과일 나무’.
2000년도 작품이며 일본에서 열린 국제 미술전 ‘요코하마 트리엔날레’ 출품작으로 현재 요코하마 공원에 설치돼 있다. 제목은 ‘과일 나무’이지만 딸기·포도·수박에 콩깍지, 무, 배춧잎, 가지까지 빨강 초록 보라 등 총천연 색깔의 과일과 야채가 뒤엉켜 동그란 모양을 이루고 있다.
최씨의 작품이 실릴 책은 2006~2009년도 중학교 3학년 미술 교과서로, 40페이지짜리 교과서는 일본 무사시노 미술 대학의 게이스케 오쓰보 교수 등이 공동집필하며 80만부 정도 찍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 미술서적에 비해 보수적인 미술 교과서에 최씨의 ‘과일나무’가 진출하는 것은 이 시대 예술판에서 확실한 조류로 각광받고 있는 ‘키치(kitsch)’ 미술이기 때문이다.
마이클 잭슨과 원숭이 모양을 한 우스꽝스러운 조각에 번쩍이는 황금색을 칠한 제프 쿤스의 1980년대 말 작품이 이제 고전에 오른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관객은 최씨가 화려하고 야하게 차려낸 ‘과일 나무’를 보며 천박함을 통해 엄숙주의를 조롱하는 풍자 정신을 만끽할 수도 있고 그저 예쁘고 달콤한 모양을 즐겨도 된다.
최씨는 이 작품에 대해 “누구나 알기 쉽고 보기 쉬운 공공 미술작품”이라며 “쇠나 돌 같이 고상하고 점잖은 재료로 심드렁하고 무표정하게 만든 조각과는 정반대”라고 설명했다. ‘과일 나무’ 앞에서는 “전문가·비전문가 구분이 사라지고 상상했던 아름다움이 그대로 펼쳐지고, 관객과 작가의 소통이 이루어진다”는 말이다. 최씨의 작품 세계는 한마디로 ‘플라스틱 파라다이스’다. 1960~70년대 싸구려 다방의자를 ‘주요 컬렉션’이라고 소개하고 이웃이 버린 가구를 주워다 삼청동 자택 인테리어를 꾸미기도 한 그는 서울 낙원동 낙원빌딩에 ‘가슴시각 개발연구소’를 차리고 서울 강남과 강북, 국내외를 넘나들며 활동 중이다.
특히 세계가 주목하는 모리 미술관이 들어있는 도쿄의 록본기 힐스에 어린이 공원을 조성하며 화제를 모았고 지난해 리옹 비엔날레에서는 ‘과일 나무’와 비슷한 인공 꽃나무를 선보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