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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인 이야기 1 - 로마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 ㅣ 로마인 이야기 시리즈 1
시오노 나나미 지음, 김석희 옮김 / 한길사 / 1995년 9월
평점 :
역사를 서술할 때의 어려움은 시대를 명쾌하게 구분지어 이 시대에는 무슨 일이 이루어졌고 다음 새대에는 무슨 일이 있었다고 쓰기가 불가능하다는 데 있다. 전쟁 기록조차도 그런 식으로 기술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첫번째 이유는 대부분의 일들이 서로 겹쳐서 진행되기 때문이고, 두번째 이유는 나중에 큰 의미를 갖게 되는 일도 처음에는 작고 우연한 사건에서 비롯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역사는 필연에 의해 발전한다는 생각이 진리인 것과 마찬가지로, 역사는 우연의 중첩이라는 생각도 진리가 된다.
이렇게 되면 역사의 주인공인 인간에게 문제가 되는 것은 나쁜 우연과 좋은 우연을 구별하여 대처하는 능력, 나쁜 우연은 되도록 빨리 처리하여 거기에서 벗어나고 좋은 우연은 필연으로 가져가는 능력이 아닐까. 대기만성형의 로마인이 다른 민족에 비해 뛰어난 것은 바로 그런 면에서의 재능이 아닐까 여겨진다.
(본문 중에서)
개인의 역사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생각한다. 지금은 보잘 것 없는 매일매일의 일상과 자신의 꿈을 향한 일보 일보가 필연적인 우연을 낳고 이러한 우연들이 모여 드디어는 자신이 생각했던 goal에 조금씩 근접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저자의 경우, 또한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일본인으로서 유럽의 역사에 있어서는 이방인일 수밖에 없는 그런 그녀가 오늘의 디오니시오스가 되어 이태리 현지에서 직접 공부하고 찾아낸 자취들을 모아 이방인의 객관적인 눈으로 로마의 흥망을 그려내고 있다.
내노라 하는 현대 역사연구자들의 이차적인 자료만으로 갈증을 풀수 없던 그녀에게 일차적인 사료라 할 수 있는 역사책을 발간한 세 그리스인 폴리비오스, 플루타르코스, 디오니시오스의 역사자료는 정신적인 타락에 의해 흥망을 결정하여버린 여태까지의 물음을 자연스럽게 풀 수 있는 이유있는 근거들을 제시하여 주었다.
종교에 대한 로마인의 관대함과, 정치에 대한 집단들의 장점을 살릴 수 있는 제도의 시도와 정착 그리고 일반적으로 예상하기 쉬운 속국에 대한 폐쇄적이고 차별적인 대우를 깨고 포용과 함께 지도층을 개방적으로 이끈 열린 생활방식에서 팍스 로마나의 그 해답을 찾고 있는 것이다.
당신은 역사공부를 암기만 하는 것이라 싫어하는 고등학생인가? 그렇다면,
아직은 영문도 모른채 주어진 학업에만 전념할 수밖에 없는 당신이 과거에 지나지 않는 역사를,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가 왜 공부해야 하는 것이냐는 물음에 적절한 답을 제시한고 생각한다. 인간은 경험에 의해서 개선되는데 만약 지난날을 알지 못한다면 또 다시 반복하여 스스로 체험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따라서.. 과거 선조들의 모습을 간접적으로 배움의 터로 삶는 것이 아닐까... 하고
당신은 역사에 대해 흥미를 가지고 있는데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 지 몰라 난감해 하고 있는 성인인가? 나처럼, 오늘날 커다란 가름을 한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 정치에 관한 어떠한 좋은 본보기를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하고 그것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하는 사람인가? 여기 그녀의 얘기에 얼마전에 정말 존재했던 전쟁 영웅담을 듣는 로마의 어린이처럼 눈망울을 빛내며 턱을 괴고 귀기울여 보자.
우리는 현재의 로마인이 되어 그 예의 자랑스러움으로 시민권을 행사하는데, 정치적인 권리와 의무를 행사하는데 관심을 가지고 생활하게 될 지도 모른다.
총총하며, 로마인 이야기 전 13권을 1995년부터 꾸준히 매년 한권씩 그것도 7월 7일 그녀의 생일에 맞게 계획대로 출간하고 완성해 내는 한 일본작가의 유럽사에 대한 글을 읽어내는 한국인 독자로서 그녀의 전언대로 서로간의 공통사를 떠난 이러한 관심사들이 한, 일 서로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를 가져오는데 도움이 될 수 있으리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