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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퍼홀릭 1권 1 - 레베카, 쇼핑의 유혹에 빠지다 쇼퍼홀릭 시리즈 1
소피 킨셀라 지음, 노은정 옮김 / 황금부엉이 / 2005년 6월
품절


바로 그 순간! 내 손가락이 반드르르하고 빳빳한 새 쇼핑백의 손잡이를 감싸 잡는, 그리고 그 안에 들어 있는 온갖 찬란한 새 물건들이 내 것이 되는 바로 그 찰나의 기분이 어떠냐? 며칠을 쫄쫄 굶다가 버터 바른 따끈한 토스트를 한입 가득 베어 물었을 때의 기분 같다. 자고 일어나서 그날이 주말이라는 것을 깨달았을 때의 그 기분 같다. 섹스의 아찔한 순간 같다. 그 밖의 모든 것은 마음에 들어 오지 않는다. 그것은 순전히 자기 자신만을 위한 쾌락이다.-49쪽

잠시 우리 둘은 침묵한다. 우리는 지금 좀더 높은 존재와 의사소통을 하는 중이다. 바로 쇼핑의 신!-55쪽

돈, 돈, 돈 그건 강박관념이다. 하지만 돈에 대한 생각을 깡그리 비우고 나면 이렇게 홀가분해진다. 벌써 나는 전혀 다른 정신 자세를 갖게 되었음이 느껴진다. 훨씬 덜 물질적이고 훨씬 더 철학적이다. 한결 고상해진 기분이다. 바턴이 말한 대로, 우리는 모두, 우리가 이미 얼마나 많은 것을 소유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매일매일 감사하는 것을 잊고 산다. 빛, 공기, 자유 그리고 친구들의 우정.....-1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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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스처 라이프 1
이창래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5년 4월
구판절판


서니는 말을 잔인하게 하면 실제로 그렇게 될 것처럼 말했다. 서니가 말을 이었다.
"아무것도요. 저는 사랑을 원하지 않아요.아빠의 관심도 원하지 않아요. 어차피 가짜라고 생각해요. 혹시 모르실지 모르지만, 아빠가 관심을 가지는 것은 이 지저분하고 더러운 타운에서 아빠가 어떤 평판을 얻느냐 하는 것이에요. 그리고 제가 혹시나 거기에 상처를 내지나 않을까 하는 것이고요."

"그럴지도 몰라요. 하지만 제가 보아 온 것은 아빠가 모든 일에 매우 주도면밀하다는거예요. 우리의 예쁘고 큰 집에서도, 이 가게에서도, 모든 손님들에게도, 보도를 쓸고 다른 가게 주인들하고 기분 좋게 이야기하는 걸 한번 보세요. 아빠는 제스처와 예의만으로 인생을 꾸려 가고 있어요. 아빠는 늘 다른 사람한테 이상적인 파트너이자 동료가 되려고 해요."
"왜 그래서는 안 되니? 우선 나는 일본인이야! 유순해서 남들의 사랑을 받는 게 뭐가 그렇게 나쁜 거냐?"
" 흥,베들리런에서는 그런다고 해서 누구 하나 코방귀도 뀌지 않아요. 카드 가게에서 내가 무슨 이야기를 들었는지 아세요? 쓰레기와 보도 청소 일정을 잘 짜는 '착한 찰리'를 두었으니 얼마나 좋으냐는 거였어요. 사람들이 아빠에 대해 진짜로 생각하는 건 그거라고요. 일등 시민이 되는 게 아빠의 직업이 되어 버렸어요."-128 - 129쪽

"나는 이 타운에서 존경받고 높이 평가받고 있어. 나는 지방 의회에서 중요한 회의가 열리면 한만디 해 달라고 꼭 초대를 받아. 너는 내 지위가 어떤 것인지 잘 모를 거야. 사람들은 내 말에 귀를 기울여."
"그건 모두 아빠한테 신세를 지도록 만들었지 때문이죠. 늘 선심을 쓰니까요. 저 여자 경찰관 코모한테처럼요. 그 여자는 아빠가 굳이 그럴 필요가 없는데도, 귀찮은 일인데도 가지를 도아 준 착하고 고마운 사람이기 때문에 아빠를 거스를 수가 없었던 거예요. 아빠는 인심으로 다른 사람한테 짐을 지운 거라고요. 그래서 코모 경관으 제가 골치 아프게 굴 깨도 아빠의 마음을 상하게 하는 일은 못하는 거예요. 메리 번즈도 그런 식 아니었어요? 아빠는 그 분도 아빠에게 화조차 내지 못하게 만드셨죠?-12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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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테라
박민규 지음 / 문학동네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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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민규의 전작인 <삼미 슈퍼 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을 꽤나 유쾌하게 읽었던터라, <카스테라>의

출간소식이 내심 반가웠다. 그만의 재기발랄하고 유쾌한 입담을 어떻게 풀어냈는지 궁금해서였고, 또

 얼마나 새롭고 전복적인 이야기를 가지고 나왔을지 호기심이 일어서였다.  그러나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다.

 

  < 카스테라>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좋게 말하면 '주변인'이고, 적나라하게 말하면 다들 '낙오자'들이다. 비정

하고 냉혹한 흡혈귀같은 현대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부유하는 청춘들이 대거 포진해 있다. 그들은 정상적

인(?)  직업을 갖지 못하고, 하나같이 알바를 하든지 인턴사원이든지 이것도 저것도 아닌 어정쩡한 상태에 있

다. 요즈음 한국사회의 청년실업이 낳은 문제와 폐해를 잘 반영하고 있다고 하겠다.

 

그런데 특이한 점은 이러한 세태반영이 기묘한 서술기법을 취하고 있다는 데 있다. 인간들이 각종 동물로

변신하는가 하면 외계인이나 우주선이 등장하기도 한다.  온갖 황당무계하고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 벌어지

는데 그러한 상황설정은 인물들의 비참함과 서글픔을 극대화시키는 장치로 작용한다. 인간다운 삶의 조건과

양식을 박탈당한 인물들에겐 현실이 이처럼 비현실적이고 초현실적인 상황으로 치닫는 게 오히려 당연한

수순처럼 보여지기도 한다.  왜 작가는 이러한 엉뚱하고 생뚱맞은 서술기법을 취한 것일까?

 

소설속의 현실은 너무나 서글프고 남루하다. 인생을 찬란하게 만들어 줄 햇빛도 없고 시원하게 만들어

 줄 바람도 없다. 작가가 보기에 이 냉혹한 세계는 비현실적이고 초현실적인 상황으로 변이되지 않고서는

견디기 힘든 곳인지도 모른다. 전작에서 보여주던 그의 유머와 위트는 그 흔적이 미미해졌다. 블랙유머가 간

간이 등장하긴 하지만 너무나 서글픈 현실속에 처한 인물들에게 감정이입을 하고 나서인지 입맛이 쓰다.

 

  작가가 그린 소설속의 인물들은 참담한 현실 앞에서 아무런 제스처도 취하지 못한다. 다만 현실에 순응

하고, 조롱당하고, 괴롭힘을 묵묵히 감수한다. 세상을 바꾸자는 혁명적인 구호는 왠지 무모해 보인다.

죽음처럼 질긴 희망을 직설화법으로 얘기하는 것도 어찌보면 세련되지 못한 행동같다. 그래도  이건

뭔가 상당히 김빠지는 이야기이다.  날카로운 현실인식 끝에는 어떠한 모양이든 변화의 징후가 필요한

것 아닐까? 정밀하고 치밀한 문제의식을 제기한 자라면 답변도 치열하게 찾아 내야 할 것이다. 작가는

독자에게 그 숙제를 남겨 준 것일까?

 

동정없는 세상에서 알아서 살아남든지, 아니면 좀더 인간적인 조건과 토대가 마련된 사회를 구축하기

위해 - 기린이나 너구리로 변신하지 말고- 고민하고 행동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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