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 깊은 나무 1
이정명 지음 / 밀리언하우스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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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세종 대왕이 친애하는 집현전 학사들이 하나 둘씩 죽어나간다는 의문의 살인사건이 소재라는 것에 매료되어 이 책을 읽게되었다. 지금껏 자국어를 갖고 있다는 자부심과, 한글의 편리성에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었다. 역사에 길이길이 남을 위대한 업적을 남긴 그들에게 그런 변고가 있었다니 더욱 흥미를 가지지 않을 수 없었다.

   1권에서의 살인 사건은 총 네 건이 발생한다. '열상진원 ㅡ> 주자소 ㅡ> 집현전 ㅡ> 경회루' 로 장소를 옮겨가면서 말이다. 첫 번째 살인 사건이 벌어졌을 때, 당시 숙직이었던 어린 겸사복 강채윤이 현장을 조사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사건 하나 하나에서 단서를 찾아내기 위해 채윤은 그의 열정을 모두 쏟아 붇는다. 사건의 범인을 꼭 찾아내고 말겠다는 그의 젊은 혈기를 위태하게 바라보는 사람들도 있었다. 조사를 하면 할수록 점점 더 미궁 속으로 빠져드는 듯 했으나 음양오행의 단서에 따라 사건이 발생한다는 점을 알아내고 막기 위해 애쓴다.

   책을 읽는 내내 살인 용의자를 좇으며 추리를 하는 재미도 있지만, 겸사복 말단인 강채윤에게 사건 해결을 떠넘기려 하는 고위 관직에 있는 사람들의 행태를 보면서 예나 지금이나 사람 사는 모습은 다 똑같은가보다 하는 생각이 드니 더욱 흥미를 느꼈던 것 같다. 현대에서도 힘 없고 빽이 없으면 위에서 시키면 시키는 대로 군말없이 해야 하는 것이 현실 아니던가.

   신분이 그렇다보니 사건의 실마리를 찾아내도 감히 누굴 체포하거나 추궁하는 것도 뜻대로 하지 못하지만, 어떻게든 범인을 잡고야 말겠다는 그의 끓어오르는 정의감과 열정에 감복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언제나 그렇듯, 영화에서든 책에서든 드라마에서든 주인공은 난관에서도 벌떡 일어서고 큰 일을 해내는 영웅으로 그려지지 않던가. 이 책에서 사건을 해결해가는 겸사복 강채윤이 주인공임을, 볼품 없는 지위에서도 무릎꿇지 않고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투지를 강하게 그려냄이 그것을 증명해준다. 주인공이 강인한 성격인지 아닌지에 대한 진실은 잘 모르겠지만, 그러한 요소들이 소설의 재미를 더해주는 것은 아닐까 생각한다.

   읽는 내내 지루함도 모르고 시간 나는 짬짬히 읽어내려갔다. 이상하게도 서구 역사소설 보다도 동양 역사, 특히 우리나라 역사에 대해 쓰여진 책ㅡ고1때 읽었던 '불멸'이라는 역사소설도 무척 재미있게 읽었었다. ㅡ이 왜 그렇게 재미있게 느껴지는지......

   다음편이 너무 기대된다. 정말 범인이 누구인지, 왜 그런 일들을 벌이는지 직접 이 두 눈으로 읽어내려가고 싶다. 얼른 다음편을 펼쳐보아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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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의 요술 모자 - 미세기 그림자 극장
나탈리 디에테를레 글.그림, 박상은 옮김 / 미세기 / 2007년 4월
평점 :
품절


   어릴적에 누구나 한 번쯤은 하고 놀았음직한 그림자 놀이. 방 한가득 어둠을 채워넣고 가녀린 손전등 하나에 의지한 채, 양 손을 이용해 푸드덕 거리는 새, 옆으로 기어가는 게, 깡충깡충 뛰어다니는 토끼 등의 그림자를 만들며 놀았던 기억이 난다. TV에서 처음 그런 놀이를 접해본 후, 어린 마음에 잠들기 전에 종종 하던 놀이ㅡ이 책의 저자가 외국인인 걸로 봐서, 그림자 놀이가 비단 한국인의 전유물은 아닌 듯 하다.기원이 외국이었을까?ㅡ였다.

 

   이 책은, 그림자 인형극을 펼칠 부모와 아이들을 위해 세심한 배려를 해두었다. 자그마한 손전등 하나ㅡ건전지는 따로 구입해야 한다.ㅡ와 그림자가 비춰질 배경판을 책에 포함시켜 놓은 것이 그런 배려인 것이다. 일종의 홍보 수단이기도 하겠지만, 이런 작은 배려가 참으로 고마울 따름이다.

 

   책을 펼치면 사물이 입체로 살아나는 책들도 많이 접할 수 있어 이 책이 생소하지는 않았다. 그런 책의 변형이라고 생각해도 무방하리라. 물론, 그림자라는 특수한 성격이 가미되어 이 책만의 개성을 지녔다고 할 수 있다. 그림체도 아기자기 하고 귀엽고, 색상도 아이들이 좋아하는 원색적이라 선명하고 집중도도 높아진다. 책의 표지도 탄탄하고, 내지도 두툼한 것이 튼실하게 생겼다.  

 

   그렇다면, 할머니의 요술모자는 어떤 내용일까? 주인공 꼬마인 '나'는 수요일마다 할머니 댁에 놀러 간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할머니 댁에 갔다. 할머니는 급히 장을 보러 가시면서 "여기 있는 이 모자에는 절대로 손대면 안 된다. 알았지?"라고 당부하시고 가셨다. 하지만, '나'는 할머니가 나가시자마자 모자를 써 보았다.

 

   어디선가 이상한 소리가 들려 윗층 방에 가보았지만 물건만 뒤죽박죽일 뿐, 아무것도 없었다. 욕실에서 물 소리가 나 그 곳으로 가보니 물이 넘쳐 흘렀고, 집이 떠내려가기 전에 얼른 수도꼭지를 잠갔다. 그리고는 걸레를 찾으러 주방으로 내려갔다. 계단을 내려가는데 지하실에서 매운 연기가 올라왔고, 얼른 내려가 불을 껐다. 그리고는 다시 위층으로 올라갔는데 주방이 엉망이었다. 그러나 이 곳에도 아무도 없었다. 갑자기 밖에서 이상한 음악 소리가 들리고, 정원으로 가 보았다. 작은 손이 툭 튀어나오더니 '나'를 넘어뜨리려 했다. 음악 소리가 시끌시끌했고, 그제서야 '나'가 할머니 모자를 쓰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얼른 모자를 벗어 제자리에 올려놓았다. 그러자 순식간에 집 안이 조용해졌다. 엉망진창이 되었던 것들도 모두 원상복귀 되었다. 할머니가 돌아오시고 재미있게 놀다가 '나'는 집으로 나섰다.

 

   내용은 이러한데, 사실 각 장소마다 숨어있는 요물들이 있었다. 그 요물들은 방의 불을 다 끄고 깜깜한 상태에서 손전등을 이용해 책을 비추어야 만나볼 수 있다.

 

   처음에는 책의 내용을 그대로 읽어주고, 다음에는 부모가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그 다음에는 아이들 스스로 창작한 이야기를 부모에게 들려줌으로써 마음껏 상상의 나래를 펼 수 있다. 어떤 책이든 간에, 활용이 제일 중요한 것 같다. 책만 가지고 놀이를 하지 말고, 어릴적에 손으로 직접 그림자를 만들어 놀이를 했던 것을 아이들과 함께 하면 더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아이들과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배려해준 이 책 <할머니의 요술모자>에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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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황제 클라우디우스다 3
로버트 그레이브스 지음, 오준호 옮김 / 민음사 / 2007년 5월
평점 :
절판


   3권에 걸쳐 방대한 스토리를 토해내는, 각 권마다 400페이지 이상 각 페이지마다 24줄로 풀어내는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고등학생 시절에 여러권에 걸쳐 읽은 람세스를 떠올리며 많은 기대를 안고 읽은 책이다. 서구 역사 책을 읽으면 우리 나라 역사와는 새삼 다른 그들만의 독특한 역사를 엿볼 수 있어 즐겁다. 그 즐거움 속으로 빠져보자. (3권에서 다소 지루한 부분이 있었지만 참 흥미로운 이야기임은 틀림이 없다.)

 

   이 책은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물론, 클라우디우스의 시각으로 말이다. 하루하루를 살아가면서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고스란히 담아내어 그의 심정이 어땠는지 그의 입장에서 파악할 수 있다.

 

 

  로마 황실의 수치, 바보스럽고 절름발이에 말더듬이었던 클라우디우스

  끝까지 살아남아 황제가 된 그의 모습은 바보가 아닌

  역사가이자 유능한 행정가, 군사 전략가, 사법 개혁가였다

 

   

   클라우디우스는 로마의 인기 있고 명망 있는 장군 드루수스의 아들이자, 아우구스투스를 유혹하여 황후가 된 리비아의 손자다. 리비아는 아름다운 여자였지만 아우구스투스를 이용해 자신의 권력욕을 채우기 위해 전남편을 독살했다. 아우구스투스는 리비아의 두 아들을 양자로 들이는데, 공화주의자였던 드루수스(클라우디우스의 아버지)는 리비아의 눈 밖에 난 탓 ㅡ 어머니 리비아를 제거하고자 했다. ㅡ 에 티베리우스가 황위를 잇게 된다. 리비아는 남편과 아들(티베리우스)을 이용해 권력을 움켜쥐려고 음모를 계획하고 한명 한명 제거해 나갔다. 자신의 핏줄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클라우디우스는 절름발이에다 말도 더듬었기 때문에 누가 봐도 바보였다. 그래서 다들 그를 위험인물로 간주하기는 커녕 그를 모멸하며 방치해 두었다.  하지만 로마의 위대한 역사가 리비우스는 클라우디우스가 영특하다는 것을 일찍이 알아보았다. 그의 재능을 일찍이 알아본 사람 중에는, 클라우디우스에게 남들에게 자신의 그런 면을 드러내지 말고 여전히 바보처럼 행동하라고 했다. 그것이 그의 생명을 오래도록 지켜줄 것이라는 식으로 말이다.

 

   사악한 티베리우스는 리비아의 그늘에서 꼭두각시 놀음을 하는 것이 지겨웠고, 결국에는 어머니와 대립하게 된다. 어머니 리비아가 죽자 티베리우스는 공포정치를 펼친다. 그가 죽자 게르마니쿠스의 아들이자 클라우디우스의 조카 칼리굴라가 다음 황위를 잇는다. 그 역시 사악한 인품을 지녔기 때문에 결국에는 공화주의자들에게 암살 당한다. ㅡ 그 때까지도 클라우디우스는 황제들 앞에서 기꺼이 자신을 낮추고 멍청하게 굴었기 때문에 목숨을 연명하고 있었다. ㅡ 그 소식을 접한 클라우디우스는 공포에 떨며 숨어있었고, 황제를 잃고 분개하던 근위대에게 발견되어 다음 황제가 된다.

 

   그는 두 여인과의 불행했던 결혼 생활을 접고 열다섯 살의 매력적인 세 번째 아내 메살리나와 결혼을 한다. 그는 메살리나가 자신에게 충직하고 자신만을 사랑하는 순수한 여인으로 알고 살아간다. 하지만 그녀는 그 어떤 시대의 여자들보다 음탕했으며 클라우디우스를 거짓으로 눈을 가리고 악행을 저지른 마녀같은 여자다. 제 2의 리비아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ㅡ 리비아는 사악한 여자였지만, 여러 면에서 메살리나보다는 나았다. 정치적인 면에서도 항상 최선을 다하고 잘 이끌어갔다. ㅡ 결국, 클라우디우스가 로마를 떠나 있을 때 가이우스 실리우스와 반역을 꾀하고 비밀 결혼을 올리다 결국은 둘 다 처형당한다.

 

   클라우디우스는 42년에는 국경을 북아프리카까지 확대하고, 43년에는 브리타니아를 점령하고, 44년에는 유대를 속주로 합병하는 등 그의 훌륭한 업적을 많이 세웠음에도 불구하고 메살리나 때문에 자신의 큰 뜻을 펼치려던 포부는 다 사라지고 망연자실했다. 클라우디우스는 조카 아그리피닐라를 네 번째 부인으로 맞지만 역시 그를 불행하게 만들었다. 그녀 역시 권력욕으로 가득 찬 사악한 여자였던 것이다. 클라우디우스는 아그리피닐라의 권력욕을 채워주기 위해(그는 모든 것을 체념하고 그녀 마음대로 하도록 내버려 두었다.), 자신의 친아들 브리탄니쿠스의 희생을 무릅쓰고 그녀의 아들 네로를 양자로 받아들인다.

 

 

 

   이런 역사 소설을 읽다보면,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더불어 교훈도 얻게 된다. 첫 번째로, 너무 나서지 말것이다. 자신의 영리함과 재능을 모두 드러내다 보면 사람들의 시기도 받게되고 일생에 위험이 따를 수도 있다는 것이다. 두 번째로, 사람은 사람과의 인연을 잘 맺어야 한다는 것이다. 어느 정도 운도 따라 주어야 하겠지만, 자신에게 도움을 주고 진심으로 자신을 생각해주는 사람과의 인연을 맺어야 잘 풀리는 법이다. 세 번째로, 아름다움에 현혹되지 말 것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여인들을 보았듯이 남성들을 매료시킨 여성들은 치명적인 독침을 가지고 있었다. 육체의 아름다움과 세치 혀의 놀림으로 남자를 자유자재로 요리했던 것이다. 아름다움이 그 사람의 인품까지 보장해주는 것은 아니니까 말이다. 책에 등장한 여자들은 악녀라 불릴만큼 사악했지만, 여성이라는 신분에서 역사 속의 황제들을 자기 손으로 주무르는 것을 보면서 참으로 대단하단 생각도 든다. 온 로마가 그녀들 손바닥 위에서 놀아난 것이나 다름이 없었으니까.  

 

어쨌거나, 서로 물어 뜯고 못 잡아 먹어 안달인 그 시대에 바보스러움 하나로 끝까지 살아남아 황제의 자리까지 오르고, 진심으로 로마 시민들을 위해 참된 정치를 펴고자 했던 클라우디우스의 모습에 반하지 않을 수 없다. 앞에선 아름다움에 현혹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이번에는 못난 외모로 섣불리 그 사람의 능력까지 무시하지 말아야 겠다는 생각을 한다.

 

자신의 외모가 잘났다고 자만하지 말아야 하고, 못났다고 주눅들 필요가 전혀 없는 것 같다.  자만심은 자신을 파멸로 이끈다는 점을 이 책이 모든 것을 토해내며 생생하게 전달해 주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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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팬과 그림자 도둑 2 - 판타 빌리지
리들리 피어슨.데이브 배리 지음, 공보경 옮김, 그렉 콜 그림 / 노블마인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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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어릴적 누구나 한 번쯤은 읽어보았음직한 이야기 [피터팬] 이 새로운 판타지 소설로 재탄생했다. 그저 사람이 지어낸 이야기 속 주인공이었을 뿐인 피터팬이지만, 나의 어릴적 동심의 세계 속에선 언제나 살아있는 인물로서 생생하게 꿈틀거리고 있었다. 누구나 하늘을 날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보았을 텐데, 피터팬이 그런 존재라 더욱 동경의 대상이 되었던 것 같다. 나에겐 없는 특수한 능력. 영원히 늙지 않는 소년. 그의 모든 것이 부러웠었다. 그런 동경의 대상 피터팬이 새로이 내 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표지도 어찌나 예쁘고 환상적인지 내 모든 신경을 책 속으로 빠져들게 만들었다. 무척 흥미진진 할 것이라는 나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어쩌면 그렇게 생생하게 글로 담아낼 수 있는지 가히 신기할 정도였다. 오죽하면 두 권이나 되는 책을 하루만에 단숨에 읽었겠는가. 간간히 삽화도 등장해서 더욱 흥미로웠다.

 

   하늘을 나는 능력이 있는 영원히 늙지 않는 소년 피터팬. 말러스크섬(네버랜드)에서 고아소년 친구들과 함께 살고 있다. 후크선장과 그 일당들(해적)으로부터 말러스크 인들의 비호 아래서 말이다. 그러던 어느날, '옴브라 경'이라는 그림자 도둑과 그 일당 해적들이 말러스크 섬을 찾아온다. 옴브라 경은 경계를 서고 있던 말러스크 인들의 그림자를 빼앗아 자신에게 복종하게 만들고, 기어이 추장 '싸움꾼 새우'의 딸을 인질로 삼아 싸움꾼 새우로부터 별가루의 행적에 대한 정보를 캐내는 데 성공한다. 이들은 바로 영국으로 향한다. 몰리의 아버지를 찾으러 말이다. ㅡ 이들의 목적은 몰리의 아버지로부터 마법의 별가루를 되찾는 것이다. ㅡ 하지만. 몰리의 아버지는 이들의 반대 세력인 별지킴이였기에 별가루를 안전하게 반환하기 위해  가족들(몰리와 몰리의 어머니)을 저택에 남겨둔 채 스톤헨지로 향한다. 피터는 몰리의 가족의 위험을 알리기 위해 몰리를 찾아 나선다. 옴브라 경 일당의 배에 몰래 승선해서 말이다.

 

   피터가 몰리의 집을 찾아냈을 때는 이미 한발 늦은 뒤였다. 몰리의 어머니는 그 일당에게 납치되고, 구사일생으로 몰리를 구출해낸다. 오갈데가 없어진 이들은 친구인 조지 달링(몰리의 친구)에게 찾아가 도움을 청하게 되고, 옴브라 경으로부터 받은 편지를 읽어보게 된다. 상황이 더욱 다급해진 것을 깨닫고 팅크(팅커벨)를 포함한 이들 넷은 몰리의 아버지를 찾아 나선다.

 

   아버지가 계신 곳에 무사히 도착하지만, 별가루 반환은 무척 위험한 일이라 아이들에게 밖으로 나가지 말라고 당부하고 아버지는 일행과 함께 반환작업을 하러 나선다. 뒤늦게 몰리는 아버지가 위험에 처할 것이라는 것을 생각해내고 친구들과 함께 아버지를 찾아 나선다. 몰리 아버지가 반환 작업을 한창 진행하고 있을 때,  옴브라 경과 그 일당은 아버지를 처지할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별가루가 담긴 상자가 열리자, 눈이 부시도록 강한 빛이 발했고 옴브라 경은 몰리의 어머니를 이용해 몰리 아버지가 상자를 닫도록 만든다. 기회가 생기자 총을 쏘고, 몰리의 아버지는 탄환을 맞고 쓰러진다. 몰리 아버지의 친구와 몰리 아버지, 몰리 어머니, 몰리는 그 곳을 빠져나가고 피터가 닫힌 상자를 다시 열고 별가루를 반환하는 데 성공하게 된다. 물론, 옴브라 경의 자취는 남김없이 사라지고 그간 빼앗았던 그림자들은 제 자리를 찾아간다.

 

   다시 평화가 찾아오고, 피터는 친구들이 있는 네버랜드로 돌아간다. 평소와 다름없이 후크를 괴롭히는 개구쟁이 소년으로 말이다.

 

   몰리와 피터 사이를 질투해 퉁퉁 거리는 팅크의 행동들과 마음과 달리 새침하게 내뱉는 팅크의 말투가 너무나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몰리가 팅크의 질투심을 눈치채지 못한 것이 다행인걸까? 피터와 조지의 관계가 절대로 친해질 수 없는 관계 ㅡ 둘 다 몰리를 좋아했기에, 경쟁 상대였던 것이다. ㅡ 인 것처럼, 몰리와 팅크의 관계도 절대로 우호적일 수 없는 것이리라.

 

   제목이 '피터팬과 그림자 도둑'인 것이니 만큼, 옴브라 경(그림자 도둑)의 이야기가 두드러지는 것이 당연한 것이지만, 후크 선장의 비중이 상당히 적어 많이 아쉬웠다. 피터가 네버랜드로 돌아가 후크 일당에게서 도망치는 친구들을 몰래 도와주고 후크 선장의 얼굴에 망고를 던지면서 책은 끝을 맺었지만, 나는 다음편이 또 나오리라 기대를 한다. 별지킴이의 반대 세력에는 옴브라 경과 같은 그림자 도둑이 더 많다는 이야기도 담겨 있었고, 설마 원작에서 피터와 팽팽하게 맞섰던 후크 선장을 그렇게 들러리로 세워두고 끝내지는 않을 거라는 기대 심리 때문인 것 같다.

 

   이야기가 상당히 흥미롭고 재미있었지만 조금 아쉽기도 했다. 물론, 그림자를 어떻게 다루는가에 대한 방식의 차이는 있었지만 평소 만화 같은 데 종종 등장하는 그림자 묶기 기술에 익숙해 있던 터라 조금은 식상하기도 했다. 좀 더 새로운 것을 창작할 순 없었을까 하는 아쉬움은 있었지만, 앞으로 전개될지도 모르는 그들의 뒷 이야기가 너무 궁금해진다.

 

   이 책에 등장하는 아이들은 모두가 모험심이 강했다. 위험에 처할지도 모르지만 그런 걱정일랑 뒤로 미뤄두고 일단 저지르고 보는 그들의 모습에 웃지 않을 수 없었다. 내가 만약 모험을 하게 된다면, 그들처럼 겁없이 강행할 수 있을까? 용기라는 것도 가져볼 만한 것 같다. 겁부터 먹고 새로운 경험을 거부한다는 것은 많이 아쉬울 것 같기 때문에. 모험이라는 것, 모두가 꿈꿀 수는 있지만 아무나 할 수 없다는 것! 일상에서 벗어나 판타지 세상에서 마음껏 여행을 하게 해준 이 책에 감사한다. 그리고, 어릴 적 나의 작은 영웅 피터팬과의 재회를 하도록 도와준 것 또한 감사한다. 이 책이 디즈니사에서 영화화 할 계획이라니 더욱 기대가 된다. 영화가 나오면 꼭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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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에 걸린 나라
조기숙 지음 / 지식공작소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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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치 집단을 훌륭하게 이끌어 나간다는 것, 말을 하거나 글을 쓰기는 참으로 쉽다. 하지만 그게 어디 만만한 일인가! 하다 못해 집단의 가장 기본인 가정이라는 것을 운영하는 것도 그리 녹녹치 않은 데 말이다.  딱 두명의 부부만 사는 가정이라고 쳐도 심심하면 다투게 되는데, 거대한 정당에 그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에서 배가 산으로 가는지, 강으로 가는지 알 길이 없다.  그런 어려움을 조금은 해결해 보고자 하는 의도에서 저자 조기숙은, 노무현 대통령과 청와대, 열린 우리당, 진보진영에 이런 딜레마를 해결하기 위한 숙제를 내준다.

 

   저자는 '참여정부의 청와대는 마법의 성'이라고 말한다. 그 유리성이 마왕의 마법에 걸려 대통령과 참모들의 모습을 흉측하게 굴절시킨다고 말이다. 이게 무슨 소린고 했다. 대체 무엇을 일그러뜨린다는 말인지 말이다.

 

   "어제 신년인사회를 했습니다. 저는  돼지 한 마리를 잘 그렸다고 생각했는데, 보도에 나온 것 보니까 돼지는 어디 가버리고 꼬리만 딸랑 그려놨어요. 그것도 밉상스럽게 그려놨습니다." 이것은 대통령이 조기숙에게 했던 말이다. 언론의 자의적 해석, 과잉비판, 비판을 위한 비판, 말꼬리 잡기, 말 뒤집기, 없는 말 만들어내기는 상상을 초월한다고 조기숙 또한 책을 통해 말한다.

 

   왜 이렇게 언론은 노무현과 그 일당(일당이라 표현해서 미안하지만, 딱히 생각나는 표현도 없고 그와 관련된 모든 집단을 함축하기 위함이니 이해해 주길 바란다.)을 그렇게 상채기 내고, 무너뜨리기 위해 애를 쓰는 것일까? 그것은 잠시 뒤에 이야기 하도록 하자.

 

   나는 그간 냉정하리 만큼 정치에 무관심했다. 내가 꼬마일 적부터 아버지께서 뉴스를 즐겨 보셨는데, 나는 그 뉴스가 참으로 재미가 없었다. 어릴 때는 무슨 내용인지 몰랐기 때문이었고, 조금 머리가 커서는 자기들 밥그릇 챙기기에 급급한 당파 싸움 일색으로 비쳤기 때문이었다. 내가 곡해한 것도 있었을지 모르지만, 과연 그들은 누구를 위한 정치인들인가 의구심이 들었었다. 왜 토론하는 공간에서 욕지거리를 해대며 서로를 비난하기 바쁜 것인지, 무엇이 중요한지 그들은 무시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어쨌거나, 나의 그러한 무관심 또한 노무현 정부가 위태위태한 것에 한 몫 거든 것이 아닐까 싶기도 했다. 

 

  솔직히 말하면,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나는 그 어떤 후보에게도 표를 내주지 않았다. 어차피 뽑아봐야 '그 인물이 그 인물이지' 라는 생각에 말이다. 나는 머리로 하는 정치 말고, 가슴으로 하는 정치를 원했다. 이렇게 말하면 '이 사람 정치가 장난이야? 감정적으로 처리하게.' 라고 생각할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내가 말하는 가슴으로 하는 정치란 자기 잇속 차리려는 야비한 속내가 담긴 정치가 아니고, 진정으로 국민을 위하고 아픈 곳을 치유해주고,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그런 포근한 정치를 말하는 것이다. 내 눈에 보여지는 정치인들이란 그저, 갓 사냥해 온 먹잇감을 앞에 두고 서열 따져가며 으르렁 대는 야생동물과도 같아 보였으니까 냉정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학창시절 수업시간에 배웠듯이 정치적 무관심은 어쩌면 나라를 더욱 어렵게 만드는 훨씬 위험한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그러한 생각이 들어서 내심 속이 불편했다. 이 책의 일부에 담긴, 나와 비슷한 사람들에게 원망하는 듯한 내용들이 더더욱 나로 하여금 미안한 마음을 갖게 만들었다. 당파 싸움이니, 밥그릇 챙기기니 뭐니 해도 정작 중요한 것은 정치에 대한 관심이었음을 이제야 비로소 새롭게 깨우쳤다.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졌던 사람들은 어떻게 정부가 바르게 서도록 도울 수 있을까? 정치에 실망을 했던 사람들, 비난을 쏟아내기 바쁜 사람들 모두 우리 나라 정치의 문제점과 해결 방안을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이제금 다시, 이 책 속으로 빠져 들어가 보려한다. ㅡ 정치라는 것이 문제가 되기도 하고, 중요한 사안이니 만큼 왠만해선 책에 흠집내는 것에 치를 떠는 내가 밑줄을 그으며 책을 읽었다.  ㅡ  무엇이 문제인지, 무엇이 해결 방안인지 함께 들여다 보자.

 

   "노무현 대통령은 17대 대통령이 아니다. 2대 대통령이다. 노무현 이전의 대통령은 모두 비슷하다. 노 대통령이야말로 비로소 완벽하게 단독으로 개혁정권을 수립했으므로 과거와 차별되는 대통령이다. 그래서 기대가 더 크다."  ㅡ p.58

 

   구시대의 특권층이며 소위 '밤의 대통령'이라 불리던 보수언론의 사주들은 특권층의 기득권을 배척하고 시민이 권력을 행사하는 새로운 질서를 창조하려는 노무현 정부를 애초부터 인정하지 않았다. (중략) 따라서 수구언론과 참여정부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담론경쟁은 불가피하다. 국민들이 가치관의 혼란과 불안함을 느끼는 것은 구시대 방식과 참여정부의 새로운 방식이 충돌을 벌이며 경쟁하고 있기 때문이다. ㅡ p.58

 

   개혁을 하려는 노무현 정부와 자신들의 특권을 지키려 하는 수구언론간의 담론 경쟁이 불가피한 것이다. 시어머니와 며느리간의 갈등과 비슷한 것이 아닐까? 시어머니가 지켜왔던 모든 것이 며느리에 의해 새로이 정립되는 것이 기득권 세력인 시어머니의 눈엔 마냥 고울리 없을 테니까 말이다.  

 

  우리 사회는 높은 언론신뢰, 낮은 정부신뢰로 정리된다고 저자는 말한다. 

 

  우리가 이만큼 민주화를 이루었는데도 여전히 언론신뢰가 정부신뢰보다 높은 이유는 정부가 덜 제도화되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언론이 동종업종 봐주기로 다른 언론의 왜곡 보도를 바로잡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ㅡ p.88

 

  부당한 평가에 대해 당에서 누구도 나서서 밝혀주지 않으니 거짓이 진실로 둔갑하는 것이다. ㅡ p.186 

 

  언론을 견제해야 할 정부와 정치인들이 언론을 두려워하니 언론이 독점적 권력을 누리게 되는 것이다.  ㅡ p.234

 

  언론의 파워가 세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열린 우리당은 경쟁의 상대라고 할 수 있는 보수언론의 담론에 놀아나기만 했다. 눈치만 보면서. 수구언론이 모든 사안을 확대하고 부당하게 왜곡하는데도 사과만 하고 이를 부당하다고 반박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기 때문에 노무현 정부는 무능해 보이고, 사람들의 비난의 목소리만 거세어지는 것이다.

 

   아무리 수구언론이 기득권을 꼭 움켜쥐려는 속셈은 알지만, 국민의 진실을 알 권리를 그렇게 부당하게 무시하고, 노리개처럼 갖고 놀아도 되는 것인가? 열린 우리당은 대체 누구의 편인가? 그렇게 남의 눈치만 봐가며 자기 편도 제대로 지키지 못하는 사람들이 무슨 배짱으로 정치를 하겠다고 나선 것일까? 여전히 속이 쓰리다.

 

   위의 내용을 보다시피, 저자는 노무현 정부의 놀라운 성과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의 관심 밖으로 내몰린 안타까운 처지를 밝히고 있다. 그리고는 앞으로 노무현 정부 측근이 해결해야 할 과제를 제시하고 저자 자신의 반성에 대한 글도 담아냈다. 그러한 내용은 나의 글에 담지 않겠다.  내가 보여주는 것보다는 정말 관심이 있다면 스스로 읽어보는 것이 훨씬 나으리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람마다 생각은 다 다른 것이기에, 스스로 능독적으로 정치 문제에 대해 생각해보기를 바란다.

 

   가장 재미있게 느껴진 것은 '초기조건'에 대한 것이다.

 

   반 컵의 물을 보고 "물이 반 컵이나 있네" 라고 말할 수도 있고 "물이 반 컵밖에 없네" 라고 말할 수도 있다. (중략) 반 컵의 물에 대한 최초의 해석을 누가 하느냐에 따라 사람들의 평가도 달라진다. 이런 것을 수학이나 물리학에서는 '초기조건'이라고 부른다. ㅡ p. 219

 

    정치에 대한 평가를 최초로 내리는 초기조건은 언론이라고 할 수 있다. 언론이 어떤 평가를 내리느냐에 따라 사회의 분위기가 따라간다. (중략) 반 컵에 대한 해석은 양쪽이 일견 타당하기 때문이다. 어떤 해석도 합리성과 객관성을 갖췄다고 믿을 만하기에 최초의 해석이 기선을 제압하게 된다. 결국 정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는 언론이 만들어내는 분이기를 따라가게 돼 있다.  ㅡ p. 220

 

   참 흥미로운 내용이 아닐 수 없다. 그런 것 보면 사람은 참 귀가 얇은가보다. 뚜렷한 생각 없이 남의 의견을 따라가니 말이다. TV라는 것이 '바보상자'라고 일컬어지는 이유는, 사람의 사고능력을 정지 시키고 보이는 그대로만 받아들이게 만들기 때문이다. 언론이 떠들어대는 내용을 진실인지 거짓인지 국민이 알 길이 없다. 누군가가 반박하고 나서야만 '이게 무슨일이래?'하고 관심을 갖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거짓이란 것도 반복해서 듣게 되면 진실로 각인되기 마련이다. 예전에는 불륜이라는 것이 엄청 죄스러운 것으로 여겨졌다면, 요즘 시대에는 TV에서 쉽게 자주 접하게 되어 그것도 무덤덤해지고 불륜이 더 늘어나고, 그런 잘못을 저지르고도 반성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처럼 언론의 영향은 실로 대단한 것이 아닌가. 더이상, 국민의 눈과 귀를 막지 말고 진실만을 보도할 것을 바라며, 국민을 더 이상 자신들의 이득을 위해 농간하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물론 내가 너무 언론만의 탓인 것마냥 언론의 잘못에 대해서만 파고들고 있지만, 언론만이 잘못이라기 보다는 언론의 영향이 그만큼 크고 언론의 역할이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에 이에 대해 이야기 한 것 뿐이다.  보수 진영과 수구언론, 진보 진영 모두가 자신의 잘못을 되돌아보고 참다운 정치를 해주기를 바란다. 더불어, 우리 국민들 모두 정치에 대해 좀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기 바란다.

 

   정치에 관한 서적은 이번에 처음으로 읽어본 책이다. 그간 몰랐던 사실들, 정부에 대한 오해, 무엇이 문제인지, 어떻게 해결할 것이가에 대해 속 시원히 알게 해준 저자 조기숙씨에게 감사한다. 물론, 이 책에 담긴 내용이 100% 진실인지 아닌지는 다시 읽어보면서 천천히 생각할 문제이지만, 너무나도 재미있게 읽었다. 별 다섯개 중에서 네 개를 주고 싶다. 이 책이 완벽한지는 지금 확실하게 알 수 없으므로, 1개의 여유는 남겨두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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