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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의 요술 모자 - 미세기 그림자 극장
나탈리 디에테를레 글.그림, 박상은 옮김 / 미세기 / 2007년 4월
평점 :
품절
어릴적에 누구나 한 번쯤은 하고 놀았음직한 그림자 놀이. 방 한가득 어둠을 채워넣고 가녀린 손전등 하나에 의지한 채, 양 손을 이용해 푸드덕 거리는 새, 옆으로 기어가는 게, 깡충깡충 뛰어다니는 토끼 등의 그림자를 만들며 놀았던 기억이 난다. TV에서 처음 그런 놀이를 접해본 후, 어린 마음에 잠들기 전에 종종 하던 놀이ㅡ이 책의 저자가 외국인인 걸로 봐서, 그림자 놀이가 비단 한국인의 전유물은 아닌 듯 하다.기원이 외국이었을까?ㅡ였다.
이 책은, 그림자 인형극을 펼칠 부모와 아이들을 위해 세심한 배려를 해두었다. 자그마한 손전등 하나ㅡ건전지는 따로 구입해야 한다.ㅡ와 그림자가 비춰질 배경판을 책에 포함시켜 놓은 것이 그런 배려인 것이다. 일종의 홍보 수단이기도 하겠지만, 이런 작은 배려가 참으로 고마울 따름이다.
책을 펼치면 사물이 입체로 살아나는 책들도 많이 접할 수 있어 이 책이 생소하지는 않았다. 그런 책의 변형이라고 생각해도 무방하리라. 물론, 그림자라는 특수한 성격이 가미되어 이 책만의 개성을 지녔다고 할 수 있다. 그림체도 아기자기 하고 귀엽고, 색상도 아이들이 좋아하는 원색적이라 선명하고 집중도도 높아진다. 책의 표지도 탄탄하고, 내지도 두툼한 것이 튼실하게 생겼다.
그렇다면, 할머니의 요술모자는 어떤 내용일까? 주인공 꼬마인 '나'는 수요일마다 할머니 댁에 놀러 간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할머니 댁에 갔다. 할머니는 급히 장을 보러 가시면서 "여기 있는 이 모자에는 절대로 손대면 안 된다. 알았지?"라고 당부하시고 가셨다. 하지만, '나'는 할머니가 나가시자마자 모자를 써 보았다.
어디선가 이상한 소리가 들려 윗층 방에 가보았지만 물건만 뒤죽박죽일 뿐, 아무것도 없었다. 욕실에서 물 소리가 나 그 곳으로 가보니 물이 넘쳐 흘렀고, 집이 떠내려가기 전에 얼른 수도꼭지를 잠갔다. 그리고는 걸레를 찾으러 주방으로 내려갔다. 계단을 내려가는데 지하실에서 매운 연기가 올라왔고, 얼른 내려가 불을 껐다. 그리고는 다시 위층으로 올라갔는데 주방이 엉망이었다. 그러나 이 곳에도 아무도 없었다. 갑자기 밖에서 이상한 음악 소리가 들리고, 정원으로 가 보았다. 작은 손이 툭 튀어나오더니 '나'를 넘어뜨리려 했다. 음악 소리가 시끌시끌했고, 그제서야 '나'가 할머니 모자를 쓰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얼른 모자를 벗어 제자리에 올려놓았다. 그러자 순식간에 집 안이 조용해졌다. 엉망진창이 되었던 것들도 모두 원상복귀 되었다. 할머니가 돌아오시고 재미있게 놀다가 '나'는 집으로 나섰다.
내용은 이러한데, 사실 각 장소마다 숨어있는 요물들이 있었다. 그 요물들은 방의 불을 다 끄고 깜깜한 상태에서 손전등을 이용해 책을 비추어야 만나볼 수 있다.
처음에는 책의 내용을 그대로 읽어주고, 다음에는 부모가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그 다음에는 아이들 스스로 창작한 이야기를 부모에게 들려줌으로써 마음껏 상상의 나래를 펼 수 있다. 어떤 책이든 간에, 활용이 제일 중요한 것 같다. 책만 가지고 놀이를 하지 말고, 어릴적에 손으로 직접 그림자를 만들어 놀이를 했던 것을 아이들과 함께 하면 더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아이들과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배려해준 이 책 <할머니의 요술모자>에 감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