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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한번이라도 뜨거웠을까? ㅣ 내인생의책 푸른봄 문학 (돌멩이 문고) 9
베벌리 나이두 지음, 고은옥 옮김 / 내인생의책 / 2011년 4월
평점 :
나는 한 번이라도 뜨거웠을까. 제목이 참 좋다. 그것은 나에게, 혹은 이 책이 꽂아진 책장을 스쳐지나갈 모든 사람들에게 묻고 있는 말인 것 같고... 이 질문을 본 순간 내 삶을 되돌아보며 생각에 잠기게 하기 때문이다. 그래, 난 정말 한번이라도 뜨거웠던 적이 있었는가...
책을 처음 받아들고 작가의 이력을 보는데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남아공에서 자라고, 영국으로 망명한 그녀는 <요하네스버그로 가는 길>을 비롯한 수많은 이야기를 지은 저자였다. 읽지는 않았지만 앞에 언급한 책은 자주 들어본 적이 있던 책이었다. 이번 책을 계기로 그녀의 다른 책을 만날 기회가 만들어질 것 같다는 두근거림을 느끼며... 첫 장을 펼쳐들었던 나는 정신없이 214쪽의 책을 순식간에 다 읽어버렸다. 마지막 장을 덮은 나는 바로 컴퓨터를 켜 인터넷 검색창에 "마우마우" "키쿠유족" 이라는 단어를 입력하여 여러 기사를 읽었다. 역사를 공부하는 사람들은 다 그런 것인지, 내가 특이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솔직히 나는 역사를 공부하면서 '고통'을 느낄 때가 많다. 고통이라 표현하는 것이 옳은 표현은 아닌 것 같지만... 가장 가까운 단어가 고통인 것 같다. 서로를 침략하고 짓밟고 나아가는 역사. 물론 아닌 것도 있다. 하지만 우리가 서 있는 이 시점에서 수 많은 부분은 그것을 기반으로 했음을 부인할 수 없다. 필요악이라고 이야기할 수도 있겠지만... 그것이 아픔이고, 고통의 역사임은 분명하다.
이 책 또한, 고통의 역사를 이야기한다. 무고와 매슈, 표지에서 볼 수 있는 것과 같이 흑인 아이와 백인 아이- 두 아이의 시점으로 번갈아가며 진행되는 이야기- 그리고 현재와 같이 진행되고 있는 결말. 마지막 장을 덮으며 "....아..." 라고 탄식을 한 것은, 작가가 '이것은 소설이거나 허구가 아니다.' 라고 말하는 외침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배경은 실제지만 등장인물은 모두 허구다" 라고 작가는 말했다. 그렇다. 무고와 매슈는 허구로 만들어진 인물일 것이리라. 그렇지만 그들은 실존하는 역사이며, 지금도 살아있는, 누군가는 숨기고 싶고- 누군가는 외치고 싶은 그런 역사이다. 내가 이 책은 읽은 타이밍이 5월 18일 이었는데... 아마도 대한민국이 이 날짜를 되새길 때 느낄 수 있는 감정과 비슷한 것이 아닐까 싶다. 누군가는 아무 의미 없다고, 별 일 아니라고, 다 지난 일이라고 덮고 싶은 일인 것이고.... 누군가에게는 이것은 살아있는 역사이며, 실재했던 것이며, 아직도 아픔이며, 그 아픔은 흉터로 남아 여전히 쑥쑥거리며 아프다 말하는 것일테고 말이다.
영국에서는 무려 2003년까지 40년동안 '마우마우'를 언급할 수 없었다고 한다. 해가 지지 않는 나라였으며, 위대한 여왕의 나라이며, 최근에는 동화 신데렐라를 연상케하는 성대한 결혼식을 거행하며 화려함을 과시했던 나라가 말이다. 2005년까지는 박물관에 단 한건도 전시되지 못했으며 그것은 고작 지금으로부터 6년 전이다. 그리고 2006년 20월 영국의 변호사들이 모여 마우마우 수감자들 일부를 대신해 영국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고 이제서야 역사 한 구석에 숨막혀 있던 것이 숨통을 틔고 말을 하기 시작했다. 과연 그들은 알까? 그들이 서 있는, 영광스런 나라라고 자부하는 그 나라가 다른 나라가 흘린 피를 고급스런 양탄자로 감추고 서 있는 양복입은 신사에 불과하다는 것을..... 역사란 결국 그런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