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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집으로 가는 오솔길
이탈로 칼비노 지음, 이현경 옮김 / 민음사 / 2008년 10월
평점 :
절판
간만에 북카페 이벤트 도서를 받아보는거라 그런지 흥분했나봅니다.
집에서 뒹굴다가 택배를 받았는데, 받자마자 환호를 지르면서 바로 침대위에서 읽어버렸네요.
어렵게 쓰여진 책은 아닌데, 쉽게 감정몰입이 되기 힘든 부분이 더러 있었던것도 사실입니다.
마르케스, 보르헤스와 함께 ‘현대 문학의 3대 거장’으로 손꼽히는 이탈로 칼비노의 데뷔작이며, 1947년에 발표한 작품.
<거미집으로 가는 오솔길>
뒤에 작가의 말에도 언급되어있던 것인데, 이는 2차 세계대전 시기 독일 점령하의 이탈리아에서 레지스탕스로 활동했던 작가의 경험을 바탕으로 쓰여졌습니다. 이것을 의식하고 읽어서 그런지, 저는 이 작품 안에서 나오는 소년 '핀'이 자꾸만 작가분에게로 이입이 되곤 하더군요.
번역자분의 말에 따르면 작가인 '나'가 빠지고나서야 소설이 자연스러워졌고, 그 모든것이 제기능을 하게 되었다고 칼비노가 고백했다고 말하는데 개인적으로는 읽는 내내 오히려 작가분이 의식되는 부분이 있었습니다.(웃음)
원래 제가 읽는 스타일이 그래서인지 원인은 알 수 없지만요
핀. 그는 이탈리아 빈민가에 사는 시니컬하고 말썽쟁이 소년입니다.
어른의 세계에도, 또래 아이들의 세계에도 속하지 못하고 어정쩡하게 양쪽에 발을 담궜다 뺐다 허둥지둥하는 핀의 모습은
어른의 친구도 될 수 없고, 아이들의 친구도 될 수 없는..... 외로운 뒷모습을 엿볼 수 있습니다.
그는 자신의 비밀기지와 같은 거미집이 있는 오솔길을, '진정한 친구'에게 소개시켜주고 싶어하고.
자신이 훔쳤던 총으로 인해 감옥을 거쳐 휩쓸려가는 유격대에서도 끊임없이 자신의 상처와 고독을 이해하고 치유시켜줄 수 있는 '그 누군가'를 끊임없이 갈구하고 찾고 있습니다.
그는 예민하고 상처받은 소년이지만, 소년의 세계에 속하지도 못하는, 그렇다고 어른의 세계에 들어가지도 못합니다.
핀의 눈에는 굵은 눈물이 맺혔고 그는 분노로 이를 악물었다. 어른들은 이상하고 배신자 같은 족속들이었다. 그들은 아이들의 놀이에서 볼 수 있는 진지함을 갖고 있지 않았다. 그렇지만 어른들 역시 아주 진지한 자신들의 놀이가 있었다. 어떤것이 진짜인지 결코 이해할 수 없는 놀이 속의 놀이 말이다 ... (중략)... 어른들이 하는 말은 절대 믿을 수가 없었다.
핀은 굳이 말하자면 소년의 세계보다는 어른의 세계에 더 들어가고 싶어합니다. (들어가고 싶어한다는 어감이 맞는지 모르겠지만...)
아마도 자신이 자라면서 겪은 주변환경이나, 자신의 주위에 찬 어른들을 겪으며 뭔가 '안정감'이나 '따스함'을 느끼고 싶어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는 어찌되었든, 독일군들에게 염소를 찾아주세요 라고 매애-매애- 거린다면, 웃으며 목동으로 볼만한 어린 소년이었으며, 자신의 고통을 감싸줄 수 있는 친구같은 '안정터'를 찾고 있던 것이겠지요.
그에게 유일한 위안이 되는 곳은 거미들이 집을 짓던 오솔길이었으며, 그곳이 핀에게 주는 묘한 위안과 기쁨을 나눌 수 있는 그 누군가를 찾기 위해 이리저리 헤매고 다닙디다. 세상에 마치 혼자만이 남겨진 것 같은 그 고독감. 그 고독감을 목 안으로 삼키며 노래를 부르는 핀.
이념이나 신념 같은 것이 존재하지 않는 유격대 사람들. 자신들이 안고 있는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모여든 사람들과 그 속의 핀.
작품의 마지막 사촌과 함께 손을 잡고 길을 걸어가는 핀의 모습은 자신이 이해할 수 없는, 자신을 이해해주지 않는 세상에 한걸음 더 다가간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사실 살짝 오픈엔딩이라는 느낌이 들어, 그렇게 생각하고 싶다.... 라고 혼자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하하
마지막 핀과 사촌의 대화가 인상적이면서도 아름다웠습니다.
"반딧불이가 많구나."
"반딧불이도 가까이에서 보면 역시 불그스레하고 구역질 나는 벌레일 뿐이에요."
"그렇단다. 하지만 이렇게 보면 아름답잖니."
덩치 큰 남자와 소년은 한밤중에 손을 잡고 반딧불 속을 걸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