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아이언 위도우 : 죽음을 삼킨 여자 1~2 - 전2권 아이언 위도우
쟈오 재이 시란 지음, 심연희 옮김 / arte(아르테)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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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언 위도우』

쟈오 재이 시란
심연희 옮김
아르테 출판

  중국고대 배경, 여자들의 희생이 당연시 되는 곳. ‘화하’를 지키기 위해 일어나는 이야기이다. 기(氣) 금속으로 이루어진 얼굴없는 투실투실한 몸체인 ‘혼돈’이 전쟁 상대이며 전쟁에는 조종사들이 참가한다. 남자조종사들은 혼돈의 겉껍질로 만든 ‘크리살리스’ 이름의 거대 병기를 조종하는데 크리살리스는 여자들의 기를 빼앗고 목숨을 양분 삼아 움직인다.  
  여자들의 삶은 남자와 결혼하여 소유물이 되거나, 남자 조종사를 위해 크리살리스에 기를 모두 빼앗기며 죽는 것 두 가지 밖에 없다. 하지만 주인공 ‘측천무후’는 남자를 위해 죽어야 하는 여자가 되지 않을 거라고 마음을 먹는다. 화하의 제일가는 부잣집 도련님인 이치에게 마음이 있지만 이치를 뒤로하고 언니를 죽인 조종사 양광을 죽이기 위해 군대에 들어간다.

  일반첩들보다 기력이 5배나 쎈 측천은 양광의 무빈이 되어 둘은 함께 구미호 ‘크리살리스’에 오른다. 기를 이용하여 조종하는 동안 양광을 제압하고 크리살리스를 직접 조종하기에 이른 측천은 단숨에 주목을 받게 된다.
 이 계기로 최고 기력의 철의 악마 이세민의 반려조종사가 된 측천은 이세민의 주작 크리살리스에 함께 조종하면서 이세민의 정신을 들여다보게 된다. 여자들의 희생을 슬퍼하고 자신이 어떻게 할 수 없음에 힘들어하는 이세민을 보고 측천은 마음을 열게 된다. 
  화하의 여자는 딸이라도 물건처럼 상품화시켜 파는 존재였다. 가부장적이고 남자에게 복종해야하는 세계에 대해 반란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측천은 멈추지 않고 2권에서는 ‘혼돈’의 존재까지 다가가며 비밀을 파헤친다.



  전개가 빨라 순식간에 1권을 읽었다. 음양오행 기의 흐름을 이용하여 전투력을 상승시키고, 다양한 형태의 병기들과 기력에 따라 변화되는 갑옷을 입고 출전 명령에 따라 척척 움직이는 조종사와 부하들은 규모가 큰 게임 속 세계에 있는 듯 전체적인 장면들이 화려하게 느껴졌다. 
  소설 속 인물들은 중국 고대 사람들이지만 활동했던 시기들도 다르고 신화 속 인물이나 손오공, 혼돈, 사마의, 제갈량, 이세민 등 유명인물들을 등장시키며 재미를 더해주었다. 

  남자조종사를 위해 소녀들을 희생양으로 삼은 것에 대한 복수. 어찌 보면 뻔한 클리셰지만 측천이 이치와 이세민과의 삼각관계는 아침 막장 드라마같은 로맨스인데 놓치고 싶지 않았다. (^^)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판타지 소설은 유치하고 오글거림이 있어야 더 재미있는 것 같다. 술자리에서 남자들이 명언이라 말하는 개똥철학같은 말들도 섞여있어야 하고.

 흔한 남자들이 영웅이되는 소설보다 여자도 된다는 것을 보여준 판타지 소설이라 대리만족감도 주었고, 앞으로 이어질 3권에서 ‘혼돈’에 대해 반전이 될 것같은 이야기가 너무 궁금하다. 


📖 1권
‘혼돈’이 다가온다. 짙은 먼지 폭풍을 밤새도록 일으키면서, 거대한 혼돈 떼가 울부짖으며 황야를 달려오고 있다. 반달이 쏟아내는 은빛과 찬란한 별빛이 가득한 하늘 아래, 기(氣) 금속으로 이루어진 얼굴없는 투실투실한 몸체가 반짝였다. P9

주체적으로 사는 것은 아예 불가능하다. 나의 미래는 단 두 갈래뿐이다. 남자에게 아들을 낳아주거나, 아니면 나의 상대가 된 남자가 영광스러운 자리에 올라가도록 힘을 보태다 크리살리스 안에서 죽는 것. 다른 길은 없다. P31

화하엔 이런 속담이 있다. 시집가는 딸은 문밖으로 뿌려지는 물과 같다는. 내 남동생은 무씨 집안을 잇고 이 집에서 평생 살며 부모님을 보살필 테지만, 나는 이 가족 안에서 값을 매기고 맞바꾸는 수단으로 존재할 뿐이다. 그래서 굳이 침대도 주지 않았다. P48

여자란 이래야지, 라고 사람들이 정해놓은 틀에 날 억지로 맞추는게 싫었다. ‘여자답게’ 남자를 즐겁게 하고 섬기는 존재가 되어야 한다는 게 싫었다. 
하지만 내게 주어진 지금의 힘은 마음에 든다. 과소평가된 모습 아래 숨은 힘. 여자에겐 불가능한 일이라는 선입견 뒤에 숨어 기회를 엿보고 있는 나의 가능성. P89

 “넌 나의 북극성이야. 네가 이끄는 곳이라면 어디든 갈 거야.” P236 이치가 측천에게

그는 철의 왕이 되어야 하고, 나는 철의 왕비가 되어야 마땅해. 하지만 우리에게 허락된 자리는 철의 악마와 철의 미망인뿐이지. 이래선 안 돼. 나는 이 힘을 놓칠 수 없어. P285

📖2권 
하지만 달리 어쩌겠는가. 저들에게 거리를 두고 혼자 고집스레 행동하다가 죽거나 다치는 것 역시 현명한 방법은 아니다. 뭔가를 혼자 해냈다고 해서 그게 당연히 고귀하고 존경받는 행동이 아닌 것처럼. P21

“다들 날 도구로만 봤잖아. 안 그런 척하지 마! 나를 양광의 첩으로 팔아넘겼을 때도 좋아했으면서. 그런데 말이야, 양광이 언니를 죽인 게 맞더라. 양광과 정신 연결을 했을 때 다 확인했다고! 당신들이 우리를 소중히 여겼더라면 애초에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거야! 그러니 그 결과에 대해서도 당연히 책임져야지!” P75

매일 잠에서 깨어나 살아가기로 마음먹고, 그 삶이 주는 고통은 온몸으로 마주하며 살아왔기에, 세민은 내가 아는 모든 사람 중에서 가장 강한 인간이 되었다. 
우리 둘은 이제껏 매순간을 공포에 시달리며 살았다. 그 끝에 우리가 서로를 만날 수 있어서 진심으로 감사하다. P109



#아이언위도우 #쟈오재이시란 #죽음을삼킨여자 #심연희  #아르테 #북이십일 #신간도서 #소설 #판타지소설 #SF소설#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책추천 #꿀잼 #서평 

♥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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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많이 보고 있어요 문학동네 시인선 187
안미옥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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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많이 보고 있어요』

 

-독파 챌린지

-문학동네시인선187

 

안미옥 시집

문학동네 출판

 


 

📖여름잠


네 문을 닫아보려고 했어. 가까이 가면 닫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자꾸만 비틀어진 틈으로 얼굴을 밀어넣고, 안에 무엇이 있는지 보게 되었어. 안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네가 가진 것은 모두 문밖에 나와 있었고, 나는 그게 믿어지지 않아서 믿지 않으려 했다.

 

 

 

📖잠영


무언가 쌓여 있는 것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해서 깊고 깊을 거라고 생각해서 알 수 없는 것들이 있다고 생각해서 파고 파면 무언가 나올 거라고 생각해서 단정 짓고 확정하고 테두리를 견고하게 만들면서

 

아래로 아래로

 

지나온 시간은 전부 수면 아래 있다고

말하려고 했었다

 


📖여름 끝물


쓰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무중력 공간에 두 눈을 두고 온 사람처럼

무엇을 보려고 해도

마음만큼 볼 수 없어서

 

그렇게 두 손도 두 발도

전부 두고 온 사람으로 있다고 한다면

 

쓰지 않는 시간을 겪고 있다고 한다면

이해가 될까



 

📖썬캐처


매일 밤 자기 전 내가 무엇이었는지 생각해. 오늘은 어떤 형체로 살았던 걸까. 표면이 거친 돌로 된 심장으로 뛰고 있던 걸까. 막다른 벽. 컵 속에서 깨진 물의 파편처럼 놓여 있었나. 도로 위 뒤집힌 검정 우산 속으로 비가 쏟아진다. 어려움이 지속된다.

 

 

📖사운드북


다음 페이지를 열고

버튼을 누르면 노래가 나와요

 

사랑 노래입니다

 

그냥 배울 수는 없고요

보고 배워야 가능합니다

 

저는 많이 보고 있어요


 

◎ 작가님 북토크에서


✔️ 시를 읽는 방법은?

-잠깐이라도 머물렀던 시간이 있다면 시를 즐기는데 충분하다.

-시는 알집같은 거라 압축 내용을 나만의 방법으로 풀어가며 읽어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이미지나 시간의 점핑을 어떻게 이해하면 되는지?

-쓰는 입장에서는 맥락이 줄기가 있다. 줄기를 따라가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사운드 북, 선캐쳐 시 낭독

-자기 전에 하루를 돌아보며 읽으면 좋은 시는 <선캐쳐>

’햇빛 옮기기‘ 넘어지게 할 것도 기대는 것으로 대상을 만들게 하고 용기를 낼 수 있었다.

 

✔️시를 쓰는 방법이 있다면?

-계속 질문하고 나에게, 세상에게 바른 방향을 찾아가는 것이 시를 쓰는 방법같다.

-화자, 공간, 말하는 방식이 정해지면 시를 쓴다.

-시가 써지고 싶은 글들을 만나면 언어적 자극을 만나 쓴다.



◎ 작가님께서 추천하는 책


1 정재율 시집 <몸과 마음을 산뜻하게>

 

2 안희연 산문집 <당신이 좋아지면, 밤이 깊어지면>

유년시절, 가족, 일상에 대해 이야기한다.

특히 ‘귤이 너무 오래되서 파사삭 소리를 내며 사라져버렸다’ 라는 문장을 좋아해서 한참을 문장을 읽었다.

 

3 신이인 시집 <검은 머리 짐승 사전>

재미있는 장면들이 많고, 엉뚱한 시인같다.

나와 결이 다르지만.

 

4 김승일 시집 <항상 조금 추운 극장>

읽다보면 조금 어렵다.



**안미옥 작가님께서 올해 산문집 출간계획이라고 하셨어요^^ 기다려집니다 ♡

 

#저는많이보고있어요 #안미옥 #문학동네 #독파 #독파챌린지 #4월 #시집 #북클럽문학동네 #서평 #내돈내산

쓰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무중력 공간에 두 눈을 두고 온 사람처럼
무엇을 보려고 해도
마음만큼 볼 수 없어서

그렇게 두 손도 두 발도
전부 두고 온 사람으로 있다고 한다면

쓰지 않는 시간을 겪고 있다고 한다면
이해가 될까

-여름 끝물

네 문을 닫아보려고 했어.
가까이 가면 닫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자꾸만 비틀어진 틈으로 얼굴을 밀어넣고, 안에 무엇이 있는지 보게 되었어.
안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네가 가진 것은 모두 문밖에 나와 있었고, 나는 그게 믿어지지 않아서 믿지 않으려 했다.

-여름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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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과 비평 199호 - 2023.봄
창작과비평 편집부 지음 / 창비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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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이 다가올 때》


- 백수린



 


언니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내게 『반 고흐: 태양의 화가』 같은 책을 사다주는 사람이었고, 나에게 "내가 몸을 흔들어도,/고운 소리 나지 않지만/저 우는 방울은 나처럼/많은 노래를 알지는 못해.//방울과, 작은 새와, 그리고 나,/모두 달라서, 모두가 좋아." 같은 시의 아름다움을 가르쳐준 사람이었다. 게다가 달궈진 불판 위에 올려놓은 듯 마음이 늘 요란하게 달싹이던 당시의 나와 달리 언니는 얼마나 한결같이 차분해 보였던지, 나는 얼어붙은 겨울의 강처럼 고요한 언니의 어른스러움을 항상 동경했다.




우리가 마주 앉아 공부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 열다섯 여름의 기억을 불러왔기 때문일 것이다. 몇개월 사이 10센티미터나 커버린 키와, 붉은 여드름이 가득 돋은 이마뿐 아니라, 뭐든 될 수 있을 것 같지만 동시에 아무것도 될 수 없을 것 같은 나란 존재 자체를 견디기가 힘들었던 그 시절.




그렇게 말할 때 언니의 얼굴은 무척 슬퍼 보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언니는 언니 몫이 되어선 안 되는 죄책감을 끌어안고 있었던 것 같고, 그런 감정을 품고 오랫동안 많은 걸 미리 포기하고 억누르며 살았을 언니를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 하지만 당시의 어린 나는 그런 것들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때의 나는 언니의 우수에 젖은 듯한 그 분위기가 그저 근사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마치 비련의 여주인공처럼.


 


 



하지만 언젠가부터 나는 그곳을 매우 비좁다고 느끼기 시작했고, 그곳에 앉아 "五更燈燭照殘粧 欲話別離先斷腸 落月半庭推戶出 杏花疎影滿衣裳" 따위의 엄마 아빠가 해석할 줄 모르는 한시를 내가 읽고 있다는 것, "잘 지내고 있냐?"라고 누군가에게 편지를 쓸 때마다 "잘 지네고 있냐?"라고 쓰는 아빠나, 포스트잇에 "시게 약 살 것"이라고 적는 엄마는 내게 설명해줄 수 없는 to 부정사와 동명사의 차이를 내가 배우고 있다는 사실을 아주 예민하게 느끼기 시작했을 것이다. 밖에 소나기가 떨어지기 시작하거나 눈송이가 날리기 시작하면 나는 세탁소의 유리문 너머를 영화 스크린보듯 바라보며 조용히 it's starting to rain이라거나 it starts snowing이라고 발음해보곤 했다. 묘한 술픔이 뒤섞인 우월감을 느끼며. 많은 이들이 그렇게 자기의 부모를 딛고, 새로운 세계를 향해 앞으로 나아갔다.




언니는 자신이 선택한 직업이 적성에 맞지 않다는 생각을 처음으로 하기 시작했다고, 지금껏 자기가 진짜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 한번도 고민해본 적이 없는 것 같다고 종종 말을 했다. 언니는 교수직을 그만두고 요리사가 되거나 플로리스트가 되어보면 어떨까 따위의 얼토당토 않은 소리를 하거나 우리가 세상에 태어난 의미가 뭘까 따위의 뜬구름 잡는 소리를 하기도 했는데, 그런 말을 하는 언니의 얼굴은 어쩐지 길을 잃은 어린아이처럼 보였고, 그런 언니는 내게 무척 낯설었다.




정규직만 되면 근무조건이 훨씬 좋아질 테니 요양병원이든 어디든 상관없다고 줄곧 생각해왔지만 막상 그 일이 눈앞에 현실로 다가오자 나는 내가 대학병원에서 임상경험을 이어나가고 싶어해왔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하지만 외국인인 내게 선택의 여지가 생길지는 알 수 없었고, 원하는 병원을 고르기는커녕 갑자기 백수가 될지도 모른다는 사실이 나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체인형 세탁소가 생겨 소득이 형편없이 줄어든 부모님에게 생활비를 드리고 있는 남동생은 내가 얼른 가계에 보탬이 되기만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는데, 한국의 가족을 생각할 때면 나 혼자 잘살아보겠다고 먼 곳까지 와 아등바등하는 게 정말 내가 원했던 삶인가, 울적해졌다.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사람들은 자신이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 제때 알아채지 못한다는 것, 그 사실은 여전히 나를 놀라게 한다.

 

 

나도 중고등학교 시절 대학생이던 사촌언니를 보면 나와는 다른 사람같아 부러웠다. 우리집보다 비교적 경제적 여유가 있어보였고, 화장한 얼굴은 봄꽃 핀 듯 생기 있어보였다. 모든 것이 세상이 원하는 기준에 맞지 않다고 생각해서 자신감도 없었고 사촌언니와 같은 입장이었다면 과연 자신있게 삶을 살았을까 싶다.

 

소설 속 K장녀였던 사촌언니는 엄마의 뜻을 거절하지 못해서 자신이 원하는 대학도 선택하지 못했다. 나이차이가 꽤 많이 나는 어린 남자를 마음에 두거나 정말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른 채 방황하는 모습은 화자의 입장에서는 답답했을 것이다. 하지만 본인도 결정을 해야하는 상황에 맞닥뜨리면 진짜 원하는 것과 가족을 위해 해야하는 것을 두고 저울질하며 정말 하고 싶은 것이 맞는지까지 생각하게 되는데, 그런 고민들과 불안감들에 의해 내린 결정이 나중에 후회는 하지 않을까 또 생각할 것이다.

 

백수린 작가의 책을 읽으면 잊고 있던 마음 한구석의 내 이야기들을 꺼내보여주는 것 같았다.

부모를 딛고 세상으로 나간다는 문장을 읽을 때 당시의 내 모습이 떠올라 부끄럽기도 했고, 지금 내 아이들이 나를 보며 느끼는 감정들이 교차되어 정말 묘한 슬픔감정이 들었다.

 


 

#창작과비평 #클럽창작과비평 #제11장 #2023봄 #클러버 #창비 #스위치 #계간 #백수린 #빛이다가올때 #소설 #미션

우리가 마주 앉아 공부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 열다섯 여름의 기억을 불러왔기 때문일 것이다. 몇개월 사이 10센티미터나 커버린 키와, 붉은 여드름이 가득 돋은 이마뿐 아니라, 뭐든 될 수 있을 것 같지만 동시에 아무것도 될 수 없을 것 같은 나란 존재 자체를 견디기가 힘들었던 그 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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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핏 쇼 워싱턴 포
M. W. 크레이븐 지음, 김해온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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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핏 쇼》
The Puppet Show


M. W. 크레이븐 지음
김해온 옮김
위즈덤하우스 출판



​​​


사건 파일을 피해자에게 노출하면서 살인 사건이 일어나게 된 실첵으로 정직을 당한 경관 ‘워싱턴 포’와 데이터분석을 잘하는 천재이지만 사회성이 떨어지는 ‘틸리브래드쇼’가 살인사건을 파헤치는 이야기이다.
영국 컴브리아지역의 유물인 ‘환상열석’에서 시신이 연달아 발견되는데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만큼 불에 타서 이 연쇄살인사건의 범인은 ‘이멀레이션맨’으로 불린다.


*이멀레이션( Inmolation)
1. 종교 제물로 바치려고 죽이는 일
2 특히, 불로 죽이는 일.


세 번째 시신에서 ‘¿ 워싱턴 포’ 이름을 발견하면서 정직 중인 포가 희생자가 될지도 모르는 불안감으로 중범죄분석섹션의 경위 ‘스테퍼니 플린’은 자신의 상사였던 허드윅 농장에 있는 포를 찾아가 업무 복귀를 전달한다. 물음표가 숫자 5일 수도 있어서 포가 다섯 번째 피해자가 되지는 않을까 특별 수사팀이 꾸려지지만 네 번째 시신이 또 발견되면서 답답할만큼 사건이 풀리지 않는다. 각각의 사건들이 알고보면 살인범의 계획이었지만 26년 전의 사건과 연관된 사람들은 현재 고위인사들이니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도 조금 이해도 간다. 범죄는 정치와 연관이 없으면 안되는 건가.


포가 기르는 개 이름이 ‘애드거’인데 미국 추리소설 작가 ‘애드거 앨런 포’가 떠올랐다. 작가가 의도적으로 추리소설이라 그렇게 설정한 것도 같고, 검은고양이 소설처럼 잔인함으로 공포를 이끄는 점에서는 닮은 듯하다.


틸리와 포가 허드윅에서 개 애드거를 두고 립스틱을 운운하며 나누는 대화가 야하게 들려야 하지만 전혀 그런 느낌이 나지 않았다. 틸리의 순수한 정신이 필터없이 나오는 말들 때문인 듯한데 말은 순수하지 않으니 틸리라는 인물도 재미있었다. 천재라고 하여 다빈치코드처럼 암호를 풀거나 언어적으로 기발한 점은 없지만 엉뚱하고 솔직한 틸리와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직감을 믿고 달리는 성격의 포의 서로가 서로의 독특함으로 친해지고 또 부족한 점을 채우려는 모습은 보기 좋았다.


다만 욕이 나오는 문장은 빼버리거나 다른 욕이었음 어땠을까 생각이 들었는데 어색한 욕때문에 상황이 촌스러워진 것 같은 부분이 많았다(TT) 😕


경찰들이 사건을 만났을 때의 집중있게 추척하는 상황과 사명감 가득한 수사반 4명의 인물들의 행동으로 사건이 해결이 되나 싶었는데 고구마 먹은 듯 전개가 느려지는 상황이 답답했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인물들을 제목 the puppet show 처럼 연쇄살인범의 꼭두각시로 범인이 준 가짜 증거들로 움직이게 했지만 알고보면 끔찍한 비밀때문이었다는 것은 재미로 읽기보다 조금 더 무겁게 남기고 싶은 작가의 뜻이 담겨있는 듯하다.


책은 5권까지 출간되었다고하니 앞으로 얼마나 사건들이 뒤집혀질지 모르겠지만 미드의 수사드라마 시리즈물로 적합한 책인 것 같아 셜록 홈즈에 버금가는 듀엣인물들(포와 틸리)이 활약하는 모습을 기대해본다.




📖 그 환상열석은 수천 년을 품은 평온한 장소다. 그 거석들은 말 없는 파수꾼이다. 움직이지 않는 관찰자다. 화강암 표면이 아침 이슬로 반짝거린다. 그것들은 천 번이 넘는 겨울을 견뎠고, 비록 풍화되었을 지언정 세월에도 계절에도 혹은 인간에게도 결코 굴하지 않았다. P13


📖 “그리고 알잖아요, 틸리, 우리 출발이 그리 매끄럽진 않았지만 당신은 내 친구라고요. 그건 알죠?”
브래드쇼는 대답하지 않았고, 포는 잠시 말을 잘못했다고 생각했다. 눈물 한 방울이 틸리의 얼굴에 흘러내렸다.
“틸리?”
“나 한 번도 친구가 없었어요.” 틸리가 말했다.
포는 할 말을 도무지 생각해낼 수가 없어서 이렇게 말하고 말았다.
“음, 그럼 이젠 있네요.”
“고마워요, 포.”
“아무튼 이제 다음에는 당신이 날 구할 차례예요.” P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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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께 - 갈 곳 없는 마음의 편지
오지은 지음 / 김영사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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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께》

오지은 저

김영사 출판


 

《당신께》는 오지은 작가가 7년동안 여행을 하면서 차곡차곡 쓴 편지들을 모은 책으로 누구에게 보내려고 쓴 편지 같기도 하고, 일기 같기도 했다.

무엇을 위해 떠난 것이 아닌 일상에서 벗어나고자 떠난 여행은 외국의 풍경들을 바라보고 있지만 작가의 닿는 시선들은 쓸쓸했다. 그런 마음도 내 마음이라고 또 그 쓸쓸한 풍경 속에서 자신을 되돌아보면서 다독여본다.

이처럼 편지들의 내용은 검은색도 흰색도 아닌 회색지대에 놓인 듯 어쩌면 푸념일 수도 있고, 자책일 수도 있지만 마냥 포기하고 있는 것 아니라 회색인 시간의 ‘나’도 그냥 ‘나’이니 꼭 애쓰거나 뭘 하려고하지 않아도 언젠가 흰색이 찾아올 것이라 희망을 주는 듯했다.

정리에 관한 글은 특히나 공감이 많이 되었다. 모든 사람들이 정리정돈을 해야한다고 말하는데 작가님은 엉망인 환경을 보며 한숨만 쉬는 나에게 “정리 좀 안되어도 어때?” 라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무언가를 꼭 해야한다는 강박관념이나 정리를 해야한다는 것을 조금 내려놓고 살아도 괜찮다는 다독임을 받은 것 같아서 한참이나 그 페이지에서 다음장으로 넘기지 못했다.

마음이 정리가 안되니 물건도 정리 안되고 그 마음처럼 고민이 물건들처럼 어수선하고 쌓인데 위로 또 쌓인다. 이런 어색하고 부끄러울 수 있는 감정들도 내 감정이고 에라 모르겠다 덮어두기도 하지만 마음이 변화되면 정리도 변화될 거라고 하는 말은 멀리있는 희망일지라도 마음은 따스해졌다.

여행지의 화려함이나 고된 여정 속에서 깨달음을 얻는 에세이가 아닌 상황의 감정들이 어떤 음악을 떠올리게 하기도 했고 어떤 날은 다른 작가의 글을 읽으면서 느꼈던 감동들과 문장들을 함께 공유해주는 느낌이랄까. 글들이 나에게 가까이 다가와주는 것 같았는데 ‘편지’의 내용이라 그랬던 것 같다 (^^)

여행에서 꼭 가봐야 할 명소, 맛집, 예쁜 숙소를 정해도 기후변화나 일방적인 취소같은 황당함과 기대에 못 미친 음식과 숙소, 언어가 통하지 않는 낯선 곳에서 느끼는 차별과 불공평에 대해 제대로 된 항의도 못하고 속앓이만 하는 경우들이 있다. 하지만 여행 중 의외의 시간과 장소에서 황홀한 기분을 느끼게 해주는 때도 있는데 작가님은 고된 여행 중 시칠리아 섬으로 넘어갈 때 보이는 바다를 볼 때를 말했다. 이 장면에서 “때로는 글을 쓰고 노래를 만드는 창작을 바다에 유리병을 띄우듯 막연하지만 누군가 받아본다면 기쁨을 느끼기도 한다.”의 문장이 떠오르는 것은 왜 일지 모르겠지만 둘 다 우연히 발견한 행복이다!

쓸쓸해 보이지만 앞으로 나아가고자 늘 노력하고 대한민국 막 40대 접어든 젊은 여성 작가의 생각을 볼 수 있어 좋았다. 회색지대라고 이야기 하지만 유쾌한 본성이 중간 중간 나와 슬며시 미소 짓게 만드는 부분들도 매력적이다.

책을 덮고 나니 회색지대 아니 검은색에 있다 해도 어때♥,

글쎄, 그러게, 하지만 단어들 사이로 나에게 “괜찮다.” 한마디가 들려오는 듯하다.


 

 


📖 책 속 밑줄긋기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을 꼽기 쉬웠던 시간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커피를 아이스로 시켜야 할지 뜨거운 것으로 시켜야 할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글쎄’와 ‘그러게’의 세계에서 살고 있습니다. 언제나 만나게 되는 글쎄, 그리고 이어지는 회색의 그러게. P17

 


 

어쩌면 두려운지도 모르겠습니다. 나에게 무엇이 있고 무엇이 없는지 직시하는 것. 서랍장 안의 혼돈과 어리석음 그리고 충동의 증거들이요. 정하고 또 지켜나가야 한다는 것 또한 막연하게 두렵습니다. 그런 서랍 같은 건 없다고 생각하며 살고 싶은데요. 쑤셔놓은 물건들을 잊고 싶은데요. 뭐든 일단 외면하고 싶은데요. 그나저나 본인이 게으르다는 얘기를 이렇게 거창하게 돌려 말해도 되나요? P52

이 편지를 빌려 자세히 적어볼까요. 먼저 가장 큰 문제는 해묵은 고민들입니다. 해결할 방법이 없어 그냥 안고 살고 있는 고민들. 그런데 그 위에 새로운 고민이 쌓입니다. 난처하지요. 그리고 이런 강박이 무드를 더해줍니다. 나는 아마도 내일도, 모레도 계속 이 모양일 확률이 높다는 것. P62

모두가 하는 건 하지 않아, 하고 말하면서 사실 두 번째로 유명한 것을 하는 성격, 하고 말하면서 사실 두 번째로 유명한 것을 하는 성격. 훌쩍 떠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좋은 직업을 해봐야 한다는 불안에 빠져 있던 것. 여행에서 뭔가를 얻어야 한다는 강박은 촌스러운 것이라고 되뇌었지만, 되뇐다는 것 자체가 의식하고 있다는 뜻 아니었을까요. P74

당신의 죄책감은 당신이 세상을 바로 보고 있기 때문에 생기는 것입니다. 당신이 세상을 외면한다고 해도 나는 당신을 비난하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는 영웅이 아닙니다. 잊고 싶고, 웃고 싶고, 그냥 편하게 자고 싶은 작은 사람들입니다. 모든 아픔을 품을 수도, 해결책을 내놓을 수도 없습니다. P85

무엇보다 가장 큰 착각은 당신을 이해할 수 있다는 착각 그리고 나 자신을 알 수 있다는 착각이었습니다. 그 착각이 깨질 때마다 달의 뒷면을 생각합니다. 아무리 보고 또 보아도 알 수 없는 반절이 항상 존재한다는 것. 달에도, 사람의 마음에도. P159

파도 앞에서 흔들리는 것, 의심하는 것, 버티는 것, 한 걸음이라도 앞으로 가보려고 하는 것, 그러다 어떤 지점에서 물러서는 것, 집에 돌아가는 것, 전부가 같은 무게의 강한 마음이 아닐까. P183

인생에 더이상 여름방학은 없겠지만

그래도 리스트를 만들어보았습니다.

어른이 되어 만드는 리스트는

‘하기 싫은 것’으로 시작한다는 것이 특징이네요. P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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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어쩌면 두려운지도 모르겠습니다. 나에게 무엇이 있고 무엇이 없는지 직시하는 것. 서랍장 안의 혼돈과 어리석음 그리고 충동의 증거들이요. 정하고 또 지켜나가야 한다는 것 또한 막연하게 두렵습니다. 그런 서랍 같은 건 없다고 생각하며 살고 싶은데요. 쑤셔놓은 물건들을 잊고 싶은데요. 뭐든 일단 외면하고 싶은데요. 그나저나 본인이 게으르다는 얘기를 이렇게 거창하게 돌려 말해도 되나요? - P52

이 편지를 빌려 자세히 적어볼까요. 먼저 가장 큰 문제는 해묵은 고민들입니다. 해결할 방법이 없어 그냥 안고 살고 있는 고민들. 그런데 그 위에 새로운 고민이 쌓입니다. 난처하지요. 그리고 이런 강박이 무드를 더해줍니다. 나는 아마도 내일도, 모레도 계속 이 모양일 확률이 높다는 것. - P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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