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께 - 갈 곳 없는 마음의 편지
오지은 지음 / 김영사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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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께》

오지은 저

김영사 출판


 

《당신께》는 오지은 작가가 7년동안 여행을 하면서 차곡차곡 쓴 편지들을 모은 책으로 누구에게 보내려고 쓴 편지 같기도 하고, 일기 같기도 했다.

무엇을 위해 떠난 것이 아닌 일상에서 벗어나고자 떠난 여행은 외국의 풍경들을 바라보고 있지만 작가의 닿는 시선들은 쓸쓸했다. 그런 마음도 내 마음이라고 또 그 쓸쓸한 풍경 속에서 자신을 되돌아보면서 다독여본다.

이처럼 편지들의 내용은 검은색도 흰색도 아닌 회색지대에 놓인 듯 어쩌면 푸념일 수도 있고, 자책일 수도 있지만 마냥 포기하고 있는 것 아니라 회색인 시간의 ‘나’도 그냥 ‘나’이니 꼭 애쓰거나 뭘 하려고하지 않아도 언젠가 흰색이 찾아올 것이라 희망을 주는 듯했다.

정리에 관한 글은 특히나 공감이 많이 되었다. 모든 사람들이 정리정돈을 해야한다고 말하는데 작가님은 엉망인 환경을 보며 한숨만 쉬는 나에게 “정리 좀 안되어도 어때?” 라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무언가를 꼭 해야한다는 강박관념이나 정리를 해야한다는 것을 조금 내려놓고 살아도 괜찮다는 다독임을 받은 것 같아서 한참이나 그 페이지에서 다음장으로 넘기지 못했다.

마음이 정리가 안되니 물건도 정리 안되고 그 마음처럼 고민이 물건들처럼 어수선하고 쌓인데 위로 또 쌓인다. 이런 어색하고 부끄러울 수 있는 감정들도 내 감정이고 에라 모르겠다 덮어두기도 하지만 마음이 변화되면 정리도 변화될 거라고 하는 말은 멀리있는 희망일지라도 마음은 따스해졌다.

여행지의 화려함이나 고된 여정 속에서 깨달음을 얻는 에세이가 아닌 상황의 감정들이 어떤 음악을 떠올리게 하기도 했고 어떤 날은 다른 작가의 글을 읽으면서 느꼈던 감동들과 문장들을 함께 공유해주는 느낌이랄까. 글들이 나에게 가까이 다가와주는 것 같았는데 ‘편지’의 내용이라 그랬던 것 같다 (^^)

여행에서 꼭 가봐야 할 명소, 맛집, 예쁜 숙소를 정해도 기후변화나 일방적인 취소같은 황당함과 기대에 못 미친 음식과 숙소, 언어가 통하지 않는 낯선 곳에서 느끼는 차별과 불공평에 대해 제대로 된 항의도 못하고 속앓이만 하는 경우들이 있다. 하지만 여행 중 의외의 시간과 장소에서 황홀한 기분을 느끼게 해주는 때도 있는데 작가님은 고된 여행 중 시칠리아 섬으로 넘어갈 때 보이는 바다를 볼 때를 말했다. 이 장면에서 “때로는 글을 쓰고 노래를 만드는 창작을 바다에 유리병을 띄우듯 막연하지만 누군가 받아본다면 기쁨을 느끼기도 한다.”의 문장이 떠오르는 것은 왜 일지 모르겠지만 둘 다 우연히 발견한 행복이다!

쓸쓸해 보이지만 앞으로 나아가고자 늘 노력하고 대한민국 막 40대 접어든 젊은 여성 작가의 생각을 볼 수 있어 좋았다. 회색지대라고 이야기 하지만 유쾌한 본성이 중간 중간 나와 슬며시 미소 짓게 만드는 부분들도 매력적이다.

책을 덮고 나니 회색지대 아니 검은색에 있다 해도 어때♥,

글쎄, 그러게, 하지만 단어들 사이로 나에게 “괜찮다.” 한마디가 들려오는 듯하다.


 

 


📖 책 속 밑줄긋기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을 꼽기 쉬웠던 시간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커피를 아이스로 시켜야 할지 뜨거운 것으로 시켜야 할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글쎄’와 ‘그러게’의 세계에서 살고 있습니다. 언제나 만나게 되는 글쎄, 그리고 이어지는 회색의 그러게. P17

 


 

어쩌면 두려운지도 모르겠습니다. 나에게 무엇이 있고 무엇이 없는지 직시하는 것. 서랍장 안의 혼돈과 어리석음 그리고 충동의 증거들이요. 정하고 또 지켜나가야 한다는 것 또한 막연하게 두렵습니다. 그런 서랍 같은 건 없다고 생각하며 살고 싶은데요. 쑤셔놓은 물건들을 잊고 싶은데요. 뭐든 일단 외면하고 싶은데요. 그나저나 본인이 게으르다는 얘기를 이렇게 거창하게 돌려 말해도 되나요? P52

이 편지를 빌려 자세히 적어볼까요. 먼저 가장 큰 문제는 해묵은 고민들입니다. 해결할 방법이 없어 그냥 안고 살고 있는 고민들. 그런데 그 위에 새로운 고민이 쌓입니다. 난처하지요. 그리고 이런 강박이 무드를 더해줍니다. 나는 아마도 내일도, 모레도 계속 이 모양일 확률이 높다는 것. P62

모두가 하는 건 하지 않아, 하고 말하면서 사실 두 번째로 유명한 것을 하는 성격, 하고 말하면서 사실 두 번째로 유명한 것을 하는 성격. 훌쩍 떠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좋은 직업을 해봐야 한다는 불안에 빠져 있던 것. 여행에서 뭔가를 얻어야 한다는 강박은 촌스러운 것이라고 되뇌었지만, 되뇐다는 것 자체가 의식하고 있다는 뜻 아니었을까요. P74

당신의 죄책감은 당신이 세상을 바로 보고 있기 때문에 생기는 것입니다. 당신이 세상을 외면한다고 해도 나는 당신을 비난하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는 영웅이 아닙니다. 잊고 싶고, 웃고 싶고, 그냥 편하게 자고 싶은 작은 사람들입니다. 모든 아픔을 품을 수도, 해결책을 내놓을 수도 없습니다. P85

무엇보다 가장 큰 착각은 당신을 이해할 수 있다는 착각 그리고 나 자신을 알 수 있다는 착각이었습니다. 그 착각이 깨질 때마다 달의 뒷면을 생각합니다. 아무리 보고 또 보아도 알 수 없는 반절이 항상 존재한다는 것. 달에도, 사람의 마음에도. P159

파도 앞에서 흔들리는 것, 의심하는 것, 버티는 것, 한 걸음이라도 앞으로 가보려고 하는 것, 그러다 어떤 지점에서 물러서는 것, 집에 돌아가는 것, 전부가 같은 무게의 강한 마음이 아닐까. P183

인생에 더이상 여름방학은 없겠지만

그래도 리스트를 만들어보았습니다.

어른이 되어 만드는 리스트는

‘하기 싫은 것’으로 시작한다는 것이 특징이네요. P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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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어쩌면 두려운지도 모르겠습니다. 나에게 무엇이 있고 무엇이 없는지 직시하는 것. 서랍장 안의 혼돈과 어리석음 그리고 충동의 증거들이요. 정하고 또 지켜나가야 한다는 것 또한 막연하게 두렵습니다. 그런 서랍 같은 건 없다고 생각하며 살고 싶은데요. 쑤셔놓은 물건들을 잊고 싶은데요. 뭐든 일단 외면하고 싶은데요. 그나저나 본인이 게으르다는 얘기를 이렇게 거창하게 돌려 말해도 되나요? - P52

이 편지를 빌려 자세히 적어볼까요. 먼저 가장 큰 문제는 해묵은 고민들입니다. 해결할 방법이 없어 그냥 안고 살고 있는 고민들. 그런데 그 위에 새로운 고민이 쌓입니다. 난처하지요. 그리고 이런 강박이 무드를 더해줍니다. 나는 아마도 내일도, 모레도 계속 이 모양일 확률이 높다는 것. - P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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