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만적인 앨리스씨
황정은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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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만적인 앨리스씨』

 

황정은 장편소설

문학동네




 


고모리에 사는 앨리시어. 키우는 개는 잡아먹기 위한 용도일 뿐이다. 자식들을 정신적, 신체적 학대를 일삼는 엄마는 씨발이라는 욕을 달고 산다. 똥 싼 동생은 엄마에게 화풀이 대상이 되었다. 동생을 때릴 때 제정신이 아닌 엄마를 보면 마치 짐승같아 보였다. 앨리시어의 주변을 보면 왜 상스럽고 상대에게 모욕감을 주는 ‘씨발’을 반복해서 쓸 수밖에 없는지 이해가 된다.

 

동생이 질식해 사고로 죽은 후 마을 사람들은 재개발에 문제가 될까 학대가 아니라 부모기 훈육한 것이라 옹호한다. 진짜 욕이 나올 판국.

 

몸집이 커지면 엄마를 이길 수 있을까. 고민하고 견디다 못해 도움을 청하러 상담사를 찾아간다. 헌데 상담사는 피상담자에게 무엇을 해라, 하지마라고 행동적인 지침으로 조언을 해줄 수 없다고 말하며 부모님을 모셔오라고 한다. 부모님이 가해자인 것을 듣고도 그런 말을 하는 것은 돕고 싶은 마음이 없거나 책임 회피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읽는 내내 그들의 대응에 화가 났다. 본인이 할 수 없다면 처리할 수 있는 권한이 있는 사람에게 이관을 시켜서라도 할 수 없었을까. 앨리시어는 집도 사회도 모두 욕같이 느껴졌을 꺼다.

 

파스텔톤의 표지와 달리 너무 슬픈 내용이었다. 학대받는 앨리시어는 어디에나 존재했다. 여전히 존재한다. 그들의 표정, 모습으로 바라만 보기보다 관심을 가지는 것. 그들도 벗어나고 싶어했음을. 폭력자를 이해해보려고도 하고. 참고 또 참으며 자신이 폭력에 대응할 수 있을 거라 상상도 했지만 결국에 홀로 긴 싸움을 버티며 있다는 것을 알았다.

 

앨리시어. 그들을 알게 된다면 그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적극적이지는 못해도) 그들 편에 서서 희망을 그릴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다.

 

 


 

🔖 그럴 때 그녀는 어떤 사람이라기보다는 어떤 상태가 된다. 달군 강철처럼 뜨겁고 강해져 주변의 온도마저 바꾼다. 씨발됨이다. 지속되고 가속되는 동안 맥락도 증발되는, 그건 그냥 씨발됨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씨발적인 상태다. P49

 

🔖이 나이 되도록 인생을 살고보니 그렇더라. 사람이 그렇다. 너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네 어미도 그렇고 다 그렇게 귀하고 불쌍한 거지. 세상 나고 자란 목숨 가운데 가치 없는 것은 없는 거다. P65

 

🔖앨리시어의 어머니가 짐승을 다스린다. 씨발 상태가 되어 씨발년이 된 그녀는 그녀가 가진 짐승의 머리뼈부터 꼬리뼈까지를 다룬다. 짐승을 향해 팔을 휘두를 때 그녀는 관절을 어깨 뒤쪽까지 젖혀 완전한 힘을 싣는다. P81

 

🔖앨리시어는 이 불쾌함이 사랑스럽다. 그대의 무방비한 점막에 앨리시어는 달라붙는다. 앨리시어는 그렇게 하려고 존재한다. 다른 이유는 없다. 그대가 먹고 잠드는 이 거리에 이제 앨리시어도 있는 곳이다. 그대는 그것이 자연스럽다고 말할까.

 

앨리시어라는 것은 잠시에 불과하다고 말할까. 앨리시어의 냄새, 앨리시어의 복장, 앨리시어의 궤적 모두, 언제고 지나갈 것이라고 말할까. 조만간 사라질 것이라고, 앨리시어도 그의 이야기도, 결국은 다른 모든 것들처럼 사라질 것이라고 말할까. P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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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동네’로부터 도서지원 받았습니다.

그럴 때 그녀는 어떤 사람이라기보다는 어떤 상태가 된다. 달군 강철처럼 뜨겁고 강해져 주변의 온도마저 바꾼다. 씨발됨이다. 지속되고 가속되는 동안 맥락도 증발되는, 그건 그냥 씨발됨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씨발적인 상태다. - P49

이 나이 되도록 인생을 살고보니 그렇더라. 사람이 그렇다. 너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네 어미도 그렇고 다 그렇게 귀하고 불쌍한 거지. 세상 나고 자란 목숨 가운데 가치 없는 것은 없는 거다. - P65

앨리시어의 어머니가 짐승을 다스린다. 씨발 상태가 되어 씨발년이 된 그녀는 그녀가 가진 짐승의 머리뼈부터 꼬리뼈까지를 다룬다. 짐승을 향해 팔을 휘두를 때 그녀는 관절을 어깨 뒤쪽까지 젖혀 완전한 힘을 싣는다. - P81

앨리시어는 이 불쾌함이 사랑스럽다. 그대의 무방비한 점막에 앨리시어는 달라붙는다. 앨리시어는 그렇게 하려고 존재한다. 다른 이유는 없다. 그대가 먹고 잠드는 이 거리에 이제 앨리시어도 있는 곳이다. 그대는 그것이 자연스럽다고 말할까.



앨리시어라는 것은 잠시에 불과하다고 말할까. 앨리시어의 냄새, 앨리시어의 복장, 앨리시어의 궤적 모두, 언제고 지나갈 것이라고 말할까. 조만간 사라질 것이라고, 앨리시어도 그의 이야기도, 결국은 다른 모든 것들처럼 사라질 것이라고 말할까. - P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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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작가의 오후 - 피츠제럴드 후기 작품집 (무라카미 하루키 해설 및 후기 수록)
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무라카미 하루키 엮음, 서창렬 외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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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작가의 오후』
Afternoon of an author

F.스콧 피츠제럴드 X 무라카미 하루키
인플루엔셜 출판







무라카미 하루키가 직접 편집하고 번역해 화제가 된 《어느 작가의 오후》는 피츠제럴드의 작가 활동 후기에 속하는 단편 소설 8편과 에세이 5편을 담았다. 작가 활동 시작과 함께 피츠제럴드 번역가로서 경력을 쌓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리뷰들이 글의 시작마다 있다. 글은 언제 어디에 실렸는지, 간략한 내용과 느낌을 기록했는데 소설 읽기 전에 북메이트가 안내해주는 느낌이라 이해하는데 좋았다. 

작품들은 피츠제럴드가 ‘자기 몸을 축내며’ 살았던 암울한 시대에 내놓은 글을 모은 것으로 어두웠던 시간 속에서도 희망을 보고자 노력하는 의지가 있었다. 술에 쩔어있고, 경제난으로 어려워 상업적 글을 써야했던 시기임에도 글을 놓지 않았던 의지때문이었는지 미국 문학의 고전으로 재평가 되기도 했다. 

유려한 문장은 없지만 대체적으로 삶의 고뇌와 갈등 사이에서 고민하는 모습이 잘 나타났다.  개인적으로 소설보다 에세이가 더 재미있었다. 인물에 투영시킨 감정보다 본인이 화자로 나설 때와 마음가짐(?)이 달라서 그런지 좀 더 진솔하기 다가왔다. 





📚소설 <이국의 여행자>

알래스카에서 모피사업으로 돈을 번 미국인 넬슨은 자유를 찾아 아내 켈리와 다른 나라로 여행을 떠난다.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의 인상착의로 자신들과 어울릴만한지 기준으로 시간을 보낸다. 속물이 아니라며 불륜을 저지르기도 하고 백작 계급만을 믿고 사기를 당하기도 한다. 

결국엔 허영심이 그들의 평온함과 사랑과 건강을 잃게 했다. 자신들이 괴괴한  달빛 아래에서 본 검은 형체는 다른 부부였을지 혹은 그들이 마주하고 싶지 않았던 자신들의 모습이었을지 모르겠다. 

인생은 우리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지만, 뭔가가 손상되었고, 둘 사이에도 의견의 불일치가 있을 수 있다는 선례가 생겼다. P24

그러나 세상은 언제나 호기심 가득한 곳이고, 쉽게 다가갈 수 없는 사람이라는 이유만으로 그 사람의 가치가 올라가는 경우도 있다. P43


📚 소설 <사람이 저지르는 잘못>

원제 ‘Two Wrongs’은 사람이 저지른 잘못에 잘못이 더해지면 절대 좋은 결과로 이어질 수 없다는 뜻이다. 이 작품은 부부 사이의 위기를 그리는데, 이는 실제로 피츠제럴드 부부 사이에 일어난 일이다. 



밖으로만 도는 남편 빌. 에미는 아이를 낳으러 병원으로 갔다 현관 앞에 넘어지며 사산했다. 빌이 경제적으로 힘들고 건강도 요양을 해야하는데 에미는 아들과 자신의 꿈인 발레리나를 하기로 선택한다. 자업자득. 

사랑에서 미움, 연민으로 변화되는 마음은 더 이상의 행복을 기댈 수 없는 포기한 사람이 느끼는 것 아닐까. 잘못을 후회하고 다가서도 상대는 용서도 넘어선 공허한 마음으로 맞이한다면 둘 사이에는 무엇이 남았나. 

그녀는 남편이 자신의 가슴속에서 스르르 빠져나가는 것을 느꼈고, 빠져나가면서 남긴 공간을 느꼈으며, 어느 순간 전부 다 빠져나가서 사라져버린 것을 느꼈다. 그러다 그녀는 그를 용서할 수 있었고, 심지어 가엽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모든 일이 너무나 순식간에 일어났다. P96 

마음을 정하지 못하고 서 있을 때, 마지막으로 거짓 없이 솔직한 순간이 찾아왔다. 자신이 금세 이 일을 잊어버리고 오늘의 행동에 대해 변명을 찾게 되리라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P107


📚 소설 <크레이지 선데이>

피츠제럴드가 1930년대 초 할리우드에서 일할 때 경험한 몇 가지 사건이 소재로 쓰였다. 실제 주인공과 같은 실수를 했는데 억누르지 못하는 자기과시 욕구가 개인적인 약점이라고 소개 했다. 

성공한 여배우 엄마를 둔 할리우드 영화각본을 쓰는 조얼은 영화감독 마일스의 초대를 받는다. 겉으로는 겸손한 척하는 조얼은 칵테일을 마신 상태에서 자신의 장래를 쥐고 있는 영화계 인사들이 보는 가운데 배우와 작품을 풍자한 토막극을 한 후 후회를 하지만 이미 늦었다. 사람들은 아마추어 조얼을 향해 분노를 했고 집단의 비난과 퇴짜를 감지했다. 마일스 아내 스텔라의 친절함도 집으로의 초대도 모두 마일스가 계획한 것에 조얼은 속은 것은 아닐지. 자신감으로 계획도 못알아차림 건지. 

냇 키오의 도움을 받아 코트를 입을 때 거대한 파도 같은 자기혐오가 조얼의 마음속에 밀려왔고, 조얼은 더는 열등감을 느끼지 않을 때까지 절대로 열등감을 드러내지 않는다는 자신의 규칙에 필사적으로 매달렸다. P125


📚 소설 <바람 속의 가족>

토네이도가 휩쓸고 간 남부 시골 마을에 재능과 학식을 겸비했음에도 알코올의존증으로 인생을 망친의사. 거대한 토네이도 묘사의 큰 볼거리이다. 


술로 의사로 진료보다 약국을 하며 살길 바라던 닥터 포레스트 재니가 의사가 부족한 시골에서 고뇌를 하는 장면과 토네이도가 소리로 공포감을 얼마나 주는지 묘사가 잘 나와있었다. 총을 머리에 맞은 조카를 수술하는 것이 술때문에 할 수 없다면서도 의사의 사명감은 불쑥 튀어나온디. 의도치 않게 토네이도로 아버지를 잃은 어린 헬렌과 돌아오겠다는 약속때문인지 몽고메리 시로 돌아가는 객차 안에서 술을 멀리하겠다 한다. 

토네이도가 덮치자 모든 환경이 변화되고 혼란스럽다. 닥터 재니도 명성을 가졌지만 자신의 삶을 찾고 싶은 혼돈 속에 있다. 꼭 토네이도 처럼. 

맨 먼저 소리가 있었고, 그는 소리의 일부가 되었다. 소리에 휩싸이고 소리에 사로잡혀 있었으므로 그의 존재를 소리와 분리할 수 없었다. 그것은 여러 가지 소리가 모인 것이 아니라 ‘소리’ 그 자체였다. 거칠고 날카로운 소리를 빚어내는 거대한 활이 현을 켜서 만들어내는 우주의 화음이었다. 소리와 힘은 분리할 수 없는 것이었다. P171


📚 소설 <어느 작가의 오후>

글은 안써지는데 젤다가 병원 입원으로 거액의 빚까지 있어 산업적인 잡지 회사에서 요구하는 세련되고 도시적인 연애 소설은 쓰지 못했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사소설’ 형태로 어두운 일상을 그린 것은 피츠제럴드의 심경이 아닐까 생각했다. 

글이 잘 써지지 않는 작가. 밖으로 나갔다 젊은 이들이 라파예트의 동상 높은 받침대에 서로에게 집중하는 모습을 본 후 고립된 자신의 작가라는 직업에서 뭔가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며 돌아간다. 하나의 착상으로 또 발전시키길 바라며. 
과거와 미래와 주변의 이야기 탈탈 털어 소재로 글을 쓰지만 고갈되버리고 아이디어도 떠오르지 않을 때. 그래도 글을 쓰는 것을 포기할 수 없기에 창작의 영감을 얻으려 노력하는 모습이다. 

“완벽한 신경증 환자로군.“ 그가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며 말했다. “아이디어의 부산물이자 꿈의 찌꺼기인 인간이야.“ P205

📚 소설 <알코올에 빠져>

이 소설도 작가의 이야기 같다. 에스콰이어 편집장 아널드 기글리치가 원고를 게재해 작가를 도왔다. 

알콜 중독자는 술에 의존하고 중독된 것이 결국 죽음을 바라보고 행동하는 것이므로 도울 수 없다고 간호사는 이야기한다. 
중독자를 상대하는 것은 그들의 추락하는 모습을 지켜봐야 하는 고통도 있을 것 같다. 

📚 소설 <피네건의 빛>

작가는 빚에 떠밀려 정신없이 사는 자기의 생활을 픽션이라는 형태로 희화화하고 있드. 일종의 유머소설. 

생명보험을 주겠다며 선금을 받고 글을 쓰겠다며 떠난 피네건. 
글을 향한 열정일까. 돈이 글을 쓰게 만드는 것일까. 
여유로운 작가에게서만 좋은 글이 나오는 걸까. 

📚 소설 <잃어버린 10년>

1928년 준공된 아미스테드 빌딩을 설계했다고 말하는 트림블. 오리슨은 그가 10년동안 무슨일을 했을 까 궁금해 했다. 감옥에 있었을까, 제독의 남극 비밀기지나 브라질 정글에서 실종된 조종사들일 거라 생각하는 중 엉뚱한 대답이 나온다. 결국엔 10년간 술에 취한 사람이었다는 헤프닝. 
짧은데 재미있지만 뭔가 담고 있을 법한 이야기를 나는 못찾고 있다.;;

"콜포터가 1928년에 미국으로 돌아온 이유는 미국에서 새로운 리듬이 생겨나고 있다고 느꼈기 때문이야," P267


📚 에세이 <나의 잃어버린 도시>

내가 다니던 학교, 함께 있던 친구, 사람들 모두 떠났다. 뉴욕의 호황은 뜨겁고 활기가 있지만 모호하고 막연한 분위기다. 변해가는 도시를 바라보며 붙잡고 싶기도했고 돌아가지 못할 거라는 생각에 울기도 했다. 
우리가 느끼는 시간의 흐름과 변해가는 주변의 모습도 이러할 텐데 작가도 많이 아쉬운 모양이다😅

도시의 속도는 급격히 변했다. 1920년의 불확실성은 이제 황금을 좇는 한결같은 아우성에 묻혀 사라졌고, 우리 친구들 중 많은 이들이 부자가 되었다. 그렇지만 1927년 뉴욕의 들썩거림과 초조감은 거의 히스테리에 가까웠다. 파티는 점점 더 커졌다. P292

📚 에세이 <망가진 3부작>
-망가지다/붙여놓다/취급주의

무라카미 하루키는 긴 에세이를 쓸 때  망가진 3부작과 나의 잃어버린 도시를 염두에 둔다고 했다. 


어느 날 갑자기 망가져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서 사람들을 멀리하게 되고 혼자 있는 시간동안 자신은 저당잡힌 삶을 살아왔다 생각하며 붕괴되고 있다고 느낀다. 활기로 가득찬 여인을 만나며 내부의 균열이 아니라 세상은 인식을 통해서만 존재한다며 달리 생각해보라고 한다. 작가는 이런 불안정한 감정들을 글로 나타내는데 탁월하다. 

망가졌지만 붙여놓았고, 갑자기 취급주의에서 반성을 한다. 지각 있는 성인이라면 어느 정도 불행한 것이 자연스러운 상태라는 것을 깨달았다는 듯이; 그럼에도 살아남았으니 살아갈 것이다.

🔖10년 전만 해도 인생이란 대체로 개인적인 문제였다. 나는 노력해봤자 소용없다는 생각과, 싸우는 것은 필요하다는 생각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했다. 실패가 불가피하다는 확신과 그럼에도 ‘성공‘하겠다는 결의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해야 했고, 특히 과거의 성과가 주는 압박감과 미래의 고상한 의도 사이에 존재하는 모순을 균형 있게 다루어야 했다. 만약 내가 흔히 겪는 일반적인 어려움ㅡ가정적, 직업적, 개인적 어려움을 이겨내고 이 일을 해낸다면, 나의 자아는 힘껏 쏜 화살이 거침없이(마침내 오직 중력에 의해 땅에 떨어질 때까지)무에서 무로 날아가듯 그렇게 계속 날아갈 터였다. P305




📚 에세이 <젊은날의 성공>

“인생이 낭만적인 것이라는 믿음이야말로 너무 이른 시기에 거둔 성공의 대가이다.(P354)” 이는 스콧 피츠제럴드의 작품을 이야기할 때 절대 잊어서는 안 될 중요한 문장일 것이라 했다.



소설 인물과 내가 하나 되었던 짧은 순간, 충만한 미래와 열망에 들뜬 과거가 하나가 된 찬란한 순간은 젊은 날의 성공처럼 인생이 진정 하나의 꿈이었던 그 때. 

🔖내 꿈은 이른 시기에 실현되었고, 그 꿈의 실현에 수반하여 모종의 보상과 모종의 짐이 생겨났다. 너무 일찍 성공을 이룬 사람은 운명이라는 신비로운 관념을 가지게 되는데, 그것은 의지력에 대척되는 개념이다.P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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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플루엔셜’로부터 도서지원 받았습니다.



10년 전만 해도 인생이란 대체로 개인적인 문제였다. 나는 노력해봤자 소용없다는 생각과, 싸우는 것은 필요하다는 생각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했다. 실패가 불가피하다는 확신과 그럼에도 ‘성공‘하겠다는 결의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해야 했고, 특히 과거의 성과가 주는 압박감과 미래의 고상한 의도 사이에 존재하는 모순을 균형 있게 다루어야 했다. 만약 내가 흔히 겪는 일반적인 어려움ㅡ가정적, 직업적, 개인적 어려움을 이겨내고 이 일을 해낸다면, 나의 자아는 힘껏 쏜 화살이 거침없이(마침내 오직 중력에 의해 땅에 떨어질 때까지)무에서 무로 날아가듯 그렇게 계속 날아갈 터였다. P305 - P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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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빌라
백수린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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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빌라』

 

백수린 소설

문학동네

 


 

늘 똑같은 일상 속 느슨한 시간 사이를 비집고 과거 어떤 순간으로 돌아가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인물들이 자주 등장한 것 같다. 후회보다는 그 시간들로 성장한 인물, 보이지 않지만 분명한 계급차이들을 이겨내 보고자 하는 인물, 흔들림은 있었지만 곧게 뻗어나가는 인물 등 포기하고 좌절하기 보다 다짐하고 용기내고자하는 마음들이 보였다.

 

📚시간의 궤적

 

미술사를 공부하고 싶었던 나는 서른 살 나이 직장을 그만두고 파리 어학원에서 대기업 주재원으로 파견나온 언니와 친해진다.

 

외부의 시선 따위 신경쓰지말라고 말해주는 주인공의 말에 위안을 받는다. 나름 단단해지고 있다 생각해도 이런 말랑한 말한마디에 그냥 말랑해져 버린다. 타지에서 낯선 그들에게서 오는 거리감, 내가 느끼는 외로움이 한데 섞이며 그리움이 더 커진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외로움도 흔적이 된다는 것.

 

그날 언니와 나눈 대화는 오랜 시간 잊고 지냈던 사실을 나에게 일깨워주었다. 그러니까, 어떤 이와 주고받는 말들은 아름다운 음악처럼 사람의 감정을 건드리고, 대화를 나누는 존재들을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낯선 세계로 인도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P12

 

“괜찮아요, 언니. 사람에겐 어쩔 수 없는 일도 있으니까요.” 어떤 기억들이 난폭한 침입자처럼 찾아와 ‘나’의 외벽응 부술 듯 두드릴 때마다, 이러다가는 내가 한순간 와르르 무너져내리는 것은 아닐까 두려우면서도 어쩌지 못하는 마음을 나는 경험으로 잘 알고 있었다. P17



 

📚여름의 빌라

 

독일 정치사를 전공한 남편 지호와 일문학 전공한 나(주아)‘는 한스의 초대로 시엠레아프 여름의 빌라에 간다. 시간강사로 쫓기듯 사는 두 부부에게 시간적, 경제적 여유가 없었으므로 아이를 잃은 슬픔보다 어쩌면 잘된 일이라 여기며 살았지만 여행에서 말못했던 감정이 터져버린다.

단순하게 관광객의 시선으로 그 사람들을, 역사를 바라보는 주아와 달리 지호는 캄보디아 아이들이 상대적 빈곤을 느끼지 않아도 될 일을 관광객들 때문이라 말한다. 이런 경계들을 어린 레오니가 캄보디아 소년을 대하는 방법을 보면서 다양한 계층들의 차이를 주아는 안다.

지호는 자신이 시간강사로 안정되지 못했기 때문에 모든 바라보는 것들이 불안정하고 고통 속에 놓여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닐지.

 

무無. 당신의 집 거실에 적혀 있던 글자처럼, 사실은 우리 사이에는 아무것도 존재할 수 없음을 그저 받아들였으면 좋았을 텐데. 사람은 어째서 이토록 미욱해서 타인과 나 사이에 무언가가 존재하기를 번번이 기대하고 또 기대하는 걸까요. P56

 


 

📚고요한 사건

 

서울에 처음 올라와 소금고개 동네 살 때 만난 해지와 무호.

재개발 말들이 돌고 고양이 밥을 주던 아저씨가 폭력을 당하는 것을 아버지에게 말했지만 아버지 역시 그 모습을 바라보던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돕지 않는다.

죽은 고양이를 묻어주러 문을 나서다 유리창 밖 떨어지는 눈송이를 보며 감탄한다. 동네 멀리 보이던 아파트를 보면서 우리집도 저렇게 될 거라는 기대로 가득찼던 부모님은 자신들은 소금동네 사람들과 다르다는 선을 긋는다. 시간이 지나 나 역시 부모님이 바라던 희망이 아닌 그저 창밖을 기웃거리며 살고 있음을 눈을 보며 풍경을 황홀하게 바라보던 그때를 떠올리는 건 아닌지.

 

해가 지고 나면 대기에 남아 있던 온기도 노인의 마지막 숨결처럼 느리게 흩어져갔다. 몸에 한기가 깃들어 더이상 앉아 있기가 힘들어지면 그제야 나는 쭈그렸던 다리를 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초라한 골목이 어째서 해가 지기 직전의 그 잠시 동안 황홀할 정도로 아름다워지는지, 그때 나는 그 이유를 알지 못했다. 다만 그 풍경을 말없이 바라보는 동안 내 안에 깃드는 적요가, 영문을 알 수 없는 고독이 달콤하고 또 괴로워 울고 싶었을 뿐. P94

 

앞으로 나는 평생 이렇게, 나가지 못하고 그저 문고리를 붙잡은 채 창밖을 기웃거리는 보잘것없는 삶을 살게 되리라는 사실을 암시하고 있었으니까. P104

 

📚폭설

 

엄마와 아빠가 이혼을 하고 나는 아빠와 함께 살며 2차성징이 시작되어도 물어볼 사람 없이 외롭고 당황해 하며 자란다. 미국에 케빈과 재혼한 엄마는 행복한 얼굴이다. 딸보다 자신의 인생을 더 우선시한 엄마.

엄마는 딸에게 취업보다 연애가 더 중요하다 말한다. 어릴 때 결혼해서 몰랐던 것일까. 사랑을 찾아간 엄마는.

 

그녀는 가끔 생각했다. 그녀가 엿봤던, 그날 밤의 그녀보다 겨우 네댓 살 더 많았을 뿐이었던 엄마의 얼굴, 사랑에 빠져버린 그 여자의 얼굴이 실은 얼마나 아름다웠는지에 대해서 말했더라면. 하지만 그 밤 그녀는 끝내 그런 이야기를 하지 못했다. P138

 

📚아직 집에는 가지 않을래요

 

둘째를 키우기 위해 퇴사 후 한나의 레스토랑 오픈에 초대된다. 아이만 보다가 오랜만의 외출이라 어색하기도 하고 설렘도 있다. 동네 빨간지붕을 부수어 골격만 남고 그 공사현장에서 앳되보이는 근육질 남자에게 한나 레스토랑에서 만난 남자 무용수를 떠올리며 알 수 없는 욕망에 휩싸인다. 아이 둘을 낳고 예전과 다른 몸, 일상 속 잠깐씩의 내적 욕구들과 부딪히는 우울함에 대한 이야기.

 

어떤 상처는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사라지지 않고 잠복해 있다가 작은 자극에도 고무공처럼 튀어올랐다. P148

 


 

일찍 철이 든 척했지만 그녀의 삶은 그저 거대한 체념에 불과했음을. P165

 

📚흑설탕 캔디

 

할머니와 동생과 프랑스에서 지냈던 시간들. 돌아가신 난실 할머니 일기장 속 내용.

언어가 통하지 않고 손자들도 아들도 자신들의 삶을 찾느라 바쁜 프랑스에서 브뤼니에 씨를 만나 피아노를 치고 차를 마시며 소소한 일상의 즐거움을 느끼고 있던 할머니는 브뤼니에 할아버지가 각설탕을 높이 쌓아 올리며 박수치고 무너진 각설탕을 집어 먹고 아주 오래 전 처음 느꼈던 달콤한 흑설탕 캔디를 떠올린다. 손바닥에 내리쬔 햇빛만큼의 행복은 할머니도 갖고 싶었을 꺼라고. 나이가 들어도 마음은 그대로인데 육체는 따라주지 않음에 대한 슬픔이 느껴졌던 소설.

 

말하자면, 세상으로부터 고립된 섬에서 살아남은 생존자들 사이에 존재할 법한 달콤하고 아늑한 유대감 같은 것. 하지만 시간은 흘렀고, 일 년쯤이 지나면 나와 동생은 낯선 환경을 거부하는 단계를 넘어, 새로운 생활에 어떻게든 적응하기 위해 애쓰는 단계로 접어들어버린다. P181

 

퇴화하는 것은 육체뿐이라는 사실을. 그런 생각을 할 때면 어김없이 인간이 평생 지은 죄를 벌하기 위해 신이 인간을 늙게 만든 건 아닐 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마음은 펄떡펄떡 뛰는 욕망으로 가득차 있는데 육신이 따라 주지 않는 것만큼 무서운 형벌이 또 있을까? 꼼짝도 못하는 육체에 수감되는 형벌이라니. P198

 

누군가와 함께 있어도 낯선 섬에 홀로 표착한 것 같았던 할머니의 일생이나, 하루가 너무 길 때마다 차라리 빨리 죽여달라고 신에게 간구하지만, 막상 죽름 이후를 상상하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극심한 공포에 대해서 결코 말할 수 없을 것이듯. P201

 

📚 아주 잠깐 동안에

 

아내 여주와 행복한 신혼생활. 아내는 모든 것을 이해해 줄 것 같이 너그러웠고, 그도 착실하게 돈을 모아 안전하고 보기 좋은 집을 얻고자 노력했다. 그 모든 노력은 불안함에서 시작된 것이였기에. 그는 편의점에서 맥주를 사고 집으로 가는 중 리어카를 끄는 노인을 만났고 술안주를 만들어놓고 미드를 함께 볼 생각에 지나칠 까 생각했지만 그는 노인을 돕기로 한다. 경사 진 비탈길에서 노인의 리어카를 끌다 실려져 있던 냉장고가 미끄러지며 노인을 덮쳤고 괜찮다며 노인은 돌아갔지만, 그 이후 노인의 집을 찾아갔을 때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는다. 이후 노인을 돕던 순간으로 돌아간다면 노인의 상태를 확인했다면 돌아가시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두려움으로 가득한 삶 속에서 그 남자의 두려움은 늘어나는 느낌이다.

 

하지만 그는 동시에, 그 누구에게도, 심지어 여주에게도, 사실은 그날 밤, 달빛이 아름답고 모든 것이 그저 좋았던 그 밤, 아주 잠깐 동안, 그러니까 세탁기를 들어올리고 쓰러져 있던 노인을 일으켜세우던 그 짧은 순간에, 그가 그 모든 상황을 귀찮다고 생각했다는 것을 말할 수 없었다. P233

 

📚 아카시아 숲, 첫 입맞춤

 

엄격했던 엄마. 쉽게 주눅 들 수 밖에 없었던 나.

모범적인 나와 선주. 우리와 반대인 남자아이들과 어울리는 다미와 호기심을 공유하며 둘만의 친밀함을 나눈다. 우연히 다미의 친구를 만나고 좋아하는 마음도 없지만 분위기로 나에게 관심이 있다는 어떤 남자아이에게 첫 입맞춤을 한다.

나도 마음만 먹으면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을, 학원을 빠지고 남자아이들을 만나는 하루의 일탈을 주인공 '나'를 통해 가마득한 아무것도 모르던 시절의 이야기를 떠올려본다.

 

갑작스럽게 변해버린 신체가 낯설고, 넘치는 에너지를 주체하지 못하며, 이제 어른에 한층 더 가까워졌다는 희열감에 과하게 들떠 있던 아이들. P241

 

문득 나는 내가 교복을 입고 그 교실 창가 자리에 앉아 있던 날들로부터 그리 많이 멀어지지 않은 것 같은 기분에 사로잡혔다. P265

 

나는 무엇이든 선택을 할 때면 그 대가로 미래를 지불해야 하는 줄 몰랐던 날들이 이미 가마득히 멀어졌음을 안다. P2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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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無. 당신의 집 거실에 적혀 있던 글자처럼, 사실은 우리 사이에는 아무것도 존재할 수 없음을 그저 받아들였으면 좋았을 텐데. 사람은 어째서 이토록 미욱해서 타인과 나 사이에 무언가가 존재하기를 번번이 기대하고 또 기대하는 걸까요. -여름의빌라 - P56

어떤 상처는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사라지지 않고 잠복해 있다가 작은 자극에도 고무공처럼 튀어올랐다.-아직 집에는 가지 않을래요 - P148

문득 나는 내가 교복을 입고 그 교실 창가 자리에 앉아 있던 날들로부터 그리 많이 멀어지지 않은 것 같은 기분에 사로잡혔다. -아카시아 숲, 첫 입맞춤 - P2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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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별하지 않는다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한강 장편소설
한강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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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별하지 않는다』

한강 장편소설

문학동네 출판


 

영화제작을 하다가 중단하고는 목공 작업 중 손가락이 잘려 수술한 인선과 더운 여름 유서를 썼다 찢었다 반복하는 화자 경하의 이야기로 소설은 시작한다. 인선은 병원에 입원 중이라 제주 집에 있는 새를 돌봐달라며 경하에게 부탁한다. 눈보라를 보며 인선은 꿈인지 현실인지 모를 엄마 정심의 이야기를 떠올린다.

인선이 아마 새에게 먹이를 주러 가는 길은 눈보라로 앞이 보이지 않아 건천에 빠졌지만 자신은 이미 눈으로 추워 감각이 없는데도 새를 떠올리며 밥을 주기 위해 한줄기 빛을 찾아 인선의 집으로 가기위해 힘을 낸다. 가는 길의 눈보라, 혹독한 추위 표현이 어찌나 생생한지 한편의 시처럼 느껴졌다.

인선의 입에서 듣는 엄마이야기는 끔찍했다.

슬픈 내용은 많았지만 유독 기억에 남는 대목은 죽은 시체 위로 떨어지는 눈을 몇 살 더 먹었다고 사촌언니가 손수건으로 치우면 동생은 얼굴을 확인하는 장면이었다. 추운 겨울임에도 소녀 둘이 손을 꼭 붙잡고 발발 떨며 다니는 게 생생해서 너무 슬펐다.

지나간 자리는 모두 덮어버리는 눈처럼 제주의 기억들도 눈처럼 덮여버렸지만 죽음은 검게 나무로, 돌로, 새로 남아 그 자리에 맴도는 듯하다.

어린 여자 아이도 피해가지 못한 총알은 동생에게 꽂혀 언니들이 제 옷을 벗어 지혈하고 엄마가 손을 깨물어 피를 주는 모습은 동생이 살기만을 얼마나 바라고 다급한 상황에서도 생명이 붙어있는 상황에 가족들은 감사하고 행복해 해야 한다는 것을, 살아있다는 것에 행복을 느꼈다.

꿈인 듯 현실인 듯 죽고 전쟁 같았던 그 자리에서 시간만 다를 뿐.

제주에서 경산. 그들이 죽이고 육신마저 없애버렸지만 남은 이들은 그 기억을 흔적을 찾기 위해 처절했다. 기억은 영원하다.

눈 내리는 겨울, 육신을 찾을 수도 없게 썰물 때 해변에서 총살했다는 이야기. 차가운 바다 속에 뜯겨져간 육신 때문에 엄마는 바닷고기를 안 먹는다고.

경하는 추위 속에 포기하지 않고 고통 속에 있으면서 그들의 이야기를 꿈을 꾸듯 떠올린다. 인선이 만들고 찾고자하는 것은 이미 죽고 없는 그들이 놓아주지 않는 것일 수도 있지만 죄 없이 죽은 그 자리에서 발 묶인 자들에게 새장 속 갇힌 아미 새가 자유롭게 날아다니듯 자유를 주고 세상에 나오게 해주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을지.

나도 경하처럼 꿈속에서 이야기를 듣고 나온 듯했다.



🔖 책 속 밑줄 긋기


그렇게 죽음이 나를 비껴갔다. 충돌할 줄 알았던 소행성이 미세한 각도의 오차로 지구를 비껴 날아가듯이. 반성도, 주저도 없는 맹렬한 속력으로. P15

 


 

 

어떤 사람들은 떠날 때 자신이 가진 가장 예리한 칼을 꺼내든다는 것을 우리는 경험으로 안다. 가까웠기에 정확히 알고 있는, 상대의 가장 연한 부분을 베기 위해. P17

 


 

 

자신의 삶을 스스로 바꿔나가는 종류의 사람들이 있다. 다른 사람들은 쉽게 생각해내기 어려운 선택들을 척척 저지르고는 최선을 다해 그 결과를 책임지는 이들. 그래서 나중에는 어떤 행로를 밟아간다 해도 더이상 주변에서 놀라게 되지 않는 사람들. P33

 

어떤 기쁨과 상대의 호의에도 마음을 놓지 않으며, 다음 순간 끔찍한 불운이 닥친다 해도 감당할 각오가 몸에 밴 듯한, 오래 고통에 단련된 사람들이 특유하게 갖는 침통한 침착성으로. P99

 

무엇을 생각하면 견딜 수 있나.

가슴에 활활 일어나는 불이 없다면.

기어이 돌아가 껴안을 네가 없다면. P134

 

흰빛이 스러지며 물이 되어 살갗에 맺혔다. 마치 내 피부가 그 흰빛을 빨아들여 물의 입자만 남겨놓은 것처럼.

어떤 것과도 닮지 않았다고 나는 생각했다. 이렇게 섬세한

조직을 가진 건 어디에도 없다. 이렇게 차갑고 가벼운 것은. 녹아 자신을 잃는 순간까지 부드러운 것은. P186

 

내려가고 있다.

수면에서 굴절된 빛이 닿지 않는 곳으로.

중력이 물의 부력을 이기는 임계 아래로. P267


 

#작별하지않는다 #한강 #장편소설 #프랑스메디치외국문학상 #제주43 #독파챌린지 #독파 #앰버서더 #앰버서더3기 #추천도서 #소설추천 #독서 #읽을만한책 #문학동네 #북클럽문학동네 #내돈내산 #책추천 #추천도서 #서평


그렇게 죽음이 나를 비껴갔다. 충돌할 줄 알았던 소행성이 미세한 각도의 오차로 지구를 비껴 날아가듯이. 반성도, 주저도 없는 맹렬한 속력으로. - P15

어떤 사람들은 떠날 때 자신이 가진 가장 예리한 칼을 꺼내든다는 것을 우리는 경험으로 안다. 가까웠기에 정확히 알고 있는, 상대의 가장 연한 부분을 베기 위해. - P17

자신의 삶을 스스로 바꿔나가는 종류의 사람들이 있다. 다른 사람들은 쉽게 생각해내기 어려운 선택들을 척척 저지르고는 최선을 다해 그 결과를 책임지는 이들. 그래서 나중에는 어떤 행로를 밟아간다 해도 더이상 주변에서 놀라게 되지 않는 사람들 - P33

어떤 기쁨과 상대의 호의에도 마음을 놓지 않으며, 다음 순간 끔찍한 불운이 닥친다 해도 감당할 각오가 몸에 밴 듯한, 오래 고통에 단련된 사람들이 특유하게 갖는 침통한 침착성으로 - P99

무엇을 생각하면 견딜 수 있나.

가슴에 활활 일어나는 불이 없다면.

기어이 돌아가 껴안을 네가 없다면 - P134

흰빛이 스러지며 물이 되어 살갗에 맺혔다. 마치 내 피부가 그 흰빛을 빨아들여 물의 입자만 남겨놓은 것처럼.

어떤 것과도 닮지 않았다고 나는 생각했다. 이렇게 섬세한

조직을 가진 건 어디에도 없다. 이렇게 차갑고 가벼운 것은. 녹아 자신을 잃는 순간까지 부드러운 것은 - P186

내려가고 있다.

수면에서 굴절된 빛이 닿지 않는 곳으로.

중력이 물의 부력을 이기는 임계 아래로. - P2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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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이르는 병
샤센도 유키 지음, 부윤아 옮김 / 시옷북스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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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이르는 병』

 

샤센도 유키 장편소설

부윤아 옮김

시옷북스 출판




 

 

🏷 줄거리


전학을 자주 다닌 5학년 마야미네는 이번 전학 간 학교에서 만난 케이가 친근하게 인사해 주어 학교 적응을 어렵지 않게 잘 하게 된다. 어느 날 케이가 연을 가지러 수리 중인 미끄럼틀에 올라갔다 떨어지며 얼굴에 상처를 입게 되고 마야미네는 케이에게 앞으로 케이의 히어로가 될 것을 약속한다. 그리고 교외 학습에서 네즈하라 아키라의 괴롭힘이 시작된다. 이후 네즈하라가 마야미네를 폭행할 때마다 손을 찍었고 ‘나비 도감‘ 블로그에 올린다. 채집한 전리품을 표본 상자에 넣어 전시하듯이. 자신의 행동에 벌을 받기라도 하듯 네즈하라는 볼펜으로 눈을 찔린 채 옥상에서 떨어져 죽고 자살이라는 수사는 종결된다. 마야미네는 이런 네즈하라의 죽음이 케이가 저지른 것으로 생각하고 자신을 위해 살인을 저지른 케이를 안타깝게 생각하며 더욱 가까워진다.

 

중학생이 되어 학생회와 연주 지휘를 하며 바쁜 케이는 마야미네에게 자신이 좋아한다는 것을 증명한다며 공원에서 자살하는 학생의 현장을 함께 보게 한다. 그리고 자신이 수십 명의 사람을 죽음으로 몰고 간 블루모르포 게임의 마스터라고 고백한다. 케이의 잘못된 행동을 알면서 경찰에 말하지 않고 혼자만 알고 있는 마야미네는 저울이 미친 듯이 움직이는 것처럼 윤리와 도덕, 애정 사이에서 혼자 그 무게를 감당한다. 그 무게가 케이를 상처로 부터 지키고, 세상의 불합리에서 구하는 히어로라고 착각하며. (현실은 케이의 살인을 긍정하는 일뿐인데)

자신이 케이를 저렇게 변하게 만들었다는 죄책감으로 지내던 마야미네는 조금씩 케이의 가면 속 모습을 알게 되면서 케이의 잘못을 경찰에 알림으로 더 이상의 살인은 하지 않도록 하려고 한다. 하지만 마야미네의 뜻대로 되지 않는데…

 

 

📝 책을 읽고

 

제목과 표지만 보았을 때 달달한 십 대들의 첫사랑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학교폭력, 가스라이팅 등의 무거운 내용이었다. 학교폭력과 그에 맞서는 방법으로 가해자를 자살로 몰아가게 만든 살인자 케이. 전혀 그럴 것 같지 않은 우등생 케이가 살인을 조종한다는 것을 마야미네도 알면서도 자신이 피해자였던 사실을 말할 용기도 없고 케이를 좋아하는 마음 때문에 선뜻 막아서지 못한다. 자신이 맞을 때 방관했던 반 친구들이나 자살로 죽어가는 사람들을 보고 있는 마야미네는 죄가 없다고 할 수 있을까.

 

게임에 참여자들은 목숨을 대신해 누군가의 온기, 이해를 받고 생을 마감할 수 있다는 얼토당토 않은 논리로 말하는 케이를 보며 사이코패스가 사람을 어떻게 이용하고 삶을 송두리째 빼앗아가는지 잘 보여준다. 마지막 반전은 설마 했던 마음까지, 손톱만큼의 희망적이었길 바라는 마음마저 깡그리 날려버렸다.

 

케이는 마야미네를 보며 어떤 기분이었을까. 사랑에 이르는 병에 걸리게 만든 감정까지도 거짓으로 가득한 계획의 일부였을 거라 생각하면 진짜.. 살면서 절대 만나면 안되는 사람이라 생각들만큼 최악이다. 현실에서도 강도가 약할 뿐이지 내가 얼마나 흔들리는지 보면서 쾌락을 느끼는 가스라이팅을 하는 사람은 주변에 많다.

 

게임으로 자살한 사람들의 몸에 있던 나비 모양, 마야미네가 괴롭힘으로 폭행당할 때 찍힌 손을 담은 블로그 나비 도감, 케이라는 불을 향해 날아가는 나비 같았던 마야미네. 결국은 케이도 마야미네를 사랑했기 때문에 벌인 일은 아니었을지.

 

(소설 속 나비 효과처럼 절망적인 상황이 아님에도 우울한 감정을 따라 하는 비극이 발생할 수도 있으므로 지금 삶의 비관에 빠져있는 사람이라면 정상적인 컨디션에서 읽기 바랍니다 ㅎㅎ😅)

 

 

🔖 책 속 밑줄 긋기

 

이 사진은 청소 시간에 물을 뒤집어썼을 때 내 손. 저 사진은 볼펜으로 허벅지를 찔렀을 때 내 손. 또 다른 사진은 옷이 전부 벗겨진 채로 체육관 창고에 갇혔을 때 내 손. 저건 등을 밟힌 상태에서 필사적으로 위를 향해 뻗고 있는 내 손. P45

 

차분히 가라앉은 체육관 안에 케이의 목소리만 울려 퍼졌다. 그 광경을 이전에도 본 적이 있었다. 네즈하라 아키라의 장례식 때다. 그때도 조용히 가라앉은 분위기에서 케이의 목소리만이 존재했다. 삶과 죽음이 상반된 두 모임을 케이라는 존재가 이어주고 있었다.

케이가 저지른 죄도, 케이가 구한 생명도 나는 모두 알고 있었다. P 107

 

케이가 키스한 순간 문득 아르투어 슈니츨러가 쓴 소설이 떠올랐다. 그 소설에서는 신뢰를 증명하고자 주인공이 형에게 병원 소개장을 건넨다. “내가 미친 건지 아닌지 형이 판단해 줬으면 해.”라고 말하며, 자신의 모든 걸 맡긴다. P147

 

상처투성이인 현세보다도 케이를 만날 수 있는 성역을 꿈꾼다. 흡사 꿀을 찾는 나비처럼. 혹은 불을 향해 날아가는 나방처럼. P192

 


#사랑에이르는병 #샤센도유키 #장편소설 #시옷북스 #독파챌린지 #독파 #앰버서더 #신간도서 #반전소설 #미스터리 #소설추천 #반전소설 #요즘뭐읽지 #앰버서더3기 #서평 

 


❤︎ ‘문학동네’로부터 도서지원 받았습니다.

이 사진은 청소 시간에 물을 뒤집어썼을 때 내 손. 저 사진은 볼펜으로 허벅지를 찔렀을 때 내 손. 또 다른 사진은 옷이 전부 벗겨진 채로 체육관 창고에 갇혔을 때 내 손. 저건 등을 밟힌 상태에서 필사적으로 위를 향해 뻗고 있는 내 손. - P45

차분히 가라앉은 체육관 안에 케이의 목소리만 울려 퍼졌다. 그 광경을 이전에도 본 적이 있었다. 네즈하라 아키라의 장례식 때다. 그때도 조용히 가라앉은 분위기에서 케이의 목소리만이 존재했다. 삶과 죽음이 상반된 두 모임을 케이라는 존재가 이어주고 있었다.

케이가 저지른 죄도, 케이가 구한 생명도 나는 모두 알고 있었다. - P107

케이가 키스한 순간 문득 아르투어 슈니츨러가 쓴 소설이 떠올랐다. 그 소설에서는 신뢰를 증명하고자 주인공이 형에게 병원 소개장을 건넨다. "내가 미친 건지 아닌지 형이 판단해 줬으면 해."라고 말하며, 자신의 모든 걸 맡긴다. - P147

상처투성이인 현세보다도 케이를 만날 수 있는 성역을 꿈꾼다. 흡사 꿀을 찾는 나비처럼. 혹은 불을 향해 날아가는 나방처럼. - P1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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