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이르는 병
샤센도 유키 지음, 부윤아 옮김 / 시옷북스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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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이르는 병』

 

샤센도 유키 장편소설

부윤아 옮김

시옷북스 출판




 

 

🏷 줄거리


전학을 자주 다닌 5학년 마야미네는 이번 전학 간 학교에서 만난 케이가 친근하게 인사해 주어 학교 적응을 어렵지 않게 잘 하게 된다. 어느 날 케이가 연을 가지러 수리 중인 미끄럼틀에 올라갔다 떨어지며 얼굴에 상처를 입게 되고 마야미네는 케이에게 앞으로 케이의 히어로가 될 것을 약속한다. 그리고 교외 학습에서 네즈하라 아키라의 괴롭힘이 시작된다. 이후 네즈하라가 마야미네를 폭행할 때마다 손을 찍었고 ‘나비 도감‘ 블로그에 올린다. 채집한 전리품을 표본 상자에 넣어 전시하듯이. 자신의 행동에 벌을 받기라도 하듯 네즈하라는 볼펜으로 눈을 찔린 채 옥상에서 떨어져 죽고 자살이라는 수사는 종결된다. 마야미네는 이런 네즈하라의 죽음이 케이가 저지른 것으로 생각하고 자신을 위해 살인을 저지른 케이를 안타깝게 생각하며 더욱 가까워진다.

 

중학생이 되어 학생회와 연주 지휘를 하며 바쁜 케이는 마야미네에게 자신이 좋아한다는 것을 증명한다며 공원에서 자살하는 학생의 현장을 함께 보게 한다. 그리고 자신이 수십 명의 사람을 죽음으로 몰고 간 블루모르포 게임의 마스터라고 고백한다. 케이의 잘못된 행동을 알면서 경찰에 말하지 않고 혼자만 알고 있는 마야미네는 저울이 미친 듯이 움직이는 것처럼 윤리와 도덕, 애정 사이에서 혼자 그 무게를 감당한다. 그 무게가 케이를 상처로 부터 지키고, 세상의 불합리에서 구하는 히어로라고 착각하며. (현실은 케이의 살인을 긍정하는 일뿐인데)

자신이 케이를 저렇게 변하게 만들었다는 죄책감으로 지내던 마야미네는 조금씩 케이의 가면 속 모습을 알게 되면서 케이의 잘못을 경찰에 알림으로 더 이상의 살인은 하지 않도록 하려고 한다. 하지만 마야미네의 뜻대로 되지 않는데…

 

 

📝 책을 읽고

 

제목과 표지만 보았을 때 달달한 십 대들의 첫사랑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학교폭력, 가스라이팅 등의 무거운 내용이었다. 학교폭력과 그에 맞서는 방법으로 가해자를 자살로 몰아가게 만든 살인자 케이. 전혀 그럴 것 같지 않은 우등생 케이가 살인을 조종한다는 것을 마야미네도 알면서도 자신이 피해자였던 사실을 말할 용기도 없고 케이를 좋아하는 마음 때문에 선뜻 막아서지 못한다. 자신이 맞을 때 방관했던 반 친구들이나 자살로 죽어가는 사람들을 보고 있는 마야미네는 죄가 없다고 할 수 있을까.

 

게임에 참여자들은 목숨을 대신해 누군가의 온기, 이해를 받고 생을 마감할 수 있다는 얼토당토 않은 논리로 말하는 케이를 보며 사이코패스가 사람을 어떻게 이용하고 삶을 송두리째 빼앗아가는지 잘 보여준다. 마지막 반전은 설마 했던 마음까지, 손톱만큼의 희망적이었길 바라는 마음마저 깡그리 날려버렸다.

 

케이는 마야미네를 보며 어떤 기분이었을까. 사랑에 이르는 병에 걸리게 만든 감정까지도 거짓으로 가득한 계획의 일부였을 거라 생각하면 진짜.. 살면서 절대 만나면 안되는 사람이라 생각들만큼 최악이다. 현실에서도 강도가 약할 뿐이지 내가 얼마나 흔들리는지 보면서 쾌락을 느끼는 가스라이팅을 하는 사람은 주변에 많다.

 

게임으로 자살한 사람들의 몸에 있던 나비 모양, 마야미네가 괴롭힘으로 폭행당할 때 찍힌 손을 담은 블로그 나비 도감, 케이라는 불을 향해 날아가는 나비 같았던 마야미네. 결국은 케이도 마야미네를 사랑했기 때문에 벌인 일은 아니었을지.

 

(소설 속 나비 효과처럼 절망적인 상황이 아님에도 우울한 감정을 따라 하는 비극이 발생할 수도 있으므로 지금 삶의 비관에 빠져있는 사람이라면 정상적인 컨디션에서 읽기 바랍니다 ㅎㅎ😅)

 

 

🔖 책 속 밑줄 긋기

 

이 사진은 청소 시간에 물을 뒤집어썼을 때 내 손. 저 사진은 볼펜으로 허벅지를 찔렀을 때 내 손. 또 다른 사진은 옷이 전부 벗겨진 채로 체육관 창고에 갇혔을 때 내 손. 저건 등을 밟힌 상태에서 필사적으로 위를 향해 뻗고 있는 내 손. P45

 

차분히 가라앉은 체육관 안에 케이의 목소리만 울려 퍼졌다. 그 광경을 이전에도 본 적이 있었다. 네즈하라 아키라의 장례식 때다. 그때도 조용히 가라앉은 분위기에서 케이의 목소리만이 존재했다. 삶과 죽음이 상반된 두 모임을 케이라는 존재가 이어주고 있었다.

케이가 저지른 죄도, 케이가 구한 생명도 나는 모두 알고 있었다. P 107

 

케이가 키스한 순간 문득 아르투어 슈니츨러가 쓴 소설이 떠올랐다. 그 소설에서는 신뢰를 증명하고자 주인공이 형에게 병원 소개장을 건넨다. “내가 미친 건지 아닌지 형이 판단해 줬으면 해.”라고 말하며, 자신의 모든 걸 맡긴다. P147

 

상처투성이인 현세보다도 케이를 만날 수 있는 성역을 꿈꾼다. 흡사 꿀을 찾는 나비처럼. 혹은 불을 향해 날아가는 나방처럼. P1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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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동네’로부터 도서지원 받았습니다.

이 사진은 청소 시간에 물을 뒤집어썼을 때 내 손. 저 사진은 볼펜으로 허벅지를 찔렀을 때 내 손. 또 다른 사진은 옷이 전부 벗겨진 채로 체육관 창고에 갇혔을 때 내 손. 저건 등을 밟힌 상태에서 필사적으로 위를 향해 뻗고 있는 내 손. - P45

차분히 가라앉은 체육관 안에 케이의 목소리만 울려 퍼졌다. 그 광경을 이전에도 본 적이 있었다. 네즈하라 아키라의 장례식 때다. 그때도 조용히 가라앉은 분위기에서 케이의 목소리만이 존재했다. 삶과 죽음이 상반된 두 모임을 케이라는 존재가 이어주고 있었다.

케이가 저지른 죄도, 케이가 구한 생명도 나는 모두 알고 있었다. - P107

케이가 키스한 순간 문득 아르투어 슈니츨러가 쓴 소설이 떠올랐다. 그 소설에서는 신뢰를 증명하고자 주인공이 형에게 병원 소개장을 건넨다. "내가 미친 건지 아닌지 형이 판단해 줬으면 해."라고 말하며, 자신의 모든 걸 맡긴다. - P147

상처투성이인 현세보다도 케이를 만날 수 있는 성역을 꿈꾼다. 흡사 꿀을 찾는 나비처럼. 혹은 불을 향해 날아가는 나방처럼. - P1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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