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해방일지
정지아 지음 / 창비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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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갱이 아버지로 인하여 자본주의에서 손가락질과 차별을 받고 살아온 주인공 ‘아리’는 전봇대에 머리를 박고 돌아가진 아버지의 갑작스런 죽음을 맞이한다. 아버지 장례식장에서의 일들이 소설의 주 내용인데 읽고나면 아버지의 삶을 들여다본듯한 느낌이다.

아버지는 사회주의 신념을 갖고 있고 현실주의자 아리와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아버지의 사람들을 만나고난 장례식이 끝나갈 때 즈음은 지금까지 알고 있었던 아버지의 모습과는 달리 아버지를 이해하고 기억하고 사랑하는 아리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결국엔 자신의 곁에 떠난 아버지는 아이와 학수라는 인연을 자신에게 남겨줌으로 여전히 아리와 함께 하는 듯하다. 셋이 뼛가루를 뿌려야 할 장소를 아버지를 추억하며 가는 과정은 아버지와 함께 인 것 같아 보내는 마음이 슬프면서도 좋았다. 책에서 이러한 부분들이 많이 나오는데 어머니의 전남편 윤재씨를 아버지와 아무렇지 않게 대화하는 이상한 유머와 작은아버지와 아버지의 미국 신문기사에 나온 펄벅 단어가 맞는지를 두고 다투는 것들은 책에서 아리가 코미디라 말할만큼 웃긴 이야기다. 슬프고 진지한 상황임에도 유머러스함이 큰 것은 작가님의 감각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듯하다.

작은아버지와 어린 아리와의 추억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

작은아버지는 늘 술에 취한 주정뱅이에 형탓만하였지만 9살 그는 형을 사랑하고 자랑스러워하는 동생이었다. 떠날 수 있음에도 떠나지 못하고 원망하고 자책하며 세월을 살았다. 결국 사상을 떠나 사랑하는 형이었기에 자신의 마음을 몰라준 형에게 알아달라고 했던 것은 아닐까?

아리가 아버지와 말다툼 후 집을 뛰쳐나갔을 때 작은아버지는 자전거로 온 동네 아리를 찾아 다니고 아리를 만나 데려다 주며 ‘한 등에 두 짐 못 지는 법인디……’ ‘저 질이 암만 가도 끝나들 안 해야.‘ 라는 말을 듣고 아리는 작은아버지가 자신과 같은 무게를 지녔음을 알게 된다. 장례식장에서 작은아버지를 보고 그때처럼 이번에는 아리가 작은아버지를 아버지 앞으로 이끄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소설은 우리 삶이 이렇게 되야 한다는 것. 아니 이미 이렇게 살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왕복 8시간이 걸려서라도 가시는 길 보고자 장례식장 찾아오고, 좌익 우익 따지지 않고 함께 있고, 어쩜 그렇게 인자할 수 있을지 세상 따뜻한 떡집언니, 가정폭력에 시달리는 베트남 엄마를 둔 고등학생 담배친구 등 도움을 받은 사람들이 잊지 않고 감사의 인사를 전하러 오는 것은 각자의 사정이야 어떠했든 너무 훈훈하지 아니한가.

사상, 이념을 떠나 우리 아버지의 삶을 들여다 볼 수 있었던 책이다. 이 기회를 빌어 말해주고 싶다. “아버지 사랑합니다.”


기억에 남는 문장이 너무 많아요 😁


✔️ 책 속에서

📖바짓가랑이에 붙은 먼지 한톨조차 인간의 시원이라 중히 여겨 한부로 털어내지 않았던 사회주의자 아버지는 마침내 그 시원으로 돌아갔다. 전봇대에 머리를 박고, 참으로 아버지답게. 마지막까지 유머러스하게. 물론 본인은 전봇대에 머리를 박는 그 순간에도 전봇대가 앞을 가로막고 서 있다고 믿지 않았을 것이다. 민중의 한걸음, 한걸음이 쌓여 인류의 역사를 바꾼다는 진지한 마음으로 아버지는 진지하게 한발을 내디뎠을 것이다. 다만 거시, 전봇대가 서 있었을 뿐이다. 무심하게, 하필이면 거기. 이런 젠장. P16

📖고통스러운 기억을 신이 나서 말할 수도 있다는 것을 마흔이 넘어서야 이해했다. 고통도 슬픔도 지나간 것, 다시 올 수 없는 것, 전기고문의 고통을 견딘 그날은 아버지의 기억 속에서 찬란한 젊음의 순간이었을 것이다. P27

📖나도 모르게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마음의 상처를 준 사람이 그만은 아닐 것이다. 인간이란 이렇게나 미욱하다. 아버지도 그랬다. P28

📖누구에게나 사정이 있다. 아버지에게는 아버지의 사정이, 나에게는 나의 사정이, 작은아버지에게는 작은아버지의 사정이. 어떤 사정은 자신밖에는 알지 못하고, 또 어떤 사정은 자기 자신조차 알지 못한다. P33

📖 작은아버지는 늘 이런 식이었다. 신문을 열심히 읽지만 뭔가를 잘못 읽거나 자의적으로 해석하여 꼭 낭패를 보았고, 그 낭패를 다 아버지 탓으로 돌렸다. 탓을 하능 인생은 이미 루저다, 라고 아버지 닮아 냉정한 고등학생쯤의 나는 판단했고, 그 이후 작은아버지를 소 닭 보듯 보았다. 피를 나눈 사이지만 나에게는 그저 허구한 날 남 탓이나 하는 루저, 남보다도 못한 루저였을 뿐이다. 게다가 작은아버지는 허구한 날 술에도 취해 있었다. P40

📖 밀란 쿤데라는 불멸을 꿈꾸는 것이 예술의 숙명이라고 했지만 내 아버지에게는 소멸을 담담하게 긍정하는 것이 인간의 숙명이었고, 개인의 불멸이 아닌 역사의 진보가 소멸의 맞설 수 있는 인간의 유일한 무기였다. P44

📖고통이든 슬픈이든 분노든 잘 참는 사람은 싸우지 않고 그저 견딘다. 견디지 못하는 자들이 들고 일어니 누군가는 쌈군이 되고 누군가는 혁명가가 된다. 아버지는 잘 못 참는 사람이다. 해방된 조국에서 친일파가 득세하는 것도 참지 못했고, 사랑하지도 않는 여자와 결혼하라는 봉건잔재도 참지 못했으며, 가진 자들의 횡포도 참지 못했다. 무론 두시간의 노동도 참지 못했다. 그런데 얼어 죽을 것 같은 고통은, 굶어 죽을 뻔한 고통은, 생사의 고비를 함께 넘은 동료들이 바로 곁에서 죽어가는 고통은 어떻게 견뎠을까? 신념 때문이었을 수도 있고, 내려와봤자 기다리고 있는 건 죽음뿐이라는 지극히 절망적인 현실 인식때문이었을 수도 있다. P68

📖 아버지가 평생 당하고만 살지는 않았다. 당하지 않으려고 사회주의에 발을 디뎠고, 선택한 싸움에서 쓸쓸하게 패배했을 뿐이다. 아버지는 십대 후반의 선택에 대한 책임을 여든둘 된 노동절 새벽, 세상을 떠날 때까지 평생 짊어졌다. 사회가 개인의 선택에 대한 책임을 이렇게까지 가혹하게 묻는 게 옳은지에 대해서는 이론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 사상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한다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동족상잔의 비극을 치렀고, 아직도 휴전 중인 데다 남북의 이데올로기가 다르니 의견의 합치를 보기는 진작에 글러먹은 일, 게다가 나는 옳고 그름을 따질 만한 주제도 아니다. P76

📖“괜찮다. 괜찮다.”

자기 상태가 괜찮다는 것인지, 죽음이란 것도 괜찮다는 것인지, 살아남은 자들은 그래도 살아질 테니 괜찮다는 것인지 알 수 없는 채로 불현듯 눈물이 솟구쳤다. 그 눈물의 의미도 나는 알 수 없었다. 오빠는 우는 나를 가만히 지켜보기만 했다. 고요한 눈빛으로. 아버지의 죽음뿐만 아니라 곧 닥칠 자신의 죽음까지 덤덤하게 수긍한, 아니 죽음 저편의 공허를 이미 봐버린 눈빛이었다. 그 눈빛 앞에서 차마 더는 울어지지 않았다. 내 울음이 사치스럽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본디 눈물과는 친하지 않기도 했다. P85

📖아버지는 내가 아는 한 단 한순간도 유물론자가 아닌 적이 없었다. 먼지에서 시작된 생명은 땅을 살찌우는 한줌의 거름으로 돌아가는 법, 이것이 유물론자 아버지의 올곧은 철학이었다. 쓸쓸한 철학이었다. 그 쓸쓸함을 견디기 어려워 사람들은 영혼의 존재를, 사후의 세계를 창조했는지도 모른다. P98

📖만담을 주고받듯 창호지 바른 방문을 사이에 두고 콩닥콩닥 신경전을 벌이고 있었지만 전남편 말하는 어머니에게도 아내의 전남편 칭찬 듣는 아버지에게서도 분노는 손톱만큼도 느껴지지 않았다.

우리집은 그런 집이었다. 걸핏하면 어머니는 우리 윤재, 했고, 아버지는 윤재가 우리 윤재먼 나는 넘의 상욱이냐, 농담으로 받아쳤다. 나는 그런 말을 꺼내는 어머니도, 화를 내지 않는 아버지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P167

📖“쌀 한 됫박을 맹글어놓고 기다렸제요. 우리 식구들이 배를 곯는 한이 있어도 그 쌀에는 절대로 손을 안 댔어라. 암 때라도 그 냥반이 오시만 드레야 됭게로. 웃목에 챙게논 쌀 한 됫박을 봄시로 맴이 참 요상헙디다. 쩌것이 내 목심깂이구나, 목심이 참말 덧없구나, 그랬그만요.“ P176

📖”전복죽 쪼까 끓에 왔어라. 연세 있는 손님들이 많아서 암만 해도 일찍 잡술 것맹키라 서둘렀는디 까딱했으먼 늦었겄그마요이. 넉넉하게 끓에 왔응게 같이들 잡수씨요. 오늘 묵을 것은 여덟시꺼정은 온다네요.“ P189

📖하기야 술꾼에게 시간이 대수랴. 술꾼은 시간을 뛰어넘은 자, 아니 어쩌면 어느 시간에 못 박혀 끊임없이 그 시간으로 회귀하는 자일지 모른다. P193

📖 그 여름날 작은아버지가 웅얼거리던 말이, 까맣게 잊고 있던 말이 불현듯 기억의 표면으로 솟구쳤다. 한 등에 두 짐 못지는 법인디…… 섬진강이 보리는 내리막길에서 자전거에 올라타며 작은아버지는 분명 그렇게 혼잣말을 했었다. 그러니까 그날 작은아버지는 나를 뒤따라오며 내 등에 얹힌 두 짐을 보았던 것이다. 자기 등에도 평생 얹혀 있었을 두 짐을. P210


📖 비수가 꽂힐 때 알았다. 내가 어쩔 수 없이 아버지 자식이라는 것을. 아버지가 가족을 등지고 사회주의에 몸담았을 때, 이런 마음이겠구나. 첫걸음은 무거웠겠고, 산이 깊어질 수록 걸음이 가벼웠겠구나. 아버지는 진짜 냉정한 합리주의자구나. 나는 처음으로 나와 같은 결을 가진 아바지의 마음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P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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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사상의 역사 - 마키아벨리에서 롤스까지
사카모토 다쓰야 지음, 최연희 옮김 / 교유서가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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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제목과 두께에 이걸 어떻게 읽어야 하나 고민이 많았다. 사회사상에 대하여 문외한에 가까운 나였기에 책이 무엇을 말하고자 하며 나에게 던지는 질문은 무엇인지 이해를 위해  대학 강의를 듣듯 노트에 정리를 하며 읽었다. 

이 책은 사카모토 다쓰야 작가가 게이오기주쿠대학 경제학부에서 진행했던 강의를 바탕으로 정리한 사회사상의 통사로 25년에 걸쳐 담당해온 ‘사회사상’, ‘사회사상사’, ‘경제사상의 역사’ 등 강의들을 준비하고 실제로 강의실에서 학생들에게 이야기해온 경험의 총괄이라 할 수 있다.

대학강의로 사용하는 이 책은 대학 교양과목에 자주 등장하는 주요 사상가와 시대의 문맥, 사상의 문맥, 사상가의 문제, 사상을 설명하며 자유와 공공의 상극이라는 필자의 의견을 설명한다. 학생과 학자가 아닌 이상 일반인들이 선택하기에는 손이 쉽게 가지 않을 것 같지만 근대 사회사상가들의 “진정한 ‘개인’없이 ‘공공’은 없으며 진정한 ‘공공’없이는 개인의 ‘자유’도 없다”는 가르침으로 현재 우리가 정부, 국가, 국민이라고 말하는 ‘공공의 의미’와 ‘개인의 자유’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각 장마다 순서를 알고 읽으니 사상가들의 내용이 정리가 잘되는 느낌이었다.

1시대의 문맥
2사상의 문맥
3사상가들의 문제
4사상가들의 문제가 구체적으로 어떠한 형태로 전개되었는지 그 내용을 개관
5사상가들의 ‘자유와 공공’의 관계를 둘러싼 사고의 궤적을 개관, 정리. 필자의 관점이나 현대적 문제의식을 반영하여 사상가들의 역사적 역할, 공헌 평가. 

책에서는 ‘근대사회’를 르네상스와 종교개혁에서 시작되는 유럽사회와 그 연장선상에서 성립된 북미 대륙사회를 말하며, ‘사회’는 ① '법의 지배'를 원리로 하는 '합리적국가'를 가지는 사회, ② '시장'을 '경제적기반'으로 하는 사회를 고유한 의미로 보았다.

국가와 국민은 서로 이질적인 ‘공’으로 사회 전체와 관련을 결여한 개인은 고독하며 모든 공공적 의무로부터 해방된 개인의 자유는 공허하다. 근대사회가 합리적 국가와 시장 경제 시스템에 의해 억압하고 배제한, 개인을 전체의 유기적 부분으로 보는 사상 역시 새로운 형태로 거듭 되살아난다. 소외된 개인을 유적 공동체에 의해 구제하려는 ‘공산주의’ 사상의 원천이다. 
현재 정치와 행정에 대하여 개인이 개념을 확립하고 공공 속에서 개인의 자유를 어떻게 정의해야하는지 생각해본다면 교양인으로 한 발짝 더 나아간 나를 발견할 수 있을 것 같다.

✅사회사상사의 방법에서 ‘근대 유럽의 사회사상사’를 추적하는 3가지 방법
① 경제학적 접근법*
② 철학, 윤리학적 접근법 
③ 법학, 정치학적 접근법 
중 이 책에서는 경제학적 접근법을 이야기 한다. 경제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스미스의 『국부론』에서는 ‘중상주의’ 이론과 정책을 전면적 비판하였는데, 시장 메커니즘에 기초한 자유주의적 이론과 정책을 주장하였다. 수많은 개인의 노동이 ‘의도치 않은 결과’로서 국부증대를 가져오는 매커니즘을 ‘보이지 않는 손’이라는 말로 표현했다. 

  사회사상에서 경제학이 생겨난 것은 읽으면서 가장 흥미 있었던 부분이다. 애덤스미스는 경제학의 밑바탕이 되는 인간관, 사회관, 역사관을 통한 사회사상을 고찰하였는데, 애덤스미스가 경제학자라고 알고 있었는데 에든버러에서는 법률가, 문학/수사학과 법학강의, 글래스고대학에서는 논리학 교수, 도덕철학 교수이기도 했다. 그렇기에 사회사상을 도덕철학에서 기초로 한 사회사상사의 경제학적 접근법을 가능하게 한 것이다. 

📖 스미스의 도덕철학(moral philosophy)은 ➀자연신학 ➁윤리학 ➂자연법학의 세 부분으로 구성되며, 자연법학은 다시 ‘정의’에 관한 좁은 의미의 법학과 ‘편의’에 관한 ‘행정, 수입, 군비’로 나뉜다. 그중 윤리학이 『도덕감정론』의 모체가 되고 법학의 ‘편의’ 부문이 발전해 『국부론』이 되었다고 이야기된다. P171
  

지적, 학문적으로 자극을 주고자 한다면 <사회사상의 역사> 읽기를 도전해 볼만하다.


📖“인간 내부의 자연을 부정함으로써 인간 외부의 자연을 지배한다는 목적뿐 아니라 스스로의 삶의 목적 또한 혼란스러워지고 불투명해진다. 인간이 자기 자신을 더는 자연으로서 의식하지 않는 순간, 인간을 살게 하는 모든 목적 - 사회의 진보, 모든 물질적. 정신적 힘의 향상, 나아가 의식 자체마저-은 무가치해진다.” 칸트의 ‘정언명령’과 니체의 ‘초인’은 일견 정반대되는 원리이지만 실제로는 모두 이성을 위한 이성, 자유를 위한 자유를 지상 가치로 삼고 있으며 무엇을 위한 이성과 자유인지, 그 근본적 방향성을 잃었다는 것에는 변함이 없다. P383

📖 ‘개인’의 자유와 존엄에 기초한 ‘공공’사회의 실현이라는 서구 리버럴리즘의 기본적 가치를 확인하면서 성숙한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자유와 평등, 공정과 효율의 최대한의 양립 가능성을 추구하는 것, 바로 이것이 현대 리버럴리즘의 사상적 과제이자 인류 사회의 과제다. P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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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유당 출판사의 서포터즈로 도서를 지원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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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편하게 말해요 - 마음을 다해 듣고 할 말은 놓치지 않는 이금희의 말하기 수업
이금희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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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들을 준비가 되었어요. 함께 이야기해요.”

마음을 생각으로 쓰기로 하는 것과 말을 하는 것은 다르다. 

마음이 굳게 닫혀 있는데 어찌 입을 열 수 있을까? 그래서 책은 말하기의 태도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책의 저자는 이금희 아나운서이다. 

친근하고 상대방을 배려하는 진행은 방송을 보며 편안함으로 다가와 내용이 더 잘 전달되고 이해되었는데 프로가 되기까지 시행착오와 실패했던 경험들을 읽으니 말을 어떻게 잘하게 되었는지 궁금해졌다.

아니운서 이금희님, 아니 작가님은 말하기를 너무 잘해주셔서 글을 읽는데 귀로 듣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책 제목처럼 편하게 말해주시니 읽는 것도 편하게 받아들이는 것 같다. 

그렇다고 아무말 수다 책은 아니다! 

처음 시작은 상대방의 말을 들어주는 것으로 시작된다. 말을 들어주면 상대방은 그 경험만으로도 힐링이 되고 마음의 위안을 얻을 수 있다.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어준다는 것. 생각보다 쉽지 않다. 듣는 것도 상대방에게 집중을 하고 마음을 다해 답을 해주지 않으면 상대방은 말하며 기분이 상할 수도 있고 마음없는 대답으로 오히려 거리가 멀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아무도 말하는 법을 제대로 알려준 적이 없었다. 

그러니 말을 어떻게 해야하는지 수십 권의 책을 사서도 보고 상사에게 혼이 나고 끙끙 앓는 시간들을 보냈었지만 누구도 알려주지 않았기에 지금까지도 제대로 된 말을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말할 때 자신감도 없어서 목소리도 작고 말끝도 흐려진다.

나는 강의 발표시 중간에 흐름이 끊기고 머리가 하얗게 된 듯 말을 멈추며 긴장감이 극에 달해 실패한 경험이 있다. 이금희 작가님은 학생들을 가르치며 성공했던 노하우들, 방송에서의 실패하지 않도록 연습한 방법들을 알려주는데 과연될까? 보다 먼저 실천을 해보라고 하였다. 실전 연습들을 하나씩 하면서 자신감있게 말하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가져본다. ^^

*굳게 닫힌 마음과 입을 열게 하는 이금희의 소통법

✅ 제대로 듣는 게 시작입니다

✅ 낮게 천천히 말해봐요

✅ 발표는 기싸움입니다

✅ 위로의 말은 한 박자 늦게

✅ 문장이 아니라 단어로 준비하세요

인사치레와 괜찮냐는 물음은 괜찮지 않은 상대방이 대답을 할 수 없는 질문이라는 것이 가장 공감이 되었다. 위로를 한답시고 상대방에게 되려 곤란하거나 상처를 줄 수 있으니 말이다.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한 박자 늦은 위로의 말! 이런 태도와 배려는 배워야 한다.

나는 평소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고 분위기를 위해 참다 갑자기 감정을 쏟아내면 상대방은 순한 사람이라 생각했다가 감정조절을 하지 못하는 사람으로 놀라게 되고 관계는 서먹해져버린 때도 있었다. 감정을 건강하게 표현하고 해소하는 경험은 나를 보다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준다. 갑자기 변화할 수 없겠지만 매일 조금씩 꾸준하게 상대방과 소통을 위해 마음을 열고 감정을 전달하는 노력을 해야겠다.

*22년 강의 실전 연습 파트

✅ 노력만이 기 싸움에서 승기를 잡게 합니다. 

✅ 말하기에는 화자의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몰두와 흥미를 부르죠. 

✅ 5분이든, 10분든 매일! 하루도 빠짐없이! 꾸준히! 실제로 ‘말’알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 운동할 때도 무조건 힘부터 빼야 하는데 말하기도 마찬가지입니다. 부드럽게, 욕심부리지 말고, 자연스럽게. 

✅ 발표쯤 망한다고 아무도 죽지 않습니다. 

실전연습내용은 아나운서나 리포터 준비하는 사람만이 아니라 입시생, 면접준비자, 회사원 등 모두에게 유익한 내용이다. 개인 PR이 필요한 시대에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말하기는 필수이다. 실전 연습을 따라하면 말하기 준비가 된 것 같아 마음이 든든할 것 같다. 

 

-미션-

Q. "책을 읽고 편하게 말해보고 싶은 사람은 누구인지, 그리고 어떤 말을 나누고 싶나요?"

A. 회사 상사와 편하게 말해보고 싶습니다. 조금은 불편하고 말하는게 어색한 사람을 떠올려야 한다는 생각을 했어요. 평상시 대화에서는 긴장하지 않지만 의견을 말해야하는 업무적인 순간이 오면 심장이 튀어나올 것 같은 두근거림이 시작됩니다. 업무적으로 대화할 때 제가 어떻게 느껴지는지 궁금합니다. 제가 말할 때 고쳐야할 점과 어떻게 하면 말하기를 편하게 할 수 있을지 조언도 듣고 싶습니다. ^^ 



 


 


ㅡㅡㅡㅡㅡ○ 책 속에서

말을 잘 듣고 나서야 당신은 말을 잘할 수 있을 겁니다. 당신이 하는 말이 곧 당신입니다. 철학자 하이데거도 말했습니다. “언어는 존재의 집”이라고요. 당신의 집은 어떻습니까. 

P23

🌼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만 그런 사람으로 보일까요. 우선 상대방이 하는 말을 잘 들으려 노력하자고 앞에서 말씀드렸지요. 한 걸음 더 나아가 믿을 만한 사람으로 보일 수 있는 팁을 드리고 싶습니다. 

낮게, 천천히. 

P44

🌼말하기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청자입니다. 화자가 아닙니다. 말하는 사람이 아니라 듣는 사람이 중요하죠. 말하는 사람이 아니라 듣는 사람이 중요하죠. 말하기란 ‘내(화자)가 상대(청자·청중)에게 무엇(메시지)을 전달하여 이해시키는 것’이지요.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상대(청자·청중)의 이해입니다. 

P80

이미 머리가 굵은 아이와 물 흐르듯이 소통하는 건 당연한 일이 아닐 겁니다. 아이를 낳고 키웠지만, 마음과 생각과 경험과 감정까지 공유할 수 없을테니까요. 누군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나는 우리 아들딸이 다른 나라 사람이라고 여겨요. 국민소득으로 따지면 개발도상국 시절에 자란 우리 아이하고 어떻게 같은 나라 사람이겠어요. 서로 다른 나라 사람이지.” 

P97

🌼“괜찮아“ 뒤에 물음표가 붙을 상황이라면 굳이 그 말을 입 밖으로 꺼내지 맙시다. 괜찮아 뒤에는 느낌표만 붙이면 어떨까요. 스스로 격려하고 위로하는 마음을 표현할 때 말이죠. ”괜찮아!“ 내가 나에게 그런 말을 하는 건 그야말로 ‘괜찮습니다.’ 

P108

자취생 이야기를 그린 만화에서 다음과 같은 글을 봤어요. “힘내!라는 말에는 힘이 나지 않습니다. 조용히 건네준 10만 원 봉투에 힘이 납니다.” 피식 웃음이 났지만 마냥 웃을 수만은 없었습니다. 당장 한 푼이 아쉬운 취준생 후배에게 우리가 해줄 일은 그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사람 상황에 맞춘 따뜻한 말 한마디 그리고 그 사람이 생활하는 데 꼭 필요한 용돈이 든 봉투. 내가 아니라 상대방이 기준입니다. 

P158

🌼 일렁이다가 뒤집혔다가 다시 흔들리면 얼마나 산란하겠어요. 이럴 때는 어떻게 한다고요? 그렇죠. 가만히 있어야죠. 그러면서 깨달아야 합니다. ‘아, 지금 내 마음에 파문이 일고 있구나. 내 마음이 흔들리고 있구나!’ 

그 상황을 먼저 인지해야 한다는 겁니다. 오래전에 요가를 배울 때 요거 선생님에게 들은 말이었어요. 수업을 마무리할 때 다 같이 눈을 감고 호흡을 가다듬잖아요. 그때 들은 말은 쉬이 잊히지 않더라고요. 

“먼저, 깨닫는다. 다음, 바라본다. 그리고 가만히 둔다. “

P183

지금 거기가 당신의 목적지가 아니었을지라도 또 다른 출발을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지금 있는 그곳은 괜찮은 경유지가 되겠지요. 지금 거기가 마음에 든다면 거기까지 오기 전에 들렀던 곳들은 꽤 튼튼한 환승역이었는지도 모릅니다. 방황과 실수를 받아들이며 다음을 향하다 보면 어느새 목적지에 도달해 있지 않을까요. 저 또한 그런 마음으로 기차에 몸을 실어봅니다. 

P197

 

#우리편하게말해요 #이금희 #아나운서 #말하기 #이선희 #김혜수 #한지민 #책추천 #웅진지식하우스 #웅답하라 #웅답하라2기 #신간도서 #자기계발 #경영서적 #말잘하는법 #스피치 @woongjin_readers #서평

❤️ 웅진지식하우스 출판사의 웅답하라2기로 도서를 지원받고 주관적으로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


일렁이다가 뒤집혔다가 다시 흔들리면 얼마나 산란하겠어요. 이럴 때는 어떻게 한다고요? 그렇죠. 가만히 있어야죠. 그러면서 깨달아야 합니다. ‘아, 지금 내 마음에 파문이 일고 있구나. 내 마음이 흔들리고 있구나!’

그 상황을 먼저 인지해야 한다는 겁니다. 오래전에 요가를 배울 때 요거 선생님에게 들은 말이었어요. 수업을 마무리할 때 다 같이 눈을 감고 호흡을 가다듬잖아요. 그때 들은 말은 쉬이 잊히지 않더라고요.

"먼저, 깨닫는다. 다음, 바라본다. 그리고 가만히 둔다. " - P1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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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인 - 상
박영규 지음 / 교유서가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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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인의 길을 택하겠습니까, 살인의 길을 택하겠습니까?”

『한 권으로 읽는 조선왕조실록』 을 출간한 박영규 저자의 책으로 20년간 한 권으로 읽는 실록 시리즈 를 9권이나 펴낼 정도로 대중 역사 저술가이다. 역사소설 활인에서는 병을 고치기 위해 어떤 침, 뜸, 탕약을 사용하였는지의 내용들이 많이 나오는데 전문 한의 지식을 축적하기 위해 저자가 얼마나 많은 자료를 수집하였을지 수고가 대단하게 느껴졌다.

활인은 역사소설로 조선 태종 이방원과 세종대왕의 시대로 이어진다. 활인원이라는 서민을 대상으로 하는 의료기관에서 의승(의술을 행하는 스님) ‘탄선’과 오작인(시신을 다루는 천민) ‘노중례’, 의녀 ‘소비’가 가슴깊게 응어리진 채 병자를 구료하는 일을 한다.

문자도 익히지 못한 사람들이 많은데 의술을 익힌 자들이 많았을까. 병이 들면 활인원으로 사람들이 오고 의술을 익힌 승려 ‘탄선’과 여제 ‘소비’가 병자들을 진료해주었는데 늘 손이 부족하니 무녀와 오작인이 함께 병자들을 돌보았다. 무녀는 사람들에게 점을 봐주고 받은 복채로 활인원의 적자를 메워주기도 하여 활인원에서 꼭 필요한 존재였던 것 같다.

역병이 든 마을에서 천민인 오작인 ‘노중례’가 ‘탄선’과 ‘소비’를 만나면서 인연이 시작이 된다. 정몽주와 함께 고려왕조(공양왕)편에 섰다가 조선이 개국하고 고려가 몰락한 집안의 의술을 행하는 스님(의승) ‘탄선’과 국무(국가 행사로 치르는 굿을 주관하는 무당) ‘가이’의 양녀이자 이방원에게 죽임을 당한 정도전의 손녀 ‘소비’, 그리고 살인자 누명으로 죽은 아버지로 집안이 몰락하여 노비 신세가 된 오작인(시신을 다루는 천민) ‘노중례’는 모두 부모의 죽음으로 인하여 복수의 기회를 노린다.

태종 이방원이 자신의 왕이 된 후 세력을 확고히 하고자 피의 숙청을 하고, 충녕대군(세종)은 군주로써의 모습을 갖추어가는 과정을 그렸다. 세종대왕은 한글창제. 과학발전. 농업발전 외 백성들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 노력했는데 그 중 <향약집성방>이라는 향약과 한방에 관한 책을 노중례를 통해 편찬되었다. 세종대왕은 아버지와는 달리 백성을 위하고 살리는 '활인‘이 되기 위해 애썼음을 알 수 있다.

사람을 죽이는 일과 사람을 살리는 일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이기에 그런 갈등은 더 했을 것 같다. 누워 있는 원수에게 장침 한방이면 죽여버릴 수 있지만, 사람을 살리는 일을 하는 자이기에 마음을 억누르는 장면들이 나올 때 마다 주인공들과 함께 나도 갈등을 했다. 자신의 이득을 위해 살생을 쉽게 하는 원수와 다른 현재의 자신을 위해 그리고 활인의 삶을 사는 것만으로도 이들은 충분히 원수보다 나은 삶을 살았다고 말해주고 싶다.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멜로가 없다! 역사 소설이니까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중례’와 ‘소비’의 꽁냥꽁냥을 바랬던 나로써는 아쉬울 수밖에 없다. ‘노중례’가 아버지의 죽음을 추적하는 과정도 반전이 크게 없었지만 잔잔하게 흘러가는 서사들이 각자의 삶에서 현재를 위해 과거의 복수를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주인공들은 지금의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과 다르지 않아 짠하면서도 잘살았다고 말해주고 싶다. 나중에 드라마로 제작된다면 역병으로 ‘중례’와 ‘소비’를 죽이지 않고 행복하게 잘 사는 모습으로 해피엔딩이었으면 좋겠다.



 


 


 


 

■ 책 속 인물

태종 이방원.

세종대왕.(이방원의 아들. 이도 충녕대군)

탄선. 정몽주와 함께 고려왕조(공양왕)편에 섰다가 조선이 개국하고 고려가 몰락한 집안. 의술을 행하는 스님 의승

가이. 국무(국가 행사로 치르는 굿을 주관하는 무당)

소비. 국무 가이의 양녀. 이방원에게 죽임을 당한 정도전의 손녀

노중례. 살인자로 죽은 아버지 노상직의 억울함을 추적하는, 몰락한 집안으로 노비신세가 된 오작인(시신을 다루는 천민)

종심. 서활인원 무당 우두머리 수무당

📖 책 속에서

제아무리 도를 닦는다 해도 묵은 감정의 찌꺼기는 저절로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어쩌면 그간 모든 것을 잊은 듯이 산 것이 되레 감정의 찌꺼기들을 더 단단하게 만들었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감정이란 숨기면 숨길수록 더욱 단단해지는 속성이 있는 게 분명했다. 사람에 대한 분노와 마음, 그리고 배신감은 더욱 그랬다. 그것들은 세월이 흐를수록 더욱 단단하게 굳어져 어느 순간 결코 깨트릴 수 없는 돌이 되어 가슴 한구석을 차지하게 되는 것이었다. P 44

‘하늘이 낸 인재는 결코 사람이 만든 신분과 제도의 틀 속에 가둬둘 수 없는 것이다.’ P 48

 

소비는 그런 민씨를 바라보고 있자니, 밑도 끝도 없는 부아가 치밀어 올랐다. 그간 숱한 사람을 죽음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은 장본인이 정작 자신의 죽임이 닥치자 회한의 눈물까지 떨구는 모습이 너무나 가증스럽게 여겨졌다. 단침 한 방이면 당장에라도 민씨의 숨통을 끊어놓을 수 있다는 생각에 소비는 가느다랗게 손을 떨었다. P 47

불구대천의 원수들을 매일같이 대하며 그들의 숨이 끊어지길 기다리는 삶이란 한마디로 지옥 그 자체였다. 누군가를 죽이고 싶다는 것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일인지 매일같이 확인해야 했다. 매 순간 복수의 불길이 타올랐고, 매 순간 그 불길을 끄기 위해 스스로와 싸워야 했다. 그리고 그들 둘 중 하나는 황천길로 떠났다. 또한 남은 하나도 숨이 끊어질 날이 머지않았다. 이미 그의 몸 속엔 죽음이 똬리를 틀고 있었다.

그런데 그 원수 이방원의 몸 속에 똬리를 튼 죽음이 매일같이 스멀스멀 기어나와 소비 자신에게도 옮겨오는 느낌이었다. 그렇게 누군가의 죽음을 기다리는 것은, 누군가가 죽기를 바란다는 것은 죽음의 늪에 함께 빠지는 일이었다. P185-186

#활인 #역사소설 #박영규 #교유당 #교유서가 #조선 #한의 #세종 #책추천 #가을독서 #독서 #읽을만한책 #뭐읽을까 #서포터즈3차 #10월 #서평

❤️교유당 출판사의 서포터즈로 도서를 지원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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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인 - 하
박영규 지음 / 교유서가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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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인의 길을 택하겠습니까, 살인의 길을 택하겠습니까?”

『한 권으로 읽는 조선왕조실록』 을 출간한 박영규 저자의 책으로 20년간 한 권으로 읽는 실록 시리즈 를 9권이나 펴낼 정도로 대중 역사 저술가이다. 역사소설 활인에서는 병을 고치기 위해 어떤 침, 뜸, 탕약을 사용하였는지의 내용들이 많이 나오는데 전문 한의 지식을 축적하기 위해 저자가 얼마나 많은 자료를 수집하였을지 수고가 대단하게 느껴졌다.

활인은 역사소설로 조선 태종 이방원과 세종대왕의 시대로 이어진다. 활인원이라는 서민을 대상으로 하는 의료기관에서 의승(의술을 행하는 스님) ‘탄선’과 오작인(시신을 다루는 천민) ‘노중례’, 의녀 ‘소비’가 가슴깊게 응어리진 채 병자를 구료하는 일을 한다.

문자도 익히지 못한 사람들이 많은데 의술을 익힌 자들이 많았을까. 병이 들면 활인원으로 사람들이 오고 의술을 익힌 승려 ‘탄선’과 여제 ‘소비’가 병자들을 진료해주었는데 늘 손이 부족하니 무녀와 오작인이 함께 병자들을 돌보았다. 무녀는 사람들에게 점을 봐주고 받은 복채로 활인원의 적자를 메워주기도 하여 활인원에서 꼭 필요한 존재였던 것 같다.

역병이 든 마을에서 천민인 오작인 ‘노중례’가 ‘탄선’과 ‘소비’를 만나면서 인연이 시작이 된다. 정몽주와 함께 고려왕조(공양왕)편에 섰다가 조선이 개국하고 고려가 몰락한 집안의 의술을 행하는 스님(의승) ‘탄선’과 국무(국가 행사로 치르는 굿을 주관하는 무당) ‘가이’의 양녀이자 이방원에게 죽임을 당한 정도전의 손녀 ‘소비’, 그리고 살인자 누명으로 죽은 아버지로 집안이 몰락하여 노비 신세가 된 오작인(시신을 다루는 천민) ‘노중례’는 모두 부모의 죽음으로 인하여 복수의 기회를 노린다.

태종 이방원이 자신의 왕이 된 후 세력을 확고히 하고자 피의 숙청을 하고, 충녕대군(세종)은 군주로써의 모습을 갖추어가는 과정을 그렸다. 세종대왕은 한글창제. 과학발전. 농업발전 외 백성들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 노력했는데 그 중 <향약집성방>이라는 향약과 한방에 관한 책을 노중례를 통해 편찬되었다. 세종대왕은 아버지와는 달리 백성을 위하고 살리는 '활인‘이 되기 위해 애썼음을 알 수 있다.

사람을 죽이는 일과 사람을 살리는 일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이기에 그런 갈등은 더 했을 것 같다. 누워 있는 원수에게 장침 한방이면 죽여버릴 수 있지만, 사람을 살리는 일을 하는 자이기에 마음을 억누르는 장면들이 나올 때 마다 주인공들과 함께 나도 갈등을 했다. 자신의 이득을 위해 살생을 쉽게 하는 원수와 다른 현재의 자신을 위해 그리고 활인의 삶을 사는 것만으로도 이들은 충분히 원수보다 나은 삶을 살았다고 말해주고 싶다.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멜로가 없다! 역사 소설이니까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중례’와 ‘소비’의 꽁냥꽁냥을 바랬던 나로써는 아쉬울 수밖에 없다. ‘노중례’가 아버지의 죽음을 추적하는 과정도 반전이 크게 없었지만 잔잔하게 흘러가는 서사들이 각자의 삶에서 현재를 위해 과거의 복수를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주인공들은 지금의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과 다르지 않아 짠하면서도 잘살았다고 말해주고 싶다. 나중에 드라마로 제작된다면 역병으로 ‘중례’와 ‘소비’를 죽이지 않고 행복하게 잘 사는 모습으로 해피엔딩이었으면 좋겠다.


 


 


 


 

■ 책 속 인물

태종 이방원.

세종대왕.(이방원의 아들. 이도 충녕대군)

탄선. 정몽주와 함께 고려왕조(공양왕)편에 섰다가 조선이 개국하고 고려가 몰락한 집안. 의술을 행하는 스님 의승

가이. 국무(국가 행사로 치르는 굿을 주관하는 무당)

소비. 국무 가이의 양녀. 이방원에게 죽임을 당한 정도전의 손녀

노중례. 살인자로 죽은 아버지 노상직의 억울함을 추적하는, 몰락한 집안으로 노비신세가 된 오작인(시신을 다루는 천민)

종심. 서활인원 무당 우두머리 수무당

📖 책 속에서

제아무리 도를 닦는다 해도 묵은 감정의 찌꺼기는 저절로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어쩌면 그간 모든 것을 잊은 듯이 산 것이 되레 감정의 찌꺼기들을 더 단단하게 만들었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감정이란 숨기면 숨길수록 더욱 단단해지는 속성이 있는 게 분명했다. 사람에 대한 분노와 마음, 그리고 배신감은 더욱 그랬다. 그것들은 세월이 흐를수록 더욱 단단하게 굳어져 어느 순간 결코 깨트릴 수 없는 돌이 되어 가슴 한구석을 차지하게 되는 것이었다. P 44

‘하늘이 낸 인재는 결코 사람이 만든 신분과 제도의 틀 속에 가둬둘 수 없는 것이다.’ P 48

 

소비는 그런 민씨를 바라보고 있자니, 밑도 끝도 없는 부아가 치밀어 올랐다. 그간 숱한 사람을 죽음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은 장본인이 정작 자신의 죽임이 닥치자 회한의 눈물까지 떨구는 모습이 너무나 가증스럽게 여겨졌다. 단침 한 방이면 당장에라도 민씨의 숨통을 끊어놓을 수 있다는 생각에 소비는 가느다랗게 손을 떨었다. P 47

불구대천의 원수들을 매일같이 대하며 그들의 숨이 끊어지길 기다리는 삶이란 한마디로 지옥 그 자체였다. 누군가를 죽이고 싶다는 것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일인지 매일같이 확인해야 했다. 매 순간 복수의 불길이 타올랐고, 매 순간 그 불길을 끄기 위해 스스로와 싸워야 했다. 그리고 그들 둘 중 하나는 황천길로 떠났다. 또한 남은 하나도 숨이 끊어질 날이 머지않았다. 이미 그의 몸 속엔 죽음이 똬리를 틀고 있었다.

그런데 그 원수 이방원의 몸 속에 똬리를 튼 죽음이 매일같이 스멀스멀 기어나와 소비 자신에게도 옮겨오는 느낌이었다. 그렇게 누군가의 죽음을 기다리는 것은, 누군가가 죽기를 바란다는 것은 죽음의 늪에 함께 빠지는 일이었다. P185-186

#활인 #역사소설 #박영규 #교유당 #교유서가 #조선 #한의 #세종 #책추천 #가을독서 #독서 #읽을만한책 #뭐읽을까 #서포터즈3차 #10월 #서평

❤️교유당 출판사의 서포터즈로 도서를 지원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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