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타일
김금희 지음 / 창비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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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타일』 🎄

김금희 연작소설
창비 출판


창비 스위치 
<메리 크리스마스 북클럽 with 김금희 작가> 
참여하며 기록한 내용입니다 🎄


1주차. 밤

누군가와 함께 여행 중 우연히 만난 멋진 풍광을 떠올리면 당시의 기억이 살아나며 그때의 행복했던 감상에 젖게 한다. 
크리스마스 엽서에 서로의 안부와 응원을 적어 주는 것처럼 아름다운 기억을 추억한다는 것도 크리스마스의 선물이 될 수 있지 않을까. 🎄

🟢「은하의 밤」
작가이자 유방암에 걸린 은하가 방송일을 맡게되면서 일어나는 일로 아프기 전과 후의 달라진 은하를 볼 수 있었다. 

📖책 속에서

🏷️그것은 어느 흐린 날 거리를 걷다가 낙엽이 떨어져내리는 가로수 밑을 지나거나, 어느 늦은 시간 택시를 타고 강변북로를 달리다 한강에 어른대는 불빛들을 애잔하게 바라볼 때와는 차원이 다른 고독이었다. 설명하자면 아주 무섭도록 자기 삶 속으로 포섭된 고독이었다. 참여자 없는 연극이자 듣는 이 없는 아리아, 만남이 불발된 채 혼자서 나누는 열렬한 악수 같은 것. P13

🏷️어른들에게는 그렇게 까마득한 고독 속으로 굴러떨어져야 겨우 나를 지킬 수 있는 순간이 찾아 온다는 것. 그런 구덩이 안에서 저 혼자 구르고 싸우고 힐난하고 항변하며 망가진 자기 인생을 수습하려 애쓰다보면 그를 지켜보는 건 머리 위의 작은 밤하늘이라는 것. P27


🟡「데이, 이브닝, 나이트」

📖책 속에서

🏷️어쩌면 우리는 그 밤들 내내 영화를 찍고 있었는지도 몰랐다. 서로가 서로의 영화에 관객이 되어, 이 사랑이 가망 없는 것이라도 어떻게든 그것이 지닌 일말의 빛을 지켜주면서. P102


🟣「월계동 옥주」

모두가 떠나고 정신을 부여 잡기 위해 하루 일과를 바쁘게 여유없이 만든다. 피로하게 만들면 힘들다는 생각도 할 수없게. 

📖책 속에서

🏷️젊은 시절 내내 돌아다닌 나라들 중에 사실 중국은 가장 짧게 머문 곳이었지만 옥주은 거기서 자신이 변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어떤 점이 어떻게 변했는지를 물으면 설명은 어려웠다. 그런 변화는 셀 수 있는 게 아니니까. 계절처럼 전체를 휩쓸며 오는 변화만이 누군가를 바꿔놓았고 옥주의 경우에는 바로 거기에 예후이가 있었다. P106

🏷️옥주는 여행하면서 많은 것들을 애도했다. 이제 식구들이 월계동에 다 같이 모일 날은 없고 자신의 스무살 시절과 관련된 많은 이들도 떠나버렸다는 것을. 잃어버린 사람들을 다른 사람으로 채울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자 비로소 상실은 견딜 만해졌다. P134-136

🏷️그래도 그해 예후이와 함께 보았던 호수를 생각하면, 세상 어디에서는 호숫물로 등잔을 밝힐 수도 있다는 얘기를 기꺼이 믿었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상심이 아물면서 옥주는 옥주 자신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다시금 월계동 옥주로, 속상한 일이 있으면 언제든 바람막이를 꺼내 입고 못난 자신이 갸륵해질 때까지 걷는 중랑천의 흔하디흔한 사람으로. P138

2부. 눈파티

🟡「하바나 눈사람 클럽」
Q. 이야기의 마지막에 등장한 소개팅남은  정말 ’그‘ 주찬성 이었을까요?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세요?

👉주찬성이었을 것 같다. 소개팅 전 대화에서 느낌이 있었다. 

주찬성은 흔한이름이 아니기도 한데 목사 아버지 아들 답게 “신은 영원히 기다려주는 존재거든요.” 문장에서 신에 대한 믿음이 보였고, 둘이 함께 독서경진대회 나갈만큼 책을 좋아했었으니까. 

양진희는 소개팅 전 샛별이라는 이름으로 주찬성에게 말했다. 처음으로 손님 머리룰 만지게 됐을 때 세련되고 기억하기 좋은 이름으로 자기가 지었다고 했다. 어릴 때 교회 연극에서 동방박사역으 주찬성이었는데 동방박사는 예수님을 찾으러 별을 따라 가지 않았던가. 

주찬성이었으면 좋겠다. 
발꿈치를 드는 행동을 초월이라 말해주었던. 
세상에는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 많이 있듯 😊

너무 예쁜 청춘드라마 소재 같았다. 꼭 내가 주인공이 된듯 그 시절의 나와 너가 함께 있었던 것 같다. 함께 한 시간들이 좋아서. ❄️

📖책 속에서

🏷“저거 니 도넛 아이가?”
그때 주찬성이 공중을 거슬러 올라가는 눈 한송이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행선지 표지판 너머로 사라지는 그 눈송이를 보려고 나는 발꿈치를 들었고, 주찬성은 그렇게 창밖을 보는 내 모습에도 초월이 있다고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P158

🏷하바나 클럽 정류장에서 한시간 정도 버스를 타고 송정해수욕장에 가는 건 우리가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행복이었다. 거기에는 목사님 아들이 저 믿음도 없고 공부도 못하는 염색머리 여자애와 언제까지 사귀나 싶어 지켜보는 시선도 없고, 연애를 시작한 아이들만 보면 괜히 괴롭히고 싶어하는 상급생들도 없고, 우리가 좋아하는 것만 있었다. 서핑보드를 든 사람들과 한낮의 미풍, 어떤 움츠린 어깨도 펼 수 있을 것처럼 충분하게 쏟아지는 햇볕이. P160-161


🟢「첫눈으로」 

Q. 열심히 준비한 프로젝트가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주변 상황 때문에 틀어졌던 경험이 있나요?

👉주찬성의 친구이자 현지씨의 동생. 아윤이가 말한 삼촌 친구들 다 이상하다는 그 친구 중 한명인 우현우가  SNS 알파고맛집 이라는 소재로 인플루언서로 여기! 첫눈으로에서 나온다. 😉

목표 설정부터 실행하기까지의 모든 과정을 진행했는데 팀장님이 보고하고 자신이 노력했다며 보상을 받는 것을 볼 때 속에서 끓어 오른다. 분노가!!

회사도 작은 정치세계이다. 분위기를 보면서 진행해야하는 것들이 있는데 팀웍은 어디 갖다 버린 건지 눈치없이 질러버려 욕먹고 프로젝트는 무산으로 돌아간 일이 있었다. 책임질 수 없다면 주변에 피해 주지 말고 가만히 있는 신중함도 챙겼으면 좋겠다. 

📖책 속에서

🏷12월인데도 햇볕이 드는 정도에 따라 어느 것은 아주 붉고 어느 것은 여름과 아직 이별하지 않은 듯 여전한 푸른잎이었다. 마치 시간이 어떤 것에는 지나가고 어떤 것에는 가지 않고 머문 것처럼. 얼마나 멀까, 소봄은 생각했다. P220

🏷올해 크리스마스에도 눈이 올까 하는 생각을 했다. 마치 누군가의 머리 위로 죄 사함을 선언하듯 공중에서 끝도 없이 내려오는 그 눈송이들이. 그것은 비와 다르게 소리가 없고 쌓인다는 점에서 분명한 아우라가 있었다. P221


3부. 하늘 높은 데서는

Q. 「당신 개 좀 안아봐도 될까요」 소중한 이와 이별한 적이 있나요? 그 시기를 어떤 방식으로 이겨냈나요?

👉이별이 죽음일 수도 있지만 저는 사랑하는 사람과의 헤어진 기억이 사실 가장 큽니다. 어떻게 이겨내야하는지 방법을 몰랐던 것 같아요. 일상에서 텅 비어버린 자리에 아르바이트를 하루에 2개씩 하며 잠시 생각할 시간없이 바쁘게 저를 만들며 시간을 흘려보냈던 기억이 있어요. 헤어지고 만나는 기간 동안 이별일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지만 영화처럼 아름다운 헤어짐보다 상처주는 말을 하며 악을 쓰고 헤어져버려 지금 돌이켜보면 마음이 아픕니다. 사실 아직도 마음에 묻어만 두고 있는 것 같아요.
 
Q. 「크리스마스에는」 이 작품은 연작소설 『크리스마스 타일』 의 시작점이 된 이야기입니다. 일곱 편의 소설에 등장한 인물들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사람은 누구인가요?

👉주찬성. 
왜인지 모르겠지만 하바나 눈사람 클럽의 두 주인공은 한 여름 첫사랑의 싱그러움이 느껴진 소설이었어요. 돈이 없었지만 마음만은 온전히 내어줄 수 있었던 그 때의 시절이 떠올라 크리스마스 타일 소설 중 가장 기억에 남아요.

Q. 메일로 보내 드린 김금희 작가님의 레터 확인하셨나요? :) 작가님께서 남겨 주신 질문! 함께 적어 주세요.
「당신 개 좀 안아봐도 될까요」에 등장하는 ‘양요’가 다른 작품의 어디에 등장하는지 맞혀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첫 번째 소설  「은하의 밤」에 ‘양요’가 등장합니다. 음주로 방송 사고를 내고 자속 중이며, 은하와 방송을 함께 했던 아이돌 출신방송인으로 나왔어요.


🔴「당신 개 좀 안아봐도 될까요」

가족으로 힘들 때 자신에게 와준 설기가 떠난 후 세미는 설기의 빈자리로 힘들어 한다. 나는 강아지를 키워본 적이 없지만 주변 키우는 사람들은 가족과도 같은 강아지가 아프면 사람처럼 지극정성으로 치료하고 죽었을 때에는 함께 한 시간들을 추억하고 그리워한다. 
소설에서 세미는 개를 키우는 사람들을 불러내어 지금 없는 설기를 추억하는데 개의 주인과 이야기하며 옛 직장 동료에 대해 잘 알지 못했던 부분들도 알게 된다. 회사에서 업무적으로 관계를 맺은 사람들도 회사밖에서는 키우는 개 이야기를 하며 그 사람의 전혀 다른 면을 보는 것 같다.

직장에서 같이 일했던 시애씨에게 키우는 개를  보여달라고 했을 때 무지개 다리를 2년 전에 건넌 개를 추억하고 싶어서였을까 아직도 함께라고 생각하는 걸까.  혼자 나온 모습을 보여주는데 시애씨는 세미에게 슬퍼하면 그 아이들이 안다고 슬퍼하지말라고 쿨하게 다독여준다. 슬퍼하지 않지만 보내주지는 못하는 마음으로.

자신과 한 팀이었지만 능력부족으로 자신보다 먼저 회사에서 나간 구미베어팀장님에게도 키우는 개를 보여달라고 한다. 트레이너에게는 구미베어 팀장을 여자라고 말할만큼 자신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고, 구미베어 팀장은 회사 직원들의 고모할머니 부의금까지 챙겼지만 정작 본인의 부모님 부의금은 아무도 챙겨주지 않은 사람이었다. 
세미는 그때는 누군가를 떠나보내는 마음을 알지 못했었지만 설기를 보낸 후에야 알게된 구미베어 팀장의 그 때 누군가를 떠나보낸 마음을 부의금이라도 전해주기 위해 개를 보여달라는 핑계로 만났다. 시간이 아무리 지나도 있던 누군가가 없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며..

첫 직장을 ‘열어보지 않는 다이어리’이지만 또 한편으로 ‘중요한 시작점’이었기에 나에게는 ‘아무것도 아니지 않다’ 라고 이야기하는 장면은 나에게도 이런 회사가 있었기에 공감이 많이 되었다. 그 때의 함께 했던 사람들을 잠시 다이어리 열어보듯 생각해보지만, 멀지 않은 가까운 기억이기에 다시 다이어리을 덮어두는 것으로 해야겠다.😊

📖책 속에서

🏷️세미의 고민은 더이상 설기가 곁에 없다는 것에도 있었지만 자신이 지금 이 상실 안에 안주하고 싶다는 것에도 있었다. 화가 났다가 고통스러웠다가 그리움이 들었다가 나중에는 그 마음을 놓아저리면서 불행감 자체에 기쁘게 투항하는 듯한 느낌. 그렇게 상처에 갇힌 사람으로는 살고 싶지 않았다. P232

🏷️이년을 겨우 채우고 나온 그 회사는 세미에게 꼭 어딘가에 버려둔 다이어리 같은 느낌이었으니까. 상세히 기록된 하루하루의 영욕이 부담되어 버렸지만 정작 그 버렸다는 사실만은 절대 잊히지가 않는. 한동안 갈 일이 있어도 여의도는 피할 정도로 상처가 깊었지만 어쨌든 그곳은 세미에게는 중요한 시작점이었다. “아무것도 아니지 않다.” P238-239

🏷️조직 속 인간들에게는 그렇게 부족한 능력을 노력으로 상쇄하려는 사람들에게 더 매정하고 냉정해지는 특질이 있었다. 타인의 역량 부족은 결국 자기들 무게가 될 텐데 대놓고 미워도 못하게 감정적 부담까지 지우는 셈이니까. P245

🏷️구미베어는 반드시 버리고 가야 하는 패잔병처럼, 때로는 부축해서라도 어쨌든 같이 걸음을 옮겨야 하는 전우처럼 느껴졌다. 그렇게 적대와 연대를 오가며 세미는 하얗게 지쳐갔고 그 시절에 대해 복기하는 여름도 무섭게 흘러갔다. P246

🏷️시간이 아무리 지나도 있던 누군가가 없다는 사실은 안 변하잖아요. 그런 건 영원히 그대로 잖아요. P255



🟢 「크리스마스에는」

📖책 속에서

고양이들이 마당 한편에 있는 자전거 바퀴를 발톱으로 긁다가 정신없이 뛰어다니다가 자기들끼리 엉겨 놀다 야옹야옹 거릴 만한 시간을, 거나하게 취한 사람들이 들어와 아이스 음료로 속을 풀려다 자기들끼리 말싸움이 붙어 어색하게 헤어질 만한 시간을, 하늘을 비추던 등대 불빛이 구름의 두툼한 두께를 여러번 매만지다 사라지는 시간을, 그리고 재형이 전화를 걸어 중국집과 한판 싸움을 벌일 만큼의 시간을. P291


#크리스마스타일 #김금희 #연작소설 #창비스위치 #창비 #스위치 #북클럽 #메리크리스마스 #메리크리스마스북클럽 #겨울독서 #신간도서 #12월 #추천도서 #소설 #서평 #내돈내산

이년을 겨우 채우고 나온 그 회사는 세미에게 꼭 어딘가에 버려둔 다이어리 같은 느낌이었으니까. 상세히 기록된 하루하루의 영욕이 부담되어 버렸지만 정작 그 버렸다는 사실만은 절대 잊히지가 않는. 한동안 갈 일이 있어도 여의도는 피할 정도로 상처가 깊었지만 어쨌든 그곳은 세미에게는 중요한 시작점이었다. "아무것도 아니지 않다." - P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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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을 때마다 조금씩 내가 된다 - 휘청거리는 삶을 견디며 한 걸음씩 나아가는 법
캐서린 메이 지음, 이유진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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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을 때마다 조금씩 내가 된다>

캐서린 메이 지음
이유진 옮김
웅진지식하우스 출판


​처음에는 걷기의 이야기 연속이다. 저자의 자폐 스펙트럼 상태를 몰랐다면 여행일지가 아닐까 할 정도로 걸으면서의 풍경과 힘든 과정들이 많이 나온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니고 스스로 세상 밖으로 걸어 나가기를 반복한다. 무작정 걷기가 아닌 하루 40키로 걷기같이 목표를 설정하고 달성하기 위해 노력한다. 걷는 것은 나만의 생각으로 도피할 수 있는 나만의 시간이며 걷는 동안은 그들과 같기 때문에 다르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고 했다. 억지로 그들이 되지 않아도 되고 넘겨버리는 것을 하지 않아도 되는 유일한 행위로 걷기를 선택한 것 같다.



걷는 곳이 경사가 높거나 다리를 건너거나 날씨가 춥고 더운 날도 멈추지 않았다. 에너지가 방전이 되어도 지치지 않는 방법을 익히는 것처럼 이런 다양한 조건들에 자신을 노출시켜 언젠가는 불규칙적인 상황에 대처가 가능한 사람으로 되려고 준비하는 자세를 가지려고 했다.



이렇게 걷게 된데에는 육아의 힘든 경험이 계기가 된 것 같기도 하다. 아이를 돌보는 일이 규칙성 있게 진행되지 않아 힘들었을 것이다. 결국 머리를 벽에 찧거나 팔 안쪽을 핀셋 가장자리로 피가나도록 긁는 등의 폭력적인 행동들이 나타났다. 

아이는 언제 어디로 튈지 모르는 경우의 수가 많고, 왜 우는지 어떻게 달래주어야 할지 모르기 때문인데 저자의 경우에는 아이를 안는 접촉도 힘들어 하고 규칙적이지 않는 행동에 대처할 수 없어 힘들어 했던 장면들이 있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아이를 잘 키우기 위해 세상 밖으로 나간 것이 아닐까 생각들었다.



성인이 되어서 자폐 진단을 받았던 캐서린 메이 저자의 문제들과 고조되는 감정 변화, 다른 사람들처럼 생각을 절제할 줄 모른다는 것 등 모든 것이 나도 비슷한 상황이 있었다. 나도 육아에 힘들어했고, 감정조절이 되지 않아 폭탄터짐이 많았는데 혹시 저자와 같은 자폐는 아닐까 생각을 하면서 울컥했다.



상대방의 상황과 감정을 공유하는 방법을 몰랐다. 예민해서 남편에게 아이에게 짜증을 냈지만 함께 하는 중점을 서로가 찾기 위해 애를 쓰는 모습은 끝까지 포기 하지 않는 마음을 나도 가져야겠다고 다짐하게 만든다.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을 보내지 않는다는 죄책감과 아이와 함께 하면서도 접촉하기 힘들어 제대로 안아주지 못하고 화를 내며 죄책감들로 결국에는 마음이 가는 대로 밖으로 나가서 걷기를 선택한 것은 엄마로서 쉽게 선택할 수 없었을 것이다. 



남편과 아이는 엄마를 이해하고 기다려주었다. 이런 행동은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드라마에서 주변과 소통이 힘들고 개인만 생각하는 것처럼 보여지는 주인공이 생각났다. 참을성이 부족하고, 죄책감이 있지만 그 자체로 자신이 마음이 가는대로 행동한다는 것이 자폐 스펙트럼 상태를 잘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싶다.



화를 내지 않아도 되는데 폭탄터짐을 스스로가 막지 못했다.  자신이 자폐 스펙트럼 장애라는 것을 몰랐으니 답답했을 것이다. 어릴 때 친구가 별로 없었는데 혼자 노는 것을 즐기고, 여자아이들과 공감할 수 없었다.  자신이 다르다는 것을 알았는데 의사들은 모두 사춘기 소녀의 예민함이라 단정지어버렸다. 정상이라고 하는 범위는 정확하게 없듯 경계선에 있었던 사람도 치료를 받지 못한다면 자폐증에 더 가까워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일반인과 달라 포장하는 법을 배웠고, 그들을 모방하고 사회에 포함되기 위해 배우고 따라했지만 숨긴 것은 혼돈을 부르기 마련이다. 저자는 이제 그들에 맞춘 삶을 살기보다 스스로를 더 잘 돌보는 삶으로 살려고 한다. 증상을 알고나서 주변과 나를 위해 어떤 점을 개선해야하는지 고민하며 관계를 발전시키려 노력한다. 



책에서 “경로를 소유한다”고 하는 부분이 가장 기억에 남았다. 

길도, 땅도 내 것이 아니지만 내가 만든 걷는 경로는 내 것이다. 길은 그릴 수 없다. 길은 존재하지만 담긴 정보의 깊이나 무게가 너무 관대해서 볼 수 없다. 봉우리, 계곡, 나무, 시냇물 등 풍경을 보며 느낀 감정들은 모두 “의미”로 이루어져 있다. 자신이 걷는 길에 대해 이야기하면 그 사람이 누구인지 전부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했다. 과거 조상들이 일군 창조 역사를 노래로 불르며 여러 세대를 거쳐 내려온 것으로 보면 그 길을 확인할 수 있다. 환각 속의 유토피아가 아니라 역사가 될 수 있고, 경로는 시간을 가르치는 일이라고 했다. 나도 내가 걷는 길을 의미를 담아 ‘나만의 경로’를 소유해서 글로 남기거나 노래로 남긴다면 역사로 남을 수도 있지 않을까🙂



Q. "<걸을 때마다 조금씩 내가 된다>를 읽고 

  2023년, 당신이 되고 싶은 모습을 그려본다면?" 



목표를 세울 것이다. 저자는 목표를 세우고 집요하게 달성하기 위해 어떻게든 하려는 의지를 강하게 보여주었다. 목표를 세워 중도 포기 하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다!

📖책속에서



🏷이 책을 쓸 즈음 나는 ASD (자폐 스펙트럼 장애)라는 용어에서 장애를 나타내는 ‘D’가 늘 마음에 걸렸다. 나는 자폐증을 어떤 특정한 상태나 신경학적 차이로 여겼을 뿐, 본질적인 결함으로 느끼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때는 마지못해 표준 용어를 썼지만, 그 뒤로는 좀더 중립적인 용어인 ASC(자폐 스펙트럼 상태)를 사용하기로 했다. 여러분에게도 이 용어를 권한다. 어떤 언어를 사용하느냐는 정말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사려 깊은 용어를 선택할 때 비로소 변화를 앞당길 수 있다. P8



🏷자폐인들을 생각하면 별무리나 은하계가 떠오른다. 수백만 개의 서로 다른 별들이 저마다 빛을 발하며 반짝인다. 나는 그 무수한 별들 가운데 하나의 유형을 경험하고 있을 뿐이다. P9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방법을 잘 모르겠다. 어쩌면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다. 어쩌면, 철인 3종 경기와 심야 사이클링이 그렇듯, 이걸 하는 목적은 우리의 삶에서 관리할 수 있을 만한 작은 위기의 순간들을 일부러 겪어보기 위함인지 모른다. 언젠가 주체할 수 없는 일들이 밀려와도 대처할 수 있게 말이다. P65



🏷물론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은근히 죄책감이 고개를 들지만, 이제 뭘 하든 간에 죄책감이란 그저 기본 배경처럼 깔리는 것으로 여기는 법을 터득한 것 같다. 일을 하러 나가면 나의 부재에 대한 죄책감이 들고, 일을 그만두고 집에 있으면 나의 참을성 부족에 대한 죄책감이 들고. 그러니 차라리 죄책감을 안은 채로 내 마음대로 사는 편이 낫다. P69



🏷나 같은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나는 이해하지 못했다. 나는 일정한 유형에 들어맞지 않으며, 그렇게 심하게 괴로워 보이지도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러나 그때쯤 나는 겉으로 포장하는 데 달인이 되어 있었다.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행동하는지 유심히 관찰하고 정확히 모방했다. P101



🏷그가 급격히 고조되는 내 감정 변화에 이미 지쳐 있다는 것을 잘 아는데도 그런 감정은 늘 급박하게 밀려온다. 이게 문제다. 이게 나의 문제다. 나는 다른 사람들처럼 생각을 절제할 줄 모른다. 모든 것이 언제나 물밀듯이 밀려온다. 나는 말의 홍수에 잠기고, 주위의 모든 것도 빠뜨려버린다. P 114



🏷땅의 유일한 용도는 그곳을 지날 때마다 풍경을 제공하는 것이고 아무도 가만히 서 있는 데에는 관심이 없으므로, 당신은 땅을 사고팔 수도 없다. 당신이 소유하는 것은 경로뿐이다. 각각의 경로에 세상을 바라보는 당신만의 고유한 시선이 담겨 있다. 다른 여러 길이 그 경로를 지날 수는 있어도 그 경로를 온전히 걸을 수 있는 건 당신밖에 없다. P166

​#걸을때마다조금씩내가된다 #우리의인생이겨울을지날때 #아스퍼거증후군 #에세이 #신간도서 #겨울독서 #12월독서 #뭐읽지 #책추천 #자폐스펙트럼장애 #웅진지식하우스 #웅답하라 #웅답하라2기 @woongjin_readers #서평



❤️ 웅진지식하우스 출판사의 웅답하라2기로 도서를 지원받고 주관적으로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

땅의 유일한 용도는 그곳을 지날 때마다 풍경을 제공하는 것이고 아무도 가만히 서 있는 데에는 관심이 없으므로, 당신은 땅을 사고팔 수도 없다. 당신이 소유하는 것은 경로뿐이다. 각각의 경로에 세상을 바라보는 당신만의 고유한 시선이 담겨 있다. 다른 여러 길이 그 경로를 지날 수는 있어도 그 경로를 온전히 걸을 수 있는 건 당신밖에 없다. - P1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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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빛나게 할 일들이 기다리고 있어 - 내가 지금의 나에게 해주고 싶은 말
황현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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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여전히 반짝이고 있어’
프롤로그 첫 문장을 읽었을 뿐인데 책 내용은 얼마나 반짝일까 😌
시집이었나? 첫장을 펴는 순간 감성 가득한 글들이 나를 미소짓게 했다. 

짝사랑하는 이가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질 만큼 순애보는 멜로디였다가 향기였다가 음악이었다가.. 그 사람은 작가에게서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 함께 하고 있다. 짝사랑을 하고 이별을 하는 순간의 글은 외롭고 쓸쓸한데 글 속의 감정들은 예쁘다. 

사진 하나하나가 필름카메라로 담은 듯 아련한 느낌이었고, 기억 속의 한 장면들을 꺼내어 사진으로 감정을 담아둔 듯했다. 앞으로 이동하는 지하철 마지막 칸에서 뒤로 이어지는 철로가 담긴 사진이 있었는데 지나간 자리가 담긴 사진 하나로 지난 시간, 그리고 지금을 떠나보내는 듯하다. 

음악을 하는 사람이라 소리를 향기에 비유한 장면이 있었는데 듣지 않아도, 향을 맡지 않아도 왠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좋아하는 사람의 소리에는 우디향같은 향기가 있다고 했다. 헤어진 후에는 통화보다 문자메시지를 좋아한 사람으로 다시 돌아갔는데, 
여기서 작가는 이미 이별했지만 헤어지는 순간에서 시간이 멈춘듯 시간 속에 갇혀 계속 반복되는 고통을 받고 있는 것 같았다. 

유명 아티스트들의 곡을 만들었다고 하니 작가가 궁금해져서 검색해보고 음악을 찾아 듣게 되었는데 익숙한 멜로디에 감성이 있다. 지금 MZ세대와 달리 우리가 자라면서 들어온 그 시대 노래들의 감성이 느껴진 것은 작가님이 나와 같은 나이라 그런 생각이 들었나보다! 황현작가의 노래와 글에는 무작정 힘내세요! 응원이나 나 힘들어 죽겠어 같은 우울함만 있는게 아니라 서사가 있다. 드라마 한 장면에서 배경음악이 깔리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고 할까. 

*황현 작가 소개
온앤오프 모든 앨범 곡을 프로듀싱했고, 샤이니의 ‘방백’, 레드벨벳의 ‘Day1’ 등 수많은 아티스트의 곡을 작업했다. 아티스트 JUN P, YELO, 김해론을 제작했으며 케이팝 프로덕션 모노트리를 경영하고 있다.

 감성 기술자가 된 자신에 대해 뿌듯해하면서도 감성 곡을 만들기 위해 다듬고 또 다듬으며 수많은 연습 끝에 만들어졌으니 좋을 수 밖에 없구나 싶었다. 감성을 표현하기 위해 공식을 풀듯, 미술 작품을 그리듯, 글의 완성도를 높이는 작업은 작곡가나 작가나 같은 예술혼이 있어야 가능할 것 같다.

 쉼없이 일하는 자신을 부레가 없어 헤엄을 멈추면 죽는 회유성 어류인 참치에 비유하는 부분이 재미있다. 황현작가는 참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이다.  워커홀릭으로 자신을 소모시키지만 내일이 더 빛날 것이라고 ‘우리의 삶은 계속 될 테니’ 긍정적인 메시지를 주었다. 차분한 에너지를 주고 성실하게 자기 자리를 지키는 사람은 성공하게 되어있다. 


💬너무나도 개인적인 취향 의견

황며들다. 이 책은 에세이가 아니라 시집이였어요. 
이렇게 사랑고백을 하는 사람을 어떻게 혼자둘 수 있어요. 🥹
읽으면 읽을수록 빠져들게 만드는 매력이 있어요. 
이것도 가사를 쓰듯 연구해서 쓴 것이겠지만 백퍼센트 통했어요. 유치하다고 하는 분도 있겠지만 저는 판타지, 로맨스 소설 팬이라 너무나도 제 취향이었습니다 😍

눈 내리는 겨울 창 밖을 보며 읽는 책은
2022년 겨울 제 마음에 한참동안 반짝거림을 선물해주었어요. ❄️



📖책속에서

🏷️좀처럼 널 설득할 수 없을 것 같아서
오늘도 멜로디를 고친다. 
어젯밤 단숨에 쓴 멜로디는
내 감정에만 충실하여 네가 델 것 같고,
지난번 쓰다 만 멜로디는
너무 우물쭈물해서 답답해할 것 같다. 
넘치는 욕심을 덜어냈더니 반주밖에 남지 않았다. 
P53

🏷️나무 향이 나는 사람을 만났다. 향수의 ‘우디함’과는 다른, 뿌리를 내리고 우직하게 살아 있는 나무의 향이었다. 그 사람의 목소리를 듣고 있으면 큰 공원 한편에서 쉬는 기분이 들었다. 
P59 소리에서 너의 향기를 느낄 수 있어

🏷️아직 가지 마. 
조금만 시간을 줘. 
붙잡고 싶어서 이러는 거 아니야. 
아무 말 하지 않아도 되니까 잠시 이대로 있자. 
저편에서 배드민턴 치는 사람들을
멍하니 바라보기만 해도 좋으니
그냥 이대로 조금만 더 있으면 좋겠어. 

1초라도 이별을 늦추고 싶은 나는 
너를 안았고,
1초라도 빨리 헤어지고 싶은 너는
그저 마지막 배려를 해주고 있다. 

네가 입을 다문 채 한숨을 쉬는 소리와 함께
네 손톱이 휴대전화에 닿는 소리가
계속해서 들려오고 있다. 
P111 연명치료

🏷️너라는 사람을 알게 되고
나는 막다른 곳에 선 기분이야.
지금 나는
높은 나무들이 시야를 가로막는 숲속에 서 있어.
가시덤불을 헤쳐나가다 상처를 입기도 하고,
길을 잃고 그 주변만 맴맴 돌기도 하지.
길을 내며 긴 시간을 걸었어.
다시 돌아가야 한다면
그땐 헤매고 싶지 않아서.
그렇게 몇 주를 걷다 도착한 숲의 끝에는
황량한 사막이 펼쳐져 있었어.
이글거리는 아지랑이 너머로
신기루인 줄 알면서도 손을 뻗었고,
모래바람에 발자국마저 금세 지워져버려서
나는 또 길을 헤매고 있어.
이다음은 어딜까.
사막을 지나 바다 앞에 서면
그땐 더 나아갈 수 없을 텐데.
다음 그다음으로 계속 향하면
가장 마지막 단계에서 널 만나게 될까.
그곳에 정말 네가 있을까.
혹시 나는 지금
너라는 세계를 방랑하고 있는 걸까.

사랑하는 것이 이렇게 힘들어서야.
P126

#너를빛나게할일들이기다리고있어 #황현 #황버지 #황며들다 #선물같은시 #겨울에세이 #에세이 #시집 #신간도서 #감성 #모노트리 #겨울도서 #웅진지식하우스 #웅답하라 #웅답하라2기 @woongjin_reader #서평 

❤️ 웅진지식하우스 출판사의 웅답하라2기로 도서를 지원받고 주관적으로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

아직 가지 마.
조금만 시간을 줘.
붙잡고 싶어서 이러는 거 아니야.
아무 말 하지 않아도 되니까 잠시 이대로 있자. - P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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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권 중산층 - 한국 중간계층의 분열과 불안
구해근 지음 / 창비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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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권 중산층』 
- 한국 중간계층의 분열과 불안

구해근 저자
창비 출판

저자는 책머리에서 2022년 7월 미국에서 발간된 『특권과 불안: 글로벌 시대 한국의 중산층』을 기초로 수정·보완한 결과물이지만 거의 다시 쓰다시피 했다고 했다. 한국에서 졸업했지만 하와이대 교수로 오래 재직하며 한국의 변화된 경제에 대해 직접적으로 알 수 있을까 생각했었다. 역사적 사실과 뉴스 등의 정보를 가지고 피부로 경제를 직접 느끼는 국민들에 대해서 이야기한다는 것은 쉽지 않았을 것이다. 한국의 중산층에 대하여 상황과 문제점들에 대하여 알게 되어 ‘나는 과연 중산층인가?’의 질문에 해답을 조금 얻을 수 있었다. 



최근 재벌집 막내아들 드라마에서 중산층이었던 주인공(송중기)이 부유층의 삶을 살게 되면서 일어나는 일들로 시청자들로 하여금 대리만족을 주고 있다. 인기가 있는 이유도 중산층이 부유층이 되고 싶은 심리가 담겨있다 생각한다. 그들의 돈을 버는 방식, 소비, 문화, 교육 등의 생활을 보고 모방하며 지금의 생활보다 조금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갖는 것이다.



그래서 중산층은 누구를 말하는가?

전쟁으로 빈곤했던 국가가 박정희 정권의 경제 성장을 국가의 최우선 목표로 설정하면서 경제발전이 급속히 일어났다. 잘사는 것이 개인은 물론 국가의 위상을 결정하는 최고의 가치 기준으로 채택되었다. 중산층은 어느 정도의 안정과 여유를 누리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했고, 이 경제적 여력으로 교육과 사회에서 남들만큼 할 수 있는 사람으로 이해되어 왔다. 



경제 발전 속에서 모두가 균등하게 보상받은 것은 아니었다. 

국가는 중산계급이라고 하면 평등이 아닌 차별적으로 느낄 수 있는 단어를 중산층이라는 단어로 국민의 대다수를 애매모호한 경계로 불렀는데 이 불분명한 경계는 공정하지 못한 대우를 받는 자들인 저임금 공장노동자들에게 최소한의 인권은 보장되지 않는 극도의 노동착취에 시달렸다. 결국 국민 전체를 경제발전이라는 프로젝트에 동원하고 헌신하도록 만들었지만 산업노동자들은 불공정 대우를 받게 된 것이다. 



1997년 금융위기가 한국 소득분배 구조를 변화시키는데 결정적인 영향을 주었고, 1990년대 이후 불평등 심화되고 양상이 다층화되면서 노동시장의 수평적 양극화(정규직 대 비정규직 노동자 사이, 대기업 대 중소기업 노동자 사이에 벌어진 소득격차)와 소득 피라미드 상위권에서 발생한 불평등인 최상위 소득자들(상위1%와 상위 10%)과 나머지 노동인구 사이의 수직적 양극화가 발생하였다.



이런 이유로 중산층이라고 하여도 경제적 불평등의 심화 속에서 새로운 특권적 계층이 등장한다. 명확하게 구분할 수 없지만 새로 등장한 비교적 부유하고 경제적, 사회적으로 일반 중산층보다 더 많은 특권적 기회를 누릴 수 있는 집단을 대략 상위 10%집단으로 추정한다. 이들을 경제적. 사회적 위치를 기준으로 ‘신상류 중산층’이라고 규정하고, 그 위치에서 향유하는 특권적 기회를 강조하고 구분하여 ‘특권 중산층’이라 부른다. 



1980년대 후반부터 한국 경제가 서서히 노동집약형에서 기술.지식집약적 경제로 변모하는 산업적 전환이 일어나면서 자연스럽게 고급 기술 역량을 보유한 이들의 가치가 높아지고 보수도 빠르게 상승했다. 



특권 중산층의 문제는

직업활동으로 번 소득 외 부동산을 통한 축재, 권력을 통한 지대 추구에 의존해왔다. 고등학교 이전, 학군 형성, 아파트 건설, 공기관 이전 등으로 부동산 상승으로 부자된 사람들이 많은 강남을 예로 들었는데 사람들이 ‘나 강남 살아요’ 이 한마디에 그 사람을 알지 못해도 어떤 계층인지 판단해 버린다. 사실 나도 누군가를 만나면 청담동 산다는 말을 들으면 어느 정도 경제적인 여유가 있고 교육을 받았으며 문화적으로 누리고 살고 있다는 생각을 하니 대다수의 국민들이 그렇게 생각한다는 것에 동의한다.

또 한가지는 외국(서구)의 중산층이 보여주는 미덕이나 종교,도덕, 문화적 가치로 계급의 정당성을 확립하려는 노력은 보여주지 않고 부유층을 따라하는 모방소비, 과소비, 사치 등의 외적인 모습으로 보여주며 특권 중산층이라는 계급 차별화를 시도해온 것이 문제라 했다.



자녀교육을 극히 경쟁적으로 추구하는데 이런 이유가 ‘불안’ 때문이라고 했다. 

중산층 중에서도 엥겔지수가 높은 집들이 삶이 힘들다고 생각한다. 먹고 사는게 중요한데 기초적인 식료품비가 급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니 한숨이 나올 수 밖에.

이런 힘든 경제적인 상황을 자녀는 교육을 통해 보수가 높은 직업을 가지게 된다면 지금보다 더 나은 중산층의 환경으로 살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자녀교육에 열을 올릴 수밖에 없다. 우리 중산층은 더 낮아지지 않고 높아지기 위한 노력이고, 특권 중산층은 자신의 계급 유지를 자녀가 세습받기를 바래서 ‘불안’해 하는 것이다.



나는 아직도 중산층인지 명확하게 말할 수 없으나, 특권 중산층이 아닌 것은 확실했다. 책에서 말하는 특권 중산층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니까. 오늘도 내일도 부유층이 될 수 있는 확률은 낮으므로 특권 중산층이라도 되기 위해 자녀 교육에 열을 올리는 부모가 될 것 같다. 



하지만 이 책을 읽는 상류층과 특권 중산층은 우리 일반 중산층이 따라하려는 모방심리를 자극하여 더욱 불안하게 만들고 불평등으로 양극화를 더 심화시키는 행동보다 함께 잘 살기 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면, 아이들은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이 지금의 불안보다 조금 더 성숙한 지식을 갖춘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 책 속에서



상대방을 억누르거나 타도하려는 투쟁이 아니라 점점 더 각박해지는 신자유주의적 경제구조 속에서 소수 집단은 더 많은 특권적 기회를 확보해서 자식들에게까지 물려주려고 노력하는 반면 다수 집단은 그런 기회에서 배제되어 불리하고 불공정한 상황에 놓이지 않으려고 애쓰는 행동들의 충돌로 보인다. 최근에 한국사회에서 공정이 극도로 민감한 이슈로 등장한 데는 이런 계급적 이유가 잠재해 있다고 믿는다.P29



이러한 암묵적인 사회계약은 대부분의 화이트칼라 노동자들에게는 공정한 교환이었다. 그렇지만 블루칼라 산업노동자들에게는 아니었다. 공장 노동자들은 저임금을 받으며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극도의 착취에 시달렸고 그들이 부르짖은 최소한의 인권 보장과 정의는 1987년 대규모 노동봉기가 터져나오기 전까지는 폭력적으로 억압당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산층 담론은 국민 전체를 국가의 발전 프로젝트에 동원하고 헌신하도록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이 사실이다. P40



조귀동에 의하면 그 주요 원인은 노동시장의 양분화에 있다. 노동시장은 1차 노동시장과 2차 노동시장으로 양분화되는데, 1차 노동시장에 참여하는 노동자는 대기업의 정규직, 전문직, 그리고 공공부문 정규직 취업자들이고, 2차 노동시장에 속하는 노동인구는 대기업 비정규직, 중소기업 취업자, 기타 비정규직.일용직 취업자들이다. 1차 노동자는 ‘내부자’로, 2차 노동자는 ‘외부자’로 부를 수 있는데, 중요한 것은 이 두 노동시장 사이의 사회적 이동이 거의 단절되어 있다는 점이다. P101



강남에 사는 사람을 인정해주는 방식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대체로 강남 주민들이 경제적으로 더 부유하고 여유 있다는 점은 인정한다. 그런 경험을 통해 강남 사람들은 스스로 강남에 산다는 것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게 된다. “나 강남 살아요.”라는 말은 계층적 자긍심을 나타내는 신호이기도 하다. P135



자녀가 계급세급을 위해 거치는 경쟁이 너무 치열하지만 그 결과는 불확실한 까닭에 중산층 부모들은 설령 경제적 여유가 있다 해도 항상 불안한 상태에서 벗어날 수가 없는 것이다. P243



특히 관심을 가지고 본 것은 경제적 양극화 속에서 등장한 부유 중산층이 그들의 경제적 자산을 가지고 사회적.문화적 영역의 특권층이 그들의 경제적 자산을 가지고 사회적.문화적 영역의 특권을 확대하고자 노력하는 행위였고, 그들의 그같은 계급적 행위가 다른 중산층 집단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에 관한 것이었다. P243

#특권중산층 #구해근 #창비 #스위치 #신간도서 #책추천 #경제 #서민 #중산층 #경제양극화 #상류중산층 #계급세습 #교양 #사회 #비평 #정치 #서평 #도서지원 



❤창비로부터 도서지원을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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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모르는 이야기 교유서가 산문 시리즈
황시운 지음 / 교유서가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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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모르는 이야기🌼



황시운 산문

교유서가 출판




거짓말처럼 빛나던 봄밤이었다.

그 순간 나는 모든 것이 완벽하다고 느꼈다.

살아오면서 겪은 날들 중 가장 빛나는 날이라고 생각했던 것도 같다.



화가 많았다. 억울했고 나만 이런 이렇게 된 것 같아서 세상을 향해 소리치고 있었다.

책을 덮기까지도 반복되는 고통이 눈에 보이는 것 같아 내내 마음이 무거웠다.

세상을 향해 자신을 증명해야한다고, 나 여기있다고 손을 흔들었다. 자신과 같이 장애를 입은 사람에게 자신도 버티고 있으니 버텨보라고 말해주기까지 용기내고 힘을 냈다.

(작가님 자신을 증명 할 필요 없어요. 충분히 글로 마음을 움직여주고 있습니다 ^^)


밥을 먹기 위해 식당으로 가는 입구마다 휠체어는 턱을 넘지 못해서 돌아나와야 하는 일이 빈번했다. 턱이 있는 곳이 드물 정도로. 수많은 턱을 뒤로 한채 돌아서야 했던 그 마음이 세상이 등을 돌린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을 것이다. 화가 많을 수밖에 없는 상황 아닌가. 스스로 할 수 있는 환경만 만들어준다면 충분히 매번 도움을 청하고 눈치를 봐야하는 일 따위는 없을텐데 사회는 발전하지만 배려에 대한 인식은 아직도 멀었다.


포기하지 않고 세상으로 나오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힘내라고 응원하고 싶다. 사람들의 편견과 시선 속에서 그들과 어울리기 위해 부단히 애쓴다면 세상은 따스하게 함께 할 것이라 믿는다. 휠체어를 탄 사람들에게 선뜻 도와주거나 시선을 두지 않았다. 나에게 도움을 요청하지도 않았는데 내가 도와주어야 할 것 같은 느낌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마도 내가 돕는다면 그들에게 향하는 시선들을 나 또한 받을 터인데 그런 일어나지도 않고 말도 안되는 혼자만의 상상으로 피했던 내가 부끄러워졌다. 동등한 시선으로 보는 것! 나부터가 실천해야할 것이다.


어쩌면 기적이 있다. 움직일 수 있다.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현실적이지 않은 말들로 희망고문하는 것보다 이성적으로 현재의 고통이 심하다. 벗어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나는 이렇게 살아가고 앞으로 더 나은 행복을 위해 살아가고 싶다는 이야기들을 해주는 것이 좋았다.


신체적 장애를 후천적으로 얻게 되면서 자신이 장애라는 것을 받아들이기까지도 얼마나 힘들었을까. 매번 피할 수 없는 고통 속에서 하루하루 버티는 삶을 사는 사람들에게 꿈속을 걷는 듯한 소설도 필요하지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소설이야 말로 세상으로 나가는 마음의 문을 닫으려는 이들에게 밖으로 함께 나가는 방법을 알려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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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속에서


◯ 장애를 가지고 살아다가보면 인간으로서 마땅히 보호받아야 할 존엄이 너무 자주, 생각지도 못한 대목에서 무너져내린다. 사람 아닌 존재가 되어버린 듯한 기분이 얼마나 참담한지, 세상은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P14-15


한밤의 골목은 낮과는 달리 위험한 상상을 자극하는 힘이 있다. 그렇게 위험한 상상을 따라 익숙하지만 낯선 골목을 걷고 또 걸었다. 그러다 덜컥 무서워지면 무작정 달리기 시작했다. 방향도 확실히 모른 채 달리고 달려 숨이 턱까지 차오를 즈음에야 골목에서 벗어난 날도 숱했다. 글이 막힐 때면 밤이고 낮이고 상관하지 않고 산책을 했다. 그렇게 산책하며 머릿속으로 그린 그림들을 차곡차곡 정리했고 집으로 돌아와 글로 옮겨 적었다. 내게 소설쓰기는 그런 일이었다. 더이상 걸을 수 없게 되었을 때, 나는 익숙한 골목에서 길을 잃는 것처럼 막막하고 무서웠다. P22


◯ 어제의 통증은 침대에서 맞았지만, 오늘은 휠체어에 앉은 채로 견뎌냈다.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도 달랐다. 어제의 나는 집밖으로 나올 생각을 하지 않았지만, 오늘의 나는 집밖으로 나와 이제 막 잎이 돋기 시작한 철쭉나무를 바라보고 있다. 그러니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는 하늘과 땅만큼이나 달랐다. 달라진 나는 달라진 통증을 점점 더 익숙하게 조절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P23


◯ 그때 나는 사고와 함께 내 삶도 끝났다고 믿었다. 어떻게든 나를 살려보려 무슨 일이든 다 하는 가족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하루종일 어떻게 하면 죽을 수 있을지만 궁리했다. 할 수만 있다면 깨끗하게 사라지고 싶었다. 하지만 나는 이미 죽는 것도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처지가 되어 있었다. 절망적인 생각들과 하나마나한 후회, 그리고 세상을 향한 분노 같은 것들이 한데 뒤엉켜 질실할 것만 같은 시간들이 덮쳐왔다. P30


◯ 흉터로 남은 상처는 더이상 아프지 않다. 다만 상처를 기억하는 매개가 되어줄 뿐이다. 나는 내가 그날의 나를 잊지 않은 덕에 조금이나마 나아갈 수 있었다고 믿는다. 그것이 무엇이든 잊지 않는 일은, 그래서 무척 중요하다. P51


내 고통에 매몰되어 남의 아픔에 공감하지 못하던 시간에서 빠져나오자 귀를 기울이면 보이는 것들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마음을 주지 않으면 보지 못하는 것들, 어쩌면 영영 볼 수 없었을 모습이었다. P58


수렁에 빠진 기분이었다. 누군가 나타나 이 수렁에서 나를 단박에 건져올려주면 좋겠지만, 영영 아무도 나타나지 않을 거라는 건 누구보다 내가 잘 알고 있었다. 나는 지금 영원히 깨지 않을 악몽을 꾸고 있는 중이었다. P76


◯ 이미 존재하는 것들로 더이상 나를 묶어두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거나 나는 다시 세상으로 나가고 싶었다. 무수한 턱들을 앞세워 사회가 아무리 나를 밀어낸다 해도 나는 여전히 세상 속, 사람들 틈에 있고 싶었다. P95


◯ 그들이 무심결에 드러내는 잘못된 인식으로 인해 누군가는 끊임없이 상처를 입는다. 내가 의도치 않았어도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는 태도나 언어가 있다면 스스로 고치기 위해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내가 아무리 선의를 가진 보통의 사람이라고 해도 누군가를 배제하고 아프게 한다면 그것은 차별이고 혐오일 수 있다. P101-102


태어난 모든 생명은 원래의 저리로 돌아가게 마련이다. 생은 공평하지 못하지만 죽음만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찾아온다. 죽음 이후에 대해선, 잘 모르겠다. 그걸 아는 사람이 있을 거라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바람이 있을 뿐이다. P134


가난했지만 모두가 똑같이 가난해서 가난이 뭔지 몰라도 되던 시절이었다. 아마 누구에게나 그런 곳이 있을 것이다. 바닷가 말을에서 태어나 매연 가득한 도시에서 삼십여 년을 살아왔지만, 여전히 나의 살던 고향은 시커먼 탄가루를 뒤집어쓴 아버지들이 탄 때 가득한 손으로 신명나게 젓가락을 두드리던, 그리고 그들의 자식들이 날이 저물도록 장터를 누비던 그곳이다. P156


◯ 인파 속에서 갯골을 따라 흐르는 물과 그 안에서 무리를 이루거나 외따로 떨어져 있는 새들의 움직임을 지켜보는 내내 어쩐지 가슴 한편이 단단하게 다져지는 것 같았다. 이유는 잘모르겠지만, 그 순간 세상 속에서 낯선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다는 사실이 어쩐지 의미 있게 느껴졌다. P159


나는 한껏 의기소침해져 있었고, 세상에 내 존재를 알리는 일 앞에선 무기력하기만 했다. 내가 소설을 쓰는 건 살아남기 위해서였지, 그 소설이 다른 무엇이 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는 아주 오랫동안 가질 수가 없었다. P165


어쩐지 그들이 내 소설보다는 내가 가진 장애에 주목하고 있는 것 같다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이미 책이 나오기 전부터 각오했던 일이지만, 막상 세상이 내게 원하는 것은 소설이 아니라 장애를 입고도 소설을 써낸 장애 극복 서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자 한없이 쓸쓸해지기까지 했다. P167


사람들은 종종 감사해야 할 일을 잊고 살아간다. 정작 자신이 무엇을 가지고 있는지는 잊은 채 남이 가진 것에만 눈을 반짝이는 것이다. 그것이 늘 나쁜 결과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겠지만, 내가 가진 소중한 것도 발견하지 못한 채 더 나은 것을 이룰 수 있을까. P179


가능하면 사실 그대로 기록하는 일. 그래서 나처럼 마지막 존엄마저 무너지는 경험을 반복하며 두려움에 떨고 있을 누군가에게 당신 혼자만 겪는 일이 아니라고, 당신과 같은 내가 여기에 있다고 손을 흔들어주는 일. 그것마저 하지 않는다면 나는 무엇으로 내 존재를 증명할 수 있을까. P187


하지만 엄마에게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다. 세상엔 기적이라는 것도 엄연히 존재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래서 엄마는 내가 걷고 달리고 자전거 타고 수영하는 꿈들을 엄마가 기다리고 있는 기적의 징후처럼 여기곤 한다. 간절함이란 그런 것이리라. 그런 간절함 앞에서 옳고 그름이나 의학적 판단 같은 냉철한 이성은 힘이 없다. P199


내 안엔 여전히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절망의 말들이 존재하고 있었다. 달팽이처럼 느리게 나아갈지언정 잃어버린 세상의 말과 글을 되찾고 싶어졌다. P223


세상에서 완전히 밀려난 기분이었다. 그러자 극도의 무기력증이 찾아왔다. 휠체어에 앉은 채 창밖을 바라보는 일조차 힘겹게 느껴졌다. 아예 침대에서 내려오지 못하는 날들이 늘어갔다. P229


고통이 일상이 되다보면 어지간한 고통쯤은 미처 감지하지 못한 채 지나쳐버리기도 하니까. P271


스스로 넘지 못할 턱을 만나면 망설이지 않고 당당하게 누구에게라도 도움을 청하며, 세상은 지금껏 내가 생각해온 것보다 훨씬 더 합리적인 곳일거라는 기대를 품은 채, 삼십 년 넘게 살아온 이 도시를 천천히 다시 걸을 것이다. 그렇게, 오래도록 그리워만 해온 이들을 만나러 가보려 한다. P2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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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유당 출판사의 서포터즈로 도서를 지원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장애를 가지고 살아다가보면 인간으로서 마땅히 보호받아야 할 존엄이 너무 자주, 생각지도 못한 대목에서 무너져내린다. 사람 아닌 존재가 되어버린 듯한 기분이 얼마나 참담한지, 세상은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 P14

흉터로 남은 상처는 더이상 아프지 않다. 다만 상처를 기억하는 매개가 되어줄 뿐이다. 나는 내가 그날의 나를 잊지 않은 덕에 조금이나마 나아갈 수 있었다고 믿는다. 그것이 무엇이든 잊지 않는 일은, 그래서 무척 중요하다. - P51

그들이 무심결에 드러내는 잘못된 인식으로 인해 누군가는 끊임없이 상처를 입는다. 내가 의도치 않았어도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는 태도나 언어가 있다면 스스로 고치기 위해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내가 아무리 선의를 가진 보통의 사람이라고 해도 누군가를 배제하고 아프게 한다면 그것은 차별이고 혐오일 수 있다. - P101

가능하면 사실 그대로 기록하는 일. 그래서 나처럼 마지막 존엄마저 무너지는 경험을 반복하며 두려움에 떨고 있을 누군가에게 당신 혼자만 겪는 일이 아니라고, 당신과 같은 내가 여기에 있다고 손을 흔들어주는 일. 그것마저 하지 않는다면 나는 무엇으로 내 존재를 증명할 수 있을까. - P1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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