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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타일
김금희 지음 / 창비 / 2022년 11월
평점 :
『크리스마스 타일』 🎄
김금희 연작소설
창비 출판
창비 스위치
<메리 크리스마스 북클럽 with 김금희 작가>
참여하며 기록한 내용입니다 🎄
1주차. 밤
누군가와 함께 여행 중 우연히 만난 멋진 풍광을 떠올리면 당시의 기억이 살아나며 그때의 행복했던 감상에 젖게 한다.
크리스마스 엽서에 서로의 안부와 응원을 적어 주는 것처럼 아름다운 기억을 추억한다는 것도 크리스마스의 선물이 될 수 있지 않을까. 🎄
🟢「은하의 밤」
작가이자 유방암에 걸린 은하가 방송일을 맡게되면서 일어나는 일로 아프기 전과 후의 달라진 은하를 볼 수 있었다.
📖책 속에서
🏷️그것은 어느 흐린 날 거리를 걷다가 낙엽이 떨어져내리는 가로수 밑을 지나거나, 어느 늦은 시간 택시를 타고 강변북로를 달리다 한강에 어른대는 불빛들을 애잔하게 바라볼 때와는 차원이 다른 고독이었다. 설명하자면 아주 무섭도록 자기 삶 속으로 포섭된 고독이었다. 참여자 없는 연극이자 듣는 이 없는 아리아, 만남이 불발된 채 혼자서 나누는 열렬한 악수 같은 것. P13
🏷️어른들에게는 그렇게 까마득한 고독 속으로 굴러떨어져야 겨우 나를 지킬 수 있는 순간이 찾아 온다는 것. 그런 구덩이 안에서 저 혼자 구르고 싸우고 힐난하고 항변하며 망가진 자기 인생을 수습하려 애쓰다보면 그를 지켜보는 건 머리 위의 작은 밤하늘이라는 것. P27
🟡「데이, 이브닝, 나이트」
📖책 속에서
🏷️어쩌면 우리는 그 밤들 내내 영화를 찍고 있었는지도 몰랐다. 서로가 서로의 영화에 관객이 되어, 이 사랑이 가망 없는 것이라도 어떻게든 그것이 지닌 일말의 빛을 지켜주면서. P102
🟣「월계동 옥주」
모두가 떠나고 정신을 부여 잡기 위해 하루 일과를 바쁘게 여유없이 만든다. 피로하게 만들면 힘들다는 생각도 할 수없게.
📖책 속에서
🏷️젊은 시절 내내 돌아다닌 나라들 중에 사실 중국은 가장 짧게 머문 곳이었지만 옥주은 거기서 자신이 변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어떤 점이 어떻게 변했는지를 물으면 설명은 어려웠다. 그런 변화는 셀 수 있는 게 아니니까. 계절처럼 전체를 휩쓸며 오는 변화만이 누군가를 바꿔놓았고 옥주의 경우에는 바로 거기에 예후이가 있었다. P106
🏷️옥주는 여행하면서 많은 것들을 애도했다. 이제 식구들이 월계동에 다 같이 모일 날은 없고 자신의 스무살 시절과 관련된 많은 이들도 떠나버렸다는 것을. 잃어버린 사람들을 다른 사람으로 채울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자 비로소 상실은 견딜 만해졌다. P134-136
🏷️그래도 그해 예후이와 함께 보았던 호수를 생각하면, 세상 어디에서는 호숫물로 등잔을 밝힐 수도 있다는 얘기를 기꺼이 믿었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상심이 아물면서 옥주는 옥주 자신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다시금 월계동 옥주로, 속상한 일이 있으면 언제든 바람막이를 꺼내 입고 못난 자신이 갸륵해질 때까지 걷는 중랑천의 흔하디흔한 사람으로. P138
2부. 눈파티
🟡「하바나 눈사람 클럽」
Q. 이야기의 마지막에 등장한 소개팅남은 정말 ’그‘ 주찬성 이었을까요?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세요?
👉주찬성이었을 것 같다. 소개팅 전 대화에서 느낌이 있었다.
주찬성은 흔한이름이 아니기도 한데 목사 아버지 아들 답게 “신은 영원히 기다려주는 존재거든요.” 문장에서 신에 대한 믿음이 보였고, 둘이 함께 독서경진대회 나갈만큼 책을 좋아했었으니까.
양진희는 소개팅 전 샛별이라는 이름으로 주찬성에게 말했다. 처음으로 손님 머리룰 만지게 됐을 때 세련되고 기억하기 좋은 이름으로 자기가 지었다고 했다. 어릴 때 교회 연극에서 동방박사역으 주찬성이었는데 동방박사는 예수님을 찾으러 별을 따라 가지 않았던가.
주찬성이었으면 좋겠다.
발꿈치를 드는 행동을 초월이라 말해주었던.
세상에는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 많이 있듯 😊
너무 예쁜 청춘드라마 소재 같았다. 꼭 내가 주인공이 된듯 그 시절의 나와 너가 함께 있었던 것 같다. 함께 한 시간들이 좋아서. ❄️
📖책 속에서
🏷“저거 니 도넛 아이가?”
그때 주찬성이 공중을 거슬러 올라가는 눈 한송이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행선지 표지판 너머로 사라지는 그 눈송이를 보려고 나는 발꿈치를 들었고, 주찬성은 그렇게 창밖을 보는 내 모습에도 초월이 있다고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P158
🏷하바나 클럽 정류장에서 한시간 정도 버스를 타고 송정해수욕장에 가는 건 우리가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행복이었다. 거기에는 목사님 아들이 저 믿음도 없고 공부도 못하는 염색머리 여자애와 언제까지 사귀나 싶어 지켜보는 시선도 없고, 연애를 시작한 아이들만 보면 괜히 괴롭히고 싶어하는 상급생들도 없고, 우리가 좋아하는 것만 있었다. 서핑보드를 든 사람들과 한낮의 미풍, 어떤 움츠린 어깨도 펼 수 있을 것처럼 충분하게 쏟아지는 햇볕이. P160-161
🟢「첫눈으로」
Q. 열심히 준비한 프로젝트가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주변 상황 때문에 틀어졌던 경험이 있나요?
👉주찬성의 친구이자 현지씨의 동생. 아윤이가 말한 삼촌 친구들 다 이상하다는 그 친구 중 한명인 우현우가 SNS 알파고맛집 이라는 소재로 인플루언서로 여기! 첫눈으로에서 나온다. 😉
목표 설정부터 실행하기까지의 모든 과정을 진행했는데 팀장님이 보고하고 자신이 노력했다며 보상을 받는 것을 볼 때 속에서 끓어 오른다. 분노가!!
회사도 작은 정치세계이다. 분위기를 보면서 진행해야하는 것들이 있는데 팀웍은 어디 갖다 버린 건지 눈치없이 질러버려 욕먹고 프로젝트는 무산으로 돌아간 일이 있었다. 책임질 수 없다면 주변에 피해 주지 말고 가만히 있는 신중함도 챙겼으면 좋겠다.
📖책 속에서
🏷12월인데도 햇볕이 드는 정도에 따라 어느 것은 아주 붉고 어느 것은 여름과 아직 이별하지 않은 듯 여전한 푸른잎이었다. 마치 시간이 어떤 것에는 지나가고 어떤 것에는 가지 않고 머문 것처럼. 얼마나 멀까, 소봄은 생각했다. P220
🏷올해 크리스마스에도 눈이 올까 하는 생각을 했다. 마치 누군가의 머리 위로 죄 사함을 선언하듯 공중에서 끝도 없이 내려오는 그 눈송이들이. 그것은 비와 다르게 소리가 없고 쌓인다는 점에서 분명한 아우라가 있었다. P221
3부. 하늘 높은 데서는
Q. 「당신 개 좀 안아봐도 될까요」 소중한 이와 이별한 적이 있나요? 그 시기를 어떤 방식으로 이겨냈나요?
👉이별이 죽음일 수도 있지만 저는 사랑하는 사람과의 헤어진 기억이 사실 가장 큽니다. 어떻게 이겨내야하는지 방법을 몰랐던 것 같아요. 일상에서 텅 비어버린 자리에 아르바이트를 하루에 2개씩 하며 잠시 생각할 시간없이 바쁘게 저를 만들며 시간을 흘려보냈던 기억이 있어요. 헤어지고 만나는 기간 동안 이별일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지만 영화처럼 아름다운 헤어짐보다 상처주는 말을 하며 악을 쓰고 헤어져버려 지금 돌이켜보면 마음이 아픕니다. 사실 아직도 마음에 묻어만 두고 있는 것 같아요.
Q. 「크리스마스에는」 이 작품은 연작소설 『크리스마스 타일』 의 시작점이 된 이야기입니다. 일곱 편의 소설에 등장한 인물들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사람은 누구인가요?
👉주찬성.
왜인지 모르겠지만 하바나 눈사람 클럽의 두 주인공은 한 여름 첫사랑의 싱그러움이 느껴진 소설이었어요. 돈이 없었지만 마음만은 온전히 내어줄 수 있었던 그 때의 시절이 떠올라 크리스마스 타일 소설 중 가장 기억에 남아요.
Q. 메일로 보내 드린 김금희 작가님의 레터 확인하셨나요? :) 작가님께서 남겨 주신 질문! 함께 적어 주세요.
「당신 개 좀 안아봐도 될까요」에 등장하는 ‘양요’가 다른 작품의 어디에 등장하는지 맞혀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첫 번째 소설 「은하의 밤」에 ‘양요’가 등장합니다. 음주로 방송 사고를 내고 자속 중이며, 은하와 방송을 함께 했던 아이돌 출신방송인으로 나왔어요.
🔴「당신 개 좀 안아봐도 될까요」
가족으로 힘들 때 자신에게 와준 설기가 떠난 후 세미는 설기의 빈자리로 힘들어 한다. 나는 강아지를 키워본 적이 없지만 주변 키우는 사람들은 가족과도 같은 강아지가 아프면 사람처럼 지극정성으로 치료하고 죽었을 때에는 함께 한 시간들을 추억하고 그리워한다.
소설에서 세미는 개를 키우는 사람들을 불러내어 지금 없는 설기를 추억하는데 개의 주인과 이야기하며 옛 직장 동료에 대해 잘 알지 못했던 부분들도 알게 된다. 회사에서 업무적으로 관계를 맺은 사람들도 회사밖에서는 키우는 개 이야기를 하며 그 사람의 전혀 다른 면을 보는 것 같다.
직장에서 같이 일했던 시애씨에게 키우는 개를 보여달라고 했을 때 무지개 다리를 2년 전에 건넌 개를 추억하고 싶어서였을까 아직도 함께라고 생각하는 걸까. 혼자 나온 모습을 보여주는데 시애씨는 세미에게 슬퍼하면 그 아이들이 안다고 슬퍼하지말라고 쿨하게 다독여준다. 슬퍼하지 않지만 보내주지는 못하는 마음으로.
자신과 한 팀이었지만 능력부족으로 자신보다 먼저 회사에서 나간 구미베어팀장님에게도 키우는 개를 보여달라고 한다. 트레이너에게는 구미베어 팀장을 여자라고 말할만큼 자신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고, 구미베어 팀장은 회사 직원들의 고모할머니 부의금까지 챙겼지만 정작 본인의 부모님 부의금은 아무도 챙겨주지 않은 사람이었다.
세미는 그때는 누군가를 떠나보내는 마음을 알지 못했었지만 설기를 보낸 후에야 알게된 구미베어 팀장의 그 때 누군가를 떠나보낸 마음을 부의금이라도 전해주기 위해 개를 보여달라는 핑계로 만났다. 시간이 아무리 지나도 있던 누군가가 없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며..
첫 직장을 ‘열어보지 않는 다이어리’이지만 또 한편으로 ‘중요한 시작점’이었기에 나에게는 ‘아무것도 아니지 않다’ 라고 이야기하는 장면은 나에게도 이런 회사가 있었기에 공감이 많이 되었다. 그 때의 함께 했던 사람들을 잠시 다이어리 열어보듯 생각해보지만, 멀지 않은 가까운 기억이기에 다시 다이어리을 덮어두는 것으로 해야겠다.😊
📖책 속에서
🏷️세미의 고민은 더이상 설기가 곁에 없다는 것에도 있었지만 자신이 지금 이 상실 안에 안주하고 싶다는 것에도 있었다. 화가 났다가 고통스러웠다가 그리움이 들었다가 나중에는 그 마음을 놓아저리면서 불행감 자체에 기쁘게 투항하는 듯한 느낌. 그렇게 상처에 갇힌 사람으로는 살고 싶지 않았다. P232
🏷️이년을 겨우 채우고 나온 그 회사는 세미에게 꼭 어딘가에 버려둔 다이어리 같은 느낌이었으니까. 상세히 기록된 하루하루의 영욕이 부담되어 버렸지만 정작 그 버렸다는 사실만은 절대 잊히지가 않는. 한동안 갈 일이 있어도 여의도는 피할 정도로 상처가 깊었지만 어쨌든 그곳은 세미에게는 중요한 시작점이었다. “아무것도 아니지 않다.” P238-239
🏷️조직 속 인간들에게는 그렇게 부족한 능력을 노력으로 상쇄하려는 사람들에게 더 매정하고 냉정해지는 특질이 있었다. 타인의 역량 부족은 결국 자기들 무게가 될 텐데 대놓고 미워도 못하게 감정적 부담까지 지우는 셈이니까. P245
🏷️구미베어는 반드시 버리고 가야 하는 패잔병처럼, 때로는 부축해서라도 어쨌든 같이 걸음을 옮겨야 하는 전우처럼 느껴졌다. 그렇게 적대와 연대를 오가며 세미는 하얗게 지쳐갔고 그 시절에 대해 복기하는 여름도 무섭게 흘러갔다. P246
🏷️시간이 아무리 지나도 있던 누군가가 없다는 사실은 안 변하잖아요. 그런 건 영원히 그대로 잖아요. P255
🟢 「크리스마스에는」
📖책 속에서
고양이들이 마당 한편에 있는 자전거 바퀴를 발톱으로 긁다가 정신없이 뛰어다니다가 자기들끼리 엉겨 놀다 야옹야옹 거릴 만한 시간을, 거나하게 취한 사람들이 들어와 아이스 음료로 속을 풀려다 자기들끼리 말싸움이 붙어 어색하게 헤어질 만한 시간을, 하늘을 비추던 등대 불빛이 구름의 두툼한 두께를 여러번 매만지다 사라지는 시간을, 그리고 재형이 전화를 걸어 중국집과 한판 싸움을 벌일 만큼의 시간을. P2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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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년을 겨우 채우고 나온 그 회사는 세미에게 꼭 어딘가에 버려둔 다이어리 같은 느낌이었으니까. 상세히 기록된 하루하루의 영욕이 부담되어 버렸지만 정작 그 버렸다는 사실만은 절대 잊히지가 않는. 한동안 갈 일이 있어도 여의도는 피할 정도로 상처가 깊었지만 어쨌든 그곳은 세미에게는 중요한 시작점이었다. "아무것도 아니지 않다." - P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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