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의 비극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문승준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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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의 비극』

요네자와 호노부
문승준 옮김
내 친구의 서재


‘마노 출장소 소생과’ 멤버는 과장 니시노 히데쓰구, 신입 간잔 유카, 만간지 구니카즈(나)는 ‘난하카마 시 I턴 프로젝트’ 유령 마을 미노이시에 새로운 주민을 모집하고, 외지인 신규 전입, I턴을 지원하고 추진하는 일을 맡는다. 
프로젝트 시작과 함께 두 가구가 이사 오지만 소음 문제로 신경전을 벌이다 결국 불이 나며 한 가구는 도망치듯, 남은 가구는 자신의 이기적 행동이었다는 마음을 들키며 다시 미노이시는 텅 빈 마을이 된다. 

미노이시 2가구가 들어오고 불이 나는 소동 이후에, 12가구가 추가로 들어오지만 논에 잉어를 가둬놓고 키우는데 짐승에게 잡아먹힌(?) 것인지 알 수 없는 이유로 잉어가 사라지고 마키노도 퇴거의사를 밝힌다. 과거 나가스기 씨는 전쟁때문에 집에 방공호를 만들었고 현재 구보데라 씨가 살고 있는 집에서 하야토 아이가 숨어들어갔다 다치는 일이 발생해서 구보데라 씨의 대량의 책과 다시 빈집이 된다. 

이렇듯 전국에 각기 다른 성향의 이주자들은 미노시에 애착이 없다. 그래서인지 스스로 해결하려는 노력없이 도시 사람으로 농촌이나 산간에 살아본 적이 없다는 이유로 자신들의 불편과 불평을 소생과 직원에게 해결해 달라고 요청한다. 꿈을 갖고 왔지만 현실은 너무 달랐기에 간극을 채우는 방법을 깨닫기도 전에 원래의 삶으로 도망치듯 되돌아간다. 

유미코 씨가 옆집 우에타니 씨의 큰 안테나가 전자파의 우려로  철거해 달라했지만 쉽지 않다고 한다. 우에타니 씨는 마을 사람이 모두 모인 가을 축제에 독버섯을 주고 야반도주를 하고, 유미코 씨는 구토와 복통으로 병원을 가는데. 누가 준 건지 미스터리. 이렇게 또 두 가구가 떠나게 된다. 

엔쿠불 진짜 불상을 신성하게 받아들이려는 주민과 감정을 받아야한다며 복제품과 바꾼 사이, 만간지는 불상의 무언가 빠져나간 듯한 착각을 받기도하고 문이 잠기는 등의 미스터리한 일을 겪는다. 하지만 이 사건 또한 감정을 위해 바꿔치기한 나가쓰카 씨는 범죄로 인해 마을을 떠나야하는데. 

전체적으로 마을을 살리기 위한 프로젝트를 위한 일이었다지만지원금을 주던 정부는 왜 마을을 되살려야 하는지 진짜 목적이 없었던 것은 아닌가 생각도 든다. 
인프라에 익숙한 사람들이 과연 시골에서 지원금으로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 위함만이었다면 현실도피는 아니었을지. 개인주의로 사회적집단인 마을 형성이 될 수 없는 결과가 처음부터 였을지도. 

소설은 “날숨도 얼어붙을 듯한 새벽. 올해로 100세인 노인 여성이 숨을 거뒀다.“ 로 시작해서 미스터리처럼 보일 수 있으나 다 읽고 난 후 지금 느끼는 것은 그냥 사람들이 다 떠난 텅빈 마을. 그리고 그런 마을을 정치적목적으로 이용하려는 자들의 범죄물같기도 했다. 

마지막 반전은 모든 사건이 결국 타인의 불행따윈 안중에도 없는 인간의 이기심때문에 벌어진 일이었다는 것은 현실이야기. 

#I의비극 #요네자와호노부 #문승준 #내친구의서재 #일본소설 #미스터리소설 #장편소설 #신간도서 #독서 #서평 

"날숨도 얼어붙을 듯한 새벽. 올해로 100세인 노인 여성이 숨을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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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역사
니콜 크라우스 지음, 민은영 옮김 / 문학동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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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역사』


니콜 크라우스 장편소설

민은영 옮김

문학동네 출판




늙은 열쇠공 레오 거스키 앞에 죽은 친구 브루노가 다시 나타난다. 글쓰기를 좋아해서 이제서야 나이 먹고 쓰는 글은 옛날 소년과 소녀의 이야기. 과거에도 폴란드 한마을에 사는 소녀를 향한 소설을 썼으나 독일군을 피해 망명하다 소녀도 원고도 잃었다. 소녀의 이름은 앨마.


🔖 내 부고가 쓰일 때. 내일. 혹은 그 다음날. 거기에는 이렇게 적힐 것이다. 레오 거스키는 허섭스레기로 가득찬 아파트를 남기고 죽었다. P9 


🔖 무슨 일이 일어나기를 기다렸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모든 것을 날려가는 바람이 불지도 않았다. 심장마비도 없었다. 문간에 서 있는 천사도 없었다. P55 


레오 거스키는 죽기를 기다리는 건지. 자신이 죽는 모습과 죽었을 때 주변 분위기 배경을 상상한다. 


다음 화자. 브루클린에 사는 열네 살 소녀 앨마 싱어. 

아빠가 돌아가신 후 사랑의 역시 번역일을 하는 엄마 ‘샬럿 싱어’가 번역하는 책  <사랑의 역사> 책 속에도 엘마 여자가 등장한다. 


레오 거스키는 헤어졌던 소녀 앨마가 자신의 아들인 아이삭을 낳았지만 서로 소식을 알지못한 채  만나지 못하고 죽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래서일까 사진을 찍어도 자신의 모습이 나오지 않다 조금씩 얼굴이 나타났다며 본인의 존재를 부정하는 듯한 행동도 한다. 모두가 알지 못하는 관계이지만 자신의 아들의 장례식 참가를 위해 양복을 맞추러 가는 행동은 처음이자 마지막 인사를 하는 듯 단정하게 예의를 갖춘다.  (나는 세상이 날 맞을 준비를 못했다고 생각하고 싶지만, 어쩌면 내가 세상을 맞을 준비를 못했다는 게 진실일 것이다. 나는 인생의 현장에 항상 너무 늦게 도착했다. P130) 늘 후회로 가득한 마음을 늘 품고 사는 듯한 레오 거스키. 


🔖이브가 사과를 먹은 것은 세상에 수많은 그로첸스키들이 존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었다고 누군가 말했다면, 나는 그 말을 믿었을 것이다. P128 


🔖남자는 죽음을 위해서가 아니라 삶을 위해 양복을 사야 한다. 그것이 그로첸스키의 유령이 내게 하는 말 아니었을까? P128


🔖 삶을 위해 의자가 부딪히고 빙글빙글 돌다가 쓰러지면 일어나 다시 춤을 추었다. 새벽빛이 밝아와 바닥에 엎어진 나를 비출 때까지, 죽음이 너무나 가까이 와 있어 그것에 침을 뱉고 이렇게 속삭일 수 있도록. 르하임* P130

(*’삶을 위하여‘라는 뜻의 히브리어로, 주로 술자리 건배사로 쓰인다.)


🔖 아무리 긴 끈이라 해도 말해져야 하는 것들을 말하기에 충분히 길지 않을 때가 있다. 그럴 때 끈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어떤 형태의 끈이든, 사람의 침묵을 전달하는 것이다. P172


그리고 세번째 화자. 칠레에 살다가 죽은 레오 거스키의 친구 즈비 리트비노프. 

레오 부탁으로 <사랑의 역사>를 보관하던 즈비는 친구의 글을 읽고 감동해서 스페인어로 번역해 자기 이름으로 출간하고, 칠레 여행 중 우연히 이 책을 발견한 앨마 아버지 ‘다비드 싱어’는 자기 딸 이름을 그 책 속 주인공 이름인 앨마로 짓는다. 

리트비노프가 자신의 출신지를 알리는 몇 안되는 단서들이 있는데 책의 다른 이름은 모두 스페인어이고  ‘메러민스키 앨마’는 폴란드 이름이다. (그래서 제이컵 마커스는 아이삭인가..)


🔖넌 지금껏 속수무책으로 무너져내렸고, 부서진 조각들도 모두 잃어버려서 줄 것이 하나도 남지 않았어. 그걸 영원히 숨길 순 없을 거야. 머지않아 그녀가 진실을 알아차릴 테니까, 너는 껍데기만 남은 사람이라는 걸, 그녀는 널 톡톡 두려려보기만 해도 네 안이 텅 빈 것을 알게 될 거야. P242 즈비 리트비노프가 자책하는 듯한 글.


🔖 

아무 생각도 하지 않는 때가 있었고, 내 인생에 대해 생각한 때도 있었다. 최소한 삶을 꾸리기는 했다. 어떤 종류의 삶? 그냥 삶. 나는 살았다. 쉽지는 않았다. 그렇긴 하지만. 절대로 견딜 수 없는 것이란 거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P340


읽기가 집중이 잘 안된다고 생각했던 게 3명의 인물이 화자라는 것을 중반이 지나서 알게되어서 그런 것 같다. 도대체 무슨 이야기인지 이름을 적어가며 읽을 정도 ㅠㅠ 다 읽고 마지막에와서 레오 거스키와 앨마가 만나며 이해는 되었지만. 몇 번이고 책을 덮다가 다들 마지막에 퍼즐처럼 맞춰진다는 말에 오기로 끝까지 읽은 책. 그래서 인지 나는 억지 감동도 결국 다 놓쳐버린 소설 같아 아쉬웠다. (나중에 시간이 지난 후 다시 읽어보기로ㅜㅜ)


#사랑의역사 #니콜크라우스 #장편소설 #민은영 #문학동네 #북클럽문학동네 #독파챌린지 #독파 #서평 


내 부고가 쓰일 때. 내일. 혹은 그 다음날. 거기에는 이렇게 적힐 것이다. 레오 거스키는 허섭스레기로 가득찬 아파트를 남기고 죽었다. - P9

무슨 일이 일어나기를 기다렸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모든 것을 날려가는 바람이 불지도 않았다. 심장마비도 없었다. 문간에 서 있는 천사도 없었다. - P55

나는 세상이 날 맞을 준비를 못했다고 생각하고 싶지만, 어쩌면 내가 세상을 맞을 준비를 못했다는 게 진실일 것이다. 나는 인생의 현장에 항상 너무 늦게 도착했다. - P130

이브가 사과를 먹은 것은 세상에 수많은 그로첸스키들이 존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었다고 누군가 말했다면, 나는 그 말을 믿었을 것이다. - P128

남자는 죽음을 위해서가 아니라 삶을 위해 양복을 사야 한다. 그것이 그로첸스키의 유령이 내게 하는 말 아니었을까? - P128

삶을 위해 의자가 부딪히고 빙글빙글 돌다가 쓰러지면 일어나 다시 춤을 추었다. 새벽빛이 밝아와 바닥에 엎어진 나를 비출 때까지, 죽음이 너무나 가까이 와 있어 그것에 침을 뱉고 이렇게 속삭일 수 있도록. 르하임* P130

(*’삶을 위하여‘라는 뜻의 히브리어로, 주로 술자리 건배사로 쓰인다.) - P130

아무리 긴 끈이라 해도 말해져야 하는 것들을 말하기에 충분히 길지 않을 때가 있다. 그럴 때 끈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어떤 형태의 끈이든, 사람의 침묵을 전달하는 것이다. - P1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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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상사 악령 퇴치부
이사구 지음 / 황금가지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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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상사 악령 퇴치부』


이사구 연작소설집

황금가지 출판



단지 옆집 남자의 소음으로 쓰게 된 부적이 무시무시한 귀신을 쫓게 되는 것으로 이야기는 시작한다. 유투브 무당언니가 알려준 비법의 부적이 연인을 헤어지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무시무시한 결과를 낳게 한 것. 오싹하다. 


본인 업무 떠맡기고, 잘되면 공적 가로채고, 업무시간 퍼질러자는 팀장의 이야기, 업무도 못하면서 관리도 못하는 최악 중의 최악 상사가 어느 날 갑자기 변한다. 이것부터 흥미로웠다. 진짜 회사의 상사들도 변했음좋겠다는 바램때문일까. 


무당언니가 사장이고 절대 가지 말라는 5인 미만 사업장의 직원으로 일을 하게 된다. 새로운 악귀를 찾기 위해 위장을 하는데 타코야끼차를 중고로 사서 잠복한다. 아니 장사를 ㅎㅎ

하필이면 오라는 악귀가 아니라 김하용 대리를 외치는 한 팀장을 만나고 5000원어치 타코야끼만 팔면 될 것을 회사에서 나와서도 이 시대 젊은 청년이라는 응원 문자를 받는다. 

여기서부터는 오싹과 유머가 섞여서 나오니 더 정신 못차리게 속도감 붙어 읽게 되었다. 


억울하게 무당언니는 가해자가 되는 상황이되며 하용은 짤리고 하필 이때 옆집여자 백화 여자의 협박에 못이겨 일하게 되는데.. 

소설을 다 읽고 이 모든 게 허무맹랑한 이야기같다는 생각이 든다. 어쨌든 허구인 소설이고 재미있음 되는 것이지만 주인공 하용이 겪는 일은 마냥 현실과 동떨어졌다고도 볼 수 없듯 고민들을 해결해주는 무당언니의 통쾌함이 가장 좋았던 것일 수도. 


🔖 그런 순간이 있다. 이제껏 잘해 오던 업무가 부질없이 느껴지고, 안정감을 주는 반복적인 일상이 목을 조이는 압박감으로 변모하는 순간. 닭장같이 비좁은 현재에서 머리를 빼내어 아득히 뻗어 있는 미래를 바라보게 되는 순간 말이다. 그 시점이 내겐, 지금일지도 몰랐다. 


🔖퍼즐 조각이 한번에 맞춰지는 듯했다. 내가 무슨 일을 했는지, 누구를 지키고 다시 죽게 했는지가 선명하게 인식되었다. P31


#직장상사악령퇴치부 #이사구 #연작소설집 #드라마 #미스터리소설 #소설 #신간도서 #황금가지 #서평

그런 순간이 있다. 이제껏 잘해 오던 업무가 부질없이 느껴지고, 안정감을 주는 반복적인 일상이 목을 조이는 압박감으로 변모하는 순간. 닭장같이 비좁은 현재에서 머리를 빼내어 아득히 뻗어 있는 미래를 바라보게 되는 순간 말이다. 그 시점이 내겐, 지금일지도 몰랐다.

퍼즐 조각이 한번에 맞춰지는 듯했다. 내가 무슨 일을 했는지, 누구를 지키고 다시 죽게 했는지가 선명하게 인식되었다. - P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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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는 사람
박연준 지음 / 난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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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는 사람』

박연준

난다



 <여름과 루비> 작가님으로 소설에서 루비가 뒤라스 소설을 읽는 장면과 이 책에서 친구와 읽고 괜히 부끄러워져 소리질렀다는 문장에서 작가님의 자신의 이야기였다 걸 알게됐다. 크.. 책을 읽고 감명받는 것보다 왜 이런 발견이 더 즐거운 건지 ㅎㅎ


어떤 책을 읽어어할 지 모르겠을 때 책을 추천받을 수도 있고 <듣는 사람> 제목처럼 책, 작가, 간략한 내용과 느낀 것에 대해 정보를 얻게 되어 좋았다. 

이 책을 대표하는 문장같아서 꼽아본다. 깨달음은 들은 사람의 몫이라는 걸 알려준 작가님.


🔖 만약 꾸준히 독서하는 사람이 조금이라도 현명하다면 그 이유는 ‘침묵 속 경청’에 있을 것이다. 독서는 남의 말을 듣는 행위고 듣기는 침묵이란 의자에 앉아 있는 일이다. 타인의 생각 속에서 기다리고 머무는 일이다. 혼자 책 읽는 사람을 보라. 침묵에 둘러싸여 얼마나 아름다운지! P112



01 <무서록> 이태준, 범우사,1993

쓰는 사람이 넘쳐나는 세상이지만 ‘멋’이나 ‘체’없이 기품이 있는 책. 고전에서 무언가를 배우려는 것보다 느껴보는 것을 먼저 해보라고 한다. 


가을꽃들은 아지랑이와 새소리를 모른다. 

찬 달빛과 늙은 벌레 소리에 피고 지는 것이 그들의 슬픔이요. 또한 명예다(무서록P39)


음악의 시작이 그렇듯이 글의 시작은 중요하다. 허공을 가르고 ‘새로운 생각’이 태어나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P22


02 <호밀밭의 파수꾼> J.D. 샐린저, 민음사, 2001

책을 읽고 싶게 만들었다. 나도 내가 쓸모없게 느껴지기도 좌충우돌이 전부인 시기를 지나고 있는 것 같아서. 읽으면 나를 바라볼 수 있을 것 같아서. 


05 <봉별기> 이상 소설 전집, 이상, 민음사, 2012

금홍이와의 만남과 이별. 이별하는 자리에서 한곡조 뽑다니. 금홍이라는 인물이 얼마나 매력인지. 화자는 속이 문드러지겠지만. 


“속아도 꿈결 속여도 꿈결 굽이굽이 뜨내기 세상 그늘진 심장에 불 질러버려라 운운云云”(127쪽) 당신이 나를 속여도 내가 당신을 속여도 꿈결이라니……. 속절없다. 


좋은 소설은 겪지 못한 인생을 '살아보게'한다. 다 읽은 후 고치처럼 몸을 말고 웅크리게 만든다. 마치 상처받은 것 처럼. 이야기가 몸에 상처를 내고 들어와 나를 재구성하는 과정이랄까. 어떤 이야기는 읽기 전으로는 결코 돌아갈 수 없게 만든다. P49


08 <헬렌 니어링의 소박한 밥상> 헬렌 니어링, 디자인 하우스, 2018

먹는 음식의 중요함. 어떤 음식을 먹느냐에 따라 삶의 방향을, 죽음의 질을 결정한다는 말. 

건강뿐만 아니라 음식으로 내 경제적 위치를 가늠할 수 있고, 내 몸의 중심을 잡아준다는 것에 공감된다. 행복은 항상 매일 가까이 느낄 수 있는 법인데 요리책 하나로도 즐거움을 얻을 수 있다면 책을 보는 재미를 더해주는 법이지. 


09 <사양> 다자이 오사무, 민음사, 2018

다자이 오자무 작가의 일생은 어두웠지만 소설 속 인물에서 희망을 그리고 있었다. 

왠지 정이가는 마음이 가는 작가. 고독한 인생을 소설 인물에서 질문하고 그려내던 다자이 오자무는 왜 그토록 자살을 바랬고 결국 성공까지했을까. (시대적 배경이 만들어낸 비극적 작가는 아니었을지)

화가 칸딘스키는 예술 작품을 두고 "영혼이 거칠어지는 것을 막아주며, 마치 소리굽쇠로 악기의 현을 조율하듯 영혼의 음조音調를 맞추어준다"고 했다. 만약 우리 영혼이 세상을 부유하는 음표라면, 어둡고 깊은 영역까지 헤엄쳐본 음표가 더 우아한 삶을 살 수 있을지 모른다. 다자이 오자무의 소설을 읽는 일은 우리가 내려가지 못한 영역까지 영혼의 음표들을 내려갔다 돌아오게 하는 일과 비슷하다. P74


10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 안톤 슈닉  문예출판사. 2017

그 작가의 글이 좋다면 인생의 오점도 그를 안타깝게 바라보고 슬프게 하는 것들로 바라보아야 한다지만. 문학과 작가가 별개로 보이지 않았다. 백퍼센트 가공물에도 자신의 생각과 마음을 녹여만든 문장들을 담는 책이지만 과연 잘못이 실수였다고 말할 수 있을런지. 그냥 그 자체로 실수를 한 작가가 정말 슬프다. 


24 <일방통행료> 발터 벤야민. 길. 2007

아이디어가 필요할 때 찾아 읽는 책. 

엘피판에서 느끼는 음악의 그 시대 정서와 문화를 벤야민의 글에서도 암울한 시대상, 내면의 두려움, 시적 몽상, 이야기릉 꺼낼 때의 열기, 천재성, 향수, 멜랑콜리를 느낄 수 있다고 말한다. 주관적일 수 있겠지만 이렇게 좋았다는 글을 보면 어렵더라도 읽으며 나도 다르게 보는 눈을 경험해보고 싶다. 


쓰는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다르게 보는 눈’이다. 사실 그게 다다. 벤야민에겐 ‘다른 눈’이 있었다. 중얼거림과 선언, 비밀과 발설을 넘나드는 발화 방식은 그 눈를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준다. P164


25 <여름의 책>. 토베 얀손. 민음사. 2019

왠지 책보다 작가의 해석이 다한 것 같은 부분. 

나도 할머니와 함께 자라서인지 무척 공감이 되고 내 어릴적, 지금의 아이들 생각도 함께 떠오른 글. 🩷


할머니의 노화와 엄마의 부재가 소피아를 그늘지게 만들지 않는다. 조부모와 자란 아이들은 죽름이 삶의 일부라는 것을 무의식적으로 안다. 불안이 행복의 이면에 있음을 안다. P170


<여름의 책>은 시작부터 끝까지 환하다. 슬픔은 있어도 청승은 없다. 아무것도 숨기지 않지만 무엇도 함부로 드러내지 않는다. 슬픔도 기쁨도 이야기 사이에 풀잎처럼 껴 있다. 그것을 발견하는 일은 오롯이 독자의 몫이다. P171


27 시는 내가 홀로 있는 방식. 페르난두 페소아. 민음사 2018

흔히 시인을 견자見者 라 한다. 보는 사람. 정확히는 다르게 보는 사람. 눈으로 세상을 압인하여 언어로 재창조하는 사람. 페소아는 자신이 본 것을 바탕으로 세상을 믿는다고 쓴다. 세상이 생각하라고 만들어진 게 아니듯 시 또한 이해를 위한 장르가 아니다. 보고 받아들이면 충분한 예술이다. 우리가 나무나 구름, 장미를 받아들이고 좋아하듯이. P182



#듣는사람 #박연준 #난다 #읽을만한책 #추천도서 #교양 #책추천 #독서 #서평


만약 꾸준히 독서하는 사람이 조금이라도 현명하다면 그 이유는 ‘침묵 속 경청’에 있을 것이다. 독서는 남의 말을 듣는 행위고 듣기는 침묵이란 의자에 앉아 있는 일이다. 타인의 생각 속에서 기다리고 머무는 일이다. 혼자 책 읽는 사람을 보라. 침묵에 둘러싸여 얼마나 아름다운지! - P112

가을꽃들은 아지랑이와 새소리를 모른다.

찬 달빛과 늙은 벌레 소리에 피고 지는 것이 그들의 슬픔이요. 또한 명예다(무서록P39)



음악의 시작이 그렇듯이 글의 시작은 중요하다. 허공을 가르고 ‘새로운 생각’이 태어나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 P22

"속아도 꿈결 속여도 꿈결 굽이굽이 뜨내기 세상 그늘진 심장에 불 질러버려라 운운云云"(127쪽) 당신이 나를 속여도 내가 당신을 속여도 꿈결이라니……. 속절없다.



좋은 소설은 겪지 못한 인생을 ‘살아보게‘한다. 다 읽은 후 고치처럼 몸을 말고 웅크리게 만든다. 마치 상처받은 것 처럼. 이야기가 몸에 상처를 내고 들어와 나를 재구성하는 과정이랄까. 어떤 이야기는 읽기 전으로는 결코 돌아갈 수 없게 만든다. P49 - P49

화가 칸딘스키는 예술 작품을 두고 "영혼이 거칠어지는 것을 막아주며, 마치 소리굽쇠로 악기의 현을 조율하듯 영혼의 음조音調를 맞추어준다"고 했다. 만약 우리 영혼이 세상을 부유하는 음표라면, 어둡고 깊은 영역까지 헤엄쳐본 음표가 더 우아한 삶을 살 수 있을지 모른다. 다자이 오자무의 소설을 읽는 일은 우리가 내려가지 못한 영역까지 영혼의 음표들을 내려갔다 돌아오게 하는 일과 비슷하다. - P74

쓰는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다르게 보는 눈’이다. 사실 그게 다다. 벤야민에겐 ‘다른 눈’이 있었다. 중얼거림과 선언, 비밀과 발설을 넘나드는 발화 방식은 그 눈를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준다. - P164

흔히 시인을 견자見者 라 한다. 보는 사람. 정확히는 다르게 보는 사람. 눈으로 세상을 압인하여 언어로 재창조하는 사람. 페소아는 자신이 본 것을 바탕으로 세상을 믿는다고 쓴다. 세상이 생각하라고 만들어진 게 아니듯 시 또한 이해를 위한 장르가 아니다. 보고 받아들이면 충분한 예술이다. 우리가 나무나 구름, 장미를 받아들이고 좋아하듯이. - P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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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잉 홈
문지혁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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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잉 홈』


문지혁 소설집

문학과 지성사






짧은 단편들이다. 주인공들은 모두 고향을 떠나 외국이라는 낯선 곳에 외계행성도 아닌데 언어도 생김새도 달라 적응이 힘들다. 

(책에 집중이 안되었나 눈에 보이는 것은 아이패드. 아이폰. 구글. 에어팟이라는 단어뿐. 이 와중에 작가님 애플 덕후. 나도 애플 덕후라는 점이 무척 반가움. ㅎㅎ)


외국생활. 말도 통하지 않는 곳에서 교회를 다니며 종교에 의지해보기도 하고 같은 나라, 민족으로 서로가 도우며 뿌리를 내려보고자 노력한다. 한국인 유학생들의 이야기들이 대부분인데 더 나은 삶을 위해 택한 미국의 삶은 미래에 대한 불안과 확실하지 않은 성장에 대한 자괴감과 어떻게 해서든 벗어나려는 열등감들이 뒤섞여 읽는 내내 안개 낀 곳에 있는 듯 답답했다. 

출구가 보이지 않는 혼란 속에 있는 인물들.

나도 책을 읽는 시기 답답했던 걸까. 여기서 살아나갈 수 있을까 되묻게 되었던 소설. 


📚<에어 메이드 바이오그래피>


호철. 장인어른의 위독 소식을 듣고 한국으로 비행기를 타고 가는 동안의 글. 호철은 고생하며 미국에 정착했지만 아내가 죽고 한국으로 돌아가길 원한다. 아내 조이는 반대하지만 결국 아빠가 갈 것이라는 걸 알기 때문일까. 한국에 가서 병을 얻은 아빠지만 곁에 남기를 선택한다. 


📚<고잉 홈>


여자와 현. 차를 태워주는데 500달러나 주는 실험테스트에 참가하게 되고, AI 소설을 쓰기 위해 현은 자신의 이야기를 차에서 하기 시작한다.


“이게 다 진짜인가요?“

”진짜가 아니면 뭔가요?“

”아까 꿈을 꿨어요.“ P46


📚<핑크 팰리스 러브>


13층 호텔. 아내와 결혼기념일 떠난 호텔에서 전 여자친구인 김서윤을 만난다. 과거의 자신도 모르는 사이 일어난 일로 후회라는 단어를 생각할 틈도 없이 마법처럼 빠져든다. 여행지와 낯선 곳에서 그곳의 유령처럼 내 기억을 갖고 장난치듯이. 

과거 연인을 잊지 못한 채 부부의 연을 맺고 행복을 꿈꾸지만 정작 무엇을 위해 노력하는지 생각하는 그 시기 어느 쯔음. 

홀린 두 부부의 이야기. 


내가 뮤지엄에서 저 그림을 보고 좋다고 느낀 것은, 실은 그저 내가 저것을 무의식중에 먼저 보았기 때문이 아닐까? 나는 모르고 있었지만, 저 그림의 이미지는 이미 내 무의식 저 깊은 곳으로 들어가 이후 나의 모든 판단과 평가와 행동에 영향을 주고 있었던 것일까? P84


📚<크리스마스 캐러셀>


에밀리. 입양된 조카는 패밀리 수어 사이드의 생존자. 그 때의 기억을 떠올려보고 싶었던 걸까. 지금의 감사함도 좋지만 잠시 홀로 벗어나 지금 가족을 바라보고 싶었나. 슬픔을 미소로 둔갑시켜 서로가 서로에게 진짜 가족이 되어가는 방법을 배우는 가족들의 모습. 


“그 엄마는 날 살려준 거야.”

진짜 엄마는 누구고 가짜 엄마는 누구냐고, 그래사 그들은 어디로 갔고 어떻게 되었는지 아느냐고 묻고 싶었지만, 에밀리의 얼굴을 보고 있으니 그럴 수가 없었다. 이 아이는 무얼 확인하고 싶었던 걸까? P126


📚<골드 브라스 세탁소>


뉴욕타임즈 기사가 되고팠던 영은 수의 바지에 김치찌개를 쏟으며 골드 브라스 세탁소에 바지를 세탁 의뢰하고 수에게 돌려주며 인연이 이어진다. 영은 저널리즘 전공 유학생. 

바람둥이 수에게 속았다는 느낌. 

한인세탁소 주인을 인터뷰하기 위해 가까이 다가가고 덕분에 점수도 잘 받는다. 그래서 일까 행패 부리는 사람들이 가고 부서진 가게 간판 앞에서 떨어져 나간 글자로 세탁소 주인과 영은 같은 생각을 하는 듯 하다. GOD BLESS. 


구글맵을 켜고 휴대폰의 가상 세계와 눈앞의 현실 세계를 오락가락하다가 마침내 저 멀리서 조그맣게 빛나는 오늘의 목적지를 찾았을 때, 영은 안도하기보다는 조금 쓸쓸해졌다. 그녀는 수가 기다리는 반지하의 타이 음식점으로 들어가 음식을 시킨 다음에야 그 이유를 깨달았는데, 그건 오늘의 시행착오가 자신의 모습 같았기 때문이다. 나는 가로세로 반듯한 길에서조차 길을 잃어버리는 사람이구나. P141


저거 다 즉흥연주인 거 아시죠? 그래서 재즈는 악보가 없다는 거. 절대로 똑같은 연주라는 게 존재할 수가 없는 거죠. 임프로비제이션. 훌륭한 메타포예요. 우리 인생처럼요. P151


📚 <뷰잉>


좀 더 가까이 다가가지 못했고 미숙했던 자신이었던 시절의 만났던 맹 선생님과의 기억. 바비. 햄버거를 보며 그 때를 떠올리듯 쓴 소설. 

미국에서 교회를 통해 맹선생님의 추천으로 한국어 교사를 했지만 편부모 ADHD 아이를 제대로 케어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질책을 받고 안그래도 어려운데 더 쪼그라들어버린 마음으로 도망치듯 귀국한다.


살면서 우리가 하는 어떤 행동들에는 큰 이유가 없는 경우가 많잖아요. 아마 그래서 실제로 일어난 일들을 글로 써놓으면 말도 안 되는 이야기처럼 느껴지는지 모르겠어요. P164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어요. 하지만 이유가 없는 일도 있지 않겠습니까. 어떤 관계도 아닌 관계가 존재하는 것처럼요. P190


📚 <나이트호크스>


미국 유학중인 가난한 부부의 불안한 관계. 

아내가 깨진 접시에 손목을 다쳐 병원을 가려다 의료보험이 없다는 것 때문에 약국으로 향한다. 결국 병원에서 치료를 받으며 비용의 부담을 갖고 돌아오다 다이닝 식당에 들러 나이트호크스 그림을 본다. 아내가 말하는 유명작가 그림과 비싼 내 카메라로 찍은 작품의 거리만큼 서로의 이해가 멀다. 


📚 <뜰 안의 볕>


늘봄. 신학공부를 했지만 내가 진짜 원하는 게 맞는지 답을 찾지 못한채 미국. 중국. 동유럽. 유대인 등의 다양한 마을 사람들의 정원을 지키는 모임에 참석한다. 반딧불이 빛을 내는 모습에 아빠가 지어준 이름은 항상 봄이 아닌 영원한 봄이라는 생각을 한다. 


누구에게나 그림자가 있다. 밤이 모든 계절에 공평하듯이. 여름이 와도 바뀌지 않는 게 있을 것이다. P254


📚<우리들의 파이널 컷>


방향은 있지만 지향이 없는 상태. 여자는 어딘가를 바라보고 있었지만 동시에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곳을 바라보고 있는 사람 같았다.


#고잉홈 #문지혁 #소설집 #단편소설 #문학과지성사 #신간도서 #서평

"이게 다 진짜인가요?"

"진짜가 아니면 뭔가요?"

"아까 꿈을 꿨어요." - P46

내가 뮤지엄에서 저 그림을 보고 좋다고 느낀 것은, 실은 그저 내가 저것을 무의식중에 먼저 보았기 때문이 아닐까? 나는 모르고 있었지만, 저 그림의 이미지는 이미 내 무의식 저 깊은 곳으로 들어가 이후 나의 모든 판단과 평가와 행동에 영향을 주고 있었던 것일까? - P84

"그 엄마는 날 살려준 거야."

진짜 엄마는 누구고 가짜 엄마는 누구냐고, 그래사 그들은 어디로 갔고 어떻게 되었는지 아느냐고 묻고 싶었지만, 에밀리의 얼굴을 보고 있으니 그럴 수가 없었다. 이 아이는 무얼 확인하고 싶었던 걸까? - P126

구글맵을 켜고 휴대폰의 가상 세계와 눈앞의 현실 세계를 오락가락하다가 마침내 저 멀리서 조그맣게 빛나는 오늘의 목적지를 찾았을 때, 영은 안도하기보다는 조금 쓸쓸해졌다. 그녀는 수가 기다리는 반지하의 타이 음식점으로 들어가 음식을 시킨 다음에야 그 이유를 깨달았는데, 그건 오늘의 시행착오가 자신의 모습 같았기 때문이다. 나는 가로세로 반듯한 길에서조차 길을 잃어버리는 사람이구나. - P141

저거 다 즉흥연주인 거 아시죠? 그래서 재즈는 악보가 없다는 거. 절대로 똑같은 연주라는 게 존재할 수가 없는 거죠. 임프로비제이션. 훌륭한 메타포예요. 우리 인생처럼요. - P151

살면서 우리가 하는 어떤 행동들에는 큰 이유가 없는 경우가 많잖아요. 아마 그래서 실제로 일어난 일들을 글로 써놓으면 말도 안 되는 이야기처럼 느껴지는지 모르겠어요 - P164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어요. 하지만 이유가 없는 일도 있지 않겠습니까. 어떤 관계도 아닌 관계가 존재하는 것처럼요. - P190

누구에게나 그림자가 있다. 밤이 모든 계절에 공평하듯이. 여름이 와도 바뀌지 않는 게 있을 것이다. - P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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