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잉 홈
문지혁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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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잉 홈』


문지혁 소설집

문학과 지성사






짧은 단편들이다. 주인공들은 모두 고향을 떠나 외국이라는 낯선 곳에 외계행성도 아닌데 언어도 생김새도 달라 적응이 힘들다. 

(책에 집중이 안되었나 눈에 보이는 것은 아이패드. 아이폰. 구글. 에어팟이라는 단어뿐. 이 와중에 작가님 애플 덕후. 나도 애플 덕후라는 점이 무척 반가움. ㅎㅎ)


외국생활. 말도 통하지 않는 곳에서 교회를 다니며 종교에 의지해보기도 하고 같은 나라, 민족으로 서로가 도우며 뿌리를 내려보고자 노력한다. 한국인 유학생들의 이야기들이 대부분인데 더 나은 삶을 위해 택한 미국의 삶은 미래에 대한 불안과 확실하지 않은 성장에 대한 자괴감과 어떻게 해서든 벗어나려는 열등감들이 뒤섞여 읽는 내내 안개 낀 곳에 있는 듯 답답했다. 

출구가 보이지 않는 혼란 속에 있는 인물들.

나도 책을 읽는 시기 답답했던 걸까. 여기서 살아나갈 수 있을까 되묻게 되었던 소설. 


📚<에어 메이드 바이오그래피>


호철. 장인어른의 위독 소식을 듣고 한국으로 비행기를 타고 가는 동안의 글. 호철은 고생하며 미국에 정착했지만 아내가 죽고 한국으로 돌아가길 원한다. 아내 조이는 반대하지만 결국 아빠가 갈 것이라는 걸 알기 때문일까. 한국에 가서 병을 얻은 아빠지만 곁에 남기를 선택한다. 


📚<고잉 홈>


여자와 현. 차를 태워주는데 500달러나 주는 실험테스트에 참가하게 되고, AI 소설을 쓰기 위해 현은 자신의 이야기를 차에서 하기 시작한다.


“이게 다 진짜인가요?“

”진짜가 아니면 뭔가요?“

”아까 꿈을 꿨어요.“ P46


📚<핑크 팰리스 러브>


13층 호텔. 아내와 결혼기념일 떠난 호텔에서 전 여자친구인 김서윤을 만난다. 과거의 자신도 모르는 사이 일어난 일로 후회라는 단어를 생각할 틈도 없이 마법처럼 빠져든다. 여행지와 낯선 곳에서 그곳의 유령처럼 내 기억을 갖고 장난치듯이. 

과거 연인을 잊지 못한 채 부부의 연을 맺고 행복을 꿈꾸지만 정작 무엇을 위해 노력하는지 생각하는 그 시기 어느 쯔음. 

홀린 두 부부의 이야기. 


내가 뮤지엄에서 저 그림을 보고 좋다고 느낀 것은, 실은 그저 내가 저것을 무의식중에 먼저 보았기 때문이 아닐까? 나는 모르고 있었지만, 저 그림의 이미지는 이미 내 무의식 저 깊은 곳으로 들어가 이후 나의 모든 판단과 평가와 행동에 영향을 주고 있었던 것일까? P84


📚<크리스마스 캐러셀>


에밀리. 입양된 조카는 패밀리 수어 사이드의 생존자. 그 때의 기억을 떠올려보고 싶었던 걸까. 지금의 감사함도 좋지만 잠시 홀로 벗어나 지금 가족을 바라보고 싶었나. 슬픔을 미소로 둔갑시켜 서로가 서로에게 진짜 가족이 되어가는 방법을 배우는 가족들의 모습. 


“그 엄마는 날 살려준 거야.”

진짜 엄마는 누구고 가짜 엄마는 누구냐고, 그래사 그들은 어디로 갔고 어떻게 되었는지 아느냐고 묻고 싶었지만, 에밀리의 얼굴을 보고 있으니 그럴 수가 없었다. 이 아이는 무얼 확인하고 싶었던 걸까? P126


📚<골드 브라스 세탁소>


뉴욕타임즈 기사가 되고팠던 영은 수의 바지에 김치찌개를 쏟으며 골드 브라스 세탁소에 바지를 세탁 의뢰하고 수에게 돌려주며 인연이 이어진다. 영은 저널리즘 전공 유학생. 

바람둥이 수에게 속았다는 느낌. 

한인세탁소 주인을 인터뷰하기 위해 가까이 다가가고 덕분에 점수도 잘 받는다. 그래서 일까 행패 부리는 사람들이 가고 부서진 가게 간판 앞에서 떨어져 나간 글자로 세탁소 주인과 영은 같은 생각을 하는 듯 하다. GOD BLESS. 


구글맵을 켜고 휴대폰의 가상 세계와 눈앞의 현실 세계를 오락가락하다가 마침내 저 멀리서 조그맣게 빛나는 오늘의 목적지를 찾았을 때, 영은 안도하기보다는 조금 쓸쓸해졌다. 그녀는 수가 기다리는 반지하의 타이 음식점으로 들어가 음식을 시킨 다음에야 그 이유를 깨달았는데, 그건 오늘의 시행착오가 자신의 모습 같았기 때문이다. 나는 가로세로 반듯한 길에서조차 길을 잃어버리는 사람이구나. P141


저거 다 즉흥연주인 거 아시죠? 그래서 재즈는 악보가 없다는 거. 절대로 똑같은 연주라는 게 존재할 수가 없는 거죠. 임프로비제이션. 훌륭한 메타포예요. 우리 인생처럼요. P151


📚 <뷰잉>


좀 더 가까이 다가가지 못했고 미숙했던 자신이었던 시절의 만났던 맹 선생님과의 기억. 바비. 햄버거를 보며 그 때를 떠올리듯 쓴 소설. 

미국에서 교회를 통해 맹선생님의 추천으로 한국어 교사를 했지만 편부모 ADHD 아이를 제대로 케어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질책을 받고 안그래도 어려운데 더 쪼그라들어버린 마음으로 도망치듯 귀국한다.


살면서 우리가 하는 어떤 행동들에는 큰 이유가 없는 경우가 많잖아요. 아마 그래서 실제로 일어난 일들을 글로 써놓으면 말도 안 되는 이야기처럼 느껴지는지 모르겠어요. P164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어요. 하지만 이유가 없는 일도 있지 않겠습니까. 어떤 관계도 아닌 관계가 존재하는 것처럼요. P190


📚 <나이트호크스>


미국 유학중인 가난한 부부의 불안한 관계. 

아내가 깨진 접시에 손목을 다쳐 병원을 가려다 의료보험이 없다는 것 때문에 약국으로 향한다. 결국 병원에서 치료를 받으며 비용의 부담을 갖고 돌아오다 다이닝 식당에 들러 나이트호크스 그림을 본다. 아내가 말하는 유명작가 그림과 비싼 내 카메라로 찍은 작품의 거리만큼 서로의 이해가 멀다. 


📚 <뜰 안의 볕>


늘봄. 신학공부를 했지만 내가 진짜 원하는 게 맞는지 답을 찾지 못한채 미국. 중국. 동유럽. 유대인 등의 다양한 마을 사람들의 정원을 지키는 모임에 참석한다. 반딧불이 빛을 내는 모습에 아빠가 지어준 이름은 항상 봄이 아닌 영원한 봄이라는 생각을 한다. 


누구에게나 그림자가 있다. 밤이 모든 계절에 공평하듯이. 여름이 와도 바뀌지 않는 게 있을 것이다. P254


📚<우리들의 파이널 컷>


방향은 있지만 지향이 없는 상태. 여자는 어딘가를 바라보고 있었지만 동시에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곳을 바라보고 있는 사람 같았다.


#고잉홈 #문지혁 #소설집 #단편소설 #문학과지성사 #신간도서 #서평

"이게 다 진짜인가요?"

"진짜가 아니면 뭔가요?"

"아까 꿈을 꿨어요." - P46

내가 뮤지엄에서 저 그림을 보고 좋다고 느낀 것은, 실은 그저 내가 저것을 무의식중에 먼저 보았기 때문이 아닐까? 나는 모르고 있었지만, 저 그림의 이미지는 이미 내 무의식 저 깊은 곳으로 들어가 이후 나의 모든 판단과 평가와 행동에 영향을 주고 있었던 것일까? - P84

"그 엄마는 날 살려준 거야."

진짜 엄마는 누구고 가짜 엄마는 누구냐고, 그래사 그들은 어디로 갔고 어떻게 되었는지 아느냐고 묻고 싶었지만, 에밀리의 얼굴을 보고 있으니 그럴 수가 없었다. 이 아이는 무얼 확인하고 싶었던 걸까? - P126

구글맵을 켜고 휴대폰의 가상 세계와 눈앞의 현실 세계를 오락가락하다가 마침내 저 멀리서 조그맣게 빛나는 오늘의 목적지를 찾았을 때, 영은 안도하기보다는 조금 쓸쓸해졌다. 그녀는 수가 기다리는 반지하의 타이 음식점으로 들어가 음식을 시킨 다음에야 그 이유를 깨달았는데, 그건 오늘의 시행착오가 자신의 모습 같았기 때문이다. 나는 가로세로 반듯한 길에서조차 길을 잃어버리는 사람이구나. - P141

저거 다 즉흥연주인 거 아시죠? 그래서 재즈는 악보가 없다는 거. 절대로 똑같은 연주라는 게 존재할 수가 없는 거죠. 임프로비제이션. 훌륭한 메타포예요. 우리 인생처럼요. - P151

살면서 우리가 하는 어떤 행동들에는 큰 이유가 없는 경우가 많잖아요. 아마 그래서 실제로 일어난 일들을 글로 써놓으면 말도 안 되는 이야기처럼 느껴지는지 모르겠어요 - P164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어요. 하지만 이유가 없는 일도 있지 않겠습니까. 어떤 관계도 아닌 관계가 존재하는 것처럼요. - P190

누구에게나 그림자가 있다. 밤이 모든 계절에 공평하듯이. 여름이 와도 바뀌지 않는 게 있을 것이다. - P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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