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철학 한입 더 - 철학자 편
데이비드 에드먼즈 & 나이절 워버턴 지음, 노승영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10월
평점 :
절판
위대한 철학자들이 남긴 핵심사유를
15분의 철학적 대화로 정리하는 책,
열린책들의 철학한입 더 철학자편을 읽었습니다.
☞ 클릭 ☜하면 원문을 볼 수있어요.
원문에는 동영상 및 사진이 첨부되어 있습니다. ^^
확실히 사는 게 강팍해지고
삶의 모토가 흔들릴 때
사람들은 철학적 사유를 하게 되고
그 근간을 찾고자 하는 것 같습니다.
인문학의 위기라는 말이 한참이었는데,
또 스타철학자도 생겨나는 걸 보면 말이에요.
(물론 그에 대해 할 말은 많지만, 그건 다음기회에)
사실 이 책은 후속편이에요.
철학적 주제에 대한 사유, 철학한입이라는 책이 먼저 나왔고,
이어서 철학자편에 대한 이 책이 나왔습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이 책이 처음부터 출판을 기획한 것은 아니고
(사실 그랬을 수도 있긴 합니다만)
인터넷 팟캐스트에 나온 이야기를 정리했다는 것입니다.
이 책의 머릿말을 보고 알게 된 사실인데요,
이 팟캐스트가 처음 개설됐을 때에는
누가 이렇게 난해한 걸 듣느냐는 회의적 반응이 대다수였다고 해요.
그런데 현재 1500만 건이 넘는 다운로드 수를 기록했다고 해요.
이제 저도 그 중 하나가 됐고요. ^^
또 호기심 가득한 저는 냉큼 팟캐스트를 검색!!
필로소피 바이츠를 찾아보았습니다.
최근까지 계속 이어지고 있으니 분명
조만간 후속작이 또 나오겠지요?
이 책의 내용이 마음에 들고 최근 소식이 궁금하다면
팟캐스트를 구독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물론 모두 영어로 진행됩니다.
저는 그냥 책 나오면 읽으려고요. ㅎㅎ
다만 책에 나오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을 수 있고,
왠지 강연을 듣는 것 같은 기분을 느끼고 싶다면
해당 팟캐스트를 들으며 독서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대부분 15분 내외의 짧은 강연으로 이루어져있거든요.
이 책의 첫 장을 장식하는 "가장 좋아하는 철학자" 편을 제외하고 말이죠.
(그 편은 무려 40분에 걸쳐 이어집니다.)
이 책의 프롤로그를 대신하는
가장 좋아하는 철학자에 대한 질문인데요,
아무래도 철학한입더가 철학자에 대한 책이다보니
도입을 이렇게 시작한게 아닌가 싶어요.
철학에 관심만 있고 잘 모르는 독자들은
이 챕터를 통해 많은 철학자들의 이름을
스치듯 접하게 되고,
본격적으로 책을 읽으면서
다시 한 번 떠올릴 수 있으니 말이에요.
대답한 사람이 엄청 많이 나와서
이 대담을 어떻게 진행했을까 궁금했는데,
대담에 나온 사람들에게 즉석 질문을 했던 걸
모은 방송인 것 같아요.
처음엔 팟캐스트를 진행하면서 모은 답인 줄 모르고
분명 이런 대담은 유투브에 있다며 검색했는데
요것 하나 있네요. ^^;;
그러다가 철학한입을 소개하는 동영상도 찾음요.
팟캐스트를 통한 대담이라니 정말 멋진 철학자라는 생각입니다.
뭔가 철학이라고 하면 고지식하게 생각되기 마련인데,
사실 우리가 생각하는 철학자들은 모두 현장에서 함께 했잖아요?
이 책에도 나오는데, 아마 소크라테스가 현재 존재한다면,
팟캐스트에 출연했을 거라는 말씀도 하시더라고요.
공감합니다. 지성은 실천과 함께 할 때 빛나는 것이니 말이에요.
이 책의 저자는 두 분인데 나이젤 워버턴 님과
데이비드 에드먼즈 님이에요.
데이비드 에드먼즈 님 영상은 못찾았지만,
어쨌든 이 책에는 엄청나게 많은 분들이 나옵니다.
정말 많은 분들이 대답해주셨는데,
제가 아는 분이 맞는 지는 모르겠지만
아는 이름도 몇몇 보입니다.
다만, 이 부분에 대해서는
해당 대답을 해주신 분들의 간단한 설명을
각주나 미주 형식으로 넣어주셨으면 어떨까 싶어요.
저서나 연구만이라도 말이죠.
사실 쉽게 들을 수 없는 이름들이니 말이에요.
(본문에 나오는 대담자는 설명이 나옵니다.)
본격적으로 책이 시작하면
소크라테스, 플라토느 아리스토텔레스 등
우리가 흔히 들어본 이름의 철학부터
프랭크 램지, 헨리 시지윅, 루드비히 비트겐슈타인 등
현대 철학가까지 다양하게 대담을 나눕니다.
하나의 주제를 놓고
대담하는 형식인데요,
책의 본문에서 대담자를 소개합니다.
그러나 방송에서의 소개이기 때문에
어느 대학에서 무엇을 가르치는 정도로만
간략하게 소개되는데요,
만약 더 알고 싶다면 책의 뒷장을 보면 됩니다.
책의 뒷편을 보면 대담에 나온 분들의
간단한 약력과 저서, 전공 등을 볼 수 있습니다.
혹시 책과 같은 내용은 언제 방송했을까?
하는 호기심이 들어서 검색을 해봤더니
엔지 홉스가 말하는 플라톤의 에로틱 러브는
지난 2007년 11월 4일에 방송됐네요.
벌써 7년 전 방송이에요.
엔지홉스는 셰필드 대학의 교수로
플라톤의 향연 번역과 주석 작업을 하고 있다는 설명이 있는데
어쩌면 이 작업도 지금은 결과물이 나왔을지도 모르겠어요.
방송을 들으면 내용이 완전히 같진 않지만,
책은 방송을 깔끔하게 정리한 내용이기 때문에
영어공부할 때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은 들었어요.
거의 번역 수준의 문단도 있고, 요약의 문단도 있긴 한데,
간혹 귀에 들리면 괜히 반갑기도 하고 말이죠.
그러나 아무리 15분짜리 강연이라고 해도,
열페이지 안팎의 얼마 안 되는 분량이라고 해도,
책 내용의 밀도가 워낙 높다보니
쉽게 읽히는 책은 아닙니다.
막상 읽으면 한 번에 읽히는데,
책을 덥고 한 참동안 이해해야 하는 책이에요.
분명히 글은 쉬운데 읽고나면 멍해지는 것 있잖아요?
책도 얇고 내용도 쉬워보여서 가볍게 들고다녔다가
다 읽고 나니 책이 완전 만신창이 ㅠㅠ
띠지는 아주 난리가 났습니다. ㅠㅠ
예를 들면 이런 식이에요.
사랑에 대한 여러가지 관점 중에
어떤 입장에 끌리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홉스 교수님은 "낭만주의 전통에서 자랐기 때문에,
고통과 약함과 덧없음을 무릅쓰더라도
아리스토파네스 편에 서겠다"고 대답합니다.
어려운 단어도 없고, 어려운 문장도 없지만,
오롯이 이해하기 위해서 미리 알아야 할 개념이
꽤나 많은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은 철학한입에 불과합니다.
그저 맛을 보는 수준의 책이죠.
이 책으로 맛을 보고 그 맛이 마음에 든다면,
그 이후의 공부는 독자의 몫이라는 말입니다.
그래서 책의 말미에 친절하게도
더 읽으면 좋을 책들의 리스트가 있습니다.
아마 이 대담이 만들어진 이유이기도 하겠지만,
단순히 방송을 듣고 즐기는 것에 머무르지 않고,
더 깊은 사유로 나아가라는 저자들의
어떤 바람이 담겨있는 구성이 아닌가 싶어요. ^^
철학의 맛은 한입으로만 알 수 있는게 아니니 말이죠.
아마도 이 책의 시리즈는 계속될텐데요,
고대철학에서 나아가서 현대에 대한 대담을 할 때
얼마나 날카로운 통찰을 보여줄지 기대도 됩니다만,
그 전에 아무래도 어느 정도의 소양을 쌓아야 할테니
책좀 읽어놔야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아마도 장기 프로젝트가 돼야 할 것 같지만 말이에요)
그런 면에서 이 책의 전신인 철학한입도 한 번
읽어봐야겠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