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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레로 보는 인도 문화 ㅣ 이와나미 시리즈(이와나미문고)
가라시마 노보루 지음, 김진희 옮김, 오무라 쓰구사토 사진, 최광수 감수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0년 1월
평점 :
음식을 이해한다는 것은 한 시대나 혹은 국가의 문화를 이해한다는 뜻이 아닐까? #카레 하나로 이렇게나 많은 이야기를 알 수 있다니! 놀라움의 연속이었던 책, #가라시마노보루 의 #카레로보는인도문화 를 읽었다. 이런 책들은 왜 죄다 일본에서 나오는 걸까? 약간의 질투도! #이와나미서점 에서 출간하는 지식교양서 시리즈의 48번째 책인데, 이 시리즈 책들이 다 내용이 좋은 것 같다.
그 동안은 정말 '저는 인문교양서 입니다'라고 외치는듯한 표지였는데, 이번에는 표지 디자인도 예뻐졌다. 하하 #AK 출판사에서 출간했다. #AK출사 덕분에 좋은 책들을 계속 접할 수 있으니 감사한 일이다.
작가 가라시마 노보루는 무려 1933년생이다. 정말 일본에서는 무슨 일이 생긴 걸까? 과거의 일본이 이룬 학문적 업적을 보다가 최근 들려오는 일본 소식을 들으면 같은 나라가 맞는지 의아할 정도다. 한 나라의 시스템과 지적 성과가 무너지는 데에는 이렇게나 짧은 시간이 걸리는 것인가. 아니면 파편적인 정보만 듣고 잘 못 판단하는 것일까? 어쨌든 작가는 인도에서 생활하면서 연구를 진행했는데, 그 때 만난 카레를 소재로 책을 썼다고 한다. 정말 엄청난 탐구력! 그 책을 본 작가를 만나서 '맛의 달인'에 소개된 것이 바로 저자가 카레 박사로 거듭나게 된 시작이라고.
인도의 카레와 카레의 어원, 카레의 특성과 일본에 전파된 후 변화된 모습까지 정말 한 눈에 알 수 있다. 물론 음식에 대한 연구가 많지 않다보니 다양한 설들이 있는데 그 중 가장 설득력 있는 이론을 정리했다고 한다. 무엇보다 인도에는 카레라는 음식이 없다는 것은 정말 놀라웠다. 마치 원주민의 '몰라요'라는 단어가 '캥거루'라는 이름이 됐든 원주민의 단어를 옮겨 적는 과정에서 오해가 생긴 모양이다.
굉장히 얇은 책인데 담고 있는 내용이 방대하다. 일본에 어떻게 카레가 전파되었는지, 카레가 전파되는 과정에서 음식이 어떻게 변화되었는지 자세히 살펴볼 수 있다. 인도의 카레(?)가 영국으로 전파되면서 향신료의 볶음은 밀가루와 버터로 만드는 ''루'와 결합되고 이 음식은 다시 일본으로 유입된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카레의 탄생이다.
실제로 인도에서 먹는 요리는 다양한 향신료를 어떻게 결합하는지에 따라 요리가 달라진다고 한다. 향신료 종류만 저렇게나 엄청나다. 인도에서 요리를 한다는 건 정말 보통 일이 아닐 것 같다. 기본적으로 티메릭, 커민, 코리앤더, 후추, 겨자 등의 5개 향신료가 중요하게 사용되고 그 외에 다양한 향신료와 허브들이 사용된다고 한다. 나는 5개 향신료를 구별하는 것부터 배워야 할 것 같지만.
단순히 글로만 풀어낸 책이 아니라 사진이 함께 해서 더 읽기가 편하다. 나처럼 인도에 한 번도 안 가본 사람도 인도의 감성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다.
이름만 들어서는 어떤 음식인지 몰랐던 요리들도 조금 더 가깝게 인식하게 되고. 좀 더 감을 잡게 된달까?
음식 뿐 아니라 문화와 사회에 대한 이야기도 많고, 저자가 직접 겪었던 에피소드들도 있어서 보다 친금감있게 이해할 수 있다. 고대 인도인이 소고기를 먹었다는 책을 출간하려다가 신변의 위협을 느꼈다는 인도 교수의 말은 뭔가 연민을 자아냈는데, 어쨌든 사회는 느리지만 발전하고 있다고 믿으며 멀리서 응원하는 것으로 마무리.
책을 보고 레시피를 알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아 기대에 부응하고자 레시피를 정리해서 넣었다는데, 워낙 요리라는 것이 글만 보고 이해하기 어려운데다가, 무엇보다도 재료들의 이름이 낯설어서 실제로 만들어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도대체 우드르달은 무엇이며, 투르달은 무엇인가. 도대체 터메릭은 어디서 구할 수 있단 말이냐. 그러니 그냥 눈으로 보며 만족하는 수 밖에.
그래도 요리하는 사람들에겐 정말 재미있는 책이 되지 않을까. 알던 향신료가 어떻게 사용되는지 실용적인 측면에서도 그렇고, 다른 의미로 그 요리가 어떻게 탄생해서 전파됐는지에 대한 배경지식이 더해지는 것도 그렇고! 전문가에게도 일반인에게도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교양서가 아닐까 싶다. 생각보다 어렵지 않아서 더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