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스펜스 하우스 - 책 마을에서 길을 잃다
폴 콜린스 지음, 홍한별 옮김 / 양철북 / 2011년 7월
평점 :
절판


 

이런 책인 줄 몰랐다.

'책마을에서 길을 잃다'는 부제가 달린 식스펜스 하우스

뭔가 감상적이고 서정적일 것이라는 기대는 첫 페이지를 넘기면서 산산히 부서졌다.

 

플랫아이언 빌딩에서 밖을 내다본 건 처음인 것 같다. 머리를 적당한 각도로 돌려서 내려다보면,

맨해튼이 이상하게 마음을 끄는 조각품처럼 눈에 들어온다.

"선생님 책이 지금 나오지 않는 게 다행이에요." 내 책 편집자가 말했다.

"네?"

"왜냐하면……" 편집자가 몸을 앞으로 숙인다. "해리 포터 때문에 종이가 없어요."

"농담이죠?"

"정말이에요."

 

아니 뭐 이런 어처구니 없으면서 슬픈데 웃긴 이야기란 말인가.

어쨌든 이래저래 책도 늦게 나오게 되고 할 일도 없어진 작가 콜린스는 가족들과 함께 헤이온웨이로 떠난다.

마을 전체가 헌책방이라는 헤이온웨이. 그 곳에서 정말 책과의 여행을 시작한다.

 

부제가 은유가 아니었던 것이다!

 

이 책은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방대한 분량을 자랑하는 책에 대한 소개를 한다는 점에서도 매력적이지만,

무엇보다 이 책 내내 느껴지는 미국의 무식함에 대한 조소와 영국의 허세에 대한

 

냉소를 코믹하게 풀어내는 저자의 문체가 무척이나 매력적이다.

이 책은 장 소개부터가 발랄하다.

 

1장에서 책과 여행이 시작되다
2장은 여행기에 상투적으로 등장하는 택시 운전사에 기대어 본다
3장은 지루한 기차 여행을 건너뛰고 바로 웨일스 시골로 간다
4장에서는 우리 집이라고 부를 장소를 찾는다
5장에서는 책 사냥을 간다
6장에서는 텔레비전 앞에 늘어져 있다
7장에서는 존경을 표한다
8장에서는 계속 그것에 대해 생각만 한다
9장에서는 엘모어 후버드의 기지와 지혜를 발견한다
10장에서는 삶이 나를 그냥 내버려 두기를 바란다
11장에서는 책을 겉표지로만 판단한다
12장은 아무도 읽지 않는 쓰레기다
13장에서는 망가진 과거를 돌아본다
14장에 와서야 제목에 나온 장소가 나오다니 정말 너무 늦었다
15장에서는 상원의원을 주시하라
16장은 좋은 제목이 생각이 안 난다
17장은 죽음의 문손잡이에 매달려
18장은 때를 잘못 맞추다
19장은 生 生 生 生 生 生
마지막장은 앞날에도 이어질 불운을 살짝 예고하며 끝난다


 

이렇게 생동감있는 챕터 제목이라니!

다음은 미국 인도 이정도 작품은 안다는 미술작품

 



휘슬러, 어머니

 



그랜트 우드, 아메리칸 고딕

 



레오나르도 다빈치, 모나리자

 



역사화, 델라웨어 강을 건너는 워싱턴

 

이건 미국에서 지적인 사람은 안다는 미술작품



에드워드 호퍼, 나이트 혹스

 

이 다섯 작품을 넘어간 미술품에 대해서는 미국의 어떤 시사잡지도 패러디 해서는 안 된다.

못알아들으니까. (물론 블랙유머일 것이다)

 

어쨌든 이 작가를 따라 수백년 전의 고서부터(그 전에 수백년전의 집은 옵션이다) 출간되지 않은 저자의 책까지

과거부터 미래를 넘나드는 책과의 여행을 함께 하다보면 어느 새 마지막 페이지에 도착하게 된다.

흥미로운 여행이 끝났다는 사실도 아쉽지만, 그 보다 여행에서 함께 한 책들을 글로만 배운다는 사실이 안타깝다.

 

헤이온웨이를 검색해보니 웨일즈에 위치한 마음이라는데, 마음은 벌써 영국에 도착한 듯 설렌다.

다음 여행지는 영국이야!!라는 말만 수십번 외치게 한 책.

 

참, 1721년의 고서에는 담배를 피지 않았다는 이유로 맞기도 했다는 내용이 있다는데,

그럼 그 때에는 담배를 피지 않는 아이들이 불량학생이었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키득키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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