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보다 가벼운 둘이 되었습니다 - 비울수록 애틋한 미니멀 부부 라이프
에린남 지음 / arte(아르테)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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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보다 가벼운 둘이 되었습니다>, 에린남 지음, arte, 2021

어린 시절의 결핍은 성인이 되어 월급쟁이가 되면서 다양한 소비로 분출됐다. 첫 번째는 책이었다. 대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책 살 돈 있으면 술을 한잔 더 먹겠다는 삐뚤어진 마음으로 손에 책이 들려 있지 않았다. 그러다 무엇에 홀렸는지, 미친 듯이 책을 사서 읽기 시작했다. 그렇게 18여 년을 읽으니 집안이 온통 책으로 가득하다.


두 번째는 각종 취미생활로 소비를 분출했다. 큐브, 보드게임 등 비교적 저렴한 것부터, 당시 가지고 있던 중고차보다 비싼 카메라, 전기자전거, 디지털 피아노 등 제법 큰 돈이 드는 것들을 사들여, 책이 차지하지 않은 빈 공간을 가득 채웠다.


세 번째는 온갖 식물을 사들이고 있다. 지구를 구하는 일이라며, 동물을 키우는 것보다는 식물을 키우는 것이 더 편하다며, 20여 종의 나무와 풀, 선인장을 책과 취미용품이 차지 하지 않은 베란다와 볕이 잘드는 거실 창가를 가득 채웠다.


와이프는 이제 빈 공간이 없으니, 새로 사지 말든지, 새로 살거면 큰 집으로 이사가야 한다고 경고(?)하지만 분출된 소비벽은 멈추지 않는다. 한때는 우리도 미니멀리스트가 되어보자고 옷장부터 정리를 시작했는데, 이건 이래서 안돼고, 저건 저래서 안돼는 핑계로 정리하지 못하고, 흐지부지되었다. 책 만큼은 줄이기 어렵고, 언제 쓸지 모르지만 필요할 때가 있다며 놔둔 물건들이 실제로 꼭 필요할 때가 있어 쉽게 비우지 못했다.


인생을 살면서 가장 어려운 것이 빼기라고 이야기하곤 한다. 더하고, 나누고, 곱하는 것은 비교적 쉬운데, 유독 빼기를 못한다. 과시욕도 일부 있겠지만, 빼는 것이 잃는 것이란 느낌에 쉽게 덜어내지 못한다.


<하나보다 가벼운 둘이 되었습니다>는 미니멀리스트 부부의 일상을 담은 에세이다. 여전히 소비욕, 소유욕을 과시하는 나와 미니멀리스트를 추구하는 저자의 상황은 다르지만, 부부의 일상 생활은 꼭 우리 부부의 이야기 같아 격하게 공감하며 읽었다. 주말에 드라마, 영화 정주행으로 몰아보기, ‘생리현상트기와 꾸미지 않은 원초적모습 공유하기, 가성비를 따져 구매한 물건은 결국 싼 게 비지떡 신세가 된다는 걸 몸소 체험하기, 서툰 집안일은 시행착오를 거쳐 최적화하기 등등 우리의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겼다. 나의 일상과 끝없이 분출하고 있는 소비욕, 소유욕을 마주할 수 있었으며, 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등한시 했던 집안일이 보이기 시작했다.


다른 사람의 시선은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이 많은 자유를 가져다준다. 다른 사람들에게 향했던 시선은 자연스럽게 우리를 향했고, 우리 자신에게 더 집중하게 했다. 지금은 나와 우리에 대해서 더 자주 생각한다. 그렇게 나는 더 나다워지고, 남편은 더욱 남편다워진다.(36)


남편과 나는 그렇게 가진 것들의 마지막까지 함께하기로 한다. 가지고 있는 모든 물건의 마지막을 함께하겠다면 그건 욕심일 거다. 다른 사람과 나눌 수 있는 것은 너그럽게 나누고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만큼은 최선을 다해보자고 다짐한다. 남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걱정하지 않으려고 한다.(51~52)


사랑과 행복은 쉽게 얻을 수 있을 것 같지만 작은 것이라도 실천하며 소소하게 쌓아야 비로소 큰 사랑과 큰 행복을 얻을 수 있다. 물론 차곡차곡 쌓아 올린 사랑과 행복도 일순간의 실수로 허무하게 균열이 갈 수 있다. 오늘의 사랑과 행복에 자만하고 도취하지 않고, 어제보다 조금 더 쌓으려는 노력과 실천이 필요하다. <하나보다 가벼운 둘이 되었습니다>는 소소한 일상을 행복으로 채워가는 모든 이들에게 위로와 용기를 준다. 소소한 일상이 쌓이고 쌓여 개인의 역사가 되고, 가족의 역사가 됨을 다시금 깨닫게 해 준다.


사랑이나 행복 같은 내가 아는 대부분의 따뜻한 것들은 쉽게 얻어지지 않는다. 쉽게 얻어지는 것은 쉽게 사라지고 쉽게 놓쳐버리게 된다.(248)

* 해당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무상으로 제공받았으며, 제 주관에 따라 솔직하게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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